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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1-08-09 15:21 조회 7,851회본문
자동차산업학회 주우진 서울대 교수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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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미 FTA는 일찍부터 시작되었으나 의회 비준이 지연되면서 더 늦게 시작된 한·유럽연합(EU) FTA에 추월당하게 되었다. 만일 이번에도 국회 비준이 되지 않는다면 한·미 FTA는 아마 긴 동면기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한국 경제의 큰 버팀목은 수출이고 미국은 2대 수출국인데,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못한다면 주요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될 것이다.
이번 재협상을 정치인들이 자동차 분야의 ‘굴욕협상’이라고 문제 삼고 있으나 정작 자동차 회사와 자동차부품회사들은 FTA 비준을 원하고 있는 아이로니컬한 상황이 됐다.
그러면 과연 자동차 업계가 옳은지 반대론자들이 옳은지 살펴보자. 쟁점의 핵심은 FTA 발효로 미국이 승용차 관세를 곧바로 철폐하는 것이 아니라 4년 유예기간이 지난 후에 없앤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 측은 FTA 발효와 동시에 관세를 기존 8%에서 4%로 인하해야 한다. 즉 한국 자동차 산업이 FTA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4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즉시 관세인하 혜택을 누리기 때문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따져보면 미국이 유예기간 동안 2.5%의 관세를 부과할 때 한국은 미국 자동차에 대해 4%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아직도 미국에 불리한 관세 체계라고 볼 수 있다. 즉, 미국의 관세를 유예해 준 것은 현재 미국에 불리하게 돼있는 불평등을 점차 해소해 4년 뒤에는 양국이 동시에 관세를 완전 철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완성차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이 있다고 치더라도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는 관세가 즉시 철폐돼 대미 부품 수출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우리 중소부품업체들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관세 인하로 미국 자동차 회사가 4%의 가격 인하 요인을 가지고 국내에 진입, 한국 자동차산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한다. 한국에 수입되는 차 중 90%가 유럽이나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 FTA를 계기로 미국차도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것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차로 인한 국내 시장의 경쟁촉진은 한·미 간 자동차무역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되며 나아가 국내 차값 인상을 억제하는 견제 역할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이 자동차 산업을 걱정해 주는 것은 고맙지만 정작 본인들은 여러 번의 공식 발표를 통해 기존 협상안의 비준이 자동차 산업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재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요건이 더 많이 관철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도 양보를 얻어 냈으며 재협상의 관건이 된 자동차 산업이 이를 수용하고 있으니 실리적인 측면에서 FTA 비준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번 재협상의 특징은 재벌 자동차 회사들이 양보하는 대신 중소 제약회사와 양돈업자들에 더 유리하게 FTA가 재조정됐다는 점이다. 중소 제약회사는 의약품 허가 및 특허 연계제도가 유예되었고 돼지고기 수입 관세 철폐기간도 연장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FTA 재협상이 절차상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초기 협상과 크게 다르지 않고 결코 ‘굴욕협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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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미 FTA는 일찍부터 시작되었으나 의회 비준이 지연되면서 더 늦게 시작된 한·유럽연합(EU) FTA에 추월당하게 되었다. 만일 이번에도 국회 비준이 되지 않는다면 한·미 FTA는 아마 긴 동면기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한국 경제의 큰 버팀목은 수출이고 미국은 2대 수출국인데,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못한다면 주요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될 것이다.
이번 재협상을 정치인들이 자동차 분야의 ‘굴욕협상’이라고 문제 삼고 있으나 정작 자동차 회사와 자동차부품회사들은 FTA 비준을 원하고 있는 아이로니컬한 상황이 됐다.
그러면 과연 자동차 업계가 옳은지 반대론자들이 옳은지 살펴보자. 쟁점의 핵심은 FTA 발효로 미국이 승용차 관세를 곧바로 철폐하는 것이 아니라 4년 유예기간이 지난 후에 없앤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 측은 FTA 발효와 동시에 관세를 기존 8%에서 4%로 인하해야 한다. 즉 한국 자동차 산업이 FTA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4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즉시 관세인하 혜택을 누리기 때문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따져보면 미국이 유예기간 동안 2.5%의 관세를 부과할 때 한국은 미국 자동차에 대해 4%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아직도 미국에 불리한 관세 체계라고 볼 수 있다. 즉, 미국의 관세를 유예해 준 것은 현재 미국에 불리하게 돼있는 불평등을 점차 해소해 4년 뒤에는 양국이 동시에 관세를 완전 철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완성차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이 있다고 치더라도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는 관세가 즉시 철폐돼 대미 부품 수출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우리 중소부품업체들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관세 인하로 미국 자동차 회사가 4%의 가격 인하 요인을 가지고 국내에 진입, 한국 자동차산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한다. 한국에 수입되는 차 중 90%가 유럽이나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 FTA를 계기로 미국차도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것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차로 인한 국내 시장의 경쟁촉진은 한·미 간 자동차무역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되며 나아가 국내 차값 인상을 억제하는 견제 역할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이 자동차 산업을 걱정해 주는 것은 고맙지만 정작 본인들은 여러 번의 공식 발표를 통해 기존 협상안의 비준이 자동차 산업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재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요건이 더 많이 관철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도 양보를 얻어 냈으며 재협상의 관건이 된 자동차 산업이 이를 수용하고 있으니 실리적인 측면에서 FTA 비준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번 재협상의 특징은 재벌 자동차 회사들이 양보하는 대신 중소 제약회사와 양돈업자들에 더 유리하게 FTA가 재조정됐다는 점이다. 중소 제약회사는 의약품 허가 및 특허 연계제도가 유예되었고 돼지고기 수입 관세 철폐기간도 연장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FTA 재협상이 절차상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초기 협상과 크게 다르지 않고 결코 ‘굴욕협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