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컬부품업체의 성장과 전망
모세준 연구원 /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올해 초 중국 전문부품업체 완샹(万向)은 전기자동차 생산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중대형 배터리 분야 미국 1위 업체인 A123를 인수하였다. 이를 통해 완샹은 자동차용 배터리의 기술력 강화 및 매출처를 확대하게 되었다.
중국 로컬부품업체는 정부의 정책 지원과 급성장하는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인수합병과 기술투자를 통해 대형 종합부품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중국 부품업체의 성장 전략은 대형화, 사업영역 확대, 기술력 강화, 해외시장 개척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중국 완성차업체 계열 부품업체와 전문부품업체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이런 대표적인 업체로는 상하이자동차 계열사인 화위(華域), 전문부품업체 완샹(万向), 웨이차이(濰柴) 등이 있다. 완성차 소속의 대형 부품업체는 모듈과 전장부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전문부품업체는 해외시장 개척과 사업영역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로컬부품업체들은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면서 자국 및 글로벌 부품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국내 부품업체와의 시장 경쟁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진행되고 있는 한․중 FTA가 성사될 경우 중국 로컬부품업체의 국내 부품시장 진출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중국 로컬부품업체의 성장 전략을 분석해 국내 부품업체의 대응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중국 부품산업 현황
중국 자동차부품 시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자국 내 자동차 생산량 증가와 부품조달 현지화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8년 9천억 위안(약 162조원)이던 시장규모가 연간 30% 증가하면서 2011년에는 2조 위안(약 360조원)을 기록했다. 특히 완성차 수요의 증가와 함께 중국 중고차 판매 증가로 A/S 부품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고성장의 원인이다. 그러나 최근 부품시장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완성차시장 대비 부품시장의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자동차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선진국의 경우 이 비중이 170%인 반면, 중국 부품시장 비중은 70%에 불과하다. 따라서 향후 중국 자동차부품시장의 성장잠재력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중국 자체 기술력이 부족한 파워트레인 등 핵심부품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독일과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60%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 일본계 완성차업체가 핵심부품을 본국에서 조달하면서 부품 수입 증가를 견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품수출은 여전히 휠, 타이어 등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범용부품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완성차업체간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산 부품에 대한 해외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중국 자동차부품 시장 규모 > | < 중국 자동차부품 수출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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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중국통계청, 중국자동차공업정보망, KIET | |
시장 개방 초기 중국 정부는 완성차업체에 초점을 둔 정책 추진으로 인해 중국 부품업체의 성장이 늦었다. 완성차시장은 업체 설립시 외국자본비율을 50%로 제한한 것과 달리 부품시장은 글로벌 부품업체에게 완전히 개방되어 중국 로컬 부품업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 이로 인해 현재 글로벌 부품업체가 중국의 고부가가치 부품시장을 대부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점으로 인해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자국 부품업체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추진하고 있는 정책 방향은 크게 2가지로 우선 구조조정을 통한 업계 재편과 선진 부품업체의 기술이전을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친환경차 관련 부품업체를 육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조조정과 기술력 향상이 부진하자 중국 정부는 2009년 ‘자동차산업 조정 및 진흥 규획’을 통해 부품산업에 대한 정책을 구체화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업체간 합병이 진행되면서 외형 규모가 커지게 되었다. 그리고 2011년에는 핵심부품(엔진, 전장부품)에 대한 개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글로벌 부품업체에게 투자와 기술이전을 유도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친환경차 부품시장에서 자국 업체의 입지를 강화하는 미래전략을 2012년에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는 친환경차 부품개발과 관련 주요 핵심부품업체 육성에 집중할 예정이다.
< 중국의 자동차부품산업 관련 정책 변화 >
자료 : 중국자동차공업협회, 주요언론사 자료 종합
로컬부품업체의 성장 전략
① 대형화
2009년 이후 중국의 자동차부품업체들은 통합 및 업체간 합병 등을 통해 외형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은 산재된 계열 부품업체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통합하였으며, 점차 내부에서 제작하던 부품들을 계열사 부품업체로 생산을 이관하고 있다. 2009년 상하이자동차는 부품 계열사들을 재편하여 화위자동차시스템(華域汽車系統)을 설립하였다. 그리고 기계, 중공업계열의 부품업체들도 유사업종과의 합병을 통해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산둥성의 자동차부품업체 웨이차이(濰柴)는 산투이(山推)건설기계 등 유사업종의 기업과 합병하여 종합 기계그룹으로 성장하였다. 대형 중국부품업체들의 매출규모는 500억 위안(9조원)을 상회하고 있으며, 800억 위안(14조원)의 초대형 전문부품업체들도 등장하고 있다. 5년 전에는 매출액이 500억 위안을 넘는 로컬부품업체들이 없었다. 최대 로컬부품업체인 웨이차이, 완샹그룹의 매출액은 2007년 400억 위안 수준에서 2012년 800억 위안 수준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또한 완성차계열 최대 부품업체인 화위의 매출액도 600억 위안 수준에 이르고 있다.
< 주요 중국 부품업체 현황 >
자료 : 블룸버그, 각 사
주 : 매출액은 2012년 기준 발표 또는 추정치
② 사업영역 확대
중국 부품업체들은 종합부품업체로 성장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치자동차계열 최대 부품업체인 푸아오(FAWER, 富奧)는 공조, 제동, 스티어링, 엔진 부품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전장부품 관련 기술력이 부족하여 최근 해외 부품업체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웨이차이그룹은 파워트레인 전문 개발 업체로 특히 디젤엔진에 대한 오랜 개발 경험을 축적한 회사이다. 그룹의 사업부는 파워트레인, 자동차부품으로 시작하여 2007년 샹훠쥐자동차(Torch Automobile)를 인수해 상용차 사업에 진출하였다. 그리고 웨이차이는 친환경 천연가스엔진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2008년 천연가스엔진기술을 보유한 캐나다 ‘Westport’와 JV를 설립하였다. 향후 파워트레인 신기술 개발을 위해 2015년까지 약 100억 위안을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중국 부품업체들은 정부의 친환경차 부품 기술 확보 정책에 힘입어 친환경차 부품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푸아오(FAWER)는 EV 배터리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작년부터 자국 리튬이온 배터리업체인 ‘China BAK’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완샹은 올해 초 미국 배터리 업체 A123를 2.6억 달러에 인수하여 기존 배터리 사업을 강화하였으며, GM, 포드 등과 거래할 예정이다.
< 푸아오의 사업 다각화 노력 > | < 완샹의 EV 사업 확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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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푸아오, 언론자 | 자료 : 완샹 |
③ 기술력 강화
중국 부품업체들은 선진업체 의존도가 높은 핵심부품에 대한 독자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변속기 전문업체 솅루이(盛瑞傳動)는 중국 최초로 독자 8속 자동변속기를 개발하였다. 솅루이는 독자 변속기 개발을 위해 2007년부터 베이징항공우주대학, 독일 켐니츠(Chemnitz)대학, 영국 엔지니어링 회사 리카르도(Ricardo) 등과 공동연구를 수행하였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생산(10만대 생산능력)이 시작되었으며, 향후 독자 브랜드 모델을 생산하려는 중국 완성차업체에게 공급이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중국 부품업체들은 선진업체 인수를 통해 고부가가치 핵심부품 개발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기술협력을 위해 설립한 합작사의 지분을 완전 인수하는 방식으로 독자 경영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올해 6월 화샹(華翔)그룹은 배기시스템 개발을 위해 설립한 프랑스 포레시아와의 합작사 지분을 인수했으며, 친샹전자(均胜電子)는 센서, ECU, 컨트롤러 등의 전장기술을 위해 협력하던 독일 프레(Preh)를 인수하였다. 그리고 완성차계열 부품업체는 모듈화 부품업체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올해 8월 상하이자동차 계열 화위(華域)는 12억 달러를 투자하여 칵핏모듈, 시트, 안전시스템, 인포테인먼트 등을 생산하는 ‘양펑비스테온트림시스템’을 인수하였다. 추가로 화위는 10억 달러 규모의 ‘존슨컨트롤 전장사업부’ 인수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 중국 부품업체 기술력 강화 사례 >
자료 : 언론자료 종합
④ 해외시장 개척
품질 경쟁력을 중국 내에서 인정받고 있는 부품업체들은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전문부품업체인 완샹은 베어링을 비롯하여 브레이크, 서스펜션 등 섀시부품들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기술력 및 품질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해외 거래처가 늘어나고 있다. 완샹은 올해 A/S용 브레이크 부품을 생산/판매하는 미국 ‘BPI’를 인수하여 미국 A/S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BPI는 A/S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고 1위의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어서 완샹의 미국 영업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알루미늄 휠 세계 최대 생산업체인 완펑(萬豐)은 신흥국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15년까지 인도와 남미에 생산기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유럽계 판매업체 인수도 고려하고 있다.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해외 생산거점을 구축하면서 동반 진출하는 부품업체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상하이자동차는 태국 CP그룹과 합작으로 20만대 규모의 독자 브랜드 생산공장을 2014년에 가동할 예정이다. 이에 계열 부품사 화위도 태국에 4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도어 패널, 스티어링 휠 등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하여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창청(長城), 치루이(奇瑞), 지리(吉利)자동차 등도 신흥국에 현지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므로 중국 부품업체들은 현지에 동반 진출할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중국 로컬부품업체 해외시장 진출 사례 >
자료 : 언론자료 종합
향후 전망
대형 종합부품업체의 등장으로 중국 로컬부품업체의 모듈/시스템 부품 생산이 증가할 것이다. 기존의 중국 로컬부품업체는 기업 규모가 영세하고 기술 수준이 낮아 단일부품 위주로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형화와 기술력 향상으로 고부가가치 부품 개발과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중국 로컬부품업체의 수익성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로컬부품업체의 수익성 개선은 R&D 투자 확대와 선진업체 인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중국 로컬부품업체와 선진 부품업체간 기술 격차는 더욱 빠르게 축소될 것이다. 실제로 중국 부품업체는 한국 부품업체보다 빠른 속도로 선진 부품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중국 부품업체의 기술 투자가 확대되면서 더욱 촉진될 전망이다.
중국 로컬부품업체는 규모의 경제, 시장 개척 등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다. 기존 중국 로컬부품업체의 주력 시장은 중국내 범용부품 위주의 A/S 시장이었다. 하지만 기술력, 품질관리 능력을 갖춘 중국 로컬부품업체는 해외 판매망 및 생산거점을 확보하여 해외 시장 공략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초기에는 해외 A/S 시장에 진출하고 점차 해외 완성차 OEM 시장에도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중국 로컬부품업체들은 기술투자에 집중하면서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 중국 로컬부품업체 기술 격차 축소 > | < 선순환 구조 구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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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산업연구원 | |
시사점
국내 부품업체들은 중국 경쟁사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차별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아직도 중국 로컬부품에 대한 기술력, 품질 신뢰도가 낮아서 중국 로컬 부품업체에 대한 경계심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 및 경영진은 기술력 향상 및 해외시장 개척에 대한 의지가 높다. 그리고 실제로 중국 로컬업체들은 대형화, M&A 등을 통해 품질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중국 로컬부품업체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중국을 포함하여 신흥국에 진출한 국내 부품업체들은 매출처를 다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부품 현지조달을 강화하면서 현지 로컬부품업체와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부품업체들은 중국 로컬업체들에게 매출처 다변화 기회를 빼앗길 수 있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국내 부품업체들은 현지 신규 거래처 발굴 및 수출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부품업체들은 중국 로컬업체들의 국내 A/S 부품 시장 진입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한․중 FTA가 체결될 경우 국내 시장의 중국 부품 수입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A/S 시장과 중장기적으로 OEM 시장에서 한국-중국 부품업체간 경쟁이 확대될 전망이다. 따라서 범용 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2, 3차 부품업체들은 중국 부품수입에 대비해 방어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