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세계 자동차시장 전망
이준호 연구위원 /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2014년은 2013년에 이어 선진시장의 회복과 신흥시장의 부진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미국시장이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에 1,600만대 수준의 수요를 회복했고, 유럽시장도 6년 연속 감소에서 마침내 벗어났다. 일본시장도 2006년 이후 최대 규모인 550만대 달성이 예상된다. 반면 신흥시장은 세계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중국을 제외하면 인도시장이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고 브라질과 러시아는 2년 연속 감소했다.
2015년에는 신흥시장의 부진이 다소 완화되지만 선진시장의 회복세도 둔화되면서 전체적으로 저성장하는 국면이 전개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뉴노멀’ 트렌드가 자동차시장에서도 본격화되는 것이다.
2014년 자동차시장 동향
2014년 세계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8,380만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까지의 누적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6,951만대였는데, 연말로 갈수록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어 남은 두 달의 증가율은 2.7%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연간 3.5%의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저효과로 13.5% 증가했던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데, 이는 선진시장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세계 자동차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던 신흥시장의 부진 영향이 컸다. 주요 시장별 올해 1~10월 판매 증감을 보면 선진시장의 호조와 중국을 제외한 신흥시장의 부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미국 72만대, 유럽 66만대, 일본 22만대, 캐나다 8만대 등 주요 선진시장의 판매는 모두 증가한 반면, 신흥시장에서는 인도가 4만대 증가하는데 그쳤고 브라질, 아세안, 러시아 등은 모두 20만대 이상 감소했다. 물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10.7% 증가한 150만대로 전체 증가분인 246만대의 약 61%를 차지하면서 세계 자동차시장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미국시장의 경우 컴팩트와 미드사이즈 등 볼륨 차급에서 모델 노후화에 따른 업체간 판촉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그 동안 경기 침체 여파로 자동차 구매를 미루어 왔던 대기수요가 대거 시장에 유입되었고, 가솔린 가격 하락과 신차효과에 힘입어 SUV 차급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유럽시장은 완만한 경기 회복세로 소비심리가 점차 회복되고 수년간 부진했던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증가했는데, 영국과 스페인이 회복세를 견인한 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더딘 회복세를 보였다. 하반기에 들어서는 높은 실업률과 디플레이션 압력 등 아직까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경기 변수들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일본시장은 4월 소비세 인상(5% → 8%)을 앞두고 미리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선수요가 몰린 1사분기 이후 자동차 판매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신차 출시와 판촉 등 업체들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
한편, 중국시장은 준중형과 SUV 등 볼륨 차급에 신차가 대거 출시되고 대기오염 억제 차원에서 도입되고 있는 자동차 구매제한 정책의 시행 가능성이 높은 2~3급 도시에서 선수요가 크게 발생하면서 판매가 증가했다. 그러나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둔화 및 정책 선수요 효과 소멸에 따라 증가율이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도시장은 자동차 판매 진작을 위해 2월부터 시행된 한시적 소비세 인하(차급별 3~6%)에도 불구하고 4월까지 감소세가 이어지다가 모디 신정부가 들어선 5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에 모디 정부는 당초 6월 말로 종료될 예정이었던 소비세 인하를 연말까지로 연장하며 시장 회복의 불씨를 살려나갔다. 브라질시장도 공산품세(IPI) 인하를 연말까지로 연장하며 시장 부양에 나섰지만, 이미 인하폭이 축소된 데다 강화된 안전규제 대응으로 인한 차량 가격 상승, 할부금융 승인률 하락 등 구매 여건이 악화되면서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6~7월 개최한 월드컵으로 인해 영업일수가 대폭 감소한 것도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러시아시장은 할부금융 지원이 2013년 12월에 조기 종료되고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상되는 등 전반적인 구매 여건 악화로 두 자릿수의 감소세가 이어졌다. 다만 9월부터 시행된 폐차인센티브와 2015년 차량 가격 인상을 앞둔 선수요 발생으로 4사분기에는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시장은 중대형승용과 SUV차급의 신차를 중심으로 판매가 증가했다. 수입차의 경우 유럽산 자동차의 관세와 2.0ℓ 이상 차량의 개별소비세 인하로 가격 경쟁력이 제고되고 중소형 인기 모델의 신차가 출시되면서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BMW,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 4개 브랜드는 신차효과와 디젤차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입차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강세를 보였다.
< 월별 세계 자동차 판매 추이 > | < 주요 시장 1~10월 판매 증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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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자동차시장 전망
1. 세계 판매
2015년 세계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3.8% 증가한 8,700만대로 전망된다. 증가율은 2014년보다 0.3%p 상승하지만 4%대 중반 이상이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지속적으로 확대되다 2014년에 한 차례 축소되었던 신흥시장 판매 비중은 다시금 확대될 전망이다. 주요 지역별로 살펴보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판매가 회복된 미국시장은 판매 둔화가 불가피해 보이고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유럽시장도 2014년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시장은 내수 부진과 수출 회복 지연 등에 따른 경기 부진으로 4년 만에 감소 전환이 예상된다. 한편, 중국시장은 증가세가 둔화되기는 하지만 8.6%의 증가율로 다른 시장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인도시장은 모디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업체들의 신차 출시 확대 등으로 증가세가 확대되고, 최근 2년간 부진했던 브라질시장도 기저효과에 힘입어 증가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러시아시장은 경제 및 정치 불안이 지속되면서 3년 연속 감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여 브릭스에서 유일하게 판매가 감소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시장은 제2 시장인 태국이 부진에서 벗어나고 필리핀, 베트남 등 기타 국가의 성장 지속으로 2014년 감소했던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시장은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전년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로 증가세는 둔화되겠지만 시장 규모는 지난 1996년 164.6만대를 넘어서는 167만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 세계 자동차 판매 추이 및 전망 > | < 2015년 지역별 판매 전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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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요 지역별 판매
앞서 간략히 기술한 주요 시장별 2015년 전망을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인 요인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미국은 경기 회복과 고용시장 안정으로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업체들의 경쟁적인 인센티브로 평균 거래가격이 하락하는 등 구매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지만, 주요 승용차 모델이 노후화되고 컴팩트급과 미드사이즈급 등 볼륨 차급에 이렇다 할 신차 출시 계획이 없다는 점이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산업수요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대기수요도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판매 확대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2015년 하반기로 예상되는 금리 인상이 시장의 예상보다 급격하게 이루어질 경우 최근 판매 회복의 기반이 되었던 자동차 할부 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럽은 수요 측면에서 독일과 영국의 경기는 호조이지만 기타 국가의 경우 저물가와 경기 하락 우려로 소비심리가 위축된다는 점이 부정적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2014년에 출시된 A, B차급 신차들의 판매가 본격화된다는 점이 긍정적이지만, 주요 업체들이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은 부정적이다. 유럽 주요 5개국의 국별 판매는, 독일이 임금 인상과 내수 부양 정책에 따른 소비심리 개선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한 336만대, 프랑스가 2014년 하반기 출시된 자국업체 신모델의 판매 견인에 힘입어 전년 대비 3.1% 증가한 227만대로 전망된다. 영국은 경기 회복에 따른 플릿 판매(법인 등을 대상으로 한 대량 판매) 증가와 대기수요 실현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할부 시장 위축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한 280만대, 스페인은 2015년 상반기에 폐차인센티브가 종료됨에 따라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전년 대비 3.4% 증가한 99만대로 전망된다. 한편, 이탈리아는 전년 대비 5.3% 증가한 155만대로 예상되지만 스페인의 경우처럼 폐차인센티브를 도입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 추가적인 판매 확대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2015년 미국시장 환경 > | < 2015년 유럽시장 환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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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수요 측면에서 볼 때 동부 연안에서 대체 및 복수 구매가 확대된다는 점과 중서부 내륙지역에서도 자동차 대중화가 진행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긍정적이지만,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차량 구매 제한 정책이 확대되고 있는 점은 부정적이다. 또한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각종 자동차 관련 정책의 선수요 유발 효과가 점차 소멸된다는 점도 판매 확대를 억제하는 요인이다. 배기량에 따른 자동차 소비세 조정은 소형차 판매에는 긍정적이지만 대형차 판매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GM과 폭스바겐이 각각 공장 증설 또는 신설 예정이어서 공급 확대에 따른 판매 경쟁이 가격 경쟁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인도는 친기업 성향의 모디 정부가 추진하는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컴팩트 및 저가 UV 차급을 중심으로 신차가 대거 출시되면서 판매 증가세가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물가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재정 적자가 심화되고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 정책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루피화 약세에 따른 수입/제조원가 상승으로 자동차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 중 하나이다. 이에 따라 인도시장의 주요 업체들은 환율 및 내수 부진에 대한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수출 물량을 늘리고 기존 유럽과 동남아시아 중심이었던 수출 지역을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2015년 중국시장 환경 > | < 2015년 인도시장 환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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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최근 2년 연속 판매가 감소한 영향으로 2015년에는 기저효과에 따른 반등이 예상되지만 시장 여건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우선 호세프 現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외환시장의 불안이 확대되는 가운데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었다. 높은 가계부채 비율과 함께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업체들의 저리 또는 무이자 할부 제공도 축소되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다양한 할부금융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금리 자체가 높기 때문에 큰 효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2008년말 처음 시행되어 그 동안 수차례 연장되었던 공산품세(IPI) 인하 조치가 드디어 2015년 1월부로 종료될 방침이어서 자동차 가격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그러나 저가격을 앞세운 중국 업체가 본격적으로 현지생산을 시작하고 기존 업체들도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A차급과 소형 SUV차급 등에 다수의 신차를 출시함에 따라 치열한 판촉 경쟁이 벌어지면서 구매심리를 자극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인이 산재해 있는 반면 긍정적인 요인은 이렇다 할 만한 것을 찾기가 어렵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물가와 환율의 급등세가 지속되는데다 유가 하락까지 겹치면서 조속한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시행된 폐차인센티브 정책의 영향으로 선수요가 발생하면서 정책 종료 이후에 나타날 후유증이 시장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업체들이 저가 승용차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SUV 모델 투입을 늘리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전체 생산량을 감축하거나 현지투자를 보류하고 또 일부 판매가 부진한 브랜드는 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소극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어 판매 부진의 악순환이 이어질 전망이다.
< 2015년 브라질시장 환경 > | < 2015년 러시아시장 환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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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장은 고용 및 부동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한-미 FTA에 따른 개별소비세 인하가 2.0ℓ 이상 차량에 한해 추가로 적용되면서 자동차 구매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또한 중대형 승용차와 SUV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해당 차급에 신차 출시가 예정되어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다만 자동차세가 단계적으로 인상되고 연비 및 배출가스 기준이 강화되면서 자동차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또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자동차 판매 증가세가 좀 더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수입차는 인기모델의 파생차가 출시되면서 라인업이 확대되고 엔화 약세를 바탕으로 한 일본 업체의 공세가 강화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업체와 일본 업체의 해당 모델이 다양하게 출시될 예정이어서 국내 친환경차 판매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2015년 국내시장 환경 > | < 국내시장 판매 추이 및 전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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