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의 구조변화와 부품산업의 발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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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의 구조변화와 부품산업의 발전방향
조철 주력산업연구실장 / 산업연구원
1. 세계 자동차업계의 변화 추이
최근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의 자동차 소비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Brics 국가들이 세계 10대 자동차소비국으로 부상하였다. 중국은 2014년 2,349만대를 판매하여 세계 최대 자동차소비국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아세안국가들의 자동차 소비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2012년에 이미 판매량이 144만대, 112만대로 100만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신흥국들은 주요 자동차소비국으로 부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 생산기지로서의 역할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Brics 국가들은 자체 소비를 자체 생산으로 충당할 뿐 아니라 해외 수출까지 실시하고 있다. 중국은 2012년 이미 100만대 이상을 수출하였고, 인도도 50만대 내외를 수출하고 있으며, 새롭게 자동차 10대 생산대국으로 부상한 태국은 100만대 이상이나 수출하고 있다. 이밖에도 스페인 등 남부유럽,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부 유럽, 멕시코 등도 중요한 자동차생산 기지이다. 자동차의 생산기지가 시장 및 생산이점이 있는 신흥국으로 급격하게 이동하면서 수출 중심의 우리 자동차산업에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태국이 이미 주요 일본 업체의 자동차 수출기지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도 국내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자동차업체들의 수출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양상이 진행되면 세계 시장에서 신흥국 생산 자동차와 경쟁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도 위협받게 될 것이다. QM3는 유럽업체의 남부 자동차생산 기지인 스페인에서 생산된 르노의 차량이다. 안전과 환경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면서 자동차업계는 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국가별 환경 및 안전 규제의 강화로 이에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 당하는 상황이다. 소득 증대에 따라 선진국뿐만 아니라 후발국의 소비자들도 안전, 편의에 대한 요구가 증대하고 있다. 수요측면뿐만 아니라 기술발전 측면에서 보더라도 전기 및 전자기술의 발달로 자동차기술 환경도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적절히 이용함으로써 국가의 환경 및 안전 규제와 소비자들의 편의 요구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는 자동차 및 부품업체들에게 연구개발에 대한 요구 증대와 새로운 도전자들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겨 주고 있다.2. 국내 자동차업계의 동향
한국 자동차산업의 부가가치 및 종업원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소 감소하였다. 이는 자동차산업의 전체 산업 발전에 대한 기여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한다. 한때 자동차산업은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지만 점점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의 국내 생산은 2011년 이후 감소 추세로 돌아선 반면, 해외생산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해외 자동차생산은 20~30%에 달하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여, 현대․기아의 해외생산 비율은 2012년에 이미 50%를 넘어섰다. 2014년 증가율이 다소 낮아졌지만 7.4%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해외생산비율도 55%를 상회하고 있다. 완성차의 해외생산 확대로 인하여 부품업체들의 해외투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완성차뿐만 아니라 부품의 해외생산도 활발하게 이루어져 해외 현지에서 우리 기업들에 의한 자동차생산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는 것이다.2000년 이후 한국 자동차부품산업은 완성차산업에 비해 비교적 빠른 성장을 보여 왔지만 이는 국내 수요보다 수출 증가에 주로 기인한다. 완성차의 해외생산이 늘어나면서 자동차부품의 수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해외생산이 안정화되면 부품조달의 현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동차부품 수출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2013년의 경우 이미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의 매출은 감소했고, 수출증가율도 6%에 불과했다. 2014년은 다시 2%대로 둔화되었다. 우리 자동차산업의 연구개발투자는 절대적인 규모뿐만 아니라 매출액대비 R&D 비율에서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지는 상황이다. 2011년 일본 자동차산업은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이 4.8%에 달하지만 한국은 2.6%에 불과하다. 일본 자동차업계의 매출규모를 고려한다면 한국의 R&D투자 규모는 일본에 비해 크게 뒤떨어질 것이다. 업체별로도 우리 주요 자동차업체 및 부품업체들의 R&D투자규모는 크게 취약한 수준이다. EUREKA(World – 2000 companies ranked by R&D)에 따르면 2012년 현대자동차의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율은 1.6%에 불과하여 주요 자동차업체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고 현대모비스는 1.2%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들은 매출액 대비 R&D투자비율이 대부분 4%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부품업체들은 이보다 더 높은 실정이다. 도요타의 계열기업인 덴소는 9.4%에 달하고, 독일 업체인 보쉬도 9.4%에 이른다. 이들 업체의 절대적인 R&D규모가 현대자동차보다도 더 큰 수준이다.
이에 따라 우리 자동차산업은 첨단신기술에 있어 취약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지만 자동차산업에 있어서는 IT관련 부품을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조부문을 제외한 전기전자부문의 수입의존도는 40%를 상회하고 있고, 자동차용 반도체는 86%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자동화되고 표준화된 대기업의 조립라인에 비해 더 나은 숙련이나 기능이 필요한 중소 부품업체의 생산인력에 대한 임금 및 근로조건이 취약함에 따라 만성적인 인력 부족 및 인력의 비효율적 배분이 발생하고 있다. 자동차산업 전체를 100으로 했을 때, 완성차부문은 173인 반면, 부품부문은 73으로 완성차부문의 임금이 부품부문에 비해 2.4배에 달한다. 특히 50인 이하의 소기업은 전체 자동차산업에 비해 50%대 수준으로 완성차부문에 비해서는 3.5배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근로여건이 불리한 상황에서 임금격차도 커서 중소부품업체의 인력난은 가중되고 있다.
3. 한국 자동차부품산업의 주요 발전방향
한국의 생산여건 상 자동차 생산기지로 존립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국내 대기업은 높은 비용구조, 낮은 생산성 및 노동의 유연성 부족 등으로 국내에서 더 이상 생산능력을 확장할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완성차 생산이 위축되는 가운데 자동차부품산업이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품산업 발전을 위한 발전 생태계 구축
먼저 중소중견 부품업체들에 혁신적 인력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기업규모간 임금격차를 축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간 양극화뿐만 아니라 기업 규모별 근로자간 양극화 문제 완화를 위한 방안 마련도 요구된다. 단가결정의 합리화를 위해 비용절감 및 품질향상, 기술개발 등의 노력들이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단가 결정 체제를 구축해야할 것이다. 수요대기업이 스스로 노력하는 중소중견기업들에 대해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하여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시스템이 제시되어야 한다.
부품업체들도 심화되고 있는 세계적인 경쟁압력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자체적인 능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수요대기업의 부품업체에 대한 일방적인 지원 및 보호 개념으로 동반성장이 추진되었다면, 향후 동반성장은 쌍방이 동시에 노력하는 모델로 구축되어져야 할 것이다.
□ 융․복합화 역량 강화
부품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IT, BT, NT 등 첨단 기술분야와 자동차부품과의 융․복합화, 문화 및 감성 등과의 융합이 필요하다. 부품업체의 내부자원으로는 부족하고, 외부 연구개발자원(인력 및 정보)을 활용하거나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체제가 구축되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융․복합화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여타 산업정보에 대한 관심 제고 및 이업종간 교류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감성기술이 중요시되는 미래 트렌드에 부품업체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 감성은 오감을 느낄 때 변화하는 인간(소비자)의 반응으로 감성통합부품은 감성 만족을 통해 제품의 가치 향상이 가능하다. 정부차원에서 부품업체들에 대해 감성 기초연구를 통한 수요변화 대응뿐만 아니라, 감성연구 결과 및 물성정보 등의 제공, 감성통합 부품개발 등을 지원할 수 있다.
□ 자동차의 고급화를 위한 뿌리산업 육성
자동차의 고급화 및 감성품질과 직결되어 있는 뿌리산업 육성을 통해 자동차 제조기반을 튼튼히 하고, 자동차산업의 질적 성장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장 경험에 의존하는 생산방식에서 IT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지식기반형산업으로 전환하고, 생산성을 제고하며, 불량률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뿌리산업의 3D산업 이미지 개선으로 인력수급을 원활히 하고, 신가치 창출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주조, 금형 등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한 업종을 중심으로 뿌리산업 융합단지를 조성하는 방안도 강구되어져야 한다.
□ 완성차업체의 부품업체 지원기능 강화
자동차부품진흥재단 등을 통해 중소 중견 자동차부품기업에 지원하는 기술지도 등의 지원을 확대해야할 것이다. 주로 2, 3차 부품업체 중심으로 지원되어 1차 부품업체의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예산 및 인력 제약으로 지원 규모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부품업체에 대한 완성차업체의 자체적인 지원규모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역 자동차부품지원 기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 차세대자동차부품산업의 발전 추진
자동차용 반도체나 센서 등 IT 기초부품, 모터 및 2차 전지 등 친환경자동차부품 등은 우리나라도 산업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초대형업체로 육성이 가능하다. 기존 자동차부품산업에서는 보쉬와 같은 독립적인 부품업체 육성이 힘들었지만 차세대 자동차부품에서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자동차의 IT융합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용 IT부품업체 진입을 유도해야할 것이다. 자동차업계에서 자동차용 IT부품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고, IT업계에서 자동차분야로 진입이 가능하며, IT 기반 자동차부품 분야의 창업도 예상된다.
□ 지속적인 수출산업화 추진
최근 우리 자동차의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해외 자동차업체들이 우리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해외 자동차업체들이 우리 부품업체들을 초청하거나 우리 지원기관 등에서 주최하는 부품상담회에 해외업체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선진업체뿐만 아니라 중국 업체들도 품질 향상 요구에 부응하여 한국 부품조달에 관한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최근 KOTRA 등이 주관하여 중국 자동차업체들과의 활발한 접촉을 실시한 바 있다. 부품업체들도 수출 확대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하여 국내 자동차부품 생산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자동차부품이 해외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은 품질에 비해 값 싼 이점에 기인한다. 따라서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이러한 기본적인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 수요업체 중심에서 최종 수요자 중심의 패러다임 변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삶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와 니즈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술이 HumaniTech이다. 이에 따라 부품기술개발에 있어 직접적인 수요자인 기업의 요구만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인 수요자인 사람 및 사회적 요구에 반응하는 부품 개발을 실현해야 한다.
스마트폰 등 플랫폼 발전과 스마트한 소비자의 급부상으로 소비자 주도의 경제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최종 소비자를 충족시킬 수 있는 부품을 만들 수 있을 때 세계적인 부품업체로의 부상이 가능하다. 중소 중견기업의 기술개발도 미래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전망에 기반하여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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