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기차 산업, 재도약의 기회
페이지 정보
본문
2020년 전기차 산업, 재도약의 기회
양재완 선임연구원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전략본부
2019년 전기차 산업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침체와 주력 시장인 미․중의 보조금 축소 등의 영향으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지난 몇 년간 글로벌 순수 전기차(BEV) 판매량은 연평균 50%대의 성장률을 보이며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2019년 판매량은 176만대로 2018년의 163만대보다는 성장하였으나 연간성장률은 8.2%로 하락하며 저조하였고, 지역별로는 유럽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미국, 일본 등에서 정체 또는 역성장을 하였다. 하지만 어려운 한 해였던 2019년과 다르게 2020년은 완성차업체들의 적극적인 신규 모델 출시와 전기차 생태계에 맞는 변화 대응, 유럽이 주도하는 환경 규제 강화 등의 이유로 BEV 판매량은 200만대 수준까지 성장하여 전기차 시장이 재도약하는 새로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주요 완성차업체(Top10 + 테슬라)들은 30개 이상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세단과 SUV 위주의 한정된 모델에서 선택이 가능했다면, 2020년 이후부터는 스포츠카, 픽업트럭을 포함하여 다양한 세그멘트로 확대 출시되어 소비자의 선택이 더욱 넓어지고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인기가 많은 보급형 모델은 밀려있는 주문량만으로도 잠재적인 대기 수요가 높다고 볼 수 있다. 테슬라 ‘모델3’는 중국 상해 공장의 본격적인 양산에도 불구하고, 2019년 8월 기준 주문량이 50만대 규모이고, 폭스바겐 ‘ID.3’의 경우는 2019년 9월 사전계약 3만대를 돌파했으며, 올해 2월 영국에선 1.5천대 판매계약에 2만명의 대기인원이 몰리기도 했다.
중장기적으로도 완성차업체들은 기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산업 생태계로의 전환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중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2022년~2025년을 목표로 자사 판매량의 15~25%를 전기차로 확대하기 위해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다양한 신모델을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에 맞춰 업체 간 Win-Win 전략으로 전기차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독자적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 공용화하여 사업 환경 변화와 수익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GM은 혼다와 전기차용 배터리팩을 공동 개발하고 전용 플랫폼인 ‘EV3’를 기반으로 2021년에 캐딜락 신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며, 도요타는 전기차 플랫폼인 e-TNGA(Electric Toyota Global Architecture)를 스바루, 마쯔다, 스즈키, 다이하츠 등과 공동으로 개발, 공유하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폭스바겐 또한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포드와 제휴하여 밴․픽업트럭을 공동 개발하고, 현대차는 CES 2019에서 첫 공개한 E-GMP(Electric Global Modular Platform)을 통해 2021년 양산 모델에 적용하려고 한다.
유럽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환경 규제 강화의 움직임과 전기차 보급 관련 정책은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는데 있어 한 발 더 다가가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유럽은 2020년부터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 정책으로 2021년까지 CO2 배출 허용 기준인 95g/km를 미달성한다면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주요국을 중심으로 2025년 이후로 내연기관차 판매도 금지될 예정이며, 대표적으로 2025년에는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2030년에는 독일과 스웨덴, 2035년 영국 2040년 프랑스, 스페인 등이 시행할 예정이다. 게다가 독일은 구매 보조금을 기존 4천유로에서 5~6천유로 수준으로 확대하고 기한도 2020년에서 2025년으로 연장하여 친환경차 보급 가속화와 판매 독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 축소로 판매 증가율이 주춤해진 중국도 2019년 7월부터 북경, 상해 등의 주요 도시에서부터 ‘유로6’ 규제와 비등한 수준인 신규배출가스 규제 ‘China 6’를 기존 계획보다 조기에 도입, 시행에 들어갔다.
또한 2025년까지 중국 내에 팔리는 전체 차량 중에 신에너지(New Energy Vehicle) 차량 비중을 기존 20%에서 25%로까지 상향시키겠다는 목표도 발표하여 전기차 판매에 다시 한번 활력을 넣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은 적극적으로 추진해 오던 배기가스 규제 정책을 트럼프 정부 이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왔지만 캘리포니아를 포함하는 22개주에서는 지속적으로 높은 평균 연비 기준(2025년까지 연방정부는 36mpg 수준이나, 캘리포니아주는 46.7mpg)을 적용하기 위해 적극 추진 중에 있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에 있어 여전히 긍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배기가스 규제 강화 움직임과 전반적인 자동차산업 흐름이 친환경차 특히 전기차로 향하고 있다. 예전처럼 단순히 전기차를 보급한다는 개념을 넘어 개별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이제는 밸류체인의 전반적인 성장을 유도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다. 우리 정부도 작년 10월, 2030 미래차 국가 비전을 선포하고 야심하게 친환경차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구매 보조금이 다소 축소(900만원→820만원)되었으나 보조금 지급 대수를 3.3만대에서 6.5만대로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하고, 2020년~2026년 4천억원 규모의 전기차 예타 R&D를 시행하는 등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 정책 외에도 배터리 생산, 전기차 제조, 충전, A/S에 이르는 전기차의 전 주기를 산업화하여 시장 전체가 성장할 수 있게 유도하는 지원 전략이 중요할 것이다. 배터리 관련해서는 재활용 시스템이 안착될 수 있도록 정부와 완성차, 배터리업체 간 협업을 통해 안전성 평가 기술에 대한 표준화를 확립하고, ESS 외에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에 배터리를 재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존에 출시된 중소형 전기차 모델 외에 고부가가치의 프리미엄 세단, 스포츠카, SUV, 픽업트럭 등 다양한 세그먼트가 출시되어 소비자들의 선택을 확대하는 시장 유도 전략이 필요하다. 전기차 정비와 유지관리도 빠르고 전문성 있는 정비와 A/S 환경이 구축될 수 있도록 인력 확보를 하고, 기존 및 신규 정비사 대상으로 무상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여 전반적인 교육 인프라 구축에 대한 지원이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 이전글자율주행차 국내외 개발 현황 20.04.09
- 다음글2020년 국내 자동차산업 실적 개선 기대 20.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