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탄소중립 대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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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탄소중립 대응 전략
한국자동차연구원 이항구 연구위원
국내 자동차산업의 성장은 2010년 이후 둔화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물량은 2011년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기복을 보이고 있으나 감소하고 있으며, 자동차 수출 물량도 2012년부터 감소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의 매출도 완성차 국내외 생산물량이 최고치를 기록한 2014년 이후 정체되어 있다. 부품산업의 수출은 2016년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해외 생산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부품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0년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하락해 2020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82개의 외부감사 자동차 부품업체의 총매출액은 2016년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감소하고 있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4년째 3.3%에 묶여 있다. 연구개발 투자는 점증하고 있으나, 해외 경쟁 기업과 비교할 때 격차가 큰 실정이다. 국내 자동차부품 업체 수는 2009년 3,161개에서 2015년까지 1,735개가 증가한 후 2019년에는 4,514개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 자동차산업 고용은 25.9만 명에서 10.2만 명이 증가한 후 감소하고 있다. 미래차 인력도 태부족해 사업 전환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을 발표하자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은 공황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하에서는 자동차산업 환경 변화와 전기동력자동차산업 현황 및 전망에 대해 분석해 본 후 자동차 부품업계의 탄소중립 대응 방향을 제시해 보기로 한다.
1. 자동차산업 환경 변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과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전후해 우리 자동차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듯했다. 수출과 해외생산 판매가 동시에 증가해 1980년대 일본 자동차산업의 성장세를 능가하는 초고속 성장세를 시현했다. 정부는 내연기관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자 전기동력차 보급에 적극 나섰다. 우리 정부는 2005년에 ‘1차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계획’을 발표하고, 2010년에 2차 계획을 발표했다. 인류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를 인식한지는 오래되었지만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환경회의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연합기본협약이 채택되어 1994년 발효되면서 범세계적인 관심사로 부상했다. 우리 정부가 2010년부터 전기동력차 보급에 적극 나섰으나 소비자와 완성차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전기차 모델이 조악했고 성능도 떨어졌으며, 구매보조금이나 충전하부구조도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전기동력차를 팔아 보았자 이익을 거두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높은 성장세와 클린디젤 붐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촉진했다. 그러나 2015년 디젤게이트가 터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015년은 근래 초미의 관심사인 탄소중립을 위해 세계 195개 당사국이 1997년에 채택한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고, 2020년부터 적용할 새로운 기후협약인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체결한 해다. 2016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언급되었다. 2016년은 우리 자동차산업에 대한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예산이 감소한 해이기도 하지만 인공지능(AI) 붐을 조성한 해다. 국내 업계는 자율주행자동차 개발과 상용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산업의 성장세는 한풀 꺾였다. 2017년에는 승승장구하던 우리 자동차업계의 중국 내 판매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사드 사태로 인한 일시적인 판매 감소로 치부했으나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판매가 감소했다. 이러한 가운데 2018년부터 세계 자동차 수요는 2년째 감소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2020년에 세계 수요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했던 복병을 만났다. 세계 자동차 수요는 중국의 빠른 수요 회복에 힘입어 V자 회복을 보였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 공급차질이라는 공급망 단절의 망령이 또다시 우리 자동차업계를 엄습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 할까?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전력난으로 인해 부품 소재의 공급이 차질을 빚고, 중국 정부가 희토류를 포함해 광물 수출을 통제하면서 전산업에 걸쳐 글로벌 공급망이 마비되고 있다. 자동차산업 환경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Uncertainty)하고, 변동성(Volatility)도 높아가고 있다. 또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복잡성(Complexity)이 심화하고 산업 경계도 무너지고(Ambiguity) 있다. 이러한 환경을 미국 학자들은 소위 VUCA로 요약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이 위기에 빠진 1980년대 중반에 논의된 VUCA는 세계 자동차 수요가 감소세로 돌아서기 1년 전인 2017년에 다시 논의된 바 있다. 미국 경제를 비롯한 세계 경제 환경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업체들은 산업환경 변화에 민첩히 대응하기 위해 인력, 투자, 조직 구조 등을 바꾸고 있다. 주요국 정부는 전기동력차 구매 보조금과 지원 하부구조 구축 및 배터리와 반도체 생산 기반 구축을 위해 대규모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주요국 정부는 해외로 나갔던 자국 기업의 U턴과 자국 내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은 2012년부터 확장을 멈추고 지역공급망(Regional Supply Chain)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내 자동차산업이 고속 성장을 달성하자, 이러한 공급망 변화와 전기동력 자율주행자동차(이하 미래차)산업 생태계에 대한 점검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중국은 전기동력차 분야에서 세계 최대의 생산국이자 시장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전기동력차 수출국이자 최고의 자율주행차 강국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EU도 디젤게이트에서 벗어나 전기동력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세계 최강의 부품산업 생태계를 조성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업계는 내연기관차시대가 지속될 줄 알았고, 대부분 전문가들도 전기동력시대의 도래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산학연관 모두가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어서 미래차의 주요 부품인 전기전자(이하 전장) 부품산업 기반도 강한 것으로 평가해 왔다. 외국 전문가들의 평가도 그랬다. 그런데 2018년 미국 정부가 자동차산업의 공급망 정보 제출을 요구하면서, 특히 전장부품산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국내 관련 기업을 조사한 결과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나왔다. 전체 부품업체 중 미래차 전장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3%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다행히 산학연관이 대응책을 마련함으로써 국내 부품산업이 위기로 치닫치 않도록 보호막을 쳤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지만, 경쟁국의 미래차산업 현황을 살펴보고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5,700개 부품업체 중 1,200개 이상이 친환경차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준비를 하였고, 독일 자동차산업은 2019년 기준으로 세계 최대인 12만 6,400명의 자동차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미국의 친환경 자동차 인력은 27만 4,000명으로 한 해 만에 2만 명 이상이 증가했다. 국내에서 미래차를 바퀴 위의 컴퓨터로 평가하고 있는 사이 선진국 자동차산업은 소프트웨어 기반 부품(Software based parts)으로 조립한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로 진화하고 있었다. 급히 차량용 소프트웨어 인력을 조사한 결과 국내 인력은 1,000여 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했다. 소프트웨어 강국인 미국의 관련 인력이 최소 2만 3,000명을 넘어섰고, GM, 포드, VW의 소프트웨어 인력이 4,000명을 넘어선 것에 비교하면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전자산업의 붕괴로 인해 미래차산업의 경쟁력이 미국과 EU에 밀리고 있는 일본의 도요타는 2013년부터 5년간 독일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1차 공급업체의 1/3 이상을 소프트웨어 기반 부품업체로 바꾸어 놓았다. 도요타는 최근 3,000명에 달하고 있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인력을 1만 8,000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전동화, 전장화뿐 아니라 디지털화를 위해 전문인력을 경쟁적으로 육성하고 있으나, 우리는 공급부족 뿐 아니라 재교육훈련 시스템도 부재한 실정이다.
이처럼 자동차산업의 역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현실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전기동력차 준비도가 높고, 자율주행차의 종합 경쟁력도 세계 6위로 평가되고 있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대차가 미래차 종합경쟁력 평가에서 도요타를 앞서 숙원을 푼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래차 핵심부품인 전장부품 기반이 취약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산학연관이 합심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장부품산업 기반 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2. 전기동력차산업 현황과 전망
코로나19는 전기동력차의 수요를 촉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친환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요국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인지 우리 부품업계가 아직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완전 자율주행자동차(레벨 5)의 상용화 시기는 지연되고 있다. 기술의 성숙도와 소비자들의 수용성이 낮고, 하부구조와 관련 법 제도도 미비하기 때문이다. 2020년 세계 전기차 수요는 324만 대를 기록했다. 차종별로는 전기동력 3대 모델인 배터리 전기차(B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와 수소전기차(FCEV)의 수요가 하이브리드 카(HEV) 수요를 추월했다. 2020년 말 현재 전기동력 3대 모델의 전 세계 보급 대수는 1,100만 대를 기록했다. 2021년 상반기 세계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29%가 증가했으나, 전기 대비 6%가 감소했다. 금년 세계 경자동차 판매는 반도체 공급 차질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대의 완성차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전년 대비 6.5% 증가한 8,200만 대가 예상된다. 세계 전기차 수요는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한 600만 대 전후를 기록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7.5%에 달할 전망이다. EU가 구매 보조금을 증액했고 중국과 미국 정부가 전기동력차 보급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기동력차 판매는 EU 시장에서 신차 판매의 10%를 넘어섰고, 중국 시장 판매도 2021년에 300만 대에 달할 전망이다. 금년에는 세계 시장에서 BEV 판매가 PHEV 판매를 추월할 예상이다. PwC는 2025년 전기동력차 중 80%를 BEV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2025년 전세계 전기동력차 보급 대수는 5,400만 대로 전체 보급 대수의 4%를 상회할 전망이다.
자동차 공급을 제약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은 2023년 하반기부터 안정화할 예상이다. 이에 따라 세계 자동차 수요도 2024년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7년 수준으로 회복할 전망이다. 그러나 내연기관 자동차 수요는 지속해서 감소하고 전기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전기동력차 수요는 중형 모델에서 내연기관차와 전기동력차의 가격이 동등해지는 2025년 이후 급증할 전망이다. 노르웨이를 비롯한 다수의 국가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거나 도심지 진입을 제한하면서 전기동력차 수요를 촉진할 예상이다. 배터리 수급과 관련해서는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생산 능력이 2030년 1,000GWh로 증가할 예정이며,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배터리 생산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서 공급 부족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충전 하부구조의 확충과 충전 성능 향상도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다. 주요국 정부는 민간 충전업체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정유업체 등 대기업들의 충전사업에 진출하고 배터리 교환과 무선 충전 등 충전 방식의 다양화가 이루어지면서 충전의 불편함도 점차 해소될 전망이다.
우려되는 점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 믹스와 수소 생성과 운송의 문제다. 주요 자동차 생산국 중 독일은 탈원전을 선언했지만, 프랑스, 미국과 중국은 원자력 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수소 생성 비용의 절감을 위한 기술개발도 가속화하고 있지만 높은 수소 충전소 구축 비용과 효율적인 배송을 위한 파이프라인 구축 비용이 FCEV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도요타와 현대가 수소 승용차 생산을 주도하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상용차 생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존의 완성차업체와 벤처기업들이 수소 상용차 및 특장차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모델 수에서 승용차를 압도하고 있다.
주요국 정부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기동력차 보급을 촉진하고 소비자들의 전기동력차 선호도가 증가하는 한편 가격 하락과 모델 수가 다양화하면서 전기동력차 수요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2025년 전 세계 전기 경자동차(Light vehicle) 판매는 1,200만 대에 달해 신차시장의 16%를 차지할 전망이다. 국가별로는 EU 27%, 중국 19%, 미국 6%, 일본 5%를 기록할 예상이다. 전기동력차 수요는 2030년에 3,000만 대에 달할 전망이며, BEV와 PHEV가 2,850만 대, FCEV가 150만 대를 기록할 예상이다. 중국 정부는 2030년에 자국 내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신에너지와 청정에너지차의 비중이 40%에 달할 것으로 내다 보았다. EU의 전기차 수요는 2030년에 신차 판매의 50%에 육박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동력차 판매 비중을 50%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수립했으나, 현실적으로는 35%~40%에 달할 예상이다. 전 세계 FCEV 판매는 2030년 이후 점증해 2040년에는 500만 대에 달할 전망이다. IDTechEx는 2042년 FCEV 세계 시장 규모를 1,60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FCEV 매출 중 60.3%를 승용차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즉 FCEV 초기 시장에서는 상용차 판매가 주류를 이루겠지만 승용차 판매가 점증할 예상이다. HEV 수요는 일본 도요타가 2030년 60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일본, 우리나라와 중국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완성차업체가 HEV 생산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예상이다. 또한 EU가 2035년부터 HEV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어서 HEV가 전기동력차 수요를 재추월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HEV 판매를 촉진하고 있지만,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체별 전기동력차 판매를 전망해 보면 금년 100만 대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는 테슬라가 2030년에 2,0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GM과 폭스바겐은 2025년에 테슬라를 추월하기 위해 전력 질주하고 있다. 맥킨지 컨설팅은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2030년 전세계 승용신차의 75%를 전기차가 차지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시장의 경우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해 2030년까지 7,000만 대의 전기동력차 보급이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 완성차업체들은 2035년까지 판매 전 차종의 전동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본과 우리 업체들도 2040년까지 판매 전 차종의 전동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전기동력차와 자율주행차 보급 확산에 따라 2030년 부품 수요의 52%를 배터리, 전기 드라이브(모터 등)와 라이다와 레이더 등의 센서를 포함한 전장부품이 차지할 전망이다. 반면 내연기관차 엔진, 변속기, 연료 및 배기계 부품 비중은 11%로 감소해 수요가 2019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 NDC 감축 목표를 40%로 상향 조정했다. 국내 전기동력차(BEV, PHEV, HEV) 보급 목표도 385만 대에서 45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2030년에는 국내 신차 판매의 40% 이상을 전기동력차가 차지할 전망이다. 이는 세계 신차시장 판매에서 차지하는 전기동력차 비중보다는 높으나 EU 판매 비중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탄소중립과 내연기관차 판매 축소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자동차산업의 해외 시장 의존도가 75%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시장국 정부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거나 통행을 제한하고 있고 탄소세 등을 부과해 내연기관차 판매를 억제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3. 자동차 부품기업의 대응 방향
□ 미래차 공급망 및 신 생태계 조성 참여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2050 탄소중립 달성은 범세계적인 과제로 정립되었다. 우리 정부도 2008년부터 탄소중립 개념을 도입해 목표 달성에 적극 매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2020년 12월에 발표한 탄소중립 3대 정책 방향에 따른 10대 과제인‘미래 모빌리티로 전환’, ‘에너지 전환 가속화’, ‘신유망산업 육성’, ‘혁신생태계 저변 구축’, ‘순환경제 활성화’의 5대 과제가 수송부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산업 활동과 자동차 운행 등이 감소하면서 수송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러한 감소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송부문의 전동화 가속화가 불가피하다. 미래차로의 전환은 전동화와 함께 자율주행화와 공유 차량의 보급 확산과도 관련이 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교통정체와 주차구역을 찾기 위한 이동 거리를 대폭 축소해 공해 배출을 저감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유경제가 후퇴해 공유차량 수요가 감소했지만, 사태가 해결되면 자가용 수요를 축소해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ESS 활용과 희토류 금속 회수 등을 통해 순환경제도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자원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미래차 공급기반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서다.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재생에너지 공급도 원활히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탈화석연료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경우 전기차가 전주기평가(LCA)에서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신 유망산업과 관련해서는 전기차가 부품 수와 공정 수가 적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전기차 보급 확산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배터리 재활용과 충전 하부구조 및 관리 등 서비스산업에서 새로운 고용 창출로 고용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내연기관차산업에서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성과를 달성했지만, 내연기관 부품업체의 사업 전환 등을 통해 새로운 혁신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부품 및 서비스산업이 미래차산업의 성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부품 공급망과 생태계 경쟁력이 저하될 경우 국내 투자를 구축할 것이기 때문이다.
□ 미래차 관련 인력 확보와 연구개발 투자 확대
전기차 핵심 부품인 전장부품산업의 안정적인 공급망과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소위 Big 3 전략이 요구된다. 즉 대형 공동연구개발 과제의 기획, 대형 지원센터의 구축과 다학제 인력의 대규모 양성이다. 미래차의 핵심 부품 중 국산화가 필요한 분야에 대해 기본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1975년 국내 자동차산업의 기반 조성 시기에 핵심 부품의 중복투자를 방지하면서 국산화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에서 ‘계열화 촉진법’을 도입한 사례가 있는데,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선진국과 중국은 정부 주도로 대형 연구개발 과제를 부품과 소재 분야에서 추진 중이고, 미국과 독일은 대형 제조혁신센터, 데이터센터와 혁신 커뮤니티 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과 지원 하부구조 운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 즉 전문 인력의 양성이 중요하다. 선진국 자동차업체들이 조기 및 명예퇴직, 재교육훈련을 통한 전환배치와 신규 인력 채용을 통해 내부 인력 구조를 바꾸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업체에는 꿈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아직까지 노사간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의 디지털화로 인한 임금 격차 확대를 예방할 수 있는 전략도 필요하지만, 우수 인력을 채용해 미래차로의 순조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새로운 임금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낮은 임금체계와 취약한 혁신기반으로 우수 인력을 채용할 수 없는 중소 공급업체에는 정부가 전문가 풀을 구성하고 임금을 일정 비율 지원하면서 프로젝트별로 전문가를 파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결국 전문인력을 적재적소에 적기에 배치할 수 시스템과 선택과 집중형의 연구개발 투자가 시급한 과제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재교육훈련은 매우 부진한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내연기관자동차의 후발주자인 관계로 노사 모두가 재교육훈련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자동차산업의 낮은 생산성도 이러한 재교육훈련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내 미래형 자동차 산업인력 수요는 연평균 22% 증가할 예상이며, 2030년까지 미래형자동차 분야의 기술 인력만 최소 2만 명 이상이 필요한 실정이다. 산학관의 맞춤형 인력 지원체계가 하루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 이업종 협업과 조기 사업 전환
주요국이 탄소중립을 추진하면서 우리나라는 벌써 이들 국가로부터 탄소 과다 배출국 오명을 쓰고 있다. EU는 우리나라의 석탄화력 발전소를 문제 삼고 있으며, 철강업체에 대해 탄소세(탄소국경조정제도 적용) 부과를 예고했다. 주요 국가의 탄소중립 노력이 강화될수록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자동차 업계에는 압박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산업은 생산공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으나, 선진국 자동차업체들은 향후 2~3년 내에 제조 공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공급하는 등 무탄소 공정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완성차업체들을 포함한 대기업들은 공급업체가 탄소중립에 적극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쐐기돌(Keystone)이라 할 수 있는 국내 완성차업체의 전략을 충분히 수렴해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했다고 볼 수 있다. 완성차업체를 포함한 부품대기업들은 자력으로 사업 전환이나 신규 사업에 진출하고 있으나, 중소 부품업체들은 투자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 전환과 관련한 정보마저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품업체에게 탄소중립 관련 정보를 시시각각 제공할 수 있는 정보 제공 포털이나 학습의 장을 한시적으로나마 운용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산업과 정보통신기술산업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이들 산업뿐 아니라 연관산업 내 기업간 협업이 확대되어야 한다. 국내 대기업들은 수소 얼라이언스(Alliance)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확대하고 있으나, 중소 공급업체들은 아직 협업에 대한 개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업종 기업간 협업을 중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전기동력차에 대한 갑론을박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최근 개최된 미국 자동차연구센터(CAR)의 컨퍼런스에서 왜곡된 정보와 소비자에 대한 교육과 홍보 부족이 수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이 어차피 맞을 매라면 빨리 맞고 가는 게 좋다. 탄소중립에 역행할 경우 우리 자동차 기업이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국 정부가 자동차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예산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는 전기차산업의 연관 산업 범위가 넓고 고용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전기동력화에 따라 완성차 조립과 내연기관 관련 부품산업에서의 고용 감소는 불가피하다. 선진국 연구를 분석해 볼 때 내연기관 관련 분야에서의 고용 감소를 미래차 관련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상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래차 관련 서비스산업에서의 고용 창출 효과를 정확히 추정하기 어려우나, 안전과 편의 부품 탑재 증가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와 소프트웨어 등 서비스 분야에서의 인력 수요는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끝으로 탄소중립으로 대규모 투자 부담에 직면해 있는 자동차산업과 연관산업인 철강산업에 대한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탄소중립 관련 연구개발 투자 지원 뿐 아니라 공정 개선을 위한 투자와 생산 제품 변경에 따른 설비 투자에 대한 투자 세액 공제도 요구된다. 기후위기는 이미 도래했고 우리가 탄소중립의 길에서 이탈할 경우 자동차산업은 물론 우리 산업 전체가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져 후대에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 없을 수 있다. 따라서 자동차산업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이해타산을 떠나 우리 자동차산업이 탄소중립의 길로 점진적이며 순탄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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