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와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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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와 시사점
강바다
산업연구원
⃞ 서론
중국 자동차 시장은 내수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여 연간 2,500만 대를 웃도는 세계 최대 시장이 되었다. 내수시장에 비해 자동차 수출 성적은 눈에 띄지 못해왔으나 최근 급격한 전기차 전환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자동차산업은 중국 내수시장에 국한되어 우리와 경쟁하였으나 앞으로 해외 수출 확대에 따라 우리 기업과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 고에서는 그간 중국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동향을 살펴보고 최근 급증한 중국 자동차 수출 특징과 배경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또한, 이를 통해 우리 산업에 시사점을 주고자 한다.
⃞ 중국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동향
중국은 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로 내수시장 위주의 빠른 양적 성장을 이뤘다. 2001년 자동차 생산량 233만 대에서 2004년 504만 대로 불과 3년 만에 2배 이상의 성장을 보였다. 내수시장의 양적 성장으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생산설비와 기술력이 축적되면서 중국은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의 품질·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수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2005년 중국 장링기차(江鈴氣車)의 SUV가 독일 자동차클럽(ADAC)이 주관하는 신차테스트에서 기준 이하의 안전성 평가를 받으면서 중국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었으며, 2006년 지리(吉利)의 미국 진출 등 여러 시도가 있었으나 안전 기준 등의 이유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안전, 품질, 브랜드 이미지, 성능 등의 제품 경쟁력에서 한계를 보인 결과였다.
이처럼 중국은 내수시장의 빠른 성장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 확대를 노렸으나 취약한 제품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대응하여 중국은 경제성이 보다 중요시되는 신흥국·저개발국가와 상용차·특수목적 차량 시장들을 중심으로 공략했다.
먼저,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러시아, 중동, 중남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해왔다. 2010년대 중국 자동차 수출은 러시아, 중동, 중남미 등 신흥국·저개발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들 시장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도국 인프라 투자와 연계하여 중국 상용차와 기타 차량 수요가 높은 편이다. 정치적으로 중국과 가까웠던 러시아는 2001년 ‘중국과 러시아 선린우호 협력 조약’ 체결, ‘상하이협력기구’ 창설, 2011년에는 ‘중국과 러시아 투자 협력 계획의 이행에 관한 양해 각서’에 서명하며 정치적·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쌓았다. 이는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경제성이 비교적 중요한 버스, 화물차, 특장차와 같은 상용차는 초기 중국 자동차산업의 주요 수출차종이었다. 중국 자동차산업에서 상용차 생산은 2010년 437만 대를 기록한 이후 400만 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용차가 중국 자동차산업의 수출을 주도했다. 2010년 자동차 차종별 수출액을 보면, 상용차 수출액은 43만 달러인데 비해 승용차 수출액은 18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러한 양상은 2010년대 중반까지도 지속됐다. 2015년 상용차 수출액은 76만 6천 달러로 전체 자동차 수출액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 이후로는 중국 자동차 수출액에서 상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했으나 2021년에는 93만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하며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최근 급증한 중국 자동차 수출 특징
중국은 연간 2,50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하며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자동차산업 선진국을 웃도는 생산량을 보이는데 반해 수출은 2012년 102만 대로 100만 대를 처음으로 넘어선 이후 100만대 수준에서 오랫동안 정체된 양상을 보여왔다. 그러나 2021년 중국 자동차 수출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한 214만 대를 기록했다.
2021년 중국 자동차 수출 증가 요인 중 하나는 주요 수출 지역이 유럽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표 2>를 보면, 대유럽 수출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중국 자동차산업 수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대유럽 수출은 2018년 66,835대에서 2021년 523,176대로 3년 만에 9배가량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유럽 내에서도 벨기에, 영국 등과 같은 선진국들이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중국의 대유럽 수출성과는 유의미한 결과로 해석된다.
또한 2018~2021년 중국의 차종별 수출 변화를 살펴보면, 신에너지차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2018년 14만 7천여 대에 불과했던 신에너지차 수출이 3년 만에 59만여 대로 증가하였다. 신에너지차 중 배터리 전기차(BEV)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도 2020년에 비해 2021년 2배 가까이 증가하며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신에너지차의 수출 대상국으로 영국, 독일, 프랑스가 상위권을 차지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자동차 선진 시장인 유럽 주요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 중국의 유럽 자동차 진출 확대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중국 자동차 수출 확대 배경
2021년 중국 자동차 수출의 확대는 제품 경쟁력과 전기차 경쟁력의 제고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은 적극적인 해외 M&A와 우수 인력 영입 등을 통해 축적해온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제품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왔고, 최근에는 경쟁력 있는 중국 독자 전기차와 자율주행시스템을 출시하는 등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에도 대응하고 있다. 그 결과, 니오(NIO, 蔚来) ES8와 링크앤코(Lynk & Co)의 컴팩트 SUV 01은 2021년 유로 NCAP(유럽 자동차 안전도 평가)에서 별 5개를 받으며 호평을 받았다. 또한, 유로 NCAP에서의 좋은 평가를 바탕으로 중국은 2022년 ‘유럽 올해의 자동차(European Car of The Year)’에 4개 차종을 후보로 출품하며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자동차 생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외자 합작사들은 본국 또는 지역별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있어 중국 내 생산물량을 수출할 유인이 적어 수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의 활성화된 전기차 생태계를 활용하여 외자 합작사들이 중국 내 생산 전기차를 해외에 수출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BYD, NIO, 리샹과 같은 로컬기업들은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당 로컬 기업들은 일찍부터 여러 지원과 꾸준한 핵심 기술향상 노력에 따라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었다.
로컬기업의 전기차 경쟁력은 기업별 중국 신에너지차 수출량으로도 알 수 있다. <표 4>를 보면, 신에너지차 수출 기업들의 상당수는 BYD, 창정기차, 체리기차 등 로컬기업이다. 특히, BYD는 9만 3천 대의 전기차를 수출했으며, 자국 내에서도 53만 대를 팔며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완성차 생산 경험이 없었던 스타트업들도 텐센트, 바이두와 같은 빅테크 기업과 금융기업의 투자를 받고 전기차 개발을 추진하여 중국 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도 진출하면서 중국 자동차산업의 수출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NIO, 리샹, 샤오핑 등이 대표적인 중국 스타트업으로 이들 업체는 자율주행을 포함한 소프트웨어와 첨단 기술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며 유럽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 시사점
중국 자동차산업은 글로벌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연계하여 해외진출을 더욱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자동차산업은 기술 변화 주기가 길고 비교적 복잡한 기술을 활용하여 신규 기업의 진입과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어려웠으나, 전동화, 자율주행화, 모빌리티서비스화 등 IT기술이 접목되면서 신규 기업의 자동차산업 진출이 용이해졌다. 이는 주요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던 자동차 시장에 비교적 역사가 짧은 중국 기업들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로컬기업과 스타트업들은 기존 중국 자동차기업들이 가진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신기술과 혁신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기존 중국 자동차기업들도 AI, 빅데이터, 통신기술 기업과 협력하여 미래차 관련 기술역량을 축적하고 있으며 선진 시장 진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내연기관차 부문에서 우리와 중국은 일부 개도국 시장과 중국 내수시장에서 제한적으로 경쟁해왔다.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양국의 경쟁 범위는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선진시장에서는 전동차, 자율주행시스템 등 미래차 부문에서 우리와 경쟁이 심화될 것이며, 기존 내연기관차는 전기차 전환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개도국을 중심으로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산업 전환기에 중국의 성장은 우리 자동차산업에 기회라는 관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술격차가 있던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산업의 경우 우리와 중국 간 산업협력은 수직적 분업을 통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나 다양한 기술이 연계되고 융합되는 미래차에서는 수평적 분업 형태의 협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고성장 분야를 활용하는 전략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센서 등의 단위부품 조달을 통해 모듈화된 모듈 단위 부품에서 경쟁 우위를 지니고 있어 중국 내 자율주행시스템 수요가 확산되면 우리 부품업체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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