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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시장 동향 및 BYD의 성장이 주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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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ICA
댓글 0건 조회 155회 작성일 22-10-13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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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시장 동향 및 BYD의 성장이 주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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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중 책임연구원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분석실

□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시장 자립 단계에 근접한 중국을 필두로 성장세가 지속
 수송 부문의 친환경화를 내세우는 주요국 정책과 그에 호응한 완성차 업계 전략의 영향으로 자동차 전동화가 대세로 자리 잡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정치·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배터리전기차(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아우르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22.1~7월 누적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BEV 383만대, PHEV 139만대로 합산 522만대인데 이는 ’21년 같은 기간의 313만대 대비 66.8% 증가한 것이다. 특히 BEV만 놓고 보면 증가율은 81.6%로 PHEV(36.1%), HEV(5.5%) 등 여타 전동화차의 성장세를 앞선다.
   전기차 시장 확대를 주도하는 것은 여전히 중국이다. ‘21.1~7월 사이 세계 전기차 수요의 43.3%, BEV 수요의 52.8%를 점유한 중국은 ‘22.1~7월 사이 세계 전기차 수요의 58.9%, BEV 수요의 63.1%를 점유하였다. 최근 전기차 산업 육성을 천명한 미국의 ’22.1~7월 간 전기차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54.9% 성장하였으나 판매량 증가분이 더 많은 중국의 영향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은 10.2%로 ‘21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한편 유럽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발생한 에너지난과 고공 행진하는 물가에 따른 실질구매력 감소 등으로 인해 ’22.1~7월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5%에 불과하였다. 때문에 같은 기간 유럽의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5.1%로 전년 동기 대비 14.8%p나 감소하였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매년 순차적으로 삭감해 왔고 ‘23년부터는 보조금 제도 폐지를 예고하고 있는데 이미 정부 보조금이 BEV 기준 12,600위안(약 250만원)으로 줄어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판매가 급증세임을 고려하면 보조금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요컨대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정책의 영향력이 감소한 반면 소비자의 자발적인 선택이 보다 주효해지고 있으며 이는 중국의 전기차 산업이 사실상 시장 자립형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현 시점에서 중국 전기차 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완성차 기업인 BYD의 현황과 그 성장 배경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크다.     

< 지역별 전기차(BEV+PHEV) 점유율 변화 및 ‘22년 지역별 전기차 판매량 (SNE Researc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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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D Auto는 종합 제조기업인 BYD의 자회사로 최근 중국 내 전기차 돌풍의 주역
 한국에 배터리 기업 내지는 완성차 기업으로 잘 알려진 BYD는 실제로는 종합 제조기업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모기업인 BYD(“Build Your Dreams”의 약어)는 1995년 중국의 소형 배터리 제조기업으로 출발하였으며, 현재는 자회사를 두고 배터리와 에너지 관련 장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가전제품, 반도체 등을 자체 생산한다. 그 중 반도체 부문인 BYD Semiconductor는 최근 차량용 MCU나 IGBT를 포함한 전력반도체의 생산도 앞두고 있어 자동차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동차 부문인 BYD Auto는 ‘03년 친촨자동차(秦川汽车)를 인수하여 완성차 제조를 개시한 후 내수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해왔다. 한때 중국 최고의 인기모델에 등극한 컴팩트카 F3을 포함하여 중대형 세단, MPV, SUV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중국 내수시장에서 연간 50만대(점유율 2~3%) 내외를 판매하였으며, 중국의 전기차 산업 육성정책에 부응하여 전기차 사업 비중을 지속 확대하였다. BYD Auto는 ‘08년 세계 최초 PHEV 승용차인 F3DM을 양산하는 등 전동화시대를 대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해왔으며 ’10년부터는 전기버스 생산에 본격 착수하여 관련 시장을 선점하였다. 전 세계 전기버스 판매의 90%를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으며 그 중 BYD의 점유율이 1위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바 있다. 
   BYD Auto는 최근 전기차(혹은 신에너지차, NEV)로의 완전한 전환을 선언하고, ‘22.3월부터 PHEV를 제외한 내연기관차의 생산을 공식적으로 중단하였다. 이러한 결정에는 전기차만으로 충분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뒷받침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실제로 BYD는 ‘22년에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에서 선두에 자리매김하였다. BEV와 PHEV를 합산할 경우 ‘22.1~7월 BYD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1% 급증한 80.6만대로 세계 1위이며, BEV만을 놓고 보아도 41만대를 판매하여 Tesla(62.9만대)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실적의 배경에서 기본적으로 중국의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였다는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제품 측면에서 볼 때 최근 전기차 라인업을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여타 레거시 기업들과 달리 일찍이 시티카, 세단, 크로스오버, MPV, SUV 등 풀 라인업을 갖추고 양산에 집중한 것이 BYD의 판매량 증대에 주효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 ‘22.1~7월 글로벌 전기차(BEV+PHEV) 판매량 (SNE Researc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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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대중화에 필요한 기반을 전방위적으로 구축해온 것이 BYD 전략의 큰 특징
  사업 전략 측면에서 바라보면 BYD는 과시적 혁신보다는 최종 소비자 지향의 조용한 혁신에 중점을 두고 배터리, 부품, 자율주행 등 전기차 대중화에 필요한 기반을 전방위적으로 구축해온 특징이 두드러진다. 
   우선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구동 배터리 부문에서 BYD는 안전성·저비용을 무기로 하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기반 ‘Blade Battery’를 개발하고, CTP, CTB 등 진일보한 배터리 패키징 기술로 충분한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하였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LFP 배터리 특성상 주행가능거리 확보를 위해 차량 중량이 다소 증가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였다. 다음으로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보면 BYD는 구동 모터, 인버터, OBC 등의 주요 부품과 PHEV에 탑재되는 엔진 등을 자체 생산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특히 ‘00년에는 부품사인 ‘Pindreams’를 설립하여 타사에도 부품을 판매하며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추가적인 수익원이 되는 동시에 자사 완성차의 제조원가를 낮추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여전히 미완의 영역인 자율주행 부문에서 BYD는 높은 투자비가 발생하는 선도적 연구보다는 Nvidia나 Baidu 등 유력 기업과의 협력으로 R&D 동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의 프리미엄 전기차 기업인 Nio나 Xpeng이 Tesla와 견줄 혁신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BYD는 현재의 업계 표준(예.SAE Lv.2. 수준)의 ADAS를 충실히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주류 소비층에 소구할 수 있는 높은 상품성과 오프라인 판매망 확보에 집중하는 것도 BYD 전략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BYD는 그간의 완성차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낮은 판매가격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품질과 상품성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소위 가성비(value for money)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이는 ‘22년에 공개된 중국 JD Power 평가의 전기차 신차 품질 및 상품성 지수에서도 잘 드러난다(아래 표 참고). 한편 BYD는 많은 신규 전기차 기업이 시도 중인 온라인 신차 판매방식보다는 오프라인 판매에 중점을 두고 전통적인 형태의 매장을 운영하며 전기차에 익숙치 않은 소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 BYD 관련 ‘22년 중국 JD Power 주요 결과 요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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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는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는 한편 주요 완성차 기업과의 협력 범위를 확장
   중국에서 인기를 끈 BYD의 전기차는 주요 모델에 Song(宋), Tang(唐), Han(漢) 등 중국 왕조의 이름을 차용하는 등 현지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모델을 출시해왔다. 그랬던 BYD가 최근 전기차인 ‘Ocean’ 시리즈를 통해 중국색을 줄이고 글로벌 지향의 사업 전개를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BYD는 성공적인 전기버스 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22년에 인도 8개 도시에서 전기 승용차 판매를 시작하였으며, 브라질, 호주, 일본, 독일에도 전기 승용차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ASEAN 지역 내 전기차 제조 허브를 꿈꾸는 태국 정부의 야심에 발맞추어 태국에 전기차 생산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며 향후 ASEAN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를 유럽 등지로 수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동시에 BYD는 주요 완성차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자사 부품 공급을 확대하고 위탁생산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먼저 BYD는 ‘22.8월부터 Tesla 독일 공장인 Giga Berlin에서 생산되는 Model Y에 배터리를 납품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현지 배터리 생산, 나아가 현지 완성차 생산을 고려한 전략으로 판단된다.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한 배터리 법안‘ 등을 구상하며 배터리의 생산·활용·폐기 등 전 주기 기반을 유럽 내에 구축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BYD가 Tesla에 배터리를 계속 납품하기 위해 유럽 내에 배터리 제조 공장을 신설할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기 때문이다. 만약 유럽 내에 BYD가 배터리 공장을 신설할 경우 생산 물량을 BYD의 유럽 현지 완성차 생산에 활용할 개연성도 크다.  
   한편 Toyota가 출시 예정인 전기차 신모델 BZ3가 BYD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생산될 것임이 알려진 바 있다. BZ3는 중국 시장을 우선하여 개발된 모델로서 BYD와의 협력은 최근 전기차 가격 경쟁이 격화되는 중국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Toyota의 전략적 선택으로 여겨진다. 흥미로운 부분은 Toyota와의 협력이 성과를 거둔 이후이다. 많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부품을 자체 조달하는 종합 자동차 기업인 BYD가 중장기적으로 저비용 전기차의 위탁 생산자(OEM/ODM)로 거듭나거나, 여타 완성차 기업과의 공동개발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BYD의 Blade Battery(左), BYD와의 협력으로 생산될 Toyota의 BZ3(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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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BYD의 성패를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BYD의 성장은 그 자체로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여는 새로운 동력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BYD의 성패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원가 우위 유지라는 큰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BYD의 브랜드 이미지는 중국 외 승용 전기차 시장에서 검증된 바 없으므로,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다방면의 도전 과제가 BYD에 주어질 것이다. 게다가 최근 주요국이 자국 중심의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위해 탈(脫)중국 여건을 조성하는 가운데 BYD가 주요국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출 경우 현존 제조원가 우위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EU가 추진 중인 지속가능한 배터리 구상 등은 전기차 제조에 있어 공급망 활용에 제약을 가져와 단기적으로 개별 기업의 원가 경쟁력을 제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대중화라는 과제에 있어 BYD의 사례는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최근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생산 비용 하락이 예상보다 지연됨에 따라 전기차를 프리미엄 차종으로 포지셔닝하고 신기술을 대거 적용하면서 전기차 특유의 가치를 심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 왔다. 대표적으로 Tesla는 가칭 ‘Model 2’로 불리어온 보급형 전기차의 개발을 후 순위로 미루고 중․고가 제품에 집중하고 있으며, 여타 완성차 기업도 앞다투어 고급 전기차 출시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소비자는 그러한 신기술 일변도의 전기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나 기술 확산 단계의 관점에서 향후 전기차 시장의 확대 양상이 이전과는 달라질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아래 그림 참고). 불과 몇 년 내에 국내외 전기차 시장은 신기술 애호가가 아닌 대중적인 수요층을 맞이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며, 그러한 시점에서 전기차의 기술적 특장점 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지 못할 수 있다. 다른 시장에 앞서 이미 주류 소비자를 맞이한 중국 시장에서의 BYD의 성공 사례는 전기차 대중화의 새 장을 열기 위해 안정적인 부품 공급 기반, 내연기관차에 비견할 높은 경제성, 완성도 있는 사용 경험이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기술 확산 모형으로 바라본 현재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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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TP은 Cell-To-Pack, CTB는 Cell-To-Body의 약어로 이는 배터리 셀 수준에서 에너지 밀도를 높이지 않고서도 보다 큰 용량의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하는 기술임
2) 예컨대 BYD는 Nvidia의 자율주행 연산 아키텍처인 ‘Drive Hyperion’을 ‘23년 상반기부터 적용할 예정
3) ‘22년 조사에 의하면 BYD는 첨단기술 경험지수(TXI)에서는 상위권에 포함되지 못했으나 신에너지차(NEV)의 신차 품질 및 상품성을 평가하는 NEV-IQS, NEV-APEAL에서 양호한 결과를 획득함
4) CNBC, “Chinese electric car giant BYD plans to build a factory in Thailand”, 2022.9,8,  
5)  ‘22.2월 BYD가 자사 완성차에 사용할 브랜드 로고를 개편한 것도 이러한 노력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판단됨 
6)  예컨대 ‘22.1~7월 전기차 침투율(penetration rate)을 기준으로 이미 주류 소비자층(majority)을 맞이한 서유럽 지역에서 최근 전기차 판매량 증가세가 둔화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