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및 개인맞춤화에 따른 제조환경의 변화와 인공지능 적용 과제
페이지 정보

본문
전동화 및 개인맞춤화에 따른 제조환경의 변화와 인공지능 적용 과제
동국대학교 산업시스템공학과 전성범 교수
전동화 및 개인맞춤화로의 전환은 왜 제조업의 지각변동을 가져오는가
전기차의 확산은 단순히 자동차의 구동 방식을 바꾸는 기술적 변화에 머물지 않는다. 내연기관에서 전기 모터로의 전환은 차량의 구조, 필요한 부품 수, 조립 공정, 나아가 공급망과 공장 운영 방식까지 자동차 제조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특히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적은 부품 수로 인해 공급망 복잡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예측하지 못한 변동성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단순한 비용 효율성 경쟁에서 벗어나, [그림 1]과 같은 맞춤형 대량생산(mass customization)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의 수요를 예측해 생산하던 기존 방식에서, 점차 고객의 주문에 맞춰 생산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이러한 전동화 및 개인맞춤화의 흐름에 따라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대량생산 라인에 기반한 전통적 생산체계와 공급망 관리 시스템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라인(Line) 생산에서 셀(Cell) 생산으로
전통적 자동차 제조는 헨리 포드 이후 확립된 컨베이어 기반의 라인 생산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유사한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소품종 대량생산에는 최적화되어 있었지만, 급변하는 소비자 수요와 다양성을 충족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반해 전기차 전환과 함께 확산되는 것은 [그림 2]와 같은 셀 기반 생산 체계다. 예를 들어 영국의 Arrival이 선보였던 마이크로팩토리(Micro-factory)나 현대자동차의 싱가포르 혁신센터(HMGICS)는 컨베이어 벨트를 과감히 제거하고, 20m 크기의 모듈화된 셀을 격자형으로 배치하여 다양한 모델을 동시에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셀 기반 생산의 가장 큰 특징은 유연성이다. 특정 셀에서 고객 맞춤형 옵션을 처리하거나, 새로운 모델을 신속히 투입할 수 있다. 이는 전기차와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시장 환경에서 큰 장점이다. 반면 셀 간 부품 이송과 공정 간 동기화라는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주행 물류로봇과 인공지능 기반 스케줄링 기술이 필요하다.
자율주행 물류로봇과 공장 자동화
셀 기반 생산은 일정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라인 생산과 달리, 부품과 완성품이 다양한 경로로 이동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림 3]과 같이 기존의 무인물류장비인 AGV(Automated Guided Vehicle)는 바닥에 설치된 선이나 마커에 종속되어, 레이아웃 변경 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장애물 회피 능력도 떨어진다는 한계를 갖는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AMR(Autonomous Mobile Robot, 자율주행 물류로봇)이다. AMR은 카메라와 센서, AI 기반 경로 탐색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유롭게 움직이며, 장애물을 우회하고 셀 간 부품 이송을 효율적으로 수행한다.
물론 AMR 또한 배터리 용량 한계, 적재 하중 부족, 경로 충돌 문제와 같은 단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디지털트윈 기반의 시뮬레이션과 운영 최적화 기술이 도입되면서, 로봇 간 충돌을 최소화하고 운용 효율을 극대화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한계가 보완된다면 AMR은 향후 전기차 제조공정의 핵심 물류 인프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팩토리와 디지털 트윈의 부상
전기차 생산의 또 다른 변화는 생산 정보시스템의 고도화다. 산업용 사물인터넷 센서를 통해 공장 곳곳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과 연결되고, PLM(제품 생애주기 관리), ERP(전사 자원 관리), MES(생산 실행 시스템), SCM(공급망 관리)이 유기적으로 통합된다.
이러한 통합적 연결을 통해 구현되는 것이 바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 공간에 실제 공장의 쌍둥이를 만들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게 한다. 특히 다양한 시나리오를 디지털 트윈 환경 내에서 시험해봄으로써, WHAT-IF 분석을 통해 설비 가동률이나 생산 계획을 사전에 검증하고 돌발 상황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는 이러한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네바다 공장에서는 센서 기반 데이터와 AI 제어 시스템을 결합하여 연간 17,000MWh에 달하는 에너지를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친환경 및 지속가능한 제조라는 사회적 요구에도 부합하는 중요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적용과 해석가능성
인공지능은 자동차 제조의 다양한 단계에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전기차 생산에서는 변동성이 크고 고객 맞춤형 옵션이 많아 생산 일정계획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지도학습 기반의 기계학습 모델은 최적 스케줄을 빠르게 산출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반면 강화학습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학습한다.
추가적으로 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분석은 부품의 치수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불량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센서 데이터를 통해 설비 이상을 조기에 감지하여 고장을 예방하는 예방적 유지보수도 가능하다.
그러나 제조업에 인공지능을 성공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자가 모델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설명력(Explainability)과 해석력(Interpretability)이 동반되어야 한다. 딥러닝이나 LLM(대규모언어모델)과 같은 블랙박스 모델은 높은 성능에도 불구하고 전문지식 없이는 의사결정 과정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장 적용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규칙 기반 학습, 의사결정나무 등 해석력이 뛰어난 화이트박스 모델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관리자가 공정 지연이나 품질 문제의 원인을 납득할 수 있게 한다.
제조와 인공지능의 시너지
전기차 제조 전환이 가져오는 기회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많다.
-블랙박스 문제: 고도화된 딥러닝 모델은 낮은 해석력으로 인해 현장 적용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공급망 리스크: 배터리,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공급 불안정이 생산 안정성에 큰 위협이 된다.
-데이터 품질과 사일로 현상: 정보시스템 간 데이터 연계가 불완전하면 디지털 전환의 효과가 반감된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계와 산업계는 해석 가능한 인공지능, 글로벌 공급망 협력 체계 강화, 데이터 품질 개선 등에 힘써야 한다.
전동화 및 고객맞춤화는 단순한 친환경 기술의 확산이나 고객 요구의 확대가 아니라, 제조 패러다임 전환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컨베이어 기반 라인 생산에서 셀 기반 유연생산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경험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으로의 전환은 자동차 제조업의 근본적 변화를 상징한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생산의 두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향후 전기차 제조 경쟁력은 단순한 생산 속도나 원가 절감이 아니라, 얼마나 지능적이고 유연한 공장을 구축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 다음글자동차부품 제조 혁신을 위한 AI의 필요성 2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