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시장 침체가 부품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전병창 전무이사/ (주)비엠알컨설팅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의 여파로 세계 자동차시장의 급속한 수요 감소로 이어져 상당수 부품기업의 붕괴 및 산업 내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세계 자동차생산은 2008년 6500만대에서 2009년 5500만대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완성차업체는 기존 보유차량의 재고조정, 공장폐쇄를 포함한 비효율자산의 정리, 인원감축 및 부품통합을 통한 비용절감으로 가격경쟁력 확보에 최우선의 노력을 경주하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산업 내·외로부터의 위협은 미국의 빅3를 포함하여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의 생산 감축으로 이어져 부품기업의 공급물량 축소, 플랫폼기반 구매 확대로 인한 거래부품기업 수의 감축 및 가격인하 요구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전망은 지난 2008년 12월, 독일의 컨설팅기관인 롤랜드버거사와 미국의 서플라이어 비즈니스사가 공동으로 150개 글로벌 자동차부품기업의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와도 일치하는 전망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위에 언급한 설문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세계 자동차시장 침체가 부품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완성차업계의 가격인하 요구 및 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의 압박으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
자동차시장 전문예측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2009년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북미 27% 및 유럽 21%의 감소를 예상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향후 3∼4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부품업계에서는 북미와 유럽시장에서의 생산 감축을 최대의 도전과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위협은 1차 부품업계보다는 2차 및 3차 부품업계에 더욱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미국자동차부품제조협회(MEMA)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 4/4분기 미국 빅3의 월간 평균 부품 구매금액이 84억 달러에서 2009년 3월, 24억 달러로 급격히 감소하였을 뿐 아니라 지불조건 또한 납품 후 2개월이 경과한 후 지불하는 등 부품업계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이러한 위기에 대한 완성차 및 부품기업의 대응능력은 매우 취약한 것으로 조사되었고, 특히 신용경색으로 인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70% 이상의 대다수 부품기업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상당수 부품기업의 도산 및 인수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기업과 완성차업계와의 긴장 고조
자동차시장의 침체는 완성차업계와 부품기업 간의 갈등을 부추겨 거래관계상 긴장이 고조될 전망이다. 특히, 급속한 수주물량 감소와 추가 가격인하 요구는 부품기업의 설비 가동률 저하 및 감가상각비 회수 불투명으로 이어져 부품기업에 대한 보상 문제가 첨예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대다수의 완성차업체가 지급능력의 한계에 봉착하여 부품기업에 대한 연구개발비 및 금형비 지불 등과 관련된 갈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GM에 알루미늄 성형제품을 공급하는 알레리스(Aleris)사가 물량보장의 실패 및 지불조건 변경을 이유로 미국 법원에 GM과의 장기 공급계약 파기를 요청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부품산업 내 구조조정의 가속화
위기의 정도가 심대하여 미국자동차부품협회(OESA)와 유럽자동차부품공업협회(CLEPA)의 전망에 따르면 북미 부품기업의 20%∼25%와 500여개의 유럽 부품기업의 도산이 예상된다.
특히 대형부품기업보다는 중·소 부품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어,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 등 상당한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는 부품공급기반이 먼저 붕괴된 다음 수년 후 축소된 형태로 하향 안정되고 완성차업계 및 대형 부품기업이 구매처를 재조정하면 공급사슬이 안정화되고 수급균형이 이루어지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조정기간 동안 부품기업의 도산은 지속될 것이며 자금력이 취약한 사모펀드에 의한 인수보다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한 보쉬(Bosch), 마그나(Magna) 및 존슨컨트롤스(Johnson Controls) 등과 같은 전략적 투자자의 인수합병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린(Green)기술이 핵심이슈이나 혁신의 속도는 지체될 전망
향후 자동차산업에서의 혁신기술은 배출가스처리, 하이브리드와 관련 파워트레인 기술 등과 같은 '그린(Green)기술'이 중심이 될 전망이며 성능관련 기술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이브리드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여 2011년 전체 자동차 수요의 5% 이상을 점할 것으로 예상되며 부품기업의 연구개발투자는 2008년 대비 소폭 감소하여 신기술도입 부품의 적용이 다소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존 부품의 통합은 가속화되는 한편 청정디젤, 전기 및 수소를 이용한 추진시스템으로의 제품유형 확산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구동차축과 같이 성숙된 시스템과 성숙된 프로세스를 갖는 사업유형에서보다는 전기구동장치와 같은 첨단시스템의 첨단 프로세스를 지향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화는 지속되나 추세는 다소 누그러질 전망
저임금 국가로의 생산기반 이전을 서둘렀던 글로벌 부품기업의 경우 금융위기로 인한 선 구조조정 필요성으로 인해 향후 수 년간 글로벌소싱이 다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재무부의 '미국 재투자 및 회생법'(The America Reinvestment and Recovery Act)에 의한 자동차산업 자금지원의 경우 '바이 아메리칸' 조항 적용 및 프랑스 정부의 자동차업계에 대한 지원 시 타국으로의 생산시설이전 제한조건 사례 등 자국 내 고용유지 및 산업회생을 전제로 정부지원을 행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해외로부터의 부품공급 기회는 다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저임금 국가에 대한 부품공급기지 활용기회는 글로벌 부품기업의 전략적 과제로서 인도, 중국 및 동구권 국가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향후 5년 이내 BRICs 소재 부품기업이 글로벌 공급기반으로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세계 자동차시장은 유래없는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어 가까운 장래에 7000만대에 근접한 시장으로의 회귀가 예상되진 않지만 자동차산업 내 생산 감축에 따른 재고소진, 구조조정 노력, 주택경기 및 소비심리의 점진적 회복, BRICs시장에서의 수요증가, 신기술 신제품에 대한 수요 등 긍정적 요인들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어 부품업계의 끊임없는 준비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최우선과제로서 경비절감은 물론, 기존 생산시설의 구조조정 및 연구개발투자의 효율성 제고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위기의 근본이 구조적임을 인지하여 제품혁신(특히, 소형차 및 고연비차량관련 기술), 유연생산시스템 및 고객기반의 다각화에 힘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의 신차수요 감소는 기존 차량의 유지보수를 위한 After Market 수요를 촉진하게 되므로 보수용 부품시장에서 부품기업의 기회창출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