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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도 세계 자동차산업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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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ICA
댓글 0건 조회 734회 작성일 07-01-3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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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희/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원

올해 세계 자동차산업은 본격적으로 격변기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업체인 도요타가 처음으로 전 세계 판매 1위에 오르고, 탄탄한 자국 시장과 막대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업체들의 성장이 지속되는 등 아시아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약진할 전망이다. 이는 자동차산업이 태동한 이래 100년간 이어져온 구미업체 중심의 업계 판도가 바뀌기 시작하는 전주곡이라 할 수 있다. 즉, 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미국과 서유럽에서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자동차산업 수요 측면에서는 선진시장의 판매 감소세와 신흥시장의 판매 증가세가 더욱 뚜렷해지며 BRICs를 필두로 한 신흥권의 중요도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선진시장에서는 고유가 상황 고착으로 연비와 환경을 동시에 생각한 친환경차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흥시장에서는 업체들의 본격적인 공략 강화로 소형차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뜨거워지는 한해가 될 것이다.

세계 자동차시장, 중국과 인도 등 신흥권이 성장 원동력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는 세계 경기 성장 둔화에 따라 미국과 서유럽 판매가 감소하고, 신흥시장의 증가세가 둔화됨에 따라 증가율이 지난해의 3.6%보다 소폭 하락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년대비 2.7% 증가한 6,799만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시장인 북미, 서유럽시장의 판매는 전년보다 모두 1.0% 감소할 전망이다. 북미시장의 중심인 미국시장은 경기 둔화로 지난해에 이어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에 돌입한 미국업체들이 계속 할인 및 플릿 판매와 인센티브를 줄여나가고 있다는 점도 판매에 부정적이다. 수년간 증가했던 캐나다 판매도 올해는 경기 둔화와 캐나다 달러화 약세의 영향으로 지난 8년간 최저 수준인 154만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서유럽시장은 지난해 판매가 소형상용차의 호조로 소폭 증가했으나, 올해 판매는 수출 둔화와 소비 약화로 감소할 전망이다. 경제 성장 둔화와 고유가로 지난해 소폭 감소했던 일본 판매는 유가 안정, 경차 판매 호조와 지난해 감소에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 올해 증가할 전망이다.

신흥시장을 살펴보면 아시아(일본 제외)의 판매가 올해도 두 자릿수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며, 남미, 동유럽, 아중동 등도 경기 침체로 증가율이 다소 둔화되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견조한 판매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은 정부의 경기 과열방지정책 등 수요억제 요인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업체의 가격할인 경쟁과 경제발전으로 인한 구매가능 계층 확대로 여전히 높은 17.1%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역시 7% 대의 높은 경제 성장과 민간소비 호조, 금리 인하로 13.2%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중국과 함께 세계 자동차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별 자동차 판매 추이 및 전망] (단위 : 만대)
  2002년 2003년 2004년 2005년 2006년 2007년
북미 1,951 1,922 1,951 1,967 1,930 1,912
서유럽 1,619 1,597 1,645 1,649 1,659 1,642
일본 570 570 573 573 569 578
아시아(일본 제외) 802 929 1,027 1,151 1,288 1,429
남미 190 182 227 264 310 333
동유럽 253 304 369 396 438 455
중동/아프리카 159 191 227 264 294 312
기타 116 113 116 126 133 137
전세계판매 5,661 5,806 6,136 6,391 6,621 6,799

자료 : Global Insight.
주 : 2006년은 추정치, 2007년은 전망치임.

도요타, 세계 판매 1위 올라

올해는 도요타가 GM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판매업체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도요타의 전 세계 판매는 880만대로 8% 늘어났다. 반면 GM의 전 세계 판매는 909만대로 2005년의 917만대보다 감소했다. 올해도 이 추세가 계속되어, 80여년동안 이어져온 GM의 독주가 종식되고 도요타가 1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 된다. 고연비로 명성이 높은 도요타는 올해에도 고유가에 힘입어 전 세계에서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는 올해 전 세계 판매 목표를 934만대로 잡았는데, 그동안 계속 목표를 초과 달성해온 점을 감안할 때 올해도 무난히 목표를 달성할 전망이다. 또한 지난 4년간 연간 판매가 약 60만대씩 증가해왔다는 점도 도요타가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다. 반면, GM의 판매는 연비가 좋지 않은 SUV와 픽업의 북미 판매 부진으로 감소세가 계속될 전망이며, 900만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GM은 판매를 늘리기 위해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사업을 강화하고 있으나, 주력 시장인 북미에서 판매가 회복되지 않는 한 1위를 수성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업체, 약진 지속

올해에도 중국은 놀라운 성장세를 지속하며, 점차 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으로 진입할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은 독일을 제치고 세계 자동차 생산 3위로 올라섰고, 수출에서도 2005년 수출량(17만 3000대)의 약 두 배에 이르는 34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동차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체 자동차산업 수출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05년 자동차와 부품 수출액은 전년대비 34% 늘어난 109억 달러에 이르렀다. 중국 정부는 강력한 수출 지원 정책을 통해 앞으로 10년 이내에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 수출규모를 1,200억 달러까지 끌어올려 세계 시장점유율을 10%로 높일 계획이다.

이에 힘입어 올해부터 중국산 자동차, 특히 자국브랜드의 선진시장 진출이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자국브랜드인 화신기차집단은 향후 5년간 중화브랜드의 승용차 15만 8천대를 유럽 시장에 수출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시장으로의 진출도 빨라지고 있다. 체리자동차는 오는 2008년 미국 시장에 자동차를 내놓기 위해 최근 크라이슬러 그룹과 의향서를 체결했다. 아울러 중국 난징자동차도 미국에 첫 공장을 건설해 2008년부터 자동차를 출시하기로 했고, 지리자동차도 2008년까지 중국 자체 브랜드를 단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한편, 중국산 자동차는 아시아 등 제3세계에서 더욱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길조는 지난해 러시아와 중동을 중심으로 전체 수출이 5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는 1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완성차수출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CKD 생산도 계획 중이다.

미국, 친환경차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 심화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는 친환경차의 대두였다. 기존에 호조를 보이던 하이브리드차 뿐만 아니라 E85(에탄올 85%와 휘발유 15%를 혼합)를 사용하는 혼합연료차와 배기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 친환경 디젤차가 부각되며 친환경차 시장을 둘러싼 업체 경쟁이 본격화되었다.

지난해까지 하이브리드차는 도요타, 혼합연료차는 미국업체, 디젤차는 유럽업체라는 등식이 유지되었다. 그러나 올해는 타 업체 우세 시장의 점유율을 뺏기 위한 업체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가장 활발히 친환경차 사업을 벌이는 업체는 일본업체인 도요타와 혼다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말부터 툰드라의 디젤 버전을 출시해 디젤차 시장에 뛰어들었고, 혼다도 자체 개발 엔진을 탑재한 디젤차를 2009년경에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양사는 각각 지난해 말과 올해 브라질에 혼합연료차를 출시해 시험 운행하며 미국 시장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미국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노리고 있다. 시보레 말리부와 타호, GMC 유콘, 닷지 램과 듀랑고 등 총 5종의 하이브리드 신모델을 올해 집중적으로 출시해 도요타가 장악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또한 디젤차 시장에서도 자사가 강점이 있는 소형상용차를 중심으로 디젤 버전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업체들은 자사가 약점이 있는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친환경차 사업을 강화시킬 예정이다. 따라서 시장을 방어하려는 업체와 공략하려는 업체들 간의 경쟁으로 친환경차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친환경차 시장은 정부의 도움 없이 큰 폭의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한계점이 있다. 계속 늘어나던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지난해 9월부터 증가세가 둔화되었는데, 이는 도요타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세금 혜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세금혜택이 부여되는 하이브리드차 대수를 업체 당 6만대로 제한하고 있으며, 도요타의 판매가 이를 넘어섬에 따라 세금 혜택이 절반으로 줄었다. 한편, 에탄올의 경우 식량으로 쓰이는 옥수수가 아닌 풀, 목재 등의 값싼 원료를 개발해야 하고, E85의 보급 시설을 확대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는데, 이는 어느 한 업체가 주도할 수 없으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디젤의 경우도 정부가 향후 배기가스 규제를 강화한다면 판매 증가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친환경 연료 및 차량 개발과 보급에는 정부의 도움이 필수불가결하며, 정부 의지에 따라 시장의 경쟁 구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신흥시장, 소형차 경쟁 심화

지난해 세계 소형차 시장 규모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20%인 1,380만대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2000년의 1,060만대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것이다. 고유가와 BRICs 등 신흥국들의 경제성장이 판매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고연비차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신흥시장에서 마이카 붐이 확산되고 있어 소형차의 판매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세계 소형차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50만대가 늘어난 1,43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소형차 시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업체들의 생산량이 더욱 빠르게 늘어나면서 소형차급의 공급 과잉은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소형차 생산은 1,430만대였는데 올해는 이보다 80만대가 늘어난 1,51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로 인해 소형차의 초과 생산량은 지난해에 비해 30만대가 늘어난 8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형차 시장, 특히 신흥국 소형차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도요타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러시아, 중국, 인도 등에 신모델을 투입해 높은 판매 증가율을 나타냈다. 올해도 신흥시장에서 소형차를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판매망을 확충할 계획이다. 혼다는 최신형 시빅 모델을 인도에서 생산․판매하고 있고, 인도 정부의 소형차 육성 정책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A 세그먼트의 소형차 출시를 검토 중이다. GM은 GM대우의 제품을 이용해 중국과 인도에서 소형차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밖에 체리, 질리, 마루티, 타타 등 중국, 인도 브랜드들도 저가 소형차 생산을 늘려 자국시장 점유율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업체 공략 강화에 따라 올해 신흥국에서는 소형차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어느 때보다도 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