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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차 기술과 시장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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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ICA
댓글 0건 조회 147회 작성일 11-10-0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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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차 기술과 시장의 변화

장철홍 연구위원 장철홍 연구위원 /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기술의 변화

후발업체들이 독자적으로 하이브리드차 기술을 개발하면서 일본업체들의 독주체제, 특히 도요타 하이브리드차 방식(THS)의 기술적 우위가 상실되고 있다. 후발업체들은 도요타의 복잡하고 고비용 구조의 하이브리드차 기술을 극복하여 간단하고 저비용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기술력 부족으로 포기했던 하이브리드차 기술을 최근 BMW, 현대차, 닛산 등 후발업체들이 재해석하여 업체마다의 고유한 독자기술로 발전시키고 있다.

1) 주요 후발업체들의 하이브리드차 기술의 특징

주요 후발업체들의 하이브리드차 기술의 특징을 살펴보면 BMW의 경우 다임러, GM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여 2009년부터 병렬형 마일드 방식(FMED)의 '7시리즈'를 출시하고 있으며, PSA와도 하이브리드 시스템 공동 개발을 위해 2011년 합작회사 설립을 공식 발표하며 기술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일례로 BMW X6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2개의 모터를 사용한다는 측면에서는 도요타와 같으나 3개의 유성기어(Planetary Gear), 7단 변속기와 4개의 멀티 클러치의 탑재로 기술을 차별화하였다. 이러한 BMW의 하이브리드차 기술은 엔진과 전기모터의 파워를 정확하게 컨트롤하여 프리미엄차가 가져야 할 승차감, 주행 성능 등을 극대화하면서도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다.
현대차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비해 구조는 간단하면서 구동 효율을 보다 극대화하는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독자 개발하여 최근 출시된 소나타 하이브리드에 적용하였다. 현대차 하이브리드 기술의 특징은 2개의 모터를 사용하는 도요타 방식과 달리 1개의 모터를 사용하며 크기와 중량을 줄여 연비를 향상시키고 경제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또한 도요타가 포기했던 클러치의 접합 기술을 고도화하며 과거에 1초 이상 소요되던 시간을 0.6초로 줄여 도요타와 차별화된 하이브리드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였다. 그리고 40km의 저속에서만 모터를 사용하는 도요타식 하이브리드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여 시속 80km의 고속에서도 모터 사용이 가능한 기술을 구현하였다.
닛산은 1모터 2클러치 방식의 독특한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하여 최근'푸가' 하이브리드를 출시하였다. 닛산은 엔진, 모터, 트랜스미션을 세로로 늘어놓아 각각의 중간에 클러치를 두는 방식으로 '듀얼 클러치 컨트롤'이라는 닛산만의 제어 기술을 확보하고, 무단변속기 대신 7단 변속기를 사용하여 고급차의 주행감을 제공하면서, 연비는 19.0km/ℓ로 경쟁차종인 도요타의 크라운 하이브리드의 15.8km/ℓ를 앞서고 있다.
< 하이브리드차의 파워트레인 구조에 따른 시스템 분류 >
자료 : FMED(Flywheel Mounted Electric Device), TMED(Transmission Mounted Electric Device)

2) 일본업체의 독점적 지위 약화

후발업체들이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면서 독보적이던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 기술이 현재에 와서는 간단하고 효율적인 기술에 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폐쇄적인 하이브리드차 기술 독점이 오히려 후발업체들의 다양한 기술 개발을 촉진시켜 도요타의 독점적 지위를 약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후발업체들이 독자적 기술 개발로 선도업체를 넘어선 사례는 타 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VCR(Video Cassette Recoder)를 둘러싼 소니와 마쓰시다의 기술 경쟁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소니는 최고의 제품이 시장을 독점하게 되리라는 믿음으로 방송사와 협력사들과의 기술 공유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베타맥스 기술을 통해 VCR를 출시하였다.
반면 후발업체인 마쓰시다는 소니의 독점적인 VCR 기술을 우회, 저렴하고 장시간 녹화가 가능한 자체 기술의 VHS 방식을 개발하고 기술을 공유하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갔다. 소니는 고집을 꺽지 않고 베타멕스 방식의 제품을 꾸준히 출시했으나 시장 점유율은 계속 떨어져 결국 2002년 생산을 중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 우회를 통한 기술 경쟁 사례는 일본업체에 대응한 후발업체의 하이브리드차 기술에서도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주요 완성차업체의 하이브리드차(HEV) 출시 일정 및 기술 특징 >

시장의 변화

하이브리드차 기술의 평준화로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격 인하와 연비 강화 경쟁, 양산차 중심의 하이브리드차 모델 확대, 판매 지역의 확산이 하이브리드차의 시장 확대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시장 확대 요인을 살펴보기에 앞서 하이브리드차의 거대 시장인 미국을 통해 향후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모습을 예상해 볼 수 있을 듯하다. 미국의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금융위기와 일본 대지진으로 판매가 부진했으나 점차 판매가 회복되고 있다.
이러한 회복세에 이어 일본업체가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서 향후 후발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하이브리드차 시장 확대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초 현대차가 출시한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미국 시장에서 단기간에 2위(6월 판매 기준)에 진입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유럽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입도 가시화되고 있어 시장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의 하이브리드차 판매 현황 >
자료 : Ward’s U.S. Sales, 언론 발표 자료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확대 요인은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 하이브리드차의 가격 인하 및 연비 경쟁 강화

완성차업체들은 가격 인하를 지속하면서 동시에 연비 향상과 편의성 등의 제품 경쟁력 향상에도 주력할 것이다. 최근에 출시되는 후발업체의 제품은 도요타의 제품보다 가격은 낮고, 연비는 높아 향후 출시될 신차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 도요타도 2011년 말 출시 예정인 '비츠' 하이브리드의 경우 연비가 40km/ℓ 이상이나 가격은 혼다 '피트' 하이브리드(연비 30km/ℓ, 159만엔)와 비슷한 수준으로 설정하여 가격 경쟁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 도요타와 후발업체의 하이브리드차 가격 및 연비 비교 >
주 : 캠리와 쏘나타는 미국 판매 기준, 크라운과 푸가는 일본 판매 기준

2) 기존 양산차 중심의 다양한 하이브리드차 모델 출시 확대

완성차업체들은 전용 모델 개발보다 기존 양산차의 하이브리드차 모델 개발로 조기에 다양한 하이브리드차 제품 출시를 확대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기존의 중형차 중심에서 소형차급까지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을 확대하여 2020년까지 세계에서 판매하는 전 모델에 하이브리드차를 적용할 예정이다.
VW도 Toureg, Golf, Jetta 양산차의 하이브리드 버전을 출시하는 등 향후 전체 모델 라인업에 하이브리드를 적용할 예정이며, BMW, 닛산, 포드 등의 주요 완성차업체들도 양산차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기존 양산차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완성차업체에게는 원가절감의 기회가 되고 소비자에게는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 구매가 가능토록 하여 시장 확대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기존 양산차 중심의 하이브리드차 모델 확대 >

3) 하이브리드차 판매 시장의 지역적 확산

현재까지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일본업체 주도 하에 일본과 미국에 편중되어 성장해 왔으나 향후 한국, 중국, 유럽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2010년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연간 2,300대 수준(LPI 제외)이었으나 최근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단일 판매가 월 1,500대 수준으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어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전기차와 관련해 자국업체들의 기술적 문제가 드러나면서 그동안 전기차에 밀려 저평가되었던 하이브리드차로 친환경차의 정책 중심이 변화될 것으로 보이며, PSA, VW 등 유럽업체들의 하이브리드차 양산이 본격화될 경우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유럽에서도 점차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지역적 확산 >

이러한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완성차업체들은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하이브리드차 기술이 평준화되면서 경쟁 양상이 기술 중심에서 시장 경쟁으로 변화함에 따라 가격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후발업체들의 본격적인 시장 진입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가격 경쟁력 확보가 시급할 것이다.
둘째,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지역적 확산에 대응할 준비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현재의 판매 호조가 본격적인 하이브리드차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정책적인 협조가 필요하고, 해외에서는 환경 규제 강화의 현실화와 친환경차 정책의 변화로 하이브리드차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필요시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끝으로 파워트레인에 대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다양해짐에 따라 TCO(Total Cost of Ownership ; 총보유 비용) 중심의 전략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TCO를 중시함에 따라 차량 구매 시 브랜드보다 실용적 측면을 고려하여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의 파워트레인을 선택할 것이며, 기존 양산차 역시 완성차업체의 브랜드보다 TCO를 고려한 소비자의 선택이 늘어날 것이다. 완성차업체들이 가격 경쟁력 확보와 함께 소비자의 TCO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