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업체의 구조조정 전망과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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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자동차업체의 구조조정 전망과 영향
김현정 연구위원 /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PSA가 최근 공장 폐쇄와 감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럽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유럽 자동차시장의 침체가 심화되면서 대부분의 자동차업체들이 상반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악화되면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단지 최근의 시장침체 때문만이 아니라 이전에도 자동차시장이 침체를 겪을 때마다 유럽 자동차산업의 고질적인 문제 해결방안으로 제기되어 왔다. 유럽의 자동차업체들은 공통적으로 산업수요 감소, 고비용 구조, 가격경쟁이라는 3중고를 겪고 있다.유럽시장의 자동차판매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올해까지 5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자동차산업은 서유럽의 높은 임금 수준, 과잉 생산설비로 만성적인 고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초과공급사태와 가격경쟁력 하락을 촉발하였다. 반면, 업체들은 초과공급물량 해소를 위한 가격인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시장 선도업체인 폭스바겐의 가격하향전략 등으로 업체들의 인센티브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산업수요 감소가 지속되고 있어 가격경쟁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과잉생산설비를 축소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구조조정 외에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는 강력한 노조와 정부의 압력 등 사회적 저항으로 인해 지연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고 시장의 회복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업체들의 적자가 확대되고 유동성에 적신호가 오는 등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구조조정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 자동차업체의 구조조정 추진 현황
구조조정은 주로 양산업체를 중심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상반기 유럽 자동차시장 판매가 7.5% 감소함에 따라 대부분 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감소했으며, 특히 PSA, 르노, 피아트, GM, 포드 등 주요 양산차 업체들이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 반면 폭스바겐과 프리미엄 브랜드 등 주로 독일업체들은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어 대부분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들 양산업체들은 유럽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가격할인 전쟁 국면에 돌입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경영난이 가중되고 심각한 상황이다.① PSA
이 중 구조조정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업체는 PSA이다. 지난해 상반기 4억 유로 흑자를 기록했던 PSA는 올 상반기 6.6억 유로의 적자를 냈으며, 생산 부문에서 매월 2억 유로의 현금이 고갈되고 있는 등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PSA의 CDS(신용부도스왑)가 7월 중순 800bps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5년 내에 채무불이행을 할 가능성이 51%임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무디스는 지난해 말 PSA의 신용등급을 Baa3로 하향조정한 데 이어 올 3월 정크 레벨인 Ba1으로 하락시켰으며, 최근 Ba2로 한 단계 더 강등했다. 또한 재무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올 연말 추가 하향조정 가능성도 있음을 밝힌 상태이다. PSA의 주가는 지난 1년간 65% 이상 하락했으며, 이로 인해 시가총액이 계속 줄어들어 최근에는 프랑스의 주식시장인 CAC40에서 퇴출될 가능성 및 적대적 M&A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부도위기까지 제기되는 등 PSA의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최근 프랑스에 소재한 공장 폐쇄가 검토되고 있다. PSA는 7월 중순 노조와의 면담에서 파리 근교 오네 공장을 폐쇄하고 렌 공장 근로자를 포함하여 8,000명을 추가 감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구조조정 계획은 정부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프랑스의 높은 실업률과 제조업 위축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정책 목표와 함께 새롭게 출범한 올랑드 정부는 PSA의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PSA에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PSA가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경우 현재의 유동성으로 버틸 수 있는 것은 1~2년에 불과하다고 전망하고 있어,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PSA는 2012년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도 구조조정 계획을 재확인하면서 공식화한 상태이다.
② 오펠
오펠 또한 구조조정이 가장 유력한 업체 중 하나이다. 모기업인 GM이 북미와 기타 지역에서는 실적 호조를 보였지만 유럽 사업이 부진함에 따라 오펠의 구조조정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GM 유럽의 적자로 인해 GM의 영업이익이 축소된 데 대해 주주들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어 본사 차원에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올 2월 GM은 스티브 거스키 부회장과 댐 암만 CFO를 오펠 감사회 임원으로 임명하는 등 본사 경영진을 투입하여 오펠의 구조조정을 직접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최근에는 오펠의 CEO인 스트라케가 사임하고 본사 출신의 구조조정 전문가인 토마스 세드란이 후임으로 임명되는 등 구조조정 가속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GM의 구조조정 가능성은 올해 초부터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익히 알려졌다. GM이 독일의 보쿰 공장이나 영국 엘스미어포트 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조조정설이 불거졌으며, 당시 CEO였던 스트라케가 보쿰 공장을 폐쇄하고 엘스미어포트 공장은 유지한다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작성하여 6월 중 이사회의 승인을 받기도 했다. 단, 독일 금속노조(IG Metall)와의 단체협약에 따라 독일 내에서 2014년까지 공장 폐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장 폐쇄는 2015년 이후 가능할 것이다.
③ 포드
포드 역시 GM과 마찬가지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과잉생산, 낮은 가동률 문제가 어느 업체 못지 않게 심각한 상황이다. 포드는 이미 2002년 영국 다겐햄 공장을 폐쇄하고 2천여명을 감원한 바 있으며,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타타그룹에 매각하면서 이와 함께 영국에 소재한 3개 공장을 매각한 바 있다. 또한 2년 후에는 볼보 브랜드마저 지리자동차에 매각하여 벨기에와 스웨덴에서 각각 1개의 공장을 매각하였다. 그러나 포드의 유럽사업은 부진을 지속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도 2,700만 달러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 상반기 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2배 이상 확대되었다. 또한 2007년 유럽의 자동차 산업수요가 정점에 있을 당시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공장을 매입하여 올해부터 20만대 생산체제에 돌입하면서 과잉생산설비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현재 포드의 유럽 평균 가동률은 66%로 피아트를 제외하고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최근 알란 멀럴리 회장은 현재 포드의 문제가 단지 시장 침체에 따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언급하며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영국 사우스햄턴 공장과 벨기에 겡크 공장을 추가로 폐쇄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데, 사우스햄턴 공장은 현재 가동률이 45%에 불과하여 폐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겡크 공장은 2014년 노조와 중형차 생산 협약을 맺고 있어 2015년 이후 폐쇄가 가능한 상황이다.
④ 피아트
피아트는 유럽업체들 중 판매가 가장 부진하고 심각한 과잉설비 문제를 안고 있는 업체이다. 재정위기와 긴축에 따른 이탈리아 시장 부진으로 주요 업체들 중 판매가 가장 크게 감소했으며, 가동률도 55%로 가장 낮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시칠리아의 테르미니 공장을 폐쇄했으며, 최근에는 나폴리 인근의 포미글리아니 공장에서 8월 2주 동안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피아트의 마르치오네 회장은 피아트의 심각한 과잉설비 문제와 향후 2~3년 간 유럽시장의 부진을 감안할 때 최소한 한 개 이상의 공장을 폐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피아트 역시 FIOM 등 강성노조의 저항과 이탈리아 정부의 입김 등으로 인해 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마르치오네 회장은 올 초 EU 자동차산업의 고질적인 과잉생산설비 문제를 지적하고, 개별 정부가 자국 내 구조조정을 억제하고 있으므로 EU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독일 업체들이 EU 집행위의 개입은 불필요하다고 반발함에 따라 지역 차원의 구조조정 논의는 무위에 그친 바 있다.
구조조정 전망 및 영향
유럽의 자동차업체들은 그동안 공장폐쇄를 최소화하면서 일시적인 조업 중단이나 근무조 투입 감축, 임시직 해고 등을 통해서 생산능력을 줄이는 것으로 시장 침체에 대응해 왔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서유럽의 산업수요가 300만대 감소하는 동안 생산능력은 200만대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폐쇄된 공장은 3군데에 불과하다. 즉, 유럽의 자동차산업은 그간 과잉생산설비에 따른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공장 폐쇄를 포함하는 미국식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유럽의 노사관계 및 제도적 특성, 정부의 영향력 등을 감안할 때 공장폐쇠나 인력 조정을 최소화하고 고용과 임금 유연성을 제고하는 유럽식의 구조조정 또한 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업체별로 구조조정 가능성을 전망해 볼 때, PSA와 오펠은 공장폐쇄가 확실시 되고 있다. 특히 PSA는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구조조정을 공식화했다. 단, 실직 근로자에 대한 지원, 오네공장 부지의 산업단지 활용, 협력업체 지원 등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날 프랑스 정부에서 발표한 자동차산업 지원안은 친환경차 구매지원에 국한되어 있어 구조조정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포드는 단기간 내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으나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한 CEO의 의지가 확고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미국식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피아트의 경우 크라이슬러와의 제휴관계를 활용하여 구조조정을 최소화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크라이슬러의 호조로 피아트의 적자를 상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제휴를 통해 현 상황을 타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피아트는 2014년부터 이탈리아 미라피오리 공장에서 지프 소형 SUV 생산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경우 공장폐쇄 없이 가동률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공장폐쇄는 불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2015년까지 서유럽의 완성차 공장은 2개에서 최대 5개 정도 폐쇄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생산능력도 60만대에서 100만대 감소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현재 70% 중반인 유럽의 평균 가동률이 최소 정상가동률인 80%에 근접하고 업체들의 자본지출이 감축되는 등 구조조정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서유럽의 시간당 임금은 동유럽의 3~4배에 이르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높은 서유럽의 공장을 폐쇄하고 상대적으로 저비용 지역인 동유럽 등으로 생산을 재배치함으로써 생산단가를 낮추고 수익성을 제고하는 효과도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산업구조 재편은 완성차 산업뿐만 아니라 부품산업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장폐쇄는 인근의 부품업체들에도 타격을 미치면서 지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자동차산업의 경우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간의 유기적인 공급 네트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동유럽 등으로 완성차 생산물량이 이전하면서 부품산업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조정에 성공한 업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 빅3가 구조조정을 거친 후 조기에 경쟁력을 회복한 사례와 같이 반격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 빅3는 13개의 공장을 폐쇄한 바 있으며, 2010년부터 빠르게 회복하며 V자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유럽 자동차산업의 경우에는 감원, 조업중단 등 각종 조치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의 생산설비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가동률은 물론 고정비용에 큰 변화가 없어 대당 생산비용도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유럽의 자동차 판매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업체들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즉, 구조조정을 통해 고비용구조를 해결하고 효율성을 제고하지 못하는 이상 원가구조 개선 등 경쟁력 제고는 어려우며, 결국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유럽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동안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유럽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겠으나, 구조조정을 통해 업체들이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경쟁력을 회복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업체들의 비교우위 및 입지가 위축될 수 있으므로 향후에도 지속적인 비용절감 및 경쟁력 향상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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