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차 100만대 시대, 현재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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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차 100만대 시대, 현재와 전망
강동완 연구위원 /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전 세계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일본과 북미 호조에 힘입어 금년 7월까지 84만대 규모로 성장했으며 연말까지 1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헐리웃 스타와 소수 소비자를 중심으로 판매되던 하이브리드차가 연 100만대 판매, 누적 판매 500만대를 기록하며 내연기관차량과 마찬가지로 일반화되고 있다. 본고는 향후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변화가 예상되는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성장 배경과 향후 변화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하이브리드차 시장 확대의 배경
과도기의 산물로 인식되던 하이브리드차가 100만대 규모로 성장하기까지는 크게 높아진 구매 매력도가 한 몫을 했다. 판매 초기의 모델은 프리우스 1종에 불과했으나 2012년 상반기에는 58개 모델이 시장에 선 보여 소비자의 선택폭이 확대되었다. 차급도 준중형 중심에서 저가 소형, 대형, 고급 브랜드, 소형 상용 등 다양하게 출시되어 다양한 소비층을 흡수할 수 있게 되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가격차가 축소되고 신 모델의 총보유비용(TCO)은 하락하고 있어 매력이 커졌다. 예를 들어 미국시장에서 프리우스는 동급 혼다 시빅(가솔린)보다 판매 가격은 1.52배 높았다. 하지만 신차 아쿠아의 가격은 동급 쉐보레 소닉 대비 1.36배로 가격차가 축소된 반면 아쿠아의 연비는 소닉보다 2.03배 앞서 효율성은 향상되었다.품질과 내구성에 대한 불안감은 오랜 기간 주행을 통해 해소되었다. 2세대 프리우스는 6년간 13만km 주행 후에도 구매 시와 유사한 연비 수준을 유지했고, 그 결과 2012년 미국 J.D.파워社가 실시한 내구품질조사(VDS)에서는 프리우스가 컴팩트 차급 1위로 선정되는 등 품질과 내구성을 입증받았다. 이와 더불어 업체들의 하이브리드차 부품과 배터리에 대한 무상 보증도 소비자 구매를 촉진하는 요인이 되었다.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 혜택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비싸고,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100마일 미만이며 충전 인프라도 부족해 주행 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판매도 부진하여 볼트는 재고조정 차원에서 3월과 7월에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디젤차에 불리한 환경 규제도 하이브리드차 확대에는 긍정적인 요소이다. 고연비로 판매가 증가하던 디젤차도 배출가스 규제 강화와 에너지 세제 변화로 인해 보유비용 증가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EU가 2014년 유로6을 도입하면 디젤차의 배출가스 기준은 대폭 강화되고 후처리장치를 포함할 경우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2013년부터 디젤 연료가격도 인상될 계획이어서 디젤차에 대한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리드차 최대 시장인 일본에서 판매가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2차례에 걸친 정부의 구매 지원 정책이 있었다. 일본 정부는 2009년 1차로 하이브리드차 구매 시 중량세와 취득세를 면제해주고, 약 6천억엔의 예산을 투입하여 보조금을 지급했다. 보조금 지원 이전 4%에 불과했던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실시 이후 12%로 3배 이상 증가했고, 프리우스는 15개월 연속 판매 1위를 차지했다. 2011년 일본 대지진 발생 후 수요 진작을 위해 2차로 3천억엔 규모의 보조금 지원을 실시했는데, 지원 대상에 대한 연비기준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신차 출시와 맞물려 1차 때보다 확대되었다. 특히 도요타 아쿠아, 캠리 하이브리드, 혼다 프리드 하이브리드 등 신 모델이 집중 출시되면서 2012년 상반기에만 45만대가 판매되었다.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연 100만대 판매에 도달함으로써 ‘규모 확산의 변곡점’을 넘어 대중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소수의 소비자에 의해 형성된 초기 시장과 달리 불안감이 해소되며 메시지가 가지는 흡입력으로 소비자가 시장에 급속히 유입되는 시점이 될 것이다. 1997년 이후 성장세가 높지 않았던 하이브리드차 시장도 올해를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내연기관과 동일한 위상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리드차 시장 전망
향후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지역적으로 일본과 미국 중심에서 중국과 유럽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에너지 절약 및 신에너지차 발전 규획’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차의 세금 50%를 감면하고, 정부와 공공기관 차량 조달의 절반을 하이브리드차로 대체할 방침이다. 지속된 유가 인상으로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구매를 고려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것도 시장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 자동차산업의 활성화 방안으로 하이브리드차 구매 보조금을 현재 2천 유로에서 4천 유로로 확대하고, 관공서 용도로 사용할 친환경차를 4년 간 5만대까지 구매할 계획이다. 또한 완성차와 부품업체의 기술 개발도 지원해 프랑스 업체의 경쟁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일본 사례를 감안하면 정책적 뒷받침이 있는 중국과 유럽의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업체 간 주요 경쟁 요소도 기술 중심에서 가격과 상품성으로 변화할 전망이다. 도요타가 선도해 오던 하이브리드 기술은 후발업체들이 고유 기술을 개발하면서 기술적 평준화가 이뤄진 상태이다. 현대차는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독자 개발하여 크기와 중량을 줄이고 연비는 향상시켰으며, 닛산은 독자 기술인 ‘듀얼 클러치 컨트롤’을 개발했다. 기술적 차별화가 축소된 상태에서 하이브리드차도 일반 내연기관차처럼 가격, 디자인, 인테리어, 차별화된 동력 성능 등이 주요 경쟁요소가 될 전망이다. 저가로 출시된 도요타의 아쿠아가 예상 외의 판매고를 올린 점은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하이브리드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규모의 경제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될 전망이다.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 발현과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폭스바겐은 모듈화 플랫폼을 이용해 보쉬의 구동모터, 인버터, 배터리 등을 공용화함으로써 제조비용을 20% 이상 절감하고, 보쉬는 핵심부품을 표준화하고 공용화해 여러 완성차업체에 공급하여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도요타는 일본 내 프리우스 생산을 집약하기 위해 공장 간 생산을 조정하여 츠츠미 공장의 하이브리드차 생산능력을 50만대로 확대하였다. 또한 C차급(프리우스, 오리스, 렉서스CT)은 모터, 배터리, 엔진을 공유하고, D차급 하이브리드 모델도 주요 부품을 공유하며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드는 올해 가을 C-MAX 하이브리드를 출시하여 프리우스 V와 경쟁할 계획이며, BMW는 동력 성능과 연비가 향상된 Active Hybrid 5를 미국에서 출시했다. 폭스바겐은 제타 하이브리드를 11월 북미에 출시할 예정인데 제로백(0~100km/h) 9초의 차별화된 동력성능을 포인트로 부각할 예정이다. 독자적인 기술 개발 능력이 부족한 중국 업체는 도요타와 혼다 등 합자업체에게 기술 이전을 요구하고 있으며,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핵심 특허가 만료될 경우 이 기술을 이용하여 저가 승용 하이브리드차를 개발하여 경쟁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차 100만대 시대를 맞이하여 실용성을 중시하고 가격에 민감한 일반 소비자들이 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면서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유럽 정부의 정책 지원은 하이브리드차 시장 성장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장 변화에 대응해 한국 업체들은 시장 선점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준비가 필요하며, 규모의 경제 효과를 확대할 수 있도록 생산 규모 확대, 전용 생산 라인 구축, 핵심 부품의 공유 확대, 공급처 통일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하이브리드차 기술 개발 및 부품 생산을 위한 정부의 뒷받침이 있어야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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