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장화와 48V 전기시스템의 부상
박재우 연구원 /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VW, 다임러 등 독일 완성차업체들은 2011년 말 48V 전기시스템에 대한 표준을 제정하고 2015년부터 48V 전기시스템을 적용한 양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최근 능동형 안전시스템과 인포테인먼트시스템 등 스마트카 기술이 확대되면서 차량 내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EV/HEV 시장 확대가 늦어지면서 내연기관의 연비를 개선할 수 있는 고출력 전장부품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차량 내 전력 사용량 증가로 기존 12V 전기시스템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지자 48V 전기시스템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는 자동차 전장화에 대응할 수 있는 48V 전기시스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48V 전기시스템의 부상과 주요 부품 >
48V 전기시스템 부상 배경
차량 내 편의/안전장치가 늘어나면서 전장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 내 전력 사용량도 늘어나고 있다. 아우디 A8의 경우 필요한 전력이 90년대 중반 1.8kW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2.5kW 수준으로 약 40% 증가하였다. 향후에도 전장부품 증가와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 확대로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기존 12V 전기시스템으로는 늘어나는 전력 요구량을 충족시키기 어려워 용량 추가가 필요하다.
한편 경제성 문제로 친환경차 보급이 지연되면서 완성차업체들이 연비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보조 전동장치를 활용한 Micro/Mild-HEV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구동시키기 위해서는 12V 전기시스템보다 고출력을 지원할 수 있는 전기시스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Micro-HEV는 12V 기반에서 5% 연비 개선이 가능하지만, 48V로 상향시 15%까지 연비를 개선할 수 있다.
48V 시스템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연비 뿐만 아니라 감성품질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ISG(Idle Stop & Go)는 엔진 재시동시 랙타임이 발생하거나 진동이 심해 고객의 불만이 컸다. 그러나 48V 기반의 ISG는 12V 기반에 비해 엔진 재시동 시간은 25%, 진동은 70% 감소시킬 수 있다.
< 차량 전력소모량 변화 > < 동력원별 전기시스템 요구 조건 >
< 전기시스템에 따른 차이 비교 >
48V 시스템 도입 방향과 구성부품
① 48V 시스템 도입 방향
48V 시스템 도입 논의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에도 고급차를 중심으로 전장부품 적용이 늘어나면서 모든 전장시스템을 48V로 전환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모든 부품을 48V로 교체하는 비용이 기대 효과에 비해 너무 컸기 때문에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최근 차세대 전기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고, 반도체, 배터리 등의 기반 부품 가격 하락으로 48V 시스템이 재부상하고 있다. 12V와 48V를 함께 사용하는 듀얼시스템 개념 도입으로 48V 시스템 적용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게 되었다. 듀얼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소모전력이 작은 부품은 기존의 12V 시스템에서 작동시킴으로써 추가적인 교체 비용 발생을 막을 수 있다. 반면 전동식 조향장치, 브레이크, 공조시스템 등 전력소모가 큰 시스템은 48V 전기시스템을 통해 구동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반도체, 배터리 등 기반 부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48V 시스템 적용 부담이 더 낮아질 수 있었다.
< 12V+48V 듀얼 전기시스템 >
② 48V 전기시스템 구성부품
12V+48V 듀얼 전기시스템은 기존 12V 구동시스템, 고출력 제너레이터(발전기), DC/DC (48V/12V) 컨버터, 48V 배터리, 48V 구동 부품 등 크게 5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제너레이터는 자동차가 감속하거나 제동시 전기에너지를 발생시켜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부품이다. 48V 전기시스템은 기존 12V 대비 고용량의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므로, 한 번에 많은 전력을 만들 수 있는 고출력, 고성능의 제너레이터, 인버터가 필요하다.
DC/DC 컨버터는 48V에서 12V로, 또는 12V에서 48V로 전압을 변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제너레이터에서 발생한 48V 전력을 12V로 변환시켜 12V용 구동시스템에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즉 DC/DC 컨버터가 전력을 안정적으로 전달해야만 12V 구동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다.
< 제너레이터와 DC/DC 컨버터 >
듀얼시스템에서 48V 배터리는 기존 12V 전기시스템에 추가로 탑재되므로 용량은 늘리면서도 중량은 최소화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48V 배터리는 주로 리튬이온전지가 사용된다. 다른 방식에 비해 충전용량이 크고 소형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48V 리튬이온전지는 기존의 12V 납축전지보다 무게는 30% 정도 가벼우면서도 충전용량은 3~4배 가량 높다. 그러나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온도에 민감하고 발화위험성이 있으므로 배터리 온도와 충․방전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개발해야 한다.
고출력 제너레이터, 컨버터, 배터리와 더불어 기존에 엔진으로 구동되던 냉각펌프, 콤프레서도 전자식으로 변경해야 한다. 이러한 부품들은 최적화 설계를 통해 비용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48V용 배선 및 반도체, 센서, 기타 전자소자와 같은 부품은 양산화 경험이 적기 때문에 초기에 품질과 신뢰성의 확보가 필요하다.
< 배터리 비교 > < 48V용 주요 구동 부품 >
선진업체 개발 사례
① 완성차업체
48V 전기시스템 도입은 유럽 완성차업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유럽 완성차 및 부품업체는 12V와 48V를 혼합한 듀얼 전기시스템을 표준으로 채택하여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아우디는 2012년부터 48V가 적용된 ‘iHEV’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iHEV’ 시스템은 48V 전기시스템의 고출력을 이용하여 ISG의 동작 속도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재시동시 전기모터를 사용하여 토크 성능도 향상시킨다. 푸조도 2017년까지 소형~중형 차급 엔진에 48V 모터를 적용하여 연비를 10~15% 개선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BMW-PSA와 르노-다임러가 48V 전기시스템을 활용한 엔진을 2016년 상용화 목표로 공동 개발 중이다.
이처럼 유럽 완성차업체가 48V 전기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우선 기존 내연기관에 48V 전기시스템을 도입하여 연비규제에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후발주자인 유럽 완성차업체가 Full-HEV 시스템을 초기부터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 내연기관의 효율성을 높이는 Mild-HEV를 개발하는 편이 비용 부담이 더 적다. 둘째로 유럽업체들은 48V 도입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연비 개선으로 절감되는 유류비로 충분히 상쇄되기 때문에 경제성 면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② 부품업체
부품업체도 48V 전기시스템에 대응할 수 있는 부품을 올해부터 출시하고 있다. 모듈부품을 공급하는 콘티넨탈은 지난 6월 개최한 테크쇼에서 48V 전기시스템을 적용한 ‘에코 드라이브’ 시험차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에코 드라이브 시스템은 48V 전기시스템을 최적화하여 연비를 10% 이상 개선하였으며, 엔진과 변속기를 변경할 필요가 없어 소형차에도 장착할 수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업체도 48V 전기시스템용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존슨콘트롤즈는 올해 1월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오토쇼에서 듀얼 전기시스템에 적용 가능한 48V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개했다. 존슨컨트롤즈는 향후 환경규제 강화로 인해 유럽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2020년까지 ISG 적용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48V 배터리 개발을 강화할 방침이다. 반도체업체 중에서는 인피니언이 48V용 모터/제너레이터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개발하여 지난 5월 출시하였다.
국내업체로는 SK가 올해부터 콘티넨탈과 합작사 SC E-Motion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48V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SC에서 개발된 배터리는 콘티넨탈의 에코 드라이브 실험차에 사용되고 있다. LG화학도 그룹 차원에서 자동차부품 사업을 확대하면서 48V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 48V 대응 시스템 제품 개발 사례 >
시사점
스마트카와 친환경차를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전기시스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향후에도 전기전자, 통신 관련 부품 적용 확대로 전장화 추세가 이어지면서 차량 내 전력 사용량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EV/HEV 시장 형성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각국 정부의 연비규제에 경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이러한 현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유럽업체를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12V+48V 듀얼전기시스템이 하나의 유력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도 48V용 부품 개발에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향후 자동차 전기시스템은 12V와 48V를 혼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가 48V를 적용할 부품을 선정하여 제품개발 신뢰성을 조기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배터리, 반도체, 제어시스템 등은 기존 12V에 최적화 되어 있어 48V용 부품을 개발하고 생산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하우 축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개발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완성차와 부품업체가 업계 표준 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선행개발을 강화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