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발전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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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발전전략1)
김경유 연구위원 / 산업연구원
과거 디지털화의 전개로 제조업의 핵심기술과 역량이 변화하였듯이 이제는 기술주도에서 고객주도로, 폐쇄성․독자성에서 연계성․개방성으로 산업의 핵심가치가 변화하고 있으며 그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또한 품질, 납기,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생산능력이 차별화 역량이었다면 향후에는 산업의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에 위치하는 연구개발, 설계, 엔지니어링 등과 브랜드, 마케팅 등이 차별화 역량으로 변화하고 있다. 품질과 안전 등이 제품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산업적 특징을 지닌 자동차산업은 보수적인 경향이 높은 편이지만 제조업 전반에 불고 있는 변화의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제조업의 커다란 흐름의 변화 속에서 자동차산업도 구조적 변화와 패러다임 전환에 직면하고 있다. 존 스턴맨 MIT 교수는 “자동차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데만 주력하는 자동차회사는 앞으로 다가오는 파괴적 전환의 시대에 살아남지 못할 것이며, 앞으로 자동차회사들은 스스로 ‘교통 서비스 회사’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2). 자동차 양산을 시작한지 130여년이 지나면서 자동차의 기본적 성능에 있어 업체별 기술적 격차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면서 상품성 차별화를 위해 자동차업체들은 안전, 편의성 등의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산업에서 환경 및 안전규제 강화, 교통체증, 고령 및 여성운전자 증가 등의 산업환경 변화는 자동차업체들에게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본고는 자동차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와 이러한 변화가 산업 구조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특히 IT업체들의 진입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스마트자동차를 중심으로 우리 자동차산업의 미래 포지셔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융합
(1) 산업트렌드 변화와 융합 확산
자동차산업 트렌드 변화는 자동차산업 전반의 경쟁력 요인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향후에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전력기반차가 등장하고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가 늘어나게 된다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중시되던 엔진, 변속기와 같은 기계적 특성을 지닌 부품에서 배터리, 모터와 같은 전기적 특성을 지닌 부품들의 경쟁력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산업의 트렌드 변화로 연관 산업의 범위가 확대되고 가치사슬이 복잡해지면서 네트워크 경쟁력이 중요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산업에서 연결성이 중요한 트렌드로 부각되면서 통신업체, IT 소프트웨어, 플랫폼, 콘텐츠 업체들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소비자들도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이동을 위한 수단에서 생활공간으로 바뀌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동차에 대한 요구사항도 다소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가 자동차를 생활공간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모바일 기기들이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게 되면서 자동차의 연결성도 중요시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산업은 가치사슬의 연계를 강화하고 기술 융합에 집중하고 있으며 제품 혁신을 위한 부품 개발과 배터리 및 신소재 기술 개발 등을 위해 외부 자원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부품업체와의 관계는 과거 단순하게 부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관계에서 공동개발을 통해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부품업체가 개발을 이끌어가는 수평적인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R&D 조직들도 기업 독자적이기 보다는 대학, 정부 등의 산학연 연계와 전자, IT 등의 이종업계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산업생태계는 제어기술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부품업체 및 IT 하드웨어 업체의 역할과 연결성 측면에서 통신업체, IT 소프트웨어 플랫폼, 콘텐츠업체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우선 전장부품과 관련하여 이러한 전자부품들을 제어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새롭게 자동차산업에 진입하고 있다. 편의 및 안전 기능 강화를 위한 전자기기 제조업체들과 차량-차량, 차량-인프라간 네트워크를 위해 통신 업체, 플랫폼 관련 업체, 콘텐츠 제공업체 등도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로 진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방산업에서도 활발하게 산업의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운전자 정보 기반 서비스, 자동차 관련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등이 차량과 네트워크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은 플랫폼 개방화 전략을 통해 영향력을 높이고 산업생태계 주도권을 유지하는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2) 자동차산업 경쟁요인 변화
자동차가 네트워크에 접속하게 되면서 서비스 플랫폼이 경쟁우위를 점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하드웨어 단독으로 이루어지는 경쟁 자체는 무의미해지게 되었다. 독립적 장치인 자동차가 이동통신 시스템으로 네트워크에 접속되면서 자동차산업의 경쟁영역이 하드웨어에서 시스템으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유지되던 경쟁 우위가 무의미해지고 자동차산업의 부가가치를 결정하는 요인이 하드웨어에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확대될 것이다.자료 : 泉田 良輔(2015)
<그림 1>에서 가로축은 자동차 운전 수행 주체로 매뉴얼 운전과 그 반대편에 자율주행이 있으며, 현재는 사람이 스스로 판단해 운전하는 것에서 향후에는 첨단운전자 지원시스템을 활용해 기술에 의한 운전자 지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3). 세로축은 자동차가 달리는 공간을 나타내며 상단에는 아무런 네트워크 제어가 없는 공공스페이스이며, 하단에는 네트워크 등을 통한 제어가 있는 관리스페이스를 의미한다. 자동차산업의 경쟁영역은 현재 파워트레인의 개선을 중심으로 한 연비 강화 등 주행과 관련된 자동차 본질 영역에서 자동 브레이크 시스템이나 자율주행 시스템 등을 중심으로 한 안전관련 분야로 이행되고 있다. 이후에는 도시 교통이나 에너지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도시 시스템 개발과 운용으로 이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자동차의 경쟁 룰은 얼마나 연비가 좋은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는지, 환경규제를 만족시킬 수 있는지 등 파워트레인 개량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두 번째 영역은 하드웨어인 자동차 단독의 안전성을 중심으로 경쟁이 이루어지며 기존 완성차업체의 주요 플레이어 역할이 지속되고 있다. 이 영역에서는 운전자의 안전, 보행자의 안전 등이 경쟁우위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능동안전이나 충돌방지 등과 관련된 기술에 중점을 두고 기술개발을 진행하며 판단, 제어 등에 관련된 부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일부 부품업체들은 안전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세 번째는 경쟁영역이 네트워크를 매개로 ICT가 결합된 영역까지 점차 확대되며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 영역이 세 번째까지 확장되면 기존 자동차업체들이 지속적으로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가 네트워크를 통해 ICT에 연결되어 제어되면서 주행이라는 자동차 본연의 기능보다는 이를 제어하는 시스템이나 자동차를 접점으로 확장되는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차별화되면서 ICT업체나 통신업체들도 자동차산업에서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스마트자동차가 자동차업체, ICT업체, 통신업체들과 상호간 Win-Win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자리매김 하려면 이종 산업간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는 향후 스마트자동차의 핵심 경쟁력을 하드웨어로 볼 것인가, 소프트웨어로 볼 것인가 하는 것으로 중요해진다. 최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기존 완성차업체들이 만들어 놓은 모델에 정보통신 기술을 효율적으로 융합시키는 방향이 가장 이상적인 스마트자동차의 발전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직 계열화 및 내부화를 통해 성장전략을 추구하던 기존 자동차업체들이 스마트자동차 경쟁력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보완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이종업체들과의 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스마트자동차 경쟁력은 전체적인 설계기술과 시스템 통합 기술 분야에서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며, 일부 시스템들의 경우 실제 차량에 적용 중이나, 주요 핵심 부품 수입 의존도가 높아 기술격차가 발생하고 있다4). 세부기술별로 살펴보면 차량 편의와 안전기술이 비교적 적은 격차를 보이고 있으나 융합기반 기술은 일본 등에 비해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의 경우 우리나라 경쟁력은 구미업체와 대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스마트자동차 관련된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 자동차 생산국들이 적극적으로 자율주행 개발에 착수하고 있는 것에 비해 한국은 다소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Navigant Research가 발표한 지능형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의 완성차업체들 간 경쟁력 비교를 보면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BMW 등 독일 업체들이 전략이나 역량 등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국내 완성차업체는 미국, 일본 업체들에 비해 뒤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프랑스 업체들에 비해서는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료 : Navigant Research
자동차산업 발전과제
향후 스마트자동차 활성화와 관련하여 중요한 공급역량은 R&D 투자와 함께 관련 창업의 활성화 정도이다. 기존 자동차와 비교하여 미래형 자동차산업에서 주요 차별점은 산업생태계의 확장이다. 스마트자동차 공급 측면에서는 전문 R&D 인력과 공급사슬 구조의 변모를 필요로 하며, 이용 측면에서는 금융, 정비, 데이터 활용 서비스 등 다양한 부분의 새로운 서비스 유형을 필요로 한다. 스마트자동차는 차량 판매가 아닌 사회 시스템으로 개발과 영업이 중요시 되며 시스템 판매,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염두를 두고 자동차, 전기, 기계, 금융, 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업체들과 연계가 필요하다.제품 혁신 | 공정 혁신 | 비즈니스모델 혁신 | 기 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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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서, 라이다 등 원천부품 개발능력 부족 | - 수직통합 구조에 따른 융합 및 협업 경험 부족 | - 관련 산업생태계 구축 지연 - 이업종의 자동차산업 진입 부진 |
- 지원정책 일관성 부족 - 상용화 관련 인력수급 부족 |
그러나 국내 자동차산업에서는 폐쇄적 혁신 시스템과 수직통합적 산업구조로 인해 이종산업과의 연계 및 융합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전장부품 기업으로의 사업전환이나 정보통신사업의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산업의 이러한 독자적(stand alone) 성장전략은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5). 과거 국내 자동차산업이 추진해온 독자적 개발을 통한 내재화나 계열화 전략은 기술개발 단계부터 다양한 산업의 기술이 융합되고 제품의 기능이 다양화되면서 효력이 상실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가치사슬 혁신이 이루어지면서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의 경쟁영역이 하드웨어에서 시스템으로 확장되면서 서비스 플랫폼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제조에만 핵심역량을 집중하였던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경쟁영역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횡단적이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접근방식이 가능하도록 여러 부문의 이해관계자들과의 연계와 협업이 필요하다.
주1) 본고는 2015년 산업연구원에서 수행한 중장기 연구과제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미래 제조업의 발전전략」의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이다.
주2) 전자신문 2014. 10. 14일자 “글로벌 시장은 지금: 자동차부품”.
주3) 泉田 良輔(2015), 「Google vs トヨタ 「自動運転車」は始まりにすぎない」, 角川EPUB選書.
주4) 이항구(2015), “전진하는 전기동력차, 후진하는 자율주행차”, 「KIET산업경제」, 산업연구원.
주5) 이항구(2015), “전진하는 전기동력차, 후진하는 자율주행차”, 「KIET산업경제」, 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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