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트레인의 진화, 전기차 경쟁의 룰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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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의 진화, 전기차 경쟁의 룰을 바꾼다
LG 경제연구원 신장환 연구위원
“2021년까지 소비자에게는 저렴하게, 공급자에게는 이익이 남는, 483km(300mile)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 GM의 CEO인 메리 바라가 2017년 11월에 투자자 대상의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600km 주행할 수 있으면서도 가격은 2만 유로 수준으로 낮춘 폭스바겐의 보급형 전기차와 정면 승부를 예고한 것이다. GM과 폭스바겐의 주행거리 측정 기준이 다름을 고려한다면 양 사 모델의 주행거리 차이는 거의 없다. 본격 성장을 앞둔 전기차 시장을 대상으로 한 GM과 폭스바겐의 경쟁은 두 가지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먼저 기존 기술을 기반으로 했음에도 주행거리가 상승한 점이다. 두 회사 모두 차세대전지가 아닌 기존 리튬이온전지를 기반으로 했고, 차체에 사용되는 소재도 기존 강판을 활용할 것이라 밝혔다. 그런데도 GM은 이미 판매 중인 전기차 Bolt보다 주행거리를 100km 이상 늘렸고, 폭스바겐은 e-Golf보다 200km 이상 주행거리를 늘렸다. 전기차 가격 인하 수준도 관심을 모았다. 현 시점에서 전기차 Bolt 한 대를 팔 때마다 GM은 약 $9,000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실의 폭은 다르겠지만 적자를 기록한다는 점에서는 폭스바겐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2020년 이후에는 전기차 보조금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도 양 사 모두 원가 경쟁력 확보를 통해 전기차 사업의 흑자 전환 목표를 밝혔다. GM, 폭스바겐은 물론이고 다임러, 도요타, 르노-닛산 등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2020년을 기점으로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행거리 확대와 가격 인하를 공통적으로 내걸었고 전지의 성능 개선 및 원가 하락을 전략 목표로 선정한 점도 유사하다. 안전성을 중시하고, 각종 규제에 의무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앞으로 남은 3~4년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적용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기존 부품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고, 실제로 폭스바겐은 기존 부품 중심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기차의 성능과 가격 수준은 지금보다 파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공격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전기차의 성능과 가격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전기차 산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살펴보자.
Ⅰ. 자동차 이동성의 원천, 파워트레인
파워트레인이란 화석연료, 전지 등에 저장된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변환하여 자동차, 항공기, 선박 등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동력을 부여하는데 필요한 모든 부품의 집합체이다. 자동차에서 파워트레인은 동력장치에서 생산한 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시스템을 지칭한다. 동력 전달 부품만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동력 생산 장치까지 포함하여 파워트레인이라 표현한다. 자동차 이동성의 원천인 파워트레인의 역할은 성능과 원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파워트레인 부품 중, 핵심은 동력을 만드는 부분과 동력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부분이다. 자동차 모델 간 파워트레인 성능의 차별성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동력을 만들고 전달하는지에 달려있다. 전기차 파워트레인은 동력을 만드는 모터와 전기의 특성을 제어하는 파워일렉트로닉스, 그리고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전지팩으로 구성된다. 연료를 저장하고 배출하는 내연기관차의 연료탱크는 파워트레인에 포함되지 않지만, 전기차의 전지팩은 에너지의 저장 및 효율적 관리 역할까지 하므로 파워트레인 구성 요소에 포함된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파워트레인의 가장 큰 차이는 동력을 만드는 방법에 있다. 내연기관차의 동력을 엔진이 만든다면, 전기차의 동력은 모터가 만든다. 엔진을 구동하려면 휘발유 등 연료가 필요하고, 모터를 돌리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동력을 전달하는 방식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는 다르다. 전기차가 동력을 만들고 전달하는 방식은 내연기관차에 비해 간단한 편이다. 따라서 전기차 파워트레인은 내연기관차보다 구조적으로 훨씬 단순하고, 부품수도 최대 80%까지 줄어든다. 내연기관차의 성능은 파워트레인 구성 부품인 엔진과 변속기의 개별 성능, 그리고 부품간 효율적 연계 수준에 달려있다. 전기차에서도 파워트레인의 성능은 중요한 경쟁 요소이다. 원가 측면에서도 파워트레인의 비중은 전기차 부품 중에서 가장 높다.Ⅱ. 전기차의 기존 경쟁 룰
지금까지 전기차의 경쟁 방식은 누가 더 높은 완성도를 갖추었는가와 정부 보조금을 고려하여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격차를 누가 가장 좁혔는가에 있었다. 내연기관차와의 성능과 가격 격차 완화는 전지의 에너지 밀도 개선과 가격 인하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20세기 초반 처음 등장한 전기차는 비싼 가격 또는 불편한 충전 문제가 아닌 부족한 주행거리와 짧은 수명 때문에 사라졌다. 21세기 초반에 다시 등장한 후에도 전기차의 주행거리에 대한 고민은 여전했다. 전기차가 한번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이동수단으로서 전기차가 기본적인 구실을 하기에도 부족했다. 수요층도 제한된 고객에 한정됐다. 신생 기업인 테슬라가 로드스터와 모델S를 프리미엄 내연기관차에 상응하는 가격으로 출시했을 때에도 내연기관차 수준에 맞는 주행거리가 관심을 더 많이 받았다. 주요 자동차 기업의 광고를 보거나, 주요 기관이 수행한 전기차 관련 조사결과를 살펴봐도 ‘주행거리에 대한 열망(Range anxiety)’은 아직도 전기차 구매 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주행거리 확보가 이동수단으로서 기본 조건이라면 적정 수준의 구매 가격은 일정 규모 이상의 시장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다. 가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공공수요가 아닌 구매 가격에 민감한 일반 소비자 수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전기차의 가격 하락이 중요하다. 아직도 전기차의 가격은 판매하는 국가의 보조금과 결합하여 결정된다. 전기차 자체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지원을 얼마만큼 받을 수 있는지도 중요한 경쟁요소인 것이다. 분기마다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던 중국의 전기차 시장수요가 2017년 1분기에 전년 대비 5% 감소했던 것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수준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전기차 가격의 절반 가까이 보조금으로 지급하자 지방자치단체별로 보조금 신청이 쇄도하면서 조기에 마감되고 있다. 전기차 신모델이 소개될 때마다 성능, 디자인, 가격에 이어 등장하는 부품이 전지이다. 전지 성능을 어떻게 개선할 것이고 전지 가격은 어떻게 낮출 것인가에 대해 전지 기업이 아닌 자동차 기업이 직접 소개하는 광경은 이제는 일반적이다. 전기차 성능과 원가 개선의 핵심인 전지셀 역량은 직접 내재화하기보다 LG화학, 삼성SDI, 파나소닉, CATL 등 대형 전지 기업과 밀접한 파트너십 형성으로 핵심 기술의 보호와 안정적 공급처 확보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전기차 초기 모델 등장 이후 전기차의 성능 개선은 전지의 성능 개선 수준과 거의 일치한다. 전지 가격이 낮아지는 만큼 전기차 가격도 낮아졌고 전지의 에너지 밀도가 올라가는 만큼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길어졌다.III. 전기차 시장 환경 변화
(1) 전기차 대중화 시점 근접 전기차가 대중화된다는 것은 일반 소비자가 주행거리와 가격에 대한 거리낌 없이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이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대등한 기준으로 경쟁이 가능하게 되면 그 이후의 확산 속도는 지금보다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자동차산업은 보급형 모델의 등장과 함께 폭발적 성장을 경험한 바 있다. 내연기관차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자동차는 상류층이 이용하는 사치재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보급형 자동차가 확산되면서 교외로 나가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교외 도시 건설도 활성화되었다. 자동차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필수재가 되었다. 최근 많은 자동차 기업이 2020년을 전후로 주행거리 400~500km 수준의 전기차 모델 출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GM과 폭스바겐 외에도 BMW, 다임러, 도요타 등이 출시 계획 중인 전기차 모델들을 소개했다. BMW가 2017년 프랑크푸르트 오토쇼에서 공개한 ‘i 비전 다이나믹스’도 2021년 출시가 예상된다. 1회 충전으로 60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다임러는 2019년 SUV 모델을 시작으로 전기차 브랜드 ‘EQ’의 라인업을 늘려갈 예정이다. 70kWh급 전지를 탑재해 주행거리가 500km 수준이다. 닛산도 2020년에는 주행거리 550km 수준의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을 수립 중이다. 적어도 주행거리로는 내연기관차에 뒤지지 않는 전기차를 2020년 전후로 살 수 있다. 전기차에 대한 자동차 기업의 적극 행보의 배경에는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가 있다. 각 국은 자동차 기업들의 평균 CO2배출량 제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유럽은 2015년 기준 평균 CO2 배출량 기준이 130g/km 수준이었으나 2021년부터는 95g/km로 줄여야 한다. 디젤 차량의 경우 연비를 21.2km/l에서 27.8km/l로, 가솔린은 18.7km/l에서 25km/l로 높여야 한다.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물론이고 연방 보조금의 지속 여부가 불투명한 미국도 규제 강도는 계속 높이고 있다. 자동차 기업으로서는 규제 강화 대응을 위해서 기존 내연기관의 연비 개선뿐 아니라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의 비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다수의 조사기관은 2025년 즈음이 전기차 시장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소비자 주도 시장으로 탈바꿈할 시점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전기차는 규모의 경제에 힘입어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내연기관차보다 비용 면에서 우위인 시점이 온다. 3년간의 총소유비용(TCO : Total Cost of Ownership) 관점에서 보면 2020년대 중반에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해지게 될 전망이다. 전기차를 타는 것이 내연기관차를 타는 것보다 비용 면에서 더 유리할 수도 있으니,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자율주행 기술의 확대도 전기차 시장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전동화 기술과 함께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자율주행 기술은 2025년경 기술과 가격 면에서 한층 성숙할 것이다. 폭스바겐, 포드, GM 등은 기술면에서는 2025년 이전에 완전자율주행을 구현한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에서 제어가 쉽다. 자율주행 기술에 필요한 많은 전력 소모량은 전기차에서 보다 용이하게 공급해 줄 수 있다. 그리고 자율주행이 적용된 차는 일반 차보다 평균 주행거리가 길어 연료비 측면에서도 전기차로 대체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율주행 기술의 보급은 전기차 수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 리튬이온전지 기술 발전속도 둔화 전기차의 지배적 전지 솔루션인 리튬이온전지 기술은 지금까지 빠르게 발전해 왔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전지 성능 개선이 전기차 성능 개선을 계속 주도해갈 전망이다. 하지만 전지 성능의 개선 폭은 2020년 이후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이론적 한계치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공학회(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of China)에서는 리튬이온전지의 기술적 한계가 2020년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에는 점차 신물질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지를 통한 전기차 성능 개선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차세대전지 개발이 필요하다. 다양한 차세대전지 후보 중에서는 전고체전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도요타는 2022년에, BMW도 2026년에 전고체전지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고체전지는 안전성, 충전 속도, 주행거리 등 여러 가지 이점이 있어 장기적으로 전기차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성능뿐 아니라, 원가, 생산성, 수명 등 여러 과제가 동시에 해결되어야 하므로 전고체전지가 보급형 전기차 모델에 적용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전기차 대중화 시대의 새로운 경쟁 룰
한번 충전에 500km 주행 가능한 보급형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주행거리는 더 이상 전기차 모델 간 차별화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다.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차와 별다른 차이 없이 전기차의 가격이 안정적으로 산정될 것이다. 이제까지 주행거리 경쟁에서도 파워트레인의 역할이 컸지만 파워트레인 부품 중에서도 전지의 성능 향상이 주도해왔고 일반적으로도 전기차는 전지 이슈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는 연비 등 구동 시스템의 효율성, 내구성, 주행성, 제동성, 시스템의 부피와 이에 따른 내부공간 활용, 배치 등이 소비자 선택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어갈 것이고 그 중심에 파워트레인이 위치할 가능성이 크다. (1) 연비 개선 경쟁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는 소비자가 이끌어 나갈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으로 전기차 운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킬로와트시(kWh) 당 몇 km를 주행할 수 있는지’가 소비자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전기차의 연비는 파워트레인의 주요 구성 부품인 모터, 파워일렉트로닉스, 전지팩 기술의 진전으로 개선할 수 있다. 현재 기술로 전기차 구동 모터의 효율은 97%까지 달성이 가능하다. 소폭의 개선이 더 있을 수 있지만 큰 폭의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파워일렉트로닉스의 핵심인 인버터와 컨버터의 효율 개선 폭도 마찬가지다. 물론 인휠모터나 전력반도체 신소재를 적용한 인버터를 개발하여 효율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양산 기반의 가격 경쟁력까지 고려할 경우 가까운 미래에는 어렵다는 게 주요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지팩 기술도 마찬가지다. 전지셀 에너지 밀도 상승이 정체되고 전지팩 설계를 전지셀 역량이 부족한 자동차 기업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개선 수준은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의 전기차는 성능의 향상과 원가 관리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단품 중심의 기술 개발보다 전기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모터 효율을 올리고 우수한 전지를 사용하는 것보다 전기차 파워트레인 시스템 관점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주행하는 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보쉬, ZF 등 주요 부품 기업은 파워트레인 효율 개선을 통한 연비 향상을 위해 부품 간 통합 또는 모듈화에 관심을 쏟고 있다. 통합을 통해 파워트레인 전체 시스템의 부피 및 무게를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효율 개선과 원가 하락까지 도모하려는 것이다. (2) 사용 경험 개선 경쟁 2016년 북미국제오토쇼에서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자기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주행거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전기차를 타봐라. 이제 주행거리는 더 이상 당신의 고민거리가 아닐 것이다”라며 전기차만의 특별한 사용 경험을 강조했다. 시동을 켰는지 잊을 만큼 조용한 모터 소리에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면 순간적으로 시속 100km에 도달할 만큼 우수한 가속 성능, 제동 시에는 에너지가 회생되면서 부드럽게 감속이 되는 전기차를 몰아보면서 느끼는 경험의 차이 등 파워트레인의 특성이 이제는 전기차 모델 간 경쟁의 중요 요소로 주목받을 것이다. 충전에 관련된 여러 요소도 전기차 모델 간 경쟁 요소로 등장할 것이다. 2~3분 만에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는 내연기관차와 충전 속도 경쟁을 하기보다는 전기차 모델 간 충전의 속도나 충전 편의성, 충전하는 동안의 경험을 두고 경쟁을 펼치는 것이다. 잠시 차에서 내린 사이에 무료로 충전을 할 수도 있고, 정차하는 동안 무선으로 충전할 수도 있다. 충전 시간을 줄이기보다 충전하는 시간에 어떤 차별적 경험을 부여하는 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파워트레인의 구조적 단순화로 전기차만이 누릴 수 있는 내부 디자인의 변화도 관심거리이다. 2017년 도쿄 모터쇼에서 소개된 다양한 미래 컨셉카의 공통점은 차체 하부에 전기차 파워트레인이 집약된 설계 구조에 있다. 이를 기반으로 차체 상부에는 다양한 디자인 구현이 가능하다. 통합된 하나의 디스플레이로 모든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활용이 가능하고, 내부 시트 구성의 다변화도 가능하다. (3) 전기차의 내구성 및 재판매 가치 상승 경쟁 시장 리서치 기관인 IHS에 따르면 미국에서의 평균적인 자동차 수명은 11.5년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중고차의 재판매 가치 산정을 하기 위해서는 파워트레인의 잔류수명 산정이 필요하다. 전기차가 처음으로 중고 거래될 시점에서의 고민은 파워트레인의 가치를 얼마만큼 인정할 것인가이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보통 3년 정도 사용하면 50% 정도 가치가 하락하는 것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전기차는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한 중고차의 가치 추정 방법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 전지를 얼마나 더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일본의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 의하면 2011년형 닛산 리프의 중고차 가격은 5년이 지난 시점에서 90%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앞으로 전기차의 재판매 가치는 전기차 모델 간 다르게 산정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부품 중에서 원가 비중이 높은 파워트레인의 가치 선정 수준에 따라 전기차 모델의 경쟁 포인트가 달라질 수도 있다. 재판매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술도 관심을 받을 것이다.V.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어주는 파워트레인
인류가 수천 년 간 사용한 마차를 내연기관차는 불과 몇십 년 만에 대체했다. 내연기관차가 보급되기 시작할 즈음의 상황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열악했다. 주유소가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원유를 연료로 만들어주는 정유기업, 차체를 만들기 위한 철강 기업 등이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당시 사회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마차는 너무나 부족한 이동수단이었다. 내연기관차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정부가 산업 기반을 지원하고 기업은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제고하고, 마지막으로 일반 대중 소비자가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데 기인하였다. 20세기 초반에 미국 대도시에는 인구 20명 당 한 대 꼴로 마차가 보급되어 있었다. 말을 먹이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건초, 말의 배설물, 적절한 말 개체 수의 유지 등은 골칫거리였다. 연료 10리터만 있으면 배설물도 없고 유지관리도 쉬운 내연기관차는 당시에는 혁신적이고 청결하며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이었다. 당연히 정부는 자동차 보급을 위한 인프라 확보에 적극적인 정책을 수립했다. 이후 자동차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수단으로 인식된다. 대량생산에 적합한 보급형 내연기관차가 등장하면서 가격은 더욱 낮아지고 자동차 관련 금융업이 생기면서 자동차의 보급은 더욱 가속됐다. 이제 더는 마차와 경쟁하는 교통수단이 아닌 내연기관차 모델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더욱 성장하게 됐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매연이 발생하지 않는 자동차에 대한 시대의 요청은 더 이상 전기차를 니치 마켓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기술적, 가격적 걸림돌도 이제는 더 이상 고민이 아니다. 한번 충전으로 500km 정도는 주행하고, 보조금이 없이도 고민하지 않고 지갑을 열 정도로 가격이 낮아진 전기차가 대중적으로 판매되면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의 경쟁보다는 전기차 모델 간의 경쟁으로 더욱 빠르게 보급될 것이다. 지금까지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는데 있어서 핵심은 주행거리와 원가를 개선하기 위한 파워트레인 개발에 있었고, 그 주역은 전지였다. 대중화 시대에 접어든 전기차 시장에서 파워트레인은 ‘얼마나 즐거운 운전 경험을 주는가’, 그리고 ‘얼마나 전기차 사용 비용을 낮출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의 진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관련 기업 입장에서도 파워트레인을 구성하는 단위 부품 개발에 집중하기보다는 파워트레인 전체 관점에서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모터 효율을 개선하는데 집중하기보다는 모터가 효율적으로 구동되어 전기에너지 사용 수준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전지팩, 파워일렉트로닉스 등과의 통합 설계를 염두에 두고 개발 방향성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전지 기업도 전지셀의 에너지 밀도 개선에만 집중하기보다는 파워트레인의 내구성 및 유지보수성 강화를 위한 효과적 전지 제어 방안 확보에도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가 대중화 되는 시기의 경쟁 룰은 주행거리와 가격에서 내연기관차와의 격차를 얼마나 더 줄이느냐의 경쟁에서 전기차 모델 간 연비 경쟁, 운전․사용 경험 경쟁, 재판매 가치 경쟁으로 바뀔 것이다. 운전의 즐거움과 환경을 보존하는 가치를 함께 충족시킬 수 있는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은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도를 크게 바꾸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글2019년 하반기 자동차시장 전망 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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