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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용 전기전자부품산업의 연구개발 투자 현황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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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ICA
댓글 0건 조회 138회 작성일 21-04-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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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용 전기전자부품산업의 연구개발 투자 현황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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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구 연구위원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하면서 전기동력자동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는 지연되고 있다. 기술적인 난제도 문제지만 소비자들의 수용력과 관련 법․제도의 제개정도 미진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이미 ‘바퀴 위의 휴대폰과 컴퓨터’로도 불리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기반 부품(Software based parts)으로 조립한 소프트웨어 구동 자동차(Software driven vehicle)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산업의 공급망과 생태계는 아직 내연기관 자동차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하에서는 전기동력 자율주행자동차(이하 미래차)의 핵심부품인 전기전자(이하 전장) 부품산업의 혁신 동향과 과제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부품산업의 연구개발 투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선진국과의 격차가 확대자율주행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세계 자동차 수요가 16% 감소했지만, 전기동력자동차 수요는 44%가 증가했다. 전기동력자동차 수요가 뒷받침하지 못했으면 자동차 수요는 더 큰 폭으로 하락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전후방 충돌과 차선 유지 및 이탈 경고 등 연결(Connected) 기능을 탑재한 커넥티드 카 수요도 증가해 선진국시장 판매 차량의 70%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장 부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전장부품의 분류마저 정립되지 않아 현황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대표적인 전장 부품으로는 포괄적으로는 고․저전압 부품과 전자 부품 등을 의미하며, 전기동력자동차용 배터리, 연료전지 스택, 모터, 인버터, 컨버터, 라이다와 레이더를 포함한 센서류, 카메라 등을 들 수 있다. 이처럼 자동차부품 구조가 변화하면서 자동차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으며, 정보통신기술(이하 ICT)업체의 진입이 빨라지고 있다. 소위 빅 텍(Big Tech)으로 불리는 대부분의 미국 ICT업체들이 미래차산업에 진입했으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순응하기 위해서는 혁신과 사람이 중요하다. 선진국과 중국 자동차업체와 ICT업체들은 전략적 기술 제휴를 확대하고, 우수 인재의 확보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가중되고 있는 투자 압박을 완화하고, 조직 내 인력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수요독점구조인 우리 자동차산업은 5개 완성차업체의 연구개발 투자가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76.3%에서 2019년 59.3%로 낮아졌으나, 투자 금액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산업 연구개발 투자국인 독일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독일은 자동차산업 R&D 투자에서 차지하는 완성차업계와 부품업계의 비중이 엇비슷한데 2019년 완성차업계는 255억 유로를 투자해 자동차산업 전체의 연구개발 투자액이 6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abd8382e75a0b4f198ee7d2102d34ea0_1617627219_4033.png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의 연구개발 투자를 분석해 보면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총 투자에서 차지하는 완성차업체 계열 부품업체의 비중이 2013년까지 30%를 하회했으나, 2019년에는 36%로 증가했다. 이는 자동차산업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비계열 중소 부품업체의 연구개발 투자가 수익성 악화로 인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편 미래차시대가 본격 전개되자 자동차산업의 공급망과 생태계에서 ICT업체의 역할과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선진국과 중국에서는 벤처․창업과 함께 벤처캐피탈 등 민간 펀드들의 자금 지원에 힘입어 벤처․창업기업의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기업들이 미래차 관련 벤처와 중소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규모와 범위는 외국의 투자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소비자들이 연결성(Connectivity), 전동화(Electrification)와 자동화(Automated)를 중시하면서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기반 제품으로 전환하고 있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산업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대표적인 연관산업인 전자산업과 소프트웨어산업의 혁신역량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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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기준으로 국내 자동차부품 500여개 외감기업 중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은 300여개 사, 3년 연속 1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한 기업은 80여개 사에 불과했다. 자동차부품 1차 공급업체의 14.5%가 전장부품을 생산하고 있으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율은 평균 3%에 불과했다. 국내 전기전자산업의 연구개발 투자 역시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 양대 전자 대기업 외감 협력업체 170개를 표본 조사한 결과 29.4%인 50개사가 자동차용 전장부품사업에 진출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평균 연구개발 투자는 자동차부품기업에 비해 적은 수준이나, 진출 기업의 80%인 40개사가 투자를 실시했다.

▚미래차 연관산업 공급업체의 연구개발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진

 미래차 연관산업 범위가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2500대 연구개발 투자기업에 속하는 국내 기업 수는 2015년 75개에서 2019년 59개로 감소했다. 중국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확대에 따른 등재 기업 수 증가로 인해 우리나라와 대만의 등재 기업 수가 20% 이상 감소했다.
미래차 연관 3대 핵심 산업인 자동차, 전기전자와 소프트웨어산업 내 국내 등재 기업 수는 2015년 26개에서 2019년 19개로 감소했는데, 자동차 4개, 전기전자 1개, 소프트웨어 2개 기업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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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세계 2500대 연구개발 투자기업에 등재된 자동차기업 수는 152개이다. 등재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전년대비 3.97% 증가한 1,328억 6,410만 유로, 집약도(연구개발 투자액/매출액)는 2018년의 4.72%에서 2019년 4.82%로 증가했다. 자동차부품 등재 기업 수는 2015년 90개에서 2019년 107개로 증가했으며, 평균 연구개발 집약도는 동 기간 중 4.95%에서 4.99%로 상승했다. 미국은 GM, 포드, 테슬라, 할리데이비드슨을 제외한 19개 부품업체의 집약도가 2019년에 3.22%로 낮아졌다. 국내 자동차부품업체는 6개가 등재되었으며, 집약도는 2.66%에서 2.78%로 증가했지만 등재 기업 평균에는 미달했다. 하지만 필자가 국내 자동차부품업체의 연구개발 투자액을 분석한 결과 등재 업체 하한 투자액인 3,520만 유로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국내 부품기업 수는 계열과 비계열 각각 4개사, 8개사로 차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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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재 소프트웨어 기업 수는 2015년 278개에서 2019년 288개로 증가했으며, 동 기간 중 평균 연구개발 집약도는 10.94%에서 11.76%로 증가

2019년 소프트웨어 등재 기업 총매출액은 1조 2,126억 유로로 전년 대비 11.7%가 증가했으며, 연구개발 투자액은 1,426억 5,810만 유로로 전년 대비 21.2%가 증가했다. 중국의 등재 기업 수가 증가하면서 여타 국가의 기업 수가 감소했다. 전체 등재 기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중국을 5.18배, 매출액은 3.66배를 상회했다. 미국의 평균 연구개발 집약도를 상회하는 독일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프랑스 기업을 2배 이상 상회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연구개발 집약도도 상대적으로 높으나, 등재된 3개 기업이 1994년 이후 창업한 게임과 보안소프트웨어 업체로 미래차 산업과의 연관성은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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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계열사, LG전자와 계열사가 각각 3개씩 등재되었으며, 삼성전자가 전체 연구개발 투자의 79.8%를 차지했다. 그동안 세계 전자산업 연구개발 투자를 주도해 온 미국과 일본의 위상이 중국기업의 투자 확대에 따라 약화되었다. 2019년 연구개발 집약도는 우리나라가 8.05%로 가장 높았으며, 독일(6.88%), 중국(5.71%), 일본(4.87%), 미국(4.32%) 순으로 나타났다. 수탁생산 중심의 대만 전자산업은 2015년 등재 기업이 31개, 집약도가 2.07%였으나, 2019년에는 집약도는 2.60%로 증가했으나 기업 수는 25개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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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대기업과 계열사가 미래차 연구개발 투자를 주도하면서 산업내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

자동차산업 등재 기업 8개 중 6개가 현대차와 계열사, 전기전자 등재 기업 6개사 중 삼성전자와 LG전자 관계사가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어서 혁신생태계의 확장이 시급히 요구된다. 미래차 관련 공급망과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상황에서 혁신역량을 보유한 국내 기업이 부족할 경우 수입에 의존하거나 대기업들이 내재화를 가속화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중국, 유럽 기업 간 경쟁과 협력이 가속화 하면서 미래차와 연관 제품 및 서비스 관련 기술, 비즈니스 모델 개발 경쟁과 하부구조 구축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이미 EU와 미국이 배터리 자급을 위한 민간기업의 투자를 지원하고 있고, 공급 부족에 직면해 있는 차량용 반도체의 효율적인 국내외 조달을 위해 자국 기업의 투자와 외국기업의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요국 정부는 미래차 관련 사이버 보안 시스템, 충전 및 통신 하부구조 구축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중국 정부가 미래차 관련 희토류 금속 수출 규제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자 유럽과 미국 정부는 핵심 소재 DB를 구축하고 수입선 다변화와 대체재의 개발 및 자국 내 공급을 위한 지질 탐사와 공급망 구축 전략 수립 등의 대응 전략을 수립해 운용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정부 연구개발 예산 지원과 전략적 제휴의 촉진 필요

정부가 자동차부품기업의 사업 전환과 미래차 관련 창업을 촉진하고 있으나, 국내 중소 중견 기업의 수용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자동차 전장부품 생산 가능 국내 기업은 전체 공급업체의 5%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전장부품 생태계를 형성하는데 중심이 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중핵(Keystone) 부품업체는 소수에 불과하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기동력자동차의 국내 양산 체제를 갖추어 나가고 있으나,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전장부품산업 기반은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따라서 산학연관 협력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한 전장부품산업과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을 위한 인력 양성과 지원, 하부구조 구축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자동차산업 엔지니어는 2년 사이에 2만 6,000명 이상 증가해 2019년 12만 6,400명에 달하고 있으며, 미국 에너지부는 대규모 혁신커뮤니티센터 등을 구축해 미래차산업 육성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미래차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인재육성, 기술개발, 지원 하부구조 구축과 비즈니스 모델 관련 세부 전략의 수립이 시급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