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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시행 100일, 법적 동향과 대응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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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ICA
댓글 0건 조회 82회 작성일 26-07-3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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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시행 100일, 법적 동향과 대응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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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화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린 파트너변호사, HR노동팀장)


Ⅰ. 들어가며

노란봉투법이란 2025년 9월 9일 공포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일부 개정 조항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은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 당시 한 시민이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아 노동자들에게 전달한 것에서 비롯되어, 노동조합법 개정 운동의 상징어로 자리 잡았다. 노란봉투법으로 상징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19대, 20대 국회에서는 통과되지 못한 채 폐기되었고, 21대 국회에서는 통과는 되었으나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좌초되었으며, 마침내 22대 국회에서 통과되고 공포되었다.
 

이 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은 원청기업도 일정한 요건 하에 하청 근로자에 대한 단체교섭의 상대방, 즉 ‘사용자’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정리해고와 같은 사업경영상의 결정까지 노동쟁의의 대상에 포함시켰으며, 나아가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사용자의 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규정을 대폭 정비하였다는 점에서 우리 집단적 노사관계 법제의 근간을 바꾸는 입법으로 평가된다. 요컨대 노란봉투법은 단체교섭의 상대방(제2조 제2호), 쟁의행위의 대상(제2조 제5호), 손해배상청구의 제한(제3조 및 제3조의2)라는 세 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동조합 간의 단체교섭 가능성을 고려하여 교섭창구단일화 및 교섭단위 결정에 관한 내용을 구체화하였고,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이하 “해석지침”)을 마련하여, 확대된 사용자의 범위 및 노동쟁의 대상에 관하여 구체적인 해석기준을 제시하였다. 

노란봉투법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경과 후 시행하도록 되어 있는 부칙 조항에 따라 금년 3월 10일부터 시행되어 이제 시행 100여일을 지나고 있다. 비록 시행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이 법은 우리 산업계의 노사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완성차 제조사를 정점으로 1차, 2차, 3차 협력사가 수직적으로 연결되고, 그 아래에 사내협력업체와 물류·용역업체가 결합되어 있는 대표적인 다층적 공급망 산업이다. 노란봉투법이 입법 취지로 명시한 ‘하도급 등으로 다층화된 고용구조에서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주체와의 교섭 촉진’이라는 문구가 가장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산업이 바로 자동차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법 시행 직후인 지난 4월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완성차 그룹 본사 인근에서 원청교섭 쟁취를 내건 대규모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자동차산업은 노란봉투법 적용의 최전선에 서 있다.
 

특히 유의할 점은 자동차부품산업 하의 각 회사들은 노란봉투법 아래에서 ‘이중의 지위’에 놓인다는 사실이다. 완성차 제조사와의 관계에서는 교섭을 요구하는 쪽의 근로자를 고용한 하청의 지위에 있지만, 자신의 2차·3차 협력사, 사내협력업체, 물류·용역업체와의 관계에서는 교섭 요구를 받을 수 있는 원청의 지위에 서게 된다. 노란봉투법이 각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어느 한 방향에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법 시행 100일이 지난 현 시점에서는 고용노동부의 해석지침, 개정 시행령 규정, 그리고 노동위원회의 초기 판정 동향까지 노란봉투법 운영의 윤곽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들이 상당히 축적되었다. 본고에서는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 및 법적 동향을 정리하고, 자동차부품산업의 안정적인 경영환경 구축을 위한 기업 차원의 대응방안과 산업 차원의 정책적 대안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Ⅱ. 노란봉투법, 무엇이 달라졌는가
 

1. 사용자 개념의 확대 ― 제2조 제2호 후문의 신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제2조 제2호에 후문을 신설하여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개정 전에는 사용자의 정의에 대하여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라고만 규정하였는데, 개정 조문은 후문을 신설하여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한다. 종래 대법원이 2010년 현대중공업 사건(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에서 부당노동행위 사건에 한정하여 인정하였던 법리, 즉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았더라도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에 포함된다는 법리를, 단체교섭 의무의 영역까지 확장하여 법률에 명문화한 것이다.
 

해석지침은 이해를 돕기 위해 세 가지 용어를 정의하고 있다. 근로자와 직접 계약관계에 있는 사용자, 예컨대 하청, 수급인, 협력사를 ‘계약사용자’라 하고, 근로자와 계약관계는 없지만 계약사용자와의 관계 등에 의해 계약사용자 소속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제3자, 예컨대 원청, 도급인 등을 ‘계약외사용자’라 하며, 계약사용자와 계약관계에 있는 근로자 중 자신의 근로조건이 계약외사용자에 의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되는 자, 예컨대 하청 등 소속 근로자를 ‘관련근로자’라 부른다. 본고에서도 이 용어를 사용한다.
 

해석지침에 의하면 계약외사용자의 정의 중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에서 ‘실질적’이라 함은 계약외사용자 등이 도급계약 및 과업지시서 등에 의거하여 관련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직접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 또는 계약외사용자 등이 운영하는 관리시스템이나 전자기기 등을 매개로 관련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사실상 지배・결정하는 경우 등을 의미하고, ‘구체적’이라 함은 계약외사용자 등이 포괄적으로 모든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지 않더라도 근로시간, 복리후생 등 특정 근로조건에 대하여 지배 또는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지배・결정’에서’지배’라 함은 시설・장비・장소에 대한 소유권 등 법적 또는 사실상의 통제력을 가지고 있어 해당 공간의 운영 방식과 안전상 위험 요소 등을 관리・제어할 수 있는 상태이거나 계약외사용자 등이 관련근로자나 계약사용자에 대해 직접적인 지시 없이도 근로조건에 대하여 자신이 의도하는 행위나 조건을 부과할 수 있거나 또는 자신의 의도에서 벗어나는 경우 언제라도 개입하여 이를 변경하거나 제재할 수 있도록 영향력이나 통제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결정’이라 함은 계약외사용자 등이 직접 결정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도급계약이나 과업지시서, 관리시스템, 전자기기 등을 매개로 구체적인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인정되는 경우, 즉 필요시 언제라도 근로조건을 변경・조정할 수 있는 법적 또는 사실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포함한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계약외사용자로 인정되더라도 포괄적인 사용자 지위가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정 조문의 “그 범위에 있어서는”이라는 문구가 말해주듯, 계약외사용자는 자신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특정한 개별 근로조건의 범위 내에서만 사용자로 인정된다. 


2. 노동쟁의 대상의 확대 ― 제2조 제5호의 개정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의 정의에 세 가지 요소를 새로 포함시켰다. 첫째,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등 전통적인 근로조건의 결정에 더하여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가 노동쟁의에 포함되었다. 둘째, ‘근로자의 지위’가 근로조건의 예시에 추가되어 고용형태 변경, 징계·승진의 원칙과 기준·절차 설정 등을 둘러싼 분쟁이 노동쟁의 대상임이 분명해졌다. 셋째, 노동조합법 제92조 제2호 가목부터 라목까지의 사항, 즉 임금·복리후생비·퇴직금, 근로 및 휴게시간·휴일·휴가, 징계 및 해고의 사유와 중요한 절차, 안전보건 및 재해부조에 관한 사항에 대한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었다.
 

실무적으로 가장 파급력이 큰 것은 첫 번째 요소다. 종래 판례와 행정해석은 정리해고 실시 여부를 고도의 경영상 결단으로 보아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고용노동부는 1998년 이래 유지해 온 이 행정해석을 2026년 3월 10일자로 변경하였다. 이제 정리해고 결정 그 자체가 의무적 교섭사항이 되고, 노동조합이 이를 요구할 경우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해태하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해석지침은 그 한계도 분명히 하고 있다. 합병, 분할, 양도, 매각 등 기업조직 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그 자체, 그리고 해외투자·설비투자와 같은 기업투자 결정은 근로조건에 대한 영향이 추상적·잠재적 차원에 머무르므로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다. 교섭 대상이 되는 것은 그러한 결정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지위 또는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정리해고,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이며, 그와 같은 조치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노동조합은 고용보장 요구 등에 관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상법상 이사회·주주총회의 권한과 같이 사용자에게 전속된 경영상 결정 권한에 관한 사항은 의무적 교섭사항이 아니고, 교섭 대상이 되려면 대다수 또는 상당수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3. 손해배상 청구 제한의 강화 ― 제3조의 개정과 제3조의2의 신설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세 번째 축이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이다. 개정 전 제3조는 사용자가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게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노란봉투법은 여기에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을 추가하여 면책 대상 행위의 범위를 넓혔다(제3조 제1항).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이 법에 의한’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하여 민사상 책임을 면책하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으므로, 정당성이 인정되는 활동에 한하여 면책된다는 종래 법리의 기본 틀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다만 노란봉투법으로 노동쟁의의 대상이 사업경영상의 결정까지 확대된 결과, 종래에는 목적의 정당성이 부정되어 불법으로 평가되던 정리해고 반대 파업 등이 이제는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면책 범위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제2조의 개정과 제3조는 맞물려 작동한다.
 

나아가 개정 제3조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범위와 행사 방식을 여러 겹으로 제한한다. 우선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손해를 가한 경우의 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규정이 신설되었다. 다음으로, 법원이 단체교섭·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근로자에게 인정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등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관여의 정도, 임금 수준과 손해배상 청구금액, 손해의 원인과 성격, 그 밖에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하여 고려할 필요가 있는 사항을 종합하여 해당 근로자별로 책임비율을 정하여야 한다(제3조 제3항). 노동조합과 조합원 전원에게 손해 전액의 연대책임을 묻던 종래의 실무 대신, 쟁의를 주도한 간부와 단순 참가자의 책임을 구별하여 개별적으로 산정하도록 한 것으로, 근래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입법화한 것이다. 또한 신원보증법 제6조에도 불구하고 신원보증인은 노동조합 활동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없음이 명시되었고(제3조 제5항),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운영을 방해할 목적 또는 조합원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금지되었다(제3조 제6항).
 

신설된 제3조의2는 사용자가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손해배상 등 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다. 노사 합의를 통한 분쟁의 자율적 해결, 예컨대 교섭 타결 시 손해배상 청구를 취하하고 책임을 면제하는 방식의 일괄 타결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취지다. 적용 시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부칙에 따라 제3조의 개정규정은 법 시행 이후 발생하는 손해부터 적용되지만, 제3조의2의 면제 규정은 법 시행 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도 적용된다. 시행 전의 쟁의행위 등을 원인으로 손해배상 소송이나 가압류가 계속 중인 회사라면, 해당 분쟁을 종래의 법리로 끝까지 다툴 것인지 면제 권한을 활용한 일괄 타결의 지렛대로 삼을 것인지를 전략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는 종래 쟁의행위에 대하여 사용자가 취할 수 있는 사실상 가장 강력한 억지 수단이었으나, 노란봉투법 아래에서는 정당성 인정 범위의 확대, 개별 책임비율 산정, 신원보증인 면책, 남용 금지가 겹겹이 작동하여 그 실효성이 크게 제한된다. 특히 청구권 행사가 노동조합의 존립·운영을 위협할 목적으로 평가될 경우 그 자체가 위법하게 되는 만큼, 쟁의행위 발생 시 손해배상 청구 여부와 방식의 결정은 종전보다 훨씬 신중한 법적 검토를 요한다. 결국 사후적 책임 추궁에 의존하던 노무관리의 무게중심을 쟁의에 이르기 전 단계의 교섭 관리와 분쟁 예방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 제3조 개정의 핵심 취지이다. 


Ⅲ.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의 핵심 ―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판단 기준
 

1.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 여부

고용노동부가 2026년 2월 발표하고 법 시행일에 맞추어 시행한 해석지침은, 계약외사용자 판단의 핵심 고려요소로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를 제시하였다. 계약외사용자가 관련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발적·일시적 개입만으로는 부족하고, 근로조건 결정에 대한 계약사용자의 자율성을 지속적으로 제약·통제하는 거래관계 등의 구조가 존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적 통제는 원청업체가 하청근로자에게 직접 지휘·명령을 하는지가 아니라, 하청근로자 집단 전체에 적용되는 계약 조건, 세밀한 작업지시서, 자동화된 발주·관리시스템 등을 통해 하청업체의 의사결정을 제한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해석지침에서 이러한 요건이 파견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완화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만큼, 원청이 하청의 개별 근로자에 대하여 직접 지시를 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
 

한편 ‘업무의 조직적 편입 및 경제적 종속 여부’도 계약외사용자 판단의 보완적 징표로 고려된다. 즉, 하청의 사업이 원청의 사업에 필수적으로 편입되어 있거나 계약 해지 시 하청업체의 존속이 불투명해질 정도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경우 원청업체는 계약외사용자가 될 수 있다. 다만 해석지침은 이러한 보완적 징표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실질적·구체적 지배를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도 붙이고 있다.


2. 도급계약 관계에서의 일반적 지시권과의 구별

도급계약 관계에서 도급인은 도급 목적 달성을 위해 수급인에게 일반적・결과지향적으로 계약이행의 내용이나 절차에 관하여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며, 해석지침은 이러한 요구·협의·조정은 계약상 관리범위 내의 행위로 보아야 하고, 구조적 통제와 구별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납기 및 품질 요구, 거래조건의 협상·변경, 발주서 및 그에 준하는 시스템에 따른 작업이행 요구를 곧바로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제조현장에서 물품 완성 일정이나 설계 도면대로의 작업 진행을 지시하는 것, 지정된 작업구역 사용이나 자재·폐기물 관리 방식 준수를 요청하는 것, 동시 작업하는 다른 협력업체와의 공정 충돌 방지를 위한 일정 조율, 관련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생산정보 공유 등이 일반적 지시권의 예시로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적 지시와 구조적 통제의 경계는 유동적이다. 지시가 계약 목적 달성이라는 형식을 취하더라도 그 내용이 관련근로자의 근로시간, 휴게시간, 작업일정, 작업강도, 작업환경 등 구체적 근로조건의 핵심 부분을 사실상 결정하거나 계약사용자의 재량을 본질적으로 제한한다면 구조적 통제로 판단될 수 있다. 특히 제품 생산에서 법령상 기준 준수를 위해 작업계획서나 표준작업지침서를 교부하는 것 자체는 구조적 통제가 아니지만, 그것이 일반적인 정보 제공 수준을 넘어 작업속도나 업무량 등 노동 강도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경우에는 구조적 통제로 평가될 수 있다. 자동차부품 생산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표준작업서, 사이클타임 관리, MES 기반 생산관리시스템이 협력사 근로자의 노동 강도를 어느 수준까지 규정하고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3. 물량도급·납품형 외주에 대한 판단 

해석지침은 구조적 통제가 계약사용자와 계약외사용자의 업무가 단계별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거나 작업 공정이 상호의존적인 경우, 예컨대 생산라인이 연동되는 경우에 나타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하면서도, 납품형 외주하청 등 도급인의 사업장 밖에서 수급인이 독립된 설비를 갖추고 완제품이나 부품을 생산하여 납품하는 통상적인 물량도급 관계에서는 구조적 통제가 조직적·실질적으로 있다고 보기 곤란하다고 명시하였다. 
 

다만 지침은 이 경우에도 구체적 사안에 따라 특정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두었다. 자동차산업 특유의 적시생산(JIT)시스템이나 서열생산(JIS) 시스템 아래에서 발주처의 생산계획과 호출 물량이 협력사의 작업일정과 주말·휴일 가동 여부를 사실상 결정하는 구조, 발주시스템의 시각 단위 납입 지시가 교대제 운영을 규정하는 구조 등은 사안에 따라 근로시간·작업방식 의제에서 다투어질 소지가 있다..


4. 분야별 판단기준

해석지침은 근로조건 영역을 노동안전, 작업환경, 복리후생, 근로시간, 작업방식, 임금·수당의 여섯 분야로 나누어 사용자성 판단 시 고려요소를 예시하였다.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가장 높게 설계된 분야는 노동안전이다. 원청이 작업공정·안전절차·보호장비 등 전반적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지배·통제하는 경우, 특히 원·하청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혼재하여 근무하고 시설·장비가 원청의 지배·통제 하에 있어 협력업체 단독으로는 위험요인 제거나 안전설비 설치 등 구조적 개선이 어려운 경우에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
 

작업환경 분야에서는 사무공간·창고·휴게공간의 사용 구역과 이용시간을 원청이 구체적으로 정하고 개선 여부·범위·시기를 결정할 권한과 예산이 원청에게만 있는 경우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높지만, 사업장 제공과 기본적인 출입·보안 관리, 법령상 요구되는 공용시설 유지·관리와 같은 통상적 시설관리 차원에 머무르는 경우에는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 
 

복리후생(휴게시설, 사내복지시설 등)분야에서는, 원청이 복리후생 시설 등에 대한 협력사 근로자의 이용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거나, 사용 기준 설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정한 공동근로복지기금 및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상생협력기금과 같이 개별 법령 등에 따라 그 조성 목적을 가지며, 기금 활용에 있어 참여 기업의 자율성 등이 높은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기금을 설치하거나 기금을 통해 지원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자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근로시간 분야에서는 원청이 생산계획, 작업일정, 근로시간, 휴게시간, 연장근로 등에 대하여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거나 승인권을 행사하는 경우 사용자성 인정가능성이 높지만, 사내 협력업체라도 원청이 출입절차만 통제하고 협력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편성하는 경우라면 근로시간 등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가능성이 낮다. 
 

작업방식 분야도 마찬가지로, 원청이 작업공정의 구성, 작업속도, 작업표준 및 절차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에는 사용자성이 인정될 여지가 크나, 물량도급의 경우처럼 일의 납기, 결과물의 양・질 등 작업의 결과에 관한 일반적인 요구만을 할 뿐, 구체적인 공정 운영이나 작업수행 방식은 하청의 자율에 맡겨져 있는 경우에는 계약외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은 낮다. 
 

임금·수당 분야는 원칙적으로 부정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임금의 지급과 인상은 계약당사자인 계약사용자와 관련근로자 사이에서 결정되는 것이므로, 원청이 임금에 관하여 실질적·구체적으로 결정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한 임금에 대해 원청에게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서의 사용자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노무도급계약에서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수, 직급, 투입시간 등을 기준으로 인건비를 사실상 결정하거나 임금 인상률, 각종 수당 기준 등을 직접 제시하여 하청업체의 보상 결정 재량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 반대로 도급인이 평균적 임금수준과 잠정 인원을 활용하여 도급액을 정한 이후 임금구조에 관여하지 않고 도급액 범위 내에서 하청업체가 자율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구조적 통제가 낮다고 평가된다. 


5.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과의 관계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가 가장 우려했던 쟁점 중 하나는, 원청이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는 것이 훗날 불법파견 소송에서 불리한 증거로 쓰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해석지침은 이에 대해 노동조합법상 ‘지배·결정’과 파견법상 ‘상당한 지휘·명령’은 판단 구조가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의 판단기준인 ‘상당한 지휘・명령’은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자신의 근로자와 거의 동일하게 취급하며 개별 근로자의 노무수행 자체에 대해 직접적・구체적으로 개입했는지에 따라 판단한다. 반면 노동조합법에서 ‘지배・결정’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특정 근로조건의 결정구조를 장악하고 있는지가 문제되는 것으로서, 개별 근로자에 대한 직접적・구체적 지시 없이도, 근로자집단 전체에 적용되는 규칙이나 시스템을 통제함으로써 지배・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근로자파견에서 파견근로관계의 판단은 근로계약상 책임귀속의 문제인데 반하여 노동조합법에서 ‘지배・결정’은 단체교섭의무 귀속의 문제이다.   

이러한 구별 기준에 입각하여 해석지침은 계약외사용자로서 교섭요구에 응낙하고 공고·자료요구·교섭진행 및 합의사항 이행 등을 수행한 것은 파견법상 불법파견의 징표로 고려될 수 없다고 명시하였다. 실무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하는 내용이지만, 행정지침이 법원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므로 교섭 과정에서의 언행과 합의 문언 관리는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


Ⅳ. 시행령 개정 ― 교섭 절차의 보완과 교섭단위 분리 기준의 구체화

법률 개정에 발맞추어 시행령도 정비되었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1월 21일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재입법예고하였고(고용노동부공고 제2026-48호), 개정 시행령은 법과 같은 날인 3월 10일부터 시행되었다. 개정 내용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 노동위원회 결정기간의 연장 근거다. 노동조합으로부터 교섭을 요구받은 사용자는 그 사실을 7일간 공고하여야 하고, 공고하지 않거나 다르게 공고하면 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데, 계약외사용자에 대한 교섭요구의 경우 노동위원회가 시정신청 단계에서 해당 원청이 제2조 제2호 후단의 사용자에 해당하는지까지 판단하여야 하므로, 종래 10일이던 결정기간을 한 차례에 한하여 10일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시행령 제14조의3 제3항 및 제14조의5 제5항 단서).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신청 절차가 사실상 원청 사용자성 판단의 첫 관문으로 기능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원청 입장에서는 이 단계에서의 주장·입증 준비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둘째, 교섭단위 분리·통합 결정 기준의 구체화다. 그간 시행령에 아무런 규정이 없던 노동위원회의 결정 기준을 신설하여, 업무의 성질·내용, 작업환경, 책임비중, 임금체계, 근무시간, 휴일·휴가, 복리후생 등에 기인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계약형태·직종·채용방법·정년·인사교류 등에 따른 고용형태, 기존의 단체교섭 등 노사 간 협의 여부와 방식 등에 따른 교섭 관행, 그리고 이에 준하는 사유를 고려하도록 하였다(시행령 제14조의11 제3항). 나아가 계약외사용자에 대한 교섭에서 관련근로자에 관한 교섭단위를 분리·통합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 또는 유사성, 다른 노동조합에 의한 이익 대표의 적절성, 교섭단위 유지 시 노동조합 간 갈등 유발 및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하였다(같은 조 제4항). 원청이 자사 정규직 노조와 다수 하청 노조로부터 동시에 교섭 요구를 받는 상황에서, 교섭단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교섭의 질서와 부담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Ⅴ. 시행 100일의 현장 ― 통계로 본 초기 동향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 6월 22일 개최한 ‘개정 노조법 시행 100일 현황’ 설명회 자료는 노란봉투법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공식 통계다. 법 시행일인 3월 10일부터 6월 19일까지 하청 노조 1,161개, 조합원 약 16만 4천 명이 원청 사업장 439개소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였다. 교섭 요구는 시행 첫 달인 3월에 363개소로 집중되었다가 4월 42개소, 5월 23개소로 점차 안정화되는 추세이고, 원청 1개소당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는 평균 2.6건이었다. 민간부문이 249개소로 56.7%를 차지하였고, 상급단체별로는 민주노총 47%, 한국노총 43.6% 순이었다.
 

회사 입장에서 가장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숫자는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인정률이다.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신청이나 교섭단위 분리 절차를 통해 노동위원회 판단이 진행된 원청 141개소 가운데 113개소에 대한 판단이 끝났고, 그중 103개소, 비율로는 91.2%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었다. 물론 이는 노조가 절차를 밟을 실익이 있다고 판단한 사건들이 노동위원회에 올라온 결과라는 표본의 특성을 감안해야 하고, 인정된 사건 중 13개소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최종 결론이 확정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초기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사용자성 자체를 전면 부정하는 방어 전략의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 따라서 사용자성 인정을 전제로 한 교섭의제 범위의 다툼과 교섭 전략 수립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부문별 동향도 참고할 만하다.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439개소 중 256개소는 아직 별도의 후속 조치가 없는 상태인데, 민간부문에서 후속 조치가 진행되지 않은 사업장 가운데는 건설업이 85개소로 가장 많았다. 타워크레인 노조가 법 시행 초기에 교섭을 요구하고 노동위원회 시정신청을 제기하였다가 취하한 뒤 다른 기업들에 대한 판단을 지켜보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실제 교섭 진행은 아직 초기 단계다. 자율적으로 교섭에 나선 42개소를 포함하여 총 96개소에서 교섭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창구단일화와 실무협의 단계를 지나 실제 본교섭에 착수한 사업장은 10개소에 그친다. 교섭단위 분리에 관하여는 29개 원청에 대한 결정 중 12개소(41.4%)에서 분리 결정이 내려졌고, 분리 유형은 사업부문별 분리가 9개소로 가장 많았다. 고용노동부는 시행 초기 우려되었던 이른바 ‘교섭 쓰나미’나 무분별한 쪼개기 교섭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경영계에는 노동위원회 판단이 내려진 경우 법원 판단을 기다리기보다 당사자 간 교섭에 적극 임할 것을, 노조에는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의제를 중심으로 교섭할 것을 각각 당부하였다. 향후 행정소송을 통한 법원의 판단이 축적되기 전까지는 노동위원회 판정례가 사실상의 기준으로 작동할 것이므로, 판정 동향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Ⅵ. 자동차부품산업이 특히 유의할 네 가지 지점


1. 이중적 지위의 관리

서두에서 언급한 대로 자동차산업에 소속된 회사는 원청이자 하청이다. 완성차 제조사에 대한 관계에서 자사 노조 또는 산별노조 지회가 완성차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국면이 열릴 수 있는 한편, 자사의 사내협력업체·2차 협력사 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는 국면도 동시에 열린다. 전자의 국면에서 자사가 완성차의 구조적 통제를 입증하기 위해 제출하는 자료와 주장은, 후자의 국면에서 자사가 2차 협력사에 대해 행사하는 유사한 관행을 정당화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두 국면을 통합적으로 조망하면서 자사의 거래구조 전반에 대한 일관된 사실관계 정리와 입장 설정을 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 사내협력업체와 생산라인 연동 구조

해석지침이 구조적 통제의 가능성이 높다고 본 전형이 바로 생산라인 연동형 사내하도급이다. 원청의 생산계획이 관련근로자들의 운용과 밀접히 연결되어 인원배치·근무형태가 결정되고, 관련근로자들의 업무가 전체 생산과정과 연동되어 원청 소속 근로자들과 함께 각 공정별로 사실상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루는 경우가 예시로 제시되어 있다. 프레스, 차체, 도장, 조립 등 연속 공정 내에 사내협력업체를 운용하는 회사라면, 근로시간·작업방식·노동안전 의제를 중심으로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을 현실적인 전제로 두고 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아울러 앞서 본 사내하청 판결이 하청이 원청 아닌 다른 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할 능력이 없고 원청과의 계약이 해지되면 기업의 존속이 불투명해지는 경제적 종속 상태를 지배력 인정의 근거로 삼았다는 점에서, 전속거래 비중이 높은 사내협력업체 운용 구조는 그 자체로 리스크 요인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3.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이행과의 긴장 관계

실무에서 빈번하게 제기되는 질문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오히려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기능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해석지침과 최근 판결의 태도를 종합하면, 안타깝게도 이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는 어렵다. 서울행정법원은 조선업 사내하청 사건(2025. 7. 25. 선고 2022구합69230 판결)에서, 원청이 안전 기준에 관한 각종 지침을 제정하고 주기적 안전평가를 실시하며 사업장 내 모든 근로자의 안전 관련 요소를 지배·통제하고 있는 이상, 안전지침을 마련하거나 그 이행을 감독하는 것이 관련 법령에 따른 도급인의 의무 이행이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부인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해석지침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의 귀속주체가 누구인가라는 형식적 기준이 아니라 계약외사용자가 문제의 실질적 해결 능력과 위험 발생의 구조적 원인을 통제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대응의 방향은 안전조치의 축소가 아니라 관점의 전환이어야 한다. 안전보건 의무의 이행 수준을 낮추는 것은 형사책임과 중대재해 리스크를 키울 뿐 어떠한 선택지도 될 수 없다. 오히려 노동안전 분야는 어차피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라는 점을 전제로, 해당 의제에 대한 교섭 요구가 들어올 경우의 교섭 시나리오와 수용 가능한 범위를 미리 설계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해석지침이 노동안전에 대한 교섭 요구 응낙과 합의이행이 불법파견의 징표로 고려될 수 없다고 명시한 것도, 안전 의제에서만큼은 원·하청 간 교섭을 통한 해결을 유도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보여준다.


4. 전동화 전환기의 사업재편과 노동쟁의 대상 확대의 결합

자동차부품산업은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의 산업 전환 한가운데에 있다. 엔진·변속기 계열 부품의 축소, 전장·배터리 부품으로의 사업재편, 라인 통폐합과 인력 재배치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노란봉투법 아래에서 이러한 사업재편이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으로 이어질 것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노동조합은 정리해고를 실시하지 않는다거나 정리해고 시 노동조합과 사전 합의하여 시행한다는 등의 고용보장 요구를 단체교섭 의제로 제기할 수 있고, 교섭이 결렬되면 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쳐 쟁의행위로 나아갈 수 있다. 아울러 기존 단체협약에 정리해고 시 사전합의 조항을 두고 있는 회사라면, 사용자가 성실한 교섭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서 그 자체가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여기에 제3조의 손해배상 제한이 결합되면 파급력은 배가된다.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파업이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경우 그로 인한 조업 중단 손해의 배상 청구는 원천적으로 제한되고, 설령 절차나 수단의 위법으로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개별 책임비율 산정과 남용 금지의 제약 아래 놓인다. 사업재편의 의사결정 단계에서부터 노무 리스크 검토를 병행하고, 구조조정 로드맵에 노동조합과의 협의 절차를 내재화하는 것이 노란봉투법 시대의 사업재편 관리 방식이다.


Ⅶ. 기업의 대응방안


1. 거래구조와 계약·실무관행의 전면 점검

출발점은 자가진단이다. 해석지침의 분야별 고려요소를 점검표로 삼아, 협력사·사내협력업체와의 계약서, 과업지시서, 발주시스템 운영 방식, 단가 산정 구조를 의제별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계약 문언과 실무 관행에서 임금테이블의 제시, 단가인상 시 임금인상 반영을 금지하는 취지의 통보, 인건비 조정에 대한 승인 요구, 협력사 근무표·교대제에 대한 사전 승인, 휴가 사용에 대한 인력수급계획상 통제와 같이 지침이 명시적으로 위험 요소로 든 항목들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존재한다면 그 필요성을 재검토하여 정비하여야 한다. 반대로 도급액 산정 이후 협력사의 임금·인사 운영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는 실태라면, 그 자율성이 문서와 기록으로 확인될 수 있도록 해 두는 것이 향후 절차에서의 방어 자료가 된다. 품질·납기·안전 목적의 지시는 일반적 지시권의 범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이 드러나도록, 지시의 목적과 근거를 명기하는 문서 관행을 정착시키는 것도 유효하다.


2. 교섭요구 접수 시의 절차 대응 체계 구축

하청 노조로부터 교섭 요구서가 접수되는 순간부터 시간은 사용자 편이 아니다. 교섭요구 사실의 7일 공고 의무가 즉시 문제되고, 공고를 하지 않거나 다르게 하면 노조의 시정신청을 통해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 판단에 착수하며, 그 결정기간은 10일에 1회 연장이 가능할 뿐이다. 짧은 기간 내에 사용자성에 관한 사실관계와 법리 주장을 정리하여 제출하여야 하므로, 교섭요구 접수 시의 보고 라인, 대응 조직, 자문 체계를 사전에 구축해 두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 내려야 할 전략적 판단은 사용자성 자체를 다툴 것인지, 사용자성 인정을 전제로 교섭의제의 범위에서 다툴 것인지, 혹은 노동위원회 절차 없이 자율 교섭으로 전환할 것인지의 선택이다. 91.2%라는 초기 인정률이 시사하듯 전면 부인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자사의 거래구조에 비추어 의제별로 승산을 냉정하게 평가한 뒤 다툴 것과 교섭할 것을 구분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3. 교섭단위 분리 제도의 전략적 활용

복수의 하청 노조와 자사 노조로부터 동시에 교섭 요구를 받는 상황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와 교섭단위 설계가 교섭 질서를 좌우한다. 개정 시행령이 교섭단위 분리·통합의 판단기준을 구체화하고, 관련근로자에 관하여는 노조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 이익대표의 적절성, 갈등 유발 가능성을 우선 고려하도록 한 만큼, 사업부문별·직군별 근로조건의 차이와 교섭 관행에 관한 자료를 평시에 정리해 두면 필요한 국면에서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거나 노조 측의 분리 신청에 대응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초기 통계에서 분리 신청의 41.4%가 인용되었고 사업부문별 분리가 다수였다는 점은, 이 제도가 교섭 부담을 합리적 단위로 관리하는 수단으로 실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4. 교섭의제 범위의 관리와 합의 문언의 설계

계약외사용자의 사용자 지위는 의제별로 인정된다. 따라서 교섭이 개시되더라도 모든 요구안에 응할 의무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사가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근로조건의 범위에서만 교섭의무를 부담한다. 노동안전·작업환경처럼 인정 가능성이 높은 의제와, 임금처럼 원칙적으로 부정되는 의제를 구분하여 의제별 대응 기준을 마련하고, 교섭 과정에서 사용자성을 다투는 의제에 대하여는 그 입장을 명확히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합의에 이르는 경우에도 합의 문언이 자사의 지배·결정 범위를 넘어서는 사항까지 포괄하지 않도록, 그리고 향후 파견·근로자지위확인 등 다른 분쟁에서 오독될 소지가 없도록 문언을 신중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5. 교섭 개시 이후의 절차 관리

교섭이 개시된 이후의 국면도 미리 고려해야 한다. 복수 노조가 관여하는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선행되고, 이 과정에서 앞서 본 교섭단위 분리·통합 결정이 맞물린다. 본교섭에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고,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쟁의행위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 노란봉투법으로 노동쟁의의 대상이 확대된 만큼 조정과 쟁의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의제의 폭도 그만큼 넓어졌고, 제3조의 개정으로 쟁의행위에 대한 사후적 손해배상 청구의 실효성이 제한된 만큼 쟁의 국면에서의 대응 수단도 재점검이 필요하다. 쟁의행위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 청구의 가능 여부와 손해배상 범위, 청구 상대방 선정은 개별 책임비율 산정 법리와 남용 금지 규정을 감안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교섭 타결 국면에서는 제3조의2의 책임 면제 권한을 일괄 타결의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반면 단체협약의 해석·이행 방법에 관한 당사자 간 의견 불일치는 여전히 노동쟁의의 대상이 아니어서, 협의로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노동조합법 제34조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견해 제시를 요청하는 절차로 해결하여야 한다. 자사가 직면한 분쟁이 새로운 합의의 형성을 구하는 이익분쟁인지, 기존 협약의 이행을 다투는 권리분쟁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절차 선택의 출발점이며, 체불임금 청산이나 해고자 복직 요구와 같은 권리분쟁 사항은 원칙적으로 사법절차의 영역임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6. 관련 절차 간 진술과 자료의 일관성 확보

노란봉투법 관련 분쟁은 단독으로 오지 않는다.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정 절차, 중앙노동위원회 재심과 행정소송, 불법파견 관련 민사소송, 산업안전 관련 수사와 하도급법 관련 절차가 동일한 거래구조를 소재로 병행될 수 있다. 어느 한 절차에서 제출한 사실관계 주장이 다른 절차에서 자사에 불리한 자료로 원용되는 일을 막으려면, 관련 절차 전반을 조망하는 통합적 관리 체계 아래에서 진술과 자료 제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Ⅷ. 맺으며

노란봉투법은 이미 시행된 현실이다. 시행 100일의 통계가 보여주듯 교섭 요구는 질서를 갖추어 가고 있고, 노동위원회는 높은 비율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실제 교섭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다. 앞으로 축적될 노동위원회 판정과 법원 판결이 ‘구조적 통제’라는 개념의 실질적 윤곽을 그려나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자동차산업은 가장 주목받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불확실성의 시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사의 거래구조를 해석지침의 눈으로 냉정하게 진단하고, 교섭 요구가 접수되는 순간부터 가동될 대응 체계를 미리 갖추며, 의제별로 다툴 것과 교섭할 것을 구분하는 것. 이것이 노란봉투법 시대에 자동차부품산업이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지켜내는 길이라고 믿는다. 노란봉투법이 강제하는 원·하청 간 대화의 틀을 수세적 부담으로만 받아들일 것인지, 공급망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소통 구조로 전환해 낼 것인지는 결국 지금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