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자동차부품매거진〉
정년연장 제도개선 추진방향과 주요 쟁점

김덕호 성균관대학교 RISE 사업단 교수
(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Ⅰ. 들어가며
정년연장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논쟁적인 노동정책 가운데 하나다. 고령자의 소득공백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와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야 한다는 요구가 맞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논의는 대체로 “법정 정년을 몇 세까지 연장할 것인가”라는 숫자에 머물러 있다.
정작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고령자가 더 오래 일하는 사회에서 청년은 어디에서 경력을 시작할 것인가. 기업은 늘어난 비용과 인력구조의 변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숙련과 기술은 어떤 방식으로 다음 세대로 이어질 것인가. 정년연장의 성패는 이러한 질문에 어떤 해답을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와 여당이 정년연장을 추진하는 가장 큰 배경은 법정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사이의 소득공백이다. 현행 법정 정년은 60세인 반면, 국민연금은 출생연도에 따라 63∼65세부터 지급된다.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가 되어야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퇴직 후 소득이 끊기는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타당하다.
그러나 정년연장을 노후소득 문제만으로 접근해서는 한계가 있다. 우리 노동시장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내부노동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 중심의 외부노동시장이 분절되어 있고, 두 시장 사이의 이동도 쉽지 않다. 내부노동시장에서는 연공급 임금체계와 강한 고용보호가 결합되어 있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법정 정년만 연장하면 고령자의 고용안정은 높아질 수 있지만, 그 혜택이 일부 근로자에 집중되고 기업의 비용부담은 신규채용 축소나 자동화 확대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자동차부품 산업은 이러한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는 업종 가운데 하나다. 전동화와 스마트팩토리 확산으로 생산방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오랜 경험과 숙련을 갖춘 인력도 여전히 필요하다. 동시에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는 새로운 인재도 지속적으로 유입되어야 한다. 결국 이 산업에서 정년연장은 단순히 근무기간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숙련기술의 전승과 산업 전환을 함께 설계하는 문제다.
Ⅱ. 논의는 어디까지 왔나
현행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가 정년을 정하는 경우 60세 이상으로 하도록 의무화하고, 60세 미만으로 정한 정년은 60세로 본다. 같은 법 제19조의2는 정년연장에 따라 노사가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이 조항이 사용자에게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변경할 권한까지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여당은 지난해 「정년연장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정 정년연령의 단계적 상향과 재고용을 결합한 여러 방안을 검토해 왔다. 올해 6월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절충안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법정 정년 연령을 2∼3년마다 1세씩 65세까지 높이고, 그 이행 과정에서 재고용 의무 대상 연령도 각 안의 일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상향하며, 정년연장 대상자의 임금에 대해서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완화하는 특례를 검토하고, 희망자 전원 재고용을 원칙으로 하되 일정한 제외 사유를 법령에 두는 내용이다. 다만 이는 확정된 정부안이나 법안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알려진 특위 검토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안에 대해 노동계는 시행 시기가 늦고, 취업규칙 특례가 임금 삭감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반면 경영계는 연공급 임금체계와 경직된 고용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연장하면 인건비 부담이 커져 신규채용과 투자 여력이 줄어든다고 지적한다. 청년층의 우려도 작지 않다.
결국 쟁점은 정년을 몇 세까지 연장할 것인가가 아니다. 고령자의 고용안정, 청년의 고용기회,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하나의 제도 안에서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다. 앞으로의 논의도 이 기준 위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Ⅲ. 왜 한국에선 정년연장이 어려운가
혜택은 일부에 집중되고 부담은 노동시장 전체로 확산된다
정년연장이 쉽지 않은 이유는 우리 노동시장의 구조적 특성에 있다. 고용이 유연하고 임금이 직무와 생산성에 따라 결정되는 나라에서는 고령자 고용이 반드시 청년고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1) 반면 우리나라처럼 연공급 임금체계와 강한 고용보호,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내부노동시장이 결합된 구조에서는 기존 근로자의 근속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그 부담은 신규채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2) 국내 여러 실증연구가 정년연장이 대기업 정규직을 중심으로 청년 일자리를 대체하는 이른바 구축효과(crowding-out)를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3)
실제 정년제는 모든 근로자에게 동일한 현실이 아니다. 2024년 기준 정년제를 운영하는 사업장은 전체의 21.8%에 불과하며, 300인 이상 사업장 대부분에서 운영되고 있다.4) 중소기업과 상당수 서비스업에서는 정년제 자체가 없거나 정년 이전에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법정 정년을 높여도 혜택은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청년고용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6년 6월 청년고용률은 43.9%로 전년 대비 1.7%p 떨어져 26개월 연속 하락하고, 취업자도 19만 7천 명 감소했다.5) 1분기 구직·실업·쉬었음 등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구하지 못했거나 쉬고 있는 20·30대도 171만 명에 달한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경기 부진이 아니라 노동시장 진입 경로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AI 확산은 이 압력을 더 키운다. AI와 자동화 기술은 사무직뿐 아니라 연구개발과 제조 현장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업은 신규 인력을 채용해 육성하는 비용과 AI를 도입하는 비용을 함께 비교하게 된다. 만약 정년연장으로 기존 인력의 근속기간까지 길어진다면 기업은 사람을 채용하기보다 자동화를 선택할 유인이 더욱 커질 수 있다. AI가 노동시장의 입구를 좁히고, 정년연장이 노동시장의 출구를 늦추는 흐름이 동시에 작동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년연장 논의는 더 이상 고령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전환과 AI 시대의 인력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고용 경직성과 연공급이 기업의 부담을 키운다
우리 노동시장은 직무전환과 인력조정이 쉽지 않고, 근속연수가 길수록 임금이 크게 상승하는 연공급이 강하게 작동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정년이 연장될수록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도 빠르게 증가한다. 그 결과 기업은 신규채용 축소, 자동화 확대, 외주화 등으로 비용을 조정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이러한 구조적 부담은 자동차부품 산업에서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자동차부품 산업은 완성차 기업과 다수의 협력업체가 연결된 다층적 생태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업 규모와 재무여건, 인사관리 역량의 차이도 매우 크다. 최근에는 전동화와 스마트팩토리 확산으로 생산 공정과 직무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숙련인력을 유지하는 일과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는 새로운 인재를 확보하는 일이 동시에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공급 체계를 유지하면서 법정 정년만 연장한다면 기업은 증가한 인건비를 부담하면서도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미래 기술에 투자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된다. 특히 경영 여력이 크지 않은 협력업체일수록 그 부담은 더욱 크게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정년연장은 근무기간을 연장하는 제도가 아니라, 산업 전환에 맞는 인력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으로 접근해야 한다.
Ⅳ. 제도 설계가 넘어야 할 다섯 가지 쟁점
정년연장인가, 재고용인가
첫 번째 쟁점은 법정 정년을 연장할 것인지, 재고용을 중심으로 설계할 것인지다. 법정 정년연장은 기존 근로관계가 유지되므로 권리의 내용이 명확하고 상징성도 크다. 반면 임금과 직무, 근로시간을 조정할 장치가 없으면 기업은 기존 인력구조를 더 오래 유지해야 한다. 특히 연공급 임금체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재고용은 정년 도달 이후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직무와 책임, 근로시간과 임금을 기업 여건에 맞게 다시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높다. 일본이 법정 정년을 일률적으로 연장하기보다 재고용을 중심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책의 목적은 고령자의 경험을 활용하면서도 청년의 신규채용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일본이 법정 정년을 높인 것이 아니라 계속고용 제도를 통해 고령자의 고용을 확대해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우리 역시 다양한 계속고용 방식을 인정하고, 노사가 기업의 특성과 산업 여건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취업규칙 특례와 임금체계 개편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정년연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은 임금체계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가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의무를 규정하고 있더라도 이 동의 요건을 자동으로 대체하지는 않는다.
여당 절충안은 정년연장 대상자에 한해 한시적으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완화하는 특례를 두고 있다. 연공급 체계를 유지한 채 정년만 연장할 경우 기업의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임금조정은 단순히 절차를 완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법원은 2022년 임금피크제 판결에서 연령만을 이유로 한 일률적인 임금 감액은 연령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임금 감액의 필요성과 정도, 불이익에 상응하는 업무량과 책임의 변화, 감액 재원의 사용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6) 앞으로 정년연장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임금조정 역시 직무와 책임, 근로시간, 생산성의 변화와 합리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대상자 선정과 분쟁해결 절차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여당 안은 희망자 전원을 원칙적으로 재고용하되, 건강상 이유나 직무 수행 상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제외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재고용 여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떤 절차를 거쳐 결정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현장에서는 선정의 공정성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이 발생한다. 반대로 기준을 지나치게 세분화하면 기업은 인력 운영의 자율성을 잃을 수 있다. 결국 재고용 거부의 사유와 절차는 객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갖추면서도 기업이 합리적으로 인력을 운영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또 하나의 쟁점은 재고용의 법적 성격이다. 재고용은 기존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가깝다. 그렇다면 사용자의 재고용 거부를 기존 근로관계의 종료로 볼 것인지, 새로운 계약 체결의 거절로 볼 것인지에 따라 노동위원회의 구제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실무적으로는 1년 단위 계약이 반복될 경우에는 계약갱신기대권의 인정 여부는 물론 퇴직금·연차휴가·복리후생의 근속연수 산정 방식 등 다양한 법적 문제가 새롭게 제기될 수 있다. 재고용 기준과 법적 효과가 명확하지 않으면 노사 모두 예측 가능성을 잃고 새로운 분쟁이 반복될 수 있다.
기업 규모와 산업 특성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법률 규정은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이를 적용받는 기업의 현실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임금체계와 인사관리 역량, 노사관계, 재무여건에서 큰 차이가 있다. 같은 제도라도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과 대응 능력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법률은 같더라도 제도의 운영 방식과 지원체계까지 획일적이어서는 안 된다.
특히 자동차부품 산업은 완성차 기업과 수많은 협력업체가 함께 생태계를 이루고 있어 기업 규모에 따른 차이가 더욱 크다. 따라서 제도 설계와 정부 지원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은 청년채용과 연계한 계속고용 의무를 강화하는 대신, 중소기업에는 직무 재설계와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컨설팅과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제도의 형평성은 획일적인 적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현실을 고려한 합리적인 설계에서 완성된다.
청년고용을 어떻게 함께 고려할 것인가
지금까지 정년연장 논의는 대부분 고령자의 고용안정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현재 가장 취업난을 겪고 있는 사람은 청년이다. 정년연장이 미래세대인 청년의 기회를 막아서는 안 되며, 기업이 청년을 계속 채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계속고용 제도는 청년고용과 연계하여 설계될 필요가 있다. 계속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에는 청년채용과 직업훈련, 세대 간 기술전수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정부 역시 단순히 계속고용을 지원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청년채용과 연계한 인센티브, 직무 재설계, 전직지원 등을 함께 추진하여 기업이 세대 간 균형 있는 인력구조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무 재설계다. 자동차부품 산업처럼 숙련이 중요한 제조업에서는 고령 근로자가 멘토링과 기술전수, 품질관리, 안전관리 역할을 담당하고, 청년은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생산혁신을 담당하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고령자와 청년이 동일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역량을 보완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계속고용의 성공 조건이다.
Ⅴ. 주요국은 어떻게 설계했는가
고령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요 선진국들도 노동력 부족과 연금재정 부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공통점은 어느 나라도 법정 정년 연령만 올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가마다 제도는 다르지만 대부분 임금체계와 직무 재설계, 근로시간, 연금제도, 재정지원 등을 함께 개편하면서 고령자의 고용가능성(employability)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였다.
일본은 기업에 65세까지 고용확보조치를 의무화하되, 정년연장·정년폐지·계속고용(재고용)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직무와 임금, 근로시간을 다시 설계할 수 있어 실제 현장에서는 계속고용 방식이 널리 활용된다. 또한 70세까지 취업기회를 확보하는 조치를 노력의무로 두고 있다.7)
독일은 연금 수급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단계적 은퇴, 부분근로, 유연연금 제도 등을 통해 근로시간을 줄이면서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했다.8) 미국과 영국은 법정 정년을 폐지했지만 우리나라와 노동시장 구조가 크게 다르다. 직무 중심의 임금체계와 유연한 해고 제도를 가지고 있어 기업이 인력구조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도의 모습은 서로 다르지만 정책의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고령자가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되, 기업도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다.

Ⅵ. 한국형 계속고용의 설계 원칙
정년연장은 고령자의 소득공백을 메우기 위한 정책이면서 동시에 노동시장 구조를 재설계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느 한쪽의 이해만을 반영해서는 지속가능한 제도가 될 수 없다. 고령자의 고용안정과 청년의 고용기회, 기업의 경쟁력은 서로 대립하는 목표가 아니라 함께 달성해야 할 정책목표다. 한국형 계속고용 제도의 성패는 이 세 가지 가치를 얼마나 균형 있게 조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다양한 계속고용 방식을 허용해야 한다. 고령자의 소득공백을 해소하는 방법이 반드시 법정 정년을 직접 연장하는 것일 필요는 없다. 정년연장, 재고용, 정년폐지 등 다양한 계속고용 방식을 인정하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직무와 역할 중심의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정년연장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임금체계 개편에 달려 있다. 연령이 아니라 직무와 역할, 근로시간, 생산성에 맞추어 임금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직무 재설계를 통해 세대 간 경쟁을 협력으로 바꾸어야 한다. 계속고용의 목적은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다음 세대로 연결하는 데 있다. 특히 자동차부품 산업처럼 전동화와 스마트팩토리가 빠르게 확산되는 제조업에서는 고령 근로자의 현장 경험과 청년의 디지털 역량이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결합할 수 있도록 직무를 재설계해야 한다.
넷째, 청년고용을 계속고용 정책 안에 포함해야 한다. 정년연장이 청년고용 감소로 이어진다는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는 청년채용과 직업훈련, 전직지원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계속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에 대해 청년채용과 연계한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기업은 세대 간 협업체계를 구축하여 지속가능한 인력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 규모와 산업 특성에 따라 제도 적응 능력은 크게 다르다. 특히 중소기업은 직무분석과 임금체계 개편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부는 획일적인 규제보다 컨설팅과 재정지원, 직무분석, 교육훈련 등 기업의 전환을 지원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맺으며: 정년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다
정년연장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국민연금 수급 연령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고령자의 계속고용 확대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정년을 몇 세까지 연장할 것인가에만 논의가 머문다면 또 다른 갈등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정년연장은 단순히 근무기간을 늘리는 제도가 아니다. 노동시장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기업의 경쟁력과 청년의 고용기회, 고령자의 삶을 어떻게 함께 설계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따라서 법정 정년연장만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 어느 하나만 해결해서는 지속가능한 제도가 될 수 없다.
특히 자동차부품 산업은 이러한 과제를 가장 먼저 마주하는 산업 가운데 하나다. 전동화와 스마트팩토리 확산으로 생산방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산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사람에게서 나온다. 오랜 현장 경험과 숙련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자산이며, 새로운 기술을 갖춘 청년 인재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어느 한 세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숙련의 경험과 새로운 기술을 연결하는 인사전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정년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다. 그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앞으로 우리 산업의 경쟁력과 다음 세대의 일자리, 그리고 노동시장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1) World Bank(2021), Does Elderly Employment Reduce Job Opportunities for Youth
2) OECD(2025), Employment Outlook 2025
3) 한요셉(2020), 김대일(2023), 송헌재(2024), 김유빈(2024), 한국은행(2025)
4) 한국노동연구원(2026), 「고령자의 노동시장 이행 연구」. 2024년 6월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 활용
5) 국가데이터처, 「2026년 6월 고용동향」, 2026.7.15. 발표
6)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7) 일본 후생노동성, 「고연령자고용안정법의 개요」(65세까지 고용확보조치 의무, 70세까지 취업기회 확보 노력의무).
8) 독일연금보험공단, 법정연금 개시 연령 및 유연연금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