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 대책 아닌 정책으로 접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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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문제, 대책 아닌 정책으로 접근하자
최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투기 억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가격 급등 현상이 멈추지 않자, 지난 8월 31일 ‘헌법만큼 고치기 힘든’ 강력한 부동산 종합 대책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종합 대책의 주요 내용은 기본적으로 투기적 수요 억제와 중대형아파트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 영향인지 최근 수도권 일부 아파트 지역을 중심으로 팔고자 하는 가격이 상당 폭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가 아직 전반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강남 지역의 아파트 밀집 지역의 경우에는 뚜렷한 움직임이 관찰되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대체적인 분위기는 아직 더 두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시장 참가자들은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정부의 대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부동산 시장 불안의 원인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세계 경제 질서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점과 무관하지가 않다. 사실 21세기 들어서 부동산 가격 급등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국가, 미국, 가까운 중국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여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0년대의 신경제 시대가 종말을 고함에 따라, 더 이상 자본이 실물 경제에서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과 관련이 깊다. 이에 따라 세계의 유동성이 자산 시장으로 집중되었다. 이러한 자금 흐름의 동맥 경화를 더욱 가속화시킨 것이 중앙은행들의 저금리 정책이다. 이때의 세계 경제 상황은 생산성이 하락하고 성장세가 둔화되어 내수 부문이 침체를 지속하는 불황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책 금리를 낮추어, 기업의 투자와 개인의 소비 회복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이러한 정책이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국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자금이 실물 부문으로 흐르지 못하고 자산 시장으로 집중 유입되어 자산 가격의 버블을 형성하게 되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 불안도 이와 같은 동일한 원인으로부터 비롯된다. 한국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주된 성장 동력은 IT 산업과 수출이었다. IT 산업은 1998~2000년 기간 동안 평균 약 30%의 급속 성장을 지속하였다. 또한 국내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을 때, 수출은 ‘나 홀로 호황’을 지속하여 같은 기간 무역수지는 연평균 약 25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2001년 접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하였다. 세계적인 닷컴 기업들의 도산, 주요 IT 제품들의 가격 폭락 현상이 발생하더니 그 여파로 세계 경제가 미국을 중심으로 동반 침체 국면으로 급속하게 진입하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국내 IT 산업도 주춤거려 2001년 연평균 약 10% 성장에 그치게 되었고, 수출증가율은 감소세로 반전되었다. 이에 따라 2001년 경제성장률은 2000년의 8.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8%까지 급락하게 되었다. 한국은행은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2001년에만 콜금리 목표 수준을 총 네 번에 걸쳐 5.25에서 4.0%까지 떨어뜨렸고 시중 금리도 하락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정부가 기대하였던 기업의 투자는 크게 진작되지 못하였고, 가계 부문의 유동성만이 급증하였다. 게다가 2001년 하반기의 또 다른 경기부양책인 건설투자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시중에 대량으로 풀린 유동성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시장으로 집중하게 된다. 바로 200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이 부동산 가격 상승 압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림 1 >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 (2003.9월=100) 추이 자료 : 국민은행.
< 그림 2 > 한국은행의 콜금리 목표 수준 추이 <자료 : 한국은행>
둘째, 부동산 시장의 변화에 정부의 대응이 미약하여 시장의 신뢰를 상실하였다는 점을 들 수가 있다. 2002년 이후로 최근까지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은 총 20번의 횟수에 달하고 있으며, 새정부 들어서만도 12회에 이른다. 그러한 안정 대책들의 예로는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강화, 3주택 이상 보유자 양도세 중과, 과세 표준의 현실화, 투기 과열 지역에 대한 주택담보비율 60% 지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2002년 9월에 발표된 『9․4 안정 대책』이 있다. 두 번째로는 2003년 10월에 발표된 20세대 이상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 전매 금지, 투기 지역 주택 담보 인정 비율의 40% 하향 조정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10․29 종합 부동산 대책』이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인 2004년 11월에 발표되었으며 일부에서는 자본주의 원리에 어긋날 수 있다고까지 우려하고 있는 『부동산 보유세 개편』대책과,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에 발표된 『8․31 종합 부동산 대책』이 있다. 그러나 이 세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대책들은 투기 지역 지정이나 세무 조사 등 우리가 자주 들어왔던 그러나 아무도 그 효과를 예상하지 않는 말 그대로 대책들이었다.
<표1> 주택 보유세 강화 내용
■ 변경전 기준시가 9억원 이하 |
o 재산세만 부과 o 50% 상한선 유지 o 과표를 2015년까지 기준시가 100%로 인상 (올해 50%) o 실효세율 2017년까지 1%로 인상 |
■ 변경전 기준시가 6억원 이하 |
o 재산세 + 종합부동산세 (세대별 합산) o 50% 상한선 폐지 o 과표를 2009년까지 기준시가 100%로 인상 (올해 50%) o 실효세율 2009년까지 1%로 인상 |
셋째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이 다른 경제 정책과 이상과 목표에서 상충되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을 들 수가 있다. 우선 거시적인 측면에서 통화 정책의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불안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시중에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 문제(시중의 과잉 유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흔히 단기 부동 자금을 들고 있으며, 2004년을 기준으로 할 때 약 405조원(올해 1/4분말 현재 414조원)으로 GDP의 52%에 달하고 있다.)로부터 발생하였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시장 가격 오름세를 장기간 붙잡아 둘 수가 없다. 즉 중앙은행의 정책 금리 인상 정책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작년말 기준으로 GDP에 약 65%에 달할 정도의 개인 부채 문제가 있어, 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이 증대되어 가뜩이나 침체되어 있는 소비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이는 소비를 포함한 내수 회복이 경제 회생의 최대 관건인 한국 경제의 처지를 고려해 볼 때,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음으로 미시적인 부문에서 가장 크게 상충되고 있는 문제가 작년 하반기에 발표된 정부의 종합투자계획이다. 그 주된 내용들이 민자 유치를 통한 사회간접자본 확충, 행정 도시 이전, 기업 도시 육성 등 건설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쪽에서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활성화시키려 하는 이 역설적인 현상은 급기야 2004년 상반기에 수도권에 국한되었던 부동산 투기를 지방으로까지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양산하기에 이른다. 우리 정부의 종합투자계획은 일본에서 1972년에 타나카 카쿠에이(田中角榮) 총리가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실시한 『일본 열도 개조론』과 그 성격이 매우 유사하다. 당시 일본은 도쿄(東京)에서 키타큐슈(北九州)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 지역(태평양 벨트)에 편중된 국토 개발로 지역 불균형 발전이 사회 문제화 되었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 현상과도 일치한다. 이에 일본 정부는 도시 집중화 해소, 공해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전국적인 국토 균형 발전 정책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하였다. 바로 과잉 유동성에 의한 지가 폭등과 물가 상승으로 경제 버블을 형성하였던 것이다. 이는 후에 결국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이라는 장기 불황의 단초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그와 같은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없다고는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상하리만치 부동산에 대한 집착을 보인다. 부동산에 대한 믿음은 가히 교조적인 수준에 가깝다. 특히나 『서민들의 꿈 = 주택 마련』이라는 삶의 공식이 여전히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는 국가는 아마 지구상에 한국뿐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정도로 국민들의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는 절대적이다. 따라서 만약 정부가 부동산 시장과 싸워 이기려면, 바로 이러한 국민들의 사고를 바꿀 정도의 특단의 강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하고 그 대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신뢰를 국민들에게 심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경제 정책의 미세 조정을 통해 경기 안정화 능력이 뛰어난 미국 등 서구 선진국들은 물론, 사유재산을 제한할 수 있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정말 과연 한국 정부에게는 어떠한 정책 수단이 있을지 궁금하다. 더구나 국민들은 정부가 초법적인 시장 안정책을 내놓더라도 여러 선거를 치루면서 아니면 정권이 바뀌면서 그 정책도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만약 시장의 생각이 이러하다면, 시장의 힘을 정부가 이길 수 없다면, 애당초 부동산 안정 대책은 실패라는 당연한 결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렇다면 정부는 지금이라도 부동산 시장 안정을 포기해야 하는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결과적으로 경제 내 비용을 상승시켜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 만약 부동산 문제를 방치할 경우 사회 내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갈등을 증폭시켜 사회 불안을 야기시킨다. 2002~04년 중의 아파트 가격 평균 상승률은 13.4%로서 같은 기간 근로소득 증가율 8.1%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즉 성실하게 일하는 것보다 부동산 투기 한건을 잘해 높은 시세 차익을 내는 것이 훨씬 수지맞는 장사라는 의미이다. 이정도가 되면 누가 애써 열심히 일을 하려 들 것인가? 한편 불과 우리 부모님 세대만해도 한 10년여 정도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면 썩 좋지는 않지만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정도는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2004년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약 3,400만원 남짓이다. 이를 가지고 수도권 지역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하면 수십 년은 걸릴 것이다. 사실상 평생가도 자신의 힘만으로 제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결국에는 이러한 갈등이 시회의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이 국내 투자를 기피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한 가지가 바로 높은 공장부지 비용 문제이다. 최근 전경련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안산공단의 토지 가격은 이웃 중국의 ‘청도 기술개발구’보다 40배 이상 비싸다고 한다. 이는 그만큼의 생산 비용이 상승하여 만약 두 지역에서 동일한 제품을 만들어 낼 경우 가격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유무형의 막대한 국가적 비효율성 문제를 유발하게 된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시장과의 무모한 싸움은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부동산 대책이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여 정부의 생각을 국민들이 읽을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부동산 시장의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밖에서 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별로 뚜렷한 다른 재테크 수단이 없는 가운데 부동산 투자를 막는다고 막아질 것인가? 그와 같은 강력한 힘을 가진 자금이 흐를 수 있는 물길을 터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후진국형인 자산 시장 구조를 선진화시켜야 한다. 그것이 금융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든 해외 개인투자를 완전 자유화하는 것이든 아무튼 지금의 극한적인 수압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면 된다. 나아가 기업의 생산적인 투자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정책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이번에 발표된 부동산 시장 관련 대책은 더 이상 대책이 아닌 정책으로 자리매김을 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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