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산업의 경영성과 분석 및 신 성장전략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성장 기반을 강화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해 왔다. 또한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해외의존도와 내수 촉진 정책에 힘입어 금번 경제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는 듯하다. 특히 내자계 완성차업체의 영업실적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면서 한국자동차산업이 금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세계 3강에 조기 진입할 수 있다는 평가도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의 경영성과를 분석해 보면 산업내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어서 이의 해결을 위한 전략 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1. 자동차부품산업의 현황과 경영성과 분석
□ 내수 증가에 따른 생산 회복 속에 수출 부진 지속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은 그동안 완성차업계의 국내외 생산증가와 선진국 자동차업체의 글로벌 소싱 확대에 따른 수출 증가로 인해 매출액과 기업수가 증가하는 등 외형성장을 지속해 왔다.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의 매출액은 2003년∼2007년 중 연평균 11.8%가 증가하였으나, 2008년에는 1.2%가 감소하여 49조 5,866억원을 기록하였다. 부품업체 수 역시 외환위기 전인 1997년의 3,083개에서 2007년에 4,557개로 증가하였다. 1차 부품업체 수는 2003년의 878개에서 2005년에는 922개로 증가하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08년에는 889개로 감소하였으나, 대기업 수는 2003년~2008년 중 69개에서 118개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완성차 내수가 증가하면서 경제위기 이후 하락했던 자동차부품산업의 생산과 가동률은 1분기 이후 회복세로 전환되었으나, 수출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자동차부품산업의 가동률은 경제위기 전 제조업 평균수준을 상회했으나 위기 이후 급속히 하락하여 제조업 평균을 하회하였고, 금년 1월에 최저점을 기록하였다.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의 가동률은 이후 회복세로 전환되어 4월부터 제조업보다 높은 가동률을 기록하였고, 최근에는 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한편,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의 수출은 외환위기 이후 연평균 23.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였으나, 2008년 4분기 이후 감소하여 금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비 38.3%가 감소한 46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국가별 수출은 선진국 완성차업체의 구조조정에 따라 미국과 EU 등 대선진국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중국, 중동, 우즈베키스탄 등 신흥시장에 대한 수출 감소폭은 선진국 시장보다 낮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부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선진국의 비중은 2007년 44.5%에서 2009년 상반기에 34.6%로 하락한 반면 신흥국에 대한 수출비중은 상승하였다.
□ 내재화, 계열화와 해외조달 증가로 인한 성장기반 약화
국내 완성차업체의 부품 외부조달 비율은 2001년~2007년 중 국내부품업체의 경쟁력 강화와 완성차업체의 성장세가 가속화됨에 따라 60% 수준에서 72%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2008년에는 수요 둔화 속에 완성차업체가 내재화와 수직계열화를 통해 핵심부품 조달을 확대함에 따라 쌍용차를 제외한 완성차업체의 외부조달비율이 68.1%로 하락하였다. 한편 국내 부품업체의 총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내자계 완성차업체 계열부품업체의 비중은 2003년 26.0%에서 2008년 33.0%로 상승하였다. 이에 따라 2008년 1차 부품업체의 매출액은 1.2%가 감소하였으나, 계열사의 매출액은 5.1%가 증가하였다.
내자계 완성차 계열부품업체와 비계열부품업체간에는 매출액, 영업이익과 순이익격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업체당 평균 매출액 격차의 확대와 함께 계열부품업체의 영업이익률은 상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비계열부품업체의 영업이익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양자간 순이익률 격차는 그 동안의 수출 증가세와 환율효과 등으로 영업이익률 격차보다는 작은 편이다.
한편, 자동차부품의 수입침투율(수입침투율 = [수입/(내수 + 수입)] ×100)은 2004년 8.51%에서 2006년 7.60%로 하락하였으나, 이후 저가 부품의 해외조달 확대 등으로 인해 상승하여 2007년 8.46%, 2008년 12.28%로 증가하였다. 특히 2004년~2008년 중 중국으로부터의 자동차부품(HS8708) 수입은 4,800만 달러에서 6억 7,300만 달러로 급증하였고,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도 동 기간중 2.4%에서 19.7%로 증가하였다.
□ 외자계 완성차업체의 부실화에 따른 위험 증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자계 완성차업체가 모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라 연구개발, 생산, 판매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내수시장에서 내자계 완성차업체의 점유율은 2007년 69.4%에서 금년 상반기에 77.6%로 증가하였다. 외자계 완성차업체들의 실적악화로 협력업체는 생산물량 감소와 유동성 부족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부품업체들도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전체 납품에서 내자계 부품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에 전년대비 1.4%p 증가한 71.1%를 기록한 반면, 외자계 비중은 28.9%로 하락했다. 이러한 내자계 완성차업체와 외자계 완성차업체간 실적격차로 인해 양자에 납품하는 부품업체간 성과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표 1> 내자 및 외자계 부품업체의 평균영업이익 및 영업이익률 비교(2008)
(단위 : 백만원, %)
내자 및 외자계 부품업체의 평균영업이익 및 영업이익률 | 매출액 평균 | 평균영업이익 | 영업이익률 |
---|
국내부품업체 | 191,009 | 10,233 | 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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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부품업체 | 206,069 | 10,654 | 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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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산업연구원
주 : 영업흑자를 기록한 내자계부품업체 324개와 외자계부품업체 97개를 표본조사
□ 재무구조 위험군 업체의 증가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익률 격차 확대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의 재무구조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순익 증가로 인해 전반적으로 개선되어 왔으나, 2008년에 재무구조 위험군에 속하는 1차 부품업체의 비중이 전체 1차 부품업체의 약 1/3 수준에 달하고 있다. 544개 1차 자동차부품업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평균 부채비율은 1998년 439%에서 2008년 215%로, 유동비율은 1998년 79%에서 2008년에는 121%로 개선되었다.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을 기준으로 2008년 이들 1차 자동차부품업체의 재무건전도를 분석해 보면 평균 부채비율을 상회하고 유동비율이 100% 미만인 위험군 업체는 174개로 전체의 32.0%를 차지하였다. 더욱이, 최근 국내 완성차업체와 외국계 완성차업체에 납품하는 부품업체간 실적격차 확대로 인해 위험군 업체의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대기업의 국내 납품액 비중이 2001년 43.6%에서 2008년 59.0%로 상승하여 양자간 성과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부품업체 수의 증가 속에 대기업의 점유비중이 증가하고 있어서 중소 부품업체의 경영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완성차업체의 수직계열화와 납품가격 인하압력 및 저가부품의 해외조달 확대, 수입증가, 외자계 완성차업체의 부실화, 그리고 재무구조 위험군 업체의 증가 등의 여건변화로 인해 국내부품업체와 선진국업체간의 영업이익률 격차 축소와 국제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표 2> 자동차부품산업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변화
(단위 : 개사, 억원)
자동차부품산업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변화구분 | 2001 | 2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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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수 | 납품액 | 업체수 | 납품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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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 62 | 89,525 | 118 | 217,307 |
중소기업 | 819 | 115,806 | 771 | 151,179 |
자료 :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2. 자동차부품산업의 신성장 전략
□ 해외시장지향형 성장모델로의 전환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은 국내 조립대기업에 의존해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해 왔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의 지나친 의존도는 세계화를 저해하여, 생산대비 수출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실정이다. 국내 자동차부품 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21.2%로, 2007년의 일본 44.3%, 미국 46.7%, 유럽 34.9%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근래 증가해 온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의 수출도 국내 완성차업체의 해외공장 조립용 및 수출차량 A/S 부품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구미 부품회사의 경영난과 신흥국 자동차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향후 해외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20대 부품 수출국의 수출액은 2007년에 세계 수요의 절반을 상회하는 7,341억 3,7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우리나라는 117억 달러를 수출하여 12위 수출국의 위상을 차지하였다.(세계자동차부품시장 규모는 2007년 1조 3,404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중 신차용 부품이 9,602억 달러, A/S 및 액세서리 부품이 3,802억 달러를 기록.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4.8%를 기록.)
그러나 2007년 국내 부품업체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1.6%에 불과한 가운데 성장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내수의존형 성장모델에서 탈피하여 해외시장지향형 모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2008년 OEM 매출은 4.6%가 감소한 반면 수출은 14%가 증가)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부품업체의 경쟁력이 강화되어야 하겠지만 기술유출 우려에 따른 국내 완성차업체의 수출통제 완화와 순정부품제도의 개선 등도 필요하다.
□ 전문화·대형화·모듈화를 목표로 한 전략적 구조개편 추진
세계 자동차부품업계는 경제위기 이후 기술력 등 핵심역량 강화를 통한 전문화, 인수·합병과 전략적 제휴 등에 의한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예상이다. 또한 국내외 완성차업체는 기술력 등 핵심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규모의 경제 등으로 비용절감이 가능한 부품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부품산업도 국내외 연관업계와 수평적 공급웹(Supply Web)을 구축함으로써 전문화를 도모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를 모색하여 공급능력을 확충하는 한편 친환경·고안전 부품 등 신제품 개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모듈부품 생산능력을 제고하여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생 협업생태계를 조성하여야 한다. 최근 모듈업체와 신기술 보유업체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부품업체의 평균을 상회하고 있고 선진국 부품업체들이 정부의 지원 하에 개방형 혁신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표 3> 자동차부품업체의 수익률 변화
(단위 : %)
자동차부품업체의 수익률 변화 구분 | 자기자본이익률 | 매출액증가율(2001~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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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 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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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업체 | 7.4 | 13.5 | 9.1 |
신기술 보유업체 | 8.9 | 12.5 | 7.5 |
부품업체 평균 | 7.9 | 11.9 | 6.9 |
자료 : Roland Berger and Rothschild, 2008
또한 국내 부품업체는 모듈화로 인한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의 수혜를 공유하면서 고용과 임금구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을 동시에 강구해야 한다. 나아가 국내 자동차산업이 세계 4강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모듈 및 시스템부품 공급업체와 이들 업체를 지원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등 서비스업체를 육성하여 성장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더불어 중장기적으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엔진 및 배기계 부품업체의 사업전환을 포함한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하여 실업 등의 문제를 사전 예방할 필요가 있다.
□ FTA 체결 확대와 종합지원 시스템 구축으로 안정적인 수출환경 조성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은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인도와 아세안시장 진출확대를 위해 KIA(Korea-India-ASEAN) Triangle 협력망을 구축하고, FTA 협상이 진행중인 중국 및 일본과 연계하여 아시아시장 진출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세계자동차산업의 중심이 동북아로 이동하고 있고 동아시아 국가의 FTA 확산으로 동 지역의 교역과 투자가 확대되고 있어, 향후에는 아시아시장을 장악하는 자동차(부품)업체가 세계 자동차시장을 지배할 전망이다. 또한, 한미 FTA의 발효와 함께 재제조(Remanufacturing) 부품 수출입이 확대될 예상이어서 관련 산업을 육성해 나가야 한다. 동 부품의 육성은 원자재 및 에너지 사용절감, 유해물질 배출 축소, 저가구매에 따른 소비자후생 증가, 제조업체의 이윤증가 등의 효과를 가져 올 예상이다. 세계 재제조 부품시장의 규모는 2008년에 850억~1,000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중 미국내 2,000~3,000개 업체가 400억 달러를 판매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가 모듈화, 전장화, 경량화 등을 통해 친환경·고안전자동차를 효율적으로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부품업체에 대한 종합지원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기술패러다임 변화에 부응하여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대학과 지역에 소재한 자동차·전자·소재·기계산업지원센터 등을 연계한 종합지원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원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또한, 중소부품업체의 실시간 장비활용, 기술개발, 수출지원이 가능한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그린 카 개발 전문인력의 양성과 생산인력의 재교육훈련을 위한 학제간 통합교육시스템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금번 세계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에게 새로운 성장기회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에서의 산학연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