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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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 도요타와 혼다의 신뢰관계 구축 사례 중심
정희식 연구위원 /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Ⅰ. 서론
최근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눈부신 경영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일본 메이커들의 유연한 생산 시스템, 일사 분란한 글로벌 경영 관리 등이 주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지식 정보, 부품회사 관계 등 보이지 않는 경영 자산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2만 개 이상의 부품으로 구성된 자동차라는 상품의 특성을 고려할 때, 완성차 혼자만 잘해서는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완성차 메이커당 수천 개의(3차 부품회사까지 포함할 경우) 부품회사와 거래를 하고 있는데, 부품사 협력없이는 좋은 경영 성과를 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완성차와 부품회사간 협력을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신뢰(Trust)가 된다.
그러나 신뢰라는 것이 구체적인 실체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신뢰를 정의하는 의견들도 학자들마다 조금씩 다르다. "신뢰는 교환의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호 확신을 의미한다"(Sako, 1991; Barney & Hansen, 1995), "신뢰는 계약 또는 3자의 제재에 의해서가 아니라 비계약적 메카니즘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신뢰는 3자의 공식적인 모니터링이나 강제 규약 필요성을 줄이는 자기 감시에 의해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거래 비용을 감소시킨다“(Hill, 1995; Barney & Hansen, 1995) 등의 신뢰에 대한 정의가 있다.
윌리엄(1988)은 신뢰가 협력에 대한 자유 의지에 의해 발생하고, 네 가지 상황에 따라 다른 형태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협력의 발생 원인들을 거시(Macro)와 미시(Micro), 이기주의적(Egotistic)과 비이기주의적(Non-egotistic)으로 각각 나누고, 각 상황에서의 협력 발생 원인들을 나열하였다. 거시적 및 이기주의적 환경 하에서는 권위로부터 오는 제재가, 미시적 및 비이기주의적 환경 하에서는 친밀감 또는 감정의 결합이 협력을 발생시킨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한 요인도 모든 협력 관계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며, 이들 원인들의 결합 형태로 협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 분 | 거시적 | 미시적 |
---|---|---|
이기주의적 | 권위(신, 법 등)로부터 오는 제제에 대한 두려움 | 물질적 이권 또는 이익 |
비이기주의적 | 윤리 : 적절한 행동에 대한 가치 또는 규범 | 친밀감 또는 감정의 결합 |
자료 : Williamson, B(1988), 'Formal structures and social reality' in Trust: Making and breaking of cooperative relations, Oxford
또 몇 몇 학자들은 제재(Sanctions)가 기업간 관계에서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파악하고 신뢰 형성을 통한 협력을 강조해 왔다. 즉 신뢰가 계약에 의한 제재보다 협력을 보다 강화시키고, 거래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거시적, 그룹, 미시적 등 세 수준에서의 협력을 유지하는 틀에서도 신뢰가 협력 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 분 | 제재 | 신뢰 |
---|---|---|
거시적 수준 | - 계약된 합의 사항 | - 은행의 신용 평가 |
그룹 수준 | - 규범 또는 규칙 - 그룹 내 명예 훼손 | - 정직성에 대한 평판 - 특징에 기반한 신뢰 |
미시적 수준 (개인별) | - 관계로부터 발생하는 미래 이익 상실 | - 과정에 기반한 신뢰 - 상호 교환의 경험 |
자료 : John Humphrey & Hubert Schmitz(1998), “Trust and Inter-Firm Relation in Developing and Transition Economies", The Jounal of Development Studies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교수는 “한 나라의 경쟁력은 그 사회에 존재하는 신뢰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고, 애로우(Kenneth Arrow) 교수는 “오랜 기간 지속된 모든 상업적 교류에는 신뢰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경제적인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이유가 서로간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많은 학자들이 신뢰를 자원 보유량보다 중요한 요소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 경쟁력의 주요 평가 지표 중의 하나로 ‘신뢰’를 선택하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신뢰관계가 높을수록 기업에 어떠한 순기능적(Positive) 영향이 있는 지에 대한 정량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측정하기 힘든 정성적인 변수인 신뢰관계를 지수화해서 수익성과 관계된 비용, 재고 수준, 품질 등의 정량적 변수들에 대한 영향 정도를 파악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지는 연구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기존 연구 결과들을 검토해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 구축의 결정 요인들을 찾아내고 수익성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신뢰관계 구축의 핵심 결정 요인인 부품회사 지원과 제품 개발 참여가 도요타와 혼다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문헌 연구와 사례 분석을 통해 국내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Ⅱ. 기존 문헌 연구 : 부품회사와 신뢰관계 구축은 완성차에 이익
1. 완성차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의 결정 요인들
기업들은 대개 신용을 깨지 않기 위해 또는 자발성을 얻기 위해 거래 파트너를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기업이 신뢰를 깨뜨리면 도덕적, 사회적, 경제적 제재가 뒤따르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기 위해 신뢰 있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Hill, 1990; Barney & Hanson, 1995). 실제로 거래에 대한 많은 연구에서 많은 개인들은 도덕적, 윤리적 제제를 두려워하여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한편으로는 거래가 광범위하고 반복적인 사회적 관계 내에서 이루어질 경우에도 기업들은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 제재에 의존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Grannovetter, 1985; Ellickson, 1991). 거래 파트너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기업은 사회적 네트워크에 의해 많은 제재(비난, 불매 운동 등)를 받을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거래 당사자들은 주식 지분 참여, 주식 교환 등의 경제적 제재를 통해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이와 같이 기업간 신뢰관계를 결정하는 요인들은 다양한 이유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은 요인들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는 완성차 메이커가 부품회사를 공정하게 대하는지, 완성차 메이커에 대한 부품회사들 사이의 평판도 등에 의해 측정될 수 있다(Dyer & Chu, 1996) 구체적인 항목별로 살펴보면, 부품회사에 대한 완성차 메이커의 지원, 거래 기간, 거래의 지속성, 의사소통 빈도, 지분 관계 등이 있다. 우선 완성차 메이커의 부품회사 지원 부문에서는 생산 제품의 품질 향상, 제조비용 절감, 재고 관리 및 납기 등에 완성차 메이커가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지를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래 기간은 완성차와 부품회사간 거래 년수를 말하며, 거래 지속성은 모델이 바뀔때 재선택되는 부품회사의 비중으로 측정될 수 있다. 의사소통 빈도는 연간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공동 작업하는 공수(man days)로 평가될 수 있으며, 지분 관계는 부품회사가 완성차 메이커와 지분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다.
한편 지난 12년 동안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 관계를 연구한 플래닝 퍼스펙티브사(Planning Perspecives Inc.)는 신뢰 관계를 결정하는 변수들로 우호 관계 정도(Relationships), OEM의 간섭(Hindrance), 의사소통 정도(Communication), OEM의 지원 또는 도움 정도(Help), 이익 기회(Profit Opportunity) 등을 제시하고 있다. 동사는 이 변수들을 완성차와 부품회사간 협력 관계를 나타내는 신뢰관계지수(Working Relations Index)로 평가하여 매년 발표하고 있는 중이다.
앞에서 언급한 신뢰관계를 결정하는 요인들을 활용해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연속적으로 조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가 완성차 메이커의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분석하는 데도 기초 데이타로 사용할 수 있다.
2.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에 미치는 요인 분석1)
1) 분석 결과는 Jeffrey H. Dyer & Wujin Chu(1996), The Determinants of Interfirm Trust : Evidence from Supplier Automaker Relationships in the U.S., Japan, and Korea, IMVP와 Bart Nooteboom(1996), Trust, Opportunism and Governance : A Process and Control Model, Organization Studies를 정리한 것임.
일본, 중국, 한국의 8대 완성차 메이커와 453개 부품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했고, 주요 독립 변수로 완성차 메이커의 지원, 거래 기간, 거래 지속성, 의사소통 빈도, 지분 보유 관계 등을 선택했다. 선형 함수의 모델을 가정한 후 회귀분석을 통해 분석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 완성차 메이커의 부품회사에 대한 지원(Assistance)은 신뢰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남
- 거래 기간(Length)은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만, 크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남. 자동차산업에서 구조조적인 변화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거래 관계가 단절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됨
- 신모델 개발의 지속적 참여(Continuity) 여부는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의 신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됨. 개발 차종이 바뀌더라도 계속해서 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품회사에게 높은 신뢰를 부여함
- 의사소통(Communication) 빈도는 신뢰관계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남
- 완성차 메이커의 부품회사 지분(Stock) 보유 비중이 양사간 신뢰도를 높이기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됨
모델 : |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는 완성차 메이커의 지원과 개발 단계에서의 지속적 참여에 의해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관계의 지속성, 의사소통 빈도, 지분 관계 등은 신뢰관계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구 분 | 완성차 메이커의 지원 | 거래 기간 | 신모델 개발 지속 참여 | 의사소통 빈도 | 지분 관계 |
---|---|---|---|---|---|
신뢰관계 영향 | 매우 큼 | 영향이 크지 않음 | 매우 큼 | 거의 없음 | 부정적 영향 |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는 완성차 메이커가 부품사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때, 점진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Nooteboom, 1996). 부품회사는 거래를 바꾸려는 기회주의적 성향이 존재하기 때문에 완성차 메이커가 다양한 지원 활동을 통해 부품회사의 생산성과 수익을 높여 줄 것이라는 기대를 증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계약적 구속을 통해 부품회사를 제어하는 것보다 경쟁력 향상 지원을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완성차 메이커에게 큰 이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완성차와 부품회사간 신뢰 관계의 형성 메커니즘 >
자료 : Bart Nooteboom(1996), Trust, Opportunism and Governance : A Process and Control Model, Organization Studies.
위 두 연구에서 볼 때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 구축의 핵심 결정 요인이 부품회사에 대한 지원과 신차 개발 단계에서의 참여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부품회사와 높은 신뢰관계 구축하고 있는 완성차 메이커들의 對부품회사 지원 정책과 부품회사의 신차 개발 참여 프로그램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3. 신뢰 관계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2)
2) 분석 결과는 Matthew J. Milas(2006), The Economic Value of Supplier Working Relations with Automotive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s, IMVP를 정리한 것임.
이 연구는 플래닝 퍼스펙티브사(이하 PPI사)가 12년 동안 미국내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를 조사해 이를 지수화한 신뢰관계지수(Working Relation Index : WRI)를 기반으로 진행되었다. WRI가 완성차 메이커의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분석하였다. 수익성에 직간접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로 비용, R&D 투자비, 품질 불량 건수(IQS 사용), 재고 수준 등을 선택하였다.
회귀분석을 통해 분석한 결과, WRI가 높으면 완성차 메이커의 비용, R&D 투자비, 품질 불량건수, 재고 수준 등을 감소시킴으로써 수익성을 제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WRI가 1% 증가하면 완성차 메이커의 제조원가는 0.24% 감소하고, R&D 투자비는 0.61%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 WRI 1% 증가는 품질 불량 건수를 0.2% 줄이고, 재고 회전율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00~2003년 기간 동안 미국내 완성차 메이커의 재고 회전율은 WRI가 높아지면서 2000년 연간 2.44회전에서 2003년 2.84회전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구 분 | 제조 원가 | R&D 투자비 | 품질 불량 건수 |
---|---|---|---|
WRI 1% 증가시 | 0.24% 감소 | 0.61% 감소 | 0.2% 감소 |
자료 : Matthew J. Milas(2006), The Economic Value of Supplier Working Relations with Automotive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s, IMVP
GM과 도요타의 WRI와 코스트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GM은 WRI가 지속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코스트 비중이 2000년부터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도요타는 WRI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코스트 비중은 조금씩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 구축이 원가절감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 GM과 도요타의 WRI와 코스트 상관관계 비교 >
자료 : Matthew J. Milas(2006), The Economic Value of Supplier Working Relations with Automotive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s, IMVP
Ⅲ. 경쟁력 향상 지원과 제품개발 참여를 통한 신뢰관계 구축
: 도요타 및 혼다 사례
미국내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요 메이커들과 부품회사간 신뢰 관계를 평가한 결과 도요타와 혼다가 가장 높은 신뢰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PPI사에 따르면 도요타, 혼다 등과 거래하는 400여개 부품회사에 대한 설문 조사를 근거로 지수화한 결과 도요타와 혼다의 신뢰관계지수(WRI, 500점 만점)는 2000년 300점대에서 2004년 400점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GM과 포드는 2000년 200전대 근처에서 2004년에는 100점대 초반과 15O점대로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2006년에는 GM과 포드의 부품회사간 신뢰관계가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일본 메이커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도요타와 혼다가 부품회사와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수행한 부품회사 지원활동과 제품 개발 참여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 주요 메이커의 對부품회사 신뢰관계 수준 비교 >
자료 : Planing Perspective Inc.(2005)
1. 도요타 : 부품회사와의 신뢰관계가 지속적 원가절감의 원동력
도요타는 거래하는 부품회사 모두가 스스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관련 분야의 지식과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래서 도요타와 거래하고 있는 부품회사는 도요타로부터 하나라도 배울 수 있고, 이 배움을 바탕으로 회사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 조사에서 도요타와 거래 중인 미국 부품회사가 도요타로부터 생산 프로세스 개선과 원가절감 시스템을 학습해 생산성과 수익성을 대폭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요타가 부품회사와 돈독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추진한 활동들로는 도요타 생산시스템(TPS) 이전, 기술 교육, 원가절감 이익 공유, 글로벌 부품 회사 육성 등이 있다. 우선 도요타는 끊임없는 개선(카이젠), 낭비(무다) 제거 등을 목표로 하는 도요타 생산시스템(TPS)을 부품회사에게 전파시키고 있다. 도요타의 신속하고 통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부품회사가 학습함으로써 경쟁력있고 효율적인 부품 생산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도요타가 신차 컨셉 개발 단계에서부터 부품회사를 조기에 참여시켜 제품 컨셉의 이해와 개선에 자발적인 역할을 담당토록 했다. 엔지니어링 단계에서는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 나갔고, 양산 단계에서는 각종 문제들을 도요타와 부품회사가 공동 대응하여 조기에 문제들을 해결하였다. 이 모든 것이 교육이나 훈련이 아닌 실제 차량 개발 과정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품회사가 도요타 생산시스템을 자연스럽게 체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즉 도요타와 거래해 본 부품회사는 자사의 경쟁력이 한층 배가되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도요타는 부품회사의 기술력 향상을 위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기술 정보 제공에서부터 도요타의 엔지니어 파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부품회사 기술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자동차 부품 관련 최신 기술을 부품회사에 제공함으로써 부품회사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게스트엔지니어(Guest Engineer) 제도를 실시해 부품회사 설계 능력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게스트엔지니어 제도는 도요타에 파견된 부품회사 엔지니어들을 도요타의 설계자들이 일대일 트레이닝을 통해 교육시킨다는 점에서 파급 효과가 매우 컸다. 도요타도 부품회사 엔지니어들과 협업을 수행함으로써 신차 개발 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 도요타의 부품회사 육성 목표 >
자료 : Jeffrey Liker(2003), The Toyota Way
한편 도요타는 원가절감 이익을 부품회사와 공유하는 것을 통해 신뢰관계를 높이고 있다. 도요타의 대표적 이익 공유 방법은 부품회사 아이디어로 부품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했을 때, 부품 납품 가격을 종전 수준으로 1년 정도 유지함으로써 부품회사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있다. 만약 도요타와 부품회사가 공동으로 원가 절감에 성공한 경우는 납품 가격을 6개월 정도만 유지하는 것이 통례이다.
그밖에 국내 공장 11개 보다 많은 33개의 해외 공장을 운영함에 따라 현지 부품회사 육성을 위해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1992년부터 미국에 서플라이어 지원 센터를 설립하여 미국 부품회사들의 생산 프로세스 및 품질 불량 문제 개선을 도와주고 있다. 도요타의 생산 시스템 전문가들이 매주 미국 부품회사를 방문하여 도요타의 생산 프로세스와 원가절감 방식을 학습시켰다. 실제로 도요타와 원가절감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함으로써 도요타와 거래하고 있는 미국 부품회사들의 재고비용이 평균 75% 감소하였고, 생산성은 두 배 이상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미국 부품회사들은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과 부품 거래를 확대하는 데 도요타의 지원 활동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도요타는 신모델 개발에서 부품회사들을 컨셉 단계에서부터 참여시켜 신뢰관계 구축뿐만 아니라 제품 개발 기간(리드 타임) 단축이라는 효과를 얻고 있다. 부품회사가 제품 개발에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프론트 로딩(Front Loading)을 통해 설계부터 가공 및 조립이 동시에 진행되는 동시개발(Concurrent Engineering)이 가능해졌다.
< 동시개발을 통한 개발기간 단축 >
자료 : 도요타, 사내 보고서
도요타가 부품회사와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실시한 활동들이 바로 도요타의 지속적 원가절감과 연결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도요타는 부품회사와의 굳건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제품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함으로써 막대한 설계 개선 효과를 획득하였다. 설계 개선에 의한 비용절감 효과가 1993년부터 2004년까지 11년간 평균 1,000억엔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도요타의 원가절감액의 80% 이상이 부품회사의 협력이 없이는 달성할 수 없는 설계 개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도요타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가 부품회사뿐만 아니라 도요타에게도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도요타의 원가절감 규모 추산 >
자료 : 후지모토(2005), 「“자동차산업 능력 구축 경쟁과 현대/기아차의 과제, 오토포럼 발표 자료」
2. 혼다 : 부품회사가 기술 혁신의 동반자
혼다도 도요타와 마찬가지로 부품회사의 신뢰관계를 매우 중시하는 메이커이다. 세계 동일 품질을 수요가 있는 곳에 만들고,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한다는 ‘Made by global Honda'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부품회사와의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활동들을 수행하고 있다. 부품회사의 경쟁력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품질 및 기술 맞춤 교육에서부터 생산 체질 개혁 지도까지 ’기술의 혼다‘라는 정신을 거래 부품회사까지 확산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혼다는 다른 일본 메이커들보다 빠른 1982년에 미국 오하이오에 현지 공장을 설립했는데, 글로벌 소싱 비중을 이때부터 급격히 높였다고 할 수 있다. 혼다는 부품회사 선정에 있어 미국 완성차 메이커와 달리 신뢰관계를 충분히 쌓을 수 있는 3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현지 부품회사들에게 제시하였다. 그러나 부품회사 선정에 있는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여 혼다에 적합한 부품회사를 신중하게 선택하였다. 선정된 부품회사들에 대해서는 혼다의 엔지니어들을 해당 부품회사에 파견해 기술 지원과 품질 수준 향상을 위한 일대일 맞춤식 교육을 시행했다. 그리고 부품회사의 엔지니어들을 혼다 본사의 R&D 부문에 투입해 혼다의 기술 및 제품 철학을 교육시키고, 설계자들의 부품 사양에 대한 요구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전달하였다. 부품회사들을 이를 통해 부품회사들은 혼다의 기본 정신을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신뢰가 구축될 수 있었다. 현재 혼다의 오하이오 공장에는 다른 일본 메이커들보다 훨씬 많은 300명 이상의 엔지니어들이 상주하고 있는데, 부품회사들의 기술 및 품질 교육에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혼다와 부품회사간 높은 신뢰관계는 기술 혁신과 생산 동기화(Simultaneous Production)를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부품회사들과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부품 수 삭감, 소재 변경 등에 대해 아이디어들을 교환하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품질 불량을 미연에 방지하는 활동들을 통해 협력을 강화한다. 또한 혼다는 부품회사들간 전략적 기술 제휴를 장려하여 서로의 장점들을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철판, 시트 등 대형 부품을 생산 라인의 진행 속도와 일체화시켜 물류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달성하려고 한다. 현재 키쿠치프레스공업, 히라타 등의 부품회사들이 생산설비 개선과 설비 레이아웃 변경을 통해 혼다에 동기 생산으로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렇게 부품회사들이 자발적으로 생산 동기화 활동을 추진한다는 것은 혼다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가 매우 굳건하다는 것을 설명해 준다.
Ⅳ. 결론 및 시사점
이 글에서는 해외 메이커를 중심으로 완성차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 구축의 핵심 결정 요인은 무엇이며, 신뢰관계가 기업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에 대해 문헌 연구를 수행했다. 그래서 국내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는 어느 정도 수준이며, 실제로 신뢰관계가 기업 수익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필요성이 대두된다. 이 글에서 소개된 방법론 또는 모델들을 국내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 연구에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문헌 연구에서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가 협력적 신뢰관계를 구축한다면 완성차 메이커가 좋은 품질의 부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완성차 메이커가 부품회사에 대해 다양한 지원 활동을 수행해야 하고, 신모델 개발에도 지속적으로 참여시킴으로써 연속적인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 이렇게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가 구축되면 완성차 메이커의 제조 및 R&D 비용이 절감되고, 품질 불량 문제는 줄어들며, 재고 수준은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난 4년간 미국내 완성차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도요타, 혼다 등 일본 메이커들이 GM, 포드 등 미국 메이커들보다 부품회사와 더 돈독한 신뢰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요타, 혼다 등은 부품회사와 신뢰관계 구축을 위해 기술 및 생산 시스템 교육, 글로벌 부품회사 육성 등의 지원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이러한 부품회사와의 굳건한 신뢰관계가 도요타와 혼다의 사상최고치 이익 경신의 기반이 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도 경쟁력 향상의 첩경이 부품회사와의 신뢰관계 구축에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어떻게 신뢰관계를 높여 나갈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영학자인 라인하르트 K. 슈프렝어(Reinhard K. Sprenger)는 “기업 성공을 위한 결정적 도구로 신뢰를 지적하고,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기업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말로 표현되지 않은 합의, 즉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품회사와의 신뢰관계 구축이 경제적 이익이 된다는 것을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각할 필요가 있다. 신뢰관계에는 기술 유출, 약속 불이행 등 위험 요소들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부품회사의 기회주의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완성차 메이커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부품회사와 밀접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기술 개발 지원, 생산 기술 교육 등의 지원 활동을 완성차 메이커가 꾸준히 실천한다면 투입 비용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변화의 첫 번째 중요한 발걸음으로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회사간 신뢰관계를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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