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이후 완성차업체간 제휴 확대 배경과 특징
페이지 정보
본문
위기 이후 완성차업체간 제휴 확대 배경과 특징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 권성욱 연구위원1. 서 론
지난해 세계 자동차산업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극심한 시장 침체와 산업환경의 빠른 변화로 인해 산업 재편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파산 위기에 직면한 미국 빅3의 브랜드 매각으로 시작된 재편 움직임은 12월 들어 폭스바겐과 스즈끼, PSA-미쓰비시 등 자본제휴가 잇따라 추진되면서 올해에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자본제휴의 사례를 보면, 우선 지난해 1월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의 지분 35%를 인수하면서 체결된 제휴를 들 수 있다. 피아트는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위기에 직면한 크라이슬러는 피아트가 가지고 있는 소형차 라인업과 생산기술 그리고 남미시장 1위라는 경쟁요소가 크게 필요하였던 것이다. 12월 들어서는 PSA와 미쓰비시가 제휴를 추진하였다. PSA는 미쓰비시가 가지고 있는 전기차 기술이 필요했으며, 미쓰비시도 자금력의 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과 이미 OEM 공급을 비롯해 러시아 공장을 중심으로 한 생산제휴 등 수차례 제휴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는 점도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폭스바겐과 스즈끼의 자본제휴를 들 수 있다. 양사는 각각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시장에서 1위 업체들로서 양사의 판매규모를 합칠 경우 세계 1위 업체인 도요타를 뛰어넘는다는 점에서도 크게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GM과 상해기차의 지분관계 변화와 인도시장 공략 강화를 위한 제휴 확대를 비롯해 다임러와 마쓰다 등 아직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물밑에서 다양한 제휴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렇게 자본제휴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최근 전개되고 있는 제휴가 위기 이전에 이루어졌던 다양한 제휴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향후 제휴의 흐름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본고에서는 최근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제휴의 배경과 특징에 대한 분석을 통해 향후 자동차산업 재편의 방향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2. 배 경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를 극심한 침체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으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그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빠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더군다나 세계 자동차산업은 위기를 거치면서 산업환경 지도(landscape)가 급변하였다. 우선 위기 이전에 세계 자동차시장은 선진시장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했지만, 위기 이후 중국이 세계시장 1위에 등극하는 등 신흥시장 중심으로 성장축이 바뀌었다. 신흥시장은 모터리제이션 시기에 접어들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시장 제도가 미비하고 정부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점 그리고 무수히 많은 업체들이 하이퍼 경쟁의 상태에 빠져있다는 점 등 미국, EU 등 선진시장과는 매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신흥시장은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변동성이나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자동차업체들은 기존 선진시장과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경쟁력을 발휘하는 업체들도 기존 선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던 업체가 아닐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신흥시장으로 중심축이 옮겨지면서 자연스럽게 소형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위기 이전에는 고수익을 보장했던 고급차 및 중대형차 시장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위기 이후에는 소형차와 저가차 중심으로 성장축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 인도 등 주요 신흥시장에서는 소득증가로 극빈층에서 신흥 중산층으로 올라간 새로운 소비층이 주력 소비층이 되면서 이들의 소득에 맞춘 저가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편,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차세대 친환경차의 성장도 두드러지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국 정부는 신차구매 지원 등 자동차 시장 회복 정책을 전개했는데, 그 지원 대상이 바로 이들 친환경차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친환경차 시장의 성장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자동차업체들 간 개발 및 양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인데,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한 가격경쟁이라 할 수 있다. 혼다가 지난해 2월 200만엔 이하의 하이브리드차를 선보이면서 촉발된 도요타와 혼다간 가격경쟁은 위기 이전 기반조성 단계에 머물던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본격 성장단계로 전환시키는 촉매가 되었다. 전기차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 경쟁에서 뒤처진 업체들이 친환경차의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올해부터 신모델들이 잇따라 출시될 예정이다. 이러한 차세대 친환경차 시장의 성장은 기존 가솔린 내연기관 중심의 기술 메카니즘을 전기 및 전동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자동차업계의 경쟁구도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우선 위기 이전 선진시장에서 고급차, 중대형차 중심으로 경쟁우위를 누리던 업체들이 위기를 거치면서 생존의 기로에 놓이고 있다. 지난 한세기동안 세계 자동차산업에 군림해왔던 미국 빅3가 파산위기에 직면했으며 위기 이전에 승승장구하면서 최강의 기업이라 칭송받던 도요타가 사상 처음 적자를 기록하는 등 힘없이 쓰러졌다. 각국 정부의 시장지원 정책으로 시장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미국 빅3는 여전히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도요타 역시 품질 문제 등 과거 도요타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반면, 신흥시장과 소형차 및 저가차 시장에서 사업을 구축해오던 업체들은 새로운 성장기회를 맞고 있다. 폭스바겐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크게 받지 않고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제는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1위 메이커를 바라보고 있다. 또한 지난 80년대 인도에 진출해 지금은 인도 최대 업체가 된 스즈끼는 최근 재편의 핵(core)이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과거 GM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피아트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하는 등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 자동차산업의 전면에 급부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세계 자동차시장 환경의 변화와 경쟁구도의 변화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점차 약해지는 올해부터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우선 도요타 등 경영위기에 직면했던 업체들이 본격적인 회복 전략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회복 전략은 신흥시장 공략 강화, 소형차 및 저가차 라인업의 보완, 친환경차 기술의 강화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바뀐 산업환경에 대한 적응이 그 중심에 있다. 한편, 성장 기회를 잡은 업체들도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환경의 급변과 새로운 경쟁구도의 전개 그리고 이로 인한 경쟁의 격화를 배경으로 자동차업체들은 신속하게 자사의 약점을 보완하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제휴’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위기 전후 시장환경 및 경쟁우위 요소의 변화>위기 이전 | 위기 이후 | |
---|---|---|
환경변화 | - 선진시장 중심 - 중대형, 고급차 시장 중심 - 친환경차 시장 기반 조성기 | - 시장 : 선진시장 - 제품 : 중대형, 고급차 - 기술 : 고배기량, 고성능 기술 |
경쟁 위 요소의 변화 | - 신흥시장 성장 주도 - 소형차/저가차 시장 확대 - 친환경차 시장 성장 본격화 | - 시장 : 신흥시장 - 제품 : 소형차/저가차 - 기술 : 친환경차 기술 |
3. 제휴의 특징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개되고 있는 제휴는 형태와 목적 그리고 논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위기 이전과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제휴의 특징 변화>구분 | 1990년대 후반 | 2000년대 후반 | 금융위기 이후 |
---|---|---|---|
형태 | - 대규모 인수/합병 | - 자본제휴를 맺지 않는 부분적 제휴 | - 자본제휴를 포함한 전면적, 포괄적 제휴 |
초점 | - 시장 지배력 중시 · 선진시장 대응(북미/유럽) · 풀라인업구축(고급차~양산차) | - 제휴의 폭과 내용 한정 · 제품, 기술, 생산 등 특정 분야 대상 | - 시장, 제품, 기술 대응 · 신흥시장 공략 강화 · 소형차, 저기차 라인업 보완 · 친환경차 기술력 확보 |
논리 | - 규모의 경제 추구 · '빅6 생존설' - '규모키우기 M&A' | - '규모키우기 M&A' 실패 교훈 - 독자적인 조직능력 강화 중시 | - 속도와 유연성 추구 · 취약부분 신속한 보완중시 · 시장, 제품, 기술등에 걸쳐 포괄적인 제휴 추진 - '규모키우기 M&A'와 차별화 |
주요시례 | - BMW-로버('94)-> 로버매각('00) - 포드-마쓰다('96)->지분매각('08) - 디임러벤츠-크라이슬러('98)->그룹분리('07) - 르노-닌산('99) - 포드-볼보('99)-> 매각예정 - GM-샤브('00)-> 청산결정('09) - 포드-랜드로버('00) -> 매각('08) - 다임러-미쓰비시('00)-> 매각('04) | - 포드-도요타('04) · 도요타 하이브리드 기술 제공 - PSA-도요타('05) · 소형차 공동생산(체코) - GM-혼다-BMW('05) · 연료전지차 공동개발 - 스즈끼-피아트('06) · 소형SUV 공동개발 | - 폭스바겐-스즈끼 - PSA-미쓰비시 - 피아트-크라이슬러 - GM-상해기차 - 다임러-마쯔다(부분제휴) - 지리-볼보(인수 추진) |
1) 르노-닛산 방식의 전면적, 포괄적 제휴 형태
우선 제휴의 형태를 보면, 인수, 합병방식이 아닌 자본제휴를 바탕으로 전면적, 포괄적으로 제휴하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폭스바겐은 스즈끼의 지분 19.9%를, 스즈끼는 폭스바겐의 지분 2.5%을 상호 인수하고 제품 및 기술의 공동 개발, 공동구매, 제품의 상호 공급, 생산거점 및 판매망의 공동 이용 등 개발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사업부문에 걸쳐 포괄적인 제휴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의 지분 20%를 인수했고 PSA가 미쓰비시의 지분 30~50% 정도를 인수할 계획을 밝히는 등 기본적으로 자본제휴를 체결하면서 개발, 제품, 생산, 판매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전면적, 포괄적 제휴를 추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제휴 형태는 르노와 닛산의 제휴와 유사한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르노와 닛산은 1999년 르노가 닛산의 지분 36.8%를, 닛산이 르노의 지분 15%를 상호 인수하면서 포괄적인 제휴 관계를 맺었다. 이후 2002년에 르노가 닛산의 지분을 44.4%로 확대했지만 당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인수, 합병방식과는 달리 제휴관계를 기본적으로 유지해오고 있다. 르노와 닛산은 자본제휴를 체결한 이후 공동구매, 플랫폼 공유 등을 통해 대규모 비용절감을 추진했으며 최근에는 전기차를 비롯한 차세대 친환경차 기술 개발에서도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르노-닛산의 제휴는 2000년대 들어 90년대 후반 잇따라 이루어진 인수, 합병방식이 실패로 판명 난 것과는 달리 성공적인 제휴 사례로 남아있다.2) 신흥시장, 소형차/저가차 시장, 친환경차 기술에 초점
위기 이후 제휴는 급변하는 산업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기 위한 것으로, 신흥시장 공략 강화, 소형차/저가차 라인업 보완, 친환경차 기술력 확보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신흥시장 공략 강화를 목적으로 한 제휴 사례를 보면, 우선 폭스바겐과 스즈끼의 제휴를 들 수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에서 1위 업체이며 브라질 2위 업체로, 신흥시장에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유력한 시장인 인도에는 아직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스즈끼는 인도 1위 업체이기 때문에 폭스바겐과 스즈끼가 제휴를 하면 위기 이후 급성장하고 있는 주요 신흥시장 모두를 커버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스즈끼 역시 중국과 브라질에 본격적인 사업 진출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또한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제휴를 보면, 피아트가 브라질 1위 업체이기 때문에 크라이슬러는 향후 브라질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GM과 상해기차의 인도시장 진출 제휴도 이러한 사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GM은 자사의 인도사업부 지분 50%를 상해기차에 인도함으로써 중국업체와 제휴하여 인도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소형차/저가차 라인업의 강화도 제휴의 핵심 이슈이다. 폭스바겐이 스즈끼를 제휴 상대로 고려하게 된 진정한 이유는, 바로 스즈끼의 경차 라인업과 저코스트로 차를 개발, 생산할 수 있는 스즈끼의 능력 때문이다. 폭스바겐이 가지고 있는 저가차는 브라질에서 인기있는 ‘폭스’와 ‘폴로’ 정도이지만, 이는 스즈끼의 핵심모델인 ‘알토’보다 가격이 높으며 수익성도 매우 낮다. 따라서 낮은 가격에서도 수익성을 창출하는 스즈끼의 저코스트 차 개발 및 생산 능력을 보완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향후 폭스바겐은 스즈끼와 협력하여 ‘알토’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라인업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크라이슬러는 피아트의 경쟁력 있는 소형차 라인업을 활용해 경영 위기 극복을 도모하고 있다. GM과 포드는 각각 GM대우와 마쓰다를 활용해 소형차 라인업을 보완하고 있지만, 크라이슬러의 경우 소형차 라인업이 전무한 실정이어서 소형차 시장 확대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피아트와의 제휴를 통해 소형차 라인업을 대폭 보완하고 소형차 생산기술 및 설비를 지원받아 생산체제의 전면적인 개혁에 나서고 있다. 또한 GM이 상해기차와 인도에 공동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상해기차의 저가차 생산기술과 원가절감 노하우를 활용해 인도 저가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친환경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제휴가 추진되고 있다. 차세대 친환경차 기술은 막대한 개발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술 경쟁에서 뒤처진 업체들은 신속한 친환경차 기술력 확보를 위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와의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PSA가 전기차 기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쓰비시와의 제휴를 통해 관련기술을 습득하고자 한 제휴를 들 수 있다. 사실 PSA와 미쓰비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본제휴 없이 부분적인 제휴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2007년에 미쓰비시가 PSA에 SUV(아웃랜더)를 OEM 공급하기 시작하여 2008년에는 러시아에 합작공장 건설을 합의했으며 지난해에는 미쓰비시의 전기차 아이미브(i-MiEV)를 OEM 공급하기로 하는 등 지속적인 제휴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PSA와 미쓰비시는 이러한 부분적인 제휴를 자본제휴로 발전시킨 것으로, 그 계기가 된 것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기술의 공동 개발 필요성이라 할 수 있다. PSA와 미쓰비시는 전기차 분야 외에도 하이브리드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분야에서도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등 친환경차 기술 전반에 걸쳐 제휴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스즈끼의 경우 폭스바겐과 제휴를 통해 친환경차 기술력 확보를 도모하고 있다. 스즈끼는 비록 경차전문 메이커이지만 기존 GM과 공동으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기술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2차 전지 등 양산화에 필요한 기술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기존에는 GM을 통해 이 문제를 보완하고 있었지만 GM과의 제휴 해소 이후 새로운 파트너가 절실히 필요했다. 폭스바겐은 다양한 친환경차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2차 전지 등 양산에 필요한 기술도 다양한 전지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스즈끼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크라이슬러가 피아트의 클린 디젤 기술을 활용한다거나 상해기차가 GM의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기술을 활용하는 등 친환경차 기술력 확보를 위한 제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위기 이후 제휴의 초점>구분 | 제휴업체 | 주요 제휴 목적 |
---|---|---|
신흥시장 공략 강화 | 폭스바겐-스즈끼 | - (폭스바겐) 인도시장 공략 강화 - (스즈끼) 중국 및 브라질 시장 진출 본격화 |
피아트-크라이슬러 | - (크라이슬러) 남미 중· 소형 상용차시장 공략 강화 | |
GM-상해기차 | - (GM) 인도시장 내 생산기반 확충 및 시장 진출 본격ㄱ화 | |
소형차/저가차 라인업 보완 | 폭스바겐-스즈끼 | - (폭스바겐) 저가차 라인업 확충 / 저코스트 생산 기술 노하우 습득 |
피아트-크라이슬러 | - (크라이슬러) 경·소형차 라인업 확대 | |
GM-상해기차 | - (GM) 저가차 개발 및 원가 절감 노하우 | |
친환경차 기술력 확보 | 폭스바겐-스즈끼 | - (스즈끼) 클린 디젤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기술력 획득 |
PSA-미쓰비시 | - (PSA) 아이미브 등 전기차 기술력 강화 | |
피아트-크라이슬러 | - (크라이슬러) 고연비-고효율-저 소형 클린 디젤 엔진 도입 |
3) 제휴 논리의 변화
제휴의 논리란 제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의미하며, 산업환경과 지배적인 경쟁방식에 의해 영향을 받는 제휴의 추진 동기이기도 하다. 세계 자동차산업에 업체간 제휴가 활발하게 전개된 것은 90년대 후반 이후로, 당시에는 인수합병의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인수합병에 의한 제휴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자본제휴를 수반하지 않는 소극적, 부분적 제휴가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위기 이후 다시 자본제휴를 기반으로 한 전면적, 포괄적 제휴가 활발하게 전개되었는데, 이러한 제휴 형태의 변화 원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90년대 후반에는 미국 빅3를 중심으로 한 인수, 합병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당시 미국의 호경기로 인해 현금유동성이 풍부했던 빅3는 유럽의 고급차 브랜드와 일본 등 아시아지역의 업체들을 인수, 합병하면서 규모 키우기에 열중이었다. 그 배경은 ‘빅6 생존설’, ‘400만대 클럽’ 등 일정 규모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당시 대표적인 인수합병으로는 다임러 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을 들 수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양사의 합병을 매우 이상적인 형태의 기업결합으로 평가했었다. 우선 시장측면에서 보면 유럽과 북미의 결합으로 단번에 선진시장 전체를 커버할 수 있게 되었다. 제품측면에서 보면 고급차에서 양산차까지 풀라인업을 갖추었으며, 완전한 기업합병을 통해 개발, 구매, 생산, 판매 등 모든 사업부문에서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무엇보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400만대 이상의 생산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당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세계 자동차시장 환경이 변하면서 빅3가 추진했던 인수합병과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실적 악화를 이유로 잇따라 해체의 길로 접어들었다. 90년대 후반을 지배했던 제휴의 논리는 결국 시장 지배력을 중시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함으로써 ‘규모키우기 M&A’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제휴는 규모 확대와 이질적인 조직문화 등으로 부문간, 지역간 통합 조정에 한계를 노출했으며 이는 오히려 시장변화에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하고 현장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0년대 들어 업체간 제휴는 지속되었지만 90년대 후반과 같은 대규모 인수합병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며 제휴의 형태도 자본제휴 없는 부분적 제휴가 대부분이었다. 그 원인으로는 우선 90년대 후반 대규모 인수합병에 의한 양적 확대성장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시장 환경도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도요타 등 일본업체들과 같이 독자적이면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조직능력 제고를 도모한 업체들이 경쟁우위를 확보하였기 때문이다. 제휴는 많은 조정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미래형 기술분야 등 한정된 분야에서 자본제휴를 수반하지 않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제휴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위기 이후 산업환경이 급변하면서 제휴를 둘러싼 논리도 급변하게 되었다. 우선 시장지배력보다는 시장적응력의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위기 이후 시장의 변화가 더 이상 예측가능하지 않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중장기 계획이 한순간에 무너지거나, 생각지도 않았던 판매호조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지난 1년 전만 해도 승승장구하던 업체들이 몇 개월도 안 되어 적자로 전환되거나,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경차 전문업체가 업계 재편의 핵심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산업 환경과 경쟁구도의 급변으로 핵심경쟁요소가 변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하던 시기에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개선능력이 핵심 경쟁요소였다면 시장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속도’와 ‘유연성’이 더 중요하다. 즉, 환경변화로 노출된 취약점을 신속하게 보완하고 새롭게 대두된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이야 말로 위기시 경쟁우위를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는 핵심능력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제휴’가 이러한 핵심능력을 구축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새롭게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다.4. 우리나라 부품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과제
이러한 세계 자동차산업 환경과 완성차업체들의 전략 변화가 우리나라 부품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과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세계 자동차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다. 위기 이후 완성차업체들은 신흥시장, 저가차 및 친환경차 시장 등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장에서 사업을 본격화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이들 시장들이 과연 얼마나,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시장에 대응해야 하는 완성차업체들의 전략도 정확한 예측에 의한 ‘계획’보다 시장변화에 ‘얼마나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이러한 완성차업체들의 전략 변화는 부품업체에게 더 큰 위험요인으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완성차업체간 제휴 확대로 인해 부품의 공동 조달 등을 위해 기존 거래선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업체들은 구매비용 절감을 위해 신흥국에서의 조달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부품업체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시장환경 변화에 완성차업체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우선 신흥시장으로의 진출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미 일본, 유럽의 부품업체들은 중국, 인도 등 현지업체와의 제휴 혹은 독자진출을 통해 신흥국 진출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완성차업체들이 신흥시장에 대한 현지 생산거점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또한 기술 및 생산혁신을 통해 코스트 절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저가차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저코스트의 차를 개발하고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라 할 때 부품업체들에게 비용절감 압박이 더욱 커질 것임은 자명하다. 그러나 무턱대고 비용을 낮출 수만은 없기 때문에 적절한 품질 및 기능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저코스트에 생산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환경문제에 대한 대응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결국 완성차업체가 필요로 하는 환경기술을 확보하는 부품업체가 향후 경쟁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한국 자동차부품산업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환경변화는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우선 높은 품질을 고집하며 일본 내 부품 조달을 고집하던 일본업체들이 신흥국을 비롯해 우리나라 부품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큰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일본업체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업체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반증하기도 한다. 따라서 한국 자동차부품산업은 이러한 기회를 글로벌화와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전글2010년 글로벌 자동차산업 주요 이슈 10.03.05
- 다음글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예상되는 2010년 자동차산업 10.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