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자동차산업 불안 요인과 부품업계 대응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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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식 연구위원/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환율 하락세 지속, 신흥시장 경쟁 심화 등으로 2007년 경영 환경이 2006년에 비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시장 위축, 내수 급감 등 불안 요인들도 상존하고 있어 사전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경제 경착륙, 국제 유가 급등 등의 불안요인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시장이 위축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큰 장애 요인이 될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내수 급감, 수입차의 국내 중형차시장 잠식, 노사관계 불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완성차 및 부품업계는 국내외 불안 요인들을 사전에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대응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동차산업 불안 요인들의 현실화 가능성, 발생 경로, 파급 효과 등을 미리 예측해 적절한 대비책을 수립하는 시나리오 경영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다.
[2007년 한국 자동차산업 불안 요인]
주요 불안 요인
1. 미국시장 위축 가능성
2006년에 이어 2007년에도 미국 자동차 수요는 감소할 전망이다. 만약 미국 경제의 부진이 예상보다 심화될 경우 지난 1997년 이후 최소인 1,570만대까지 판매가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주택경기 침체 효과가 경제 전체로 확대되거나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인상 폭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국내 완성차업체의 미국 판매는 2006년보다 5만대 정도 줄어든 70만대로 급감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업체는 베라크루즈 외 특별한 신모델 출시가 없어 2006년 점유율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시장 규모 축소이외에도 일본업체 신모델 출시로 중ㆍ소형 승용차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 수익성 유지를 위해 할인 및 렌탈ㆍ리스(fleet) 판매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도 국내업체 판매에 부정적 요인이 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업체의 2007년 미국 판매 대수는 작년보다 2만대 정도 감소한 73만대로 전망되는데, 만약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판매가 추가로 3만대 이상 줄어들어 70만대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구분 | 2005 | 2006(잠정) | 2007(연착륙시) | 2007(경착륙시) | |||
---|---|---|---|---|---|---|---|
증가율 | 증가율 | 증가율 | |||||
승용차 | 766.7 | 778.1 | 1.5 | 751.6 | -3.4 | 724.4 | -6.9 |
소형승용차 | 928.1 | 872.2 | -6.0 | 877.4 | 0.6 | 845.6 | -3.0 |
미국전체 | 1,694.8 | 1,650.3 | -2.6 | 1,629.0 | -1.3 | 1,570.0 | -4.9 |
국산차 판매 | 73.1 | 75.0 | 2.6 | 73.3 | -2.2 | 70.7 | -5.8 |
국산차 비중 | 4.3 | 4.5 | 0.2%P | 4.5 | - | 4.5 | - |
2. 친디아(Chindia) 시장 고전
중국과 인도에서 현지 주력 모델과 생산시설의 노후화로 국내업체의 점유율 하락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는 도요타, 혼다, 포드 등 해외업체와 토종업체의 시장 공략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중국시장은 17.1%, 인도시장은 13.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주요 업체들의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도요타와 포드는 판매망 확충 및 딜러 서비스 강화(중고차, 할부금융, 수리 등)로, 중국업체들은 다양한 신모델 출시(체리 4종, 길리 2종 등)로 각각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인도에서는 혼다, GM 등 후발업체가 경ㆍ소형차급(승용시장의 94.6%)의 신모델 출시, 생산능력 확대 등으로 공급 부족을 해결하고, 르노가 인도시장에 신규 진입할 예정이다.
[중국과 인도시장의 국내업체 점유율 추이 및 전망]
3. 넛크래커(Nutcracker) 현상 본격화
선진시장에서는 브랜드력에서 뒤처지고, 신흥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국내업체들이 큰 압박을 받는 넛크래커 현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국, EU 등 선진시장은 시장 수요 감소에 따른 경쟁 심화로 브랜드력이 판매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선진국에서는 경제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고급 제품이 더 잘 팔리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자동차시장에서도 BMW, 아우디, 포르쉐 등 고급차 업체들의 판매 실적이 사상최고치를 매년 경신하고 있다. 2006년 브랜드가치와 재구매율을 비교해 보더라도 브랜드 가치가 높은 도요타, 혼다, BMW 등이 55% 이상의 높은 재구매율을 보이고 있다.
[브랜드가치와 고객 재구매율 비교(2006년 기준)]
자료 : 비즈니스 위크, J.D. 파워사
신흥시장에서도 주요 메이커들이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저가차 개발을 추진 중에 있어 국내 업체의 강점인 가격 경쟁력이 큰 위협을 받을 전망이다. 도요타는 80만엔대의 저가차를 개발해 신흥시장에 투입할 계획을 최근 발표하였다. 이를 위해 부품업체와 소재 및 생산방식 변경을 통한 비용절감에 노력 중이다. GM은 GM대우, 유럽GM, 홀덴(호주) 등과 공동 플랫폼을 개발해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월드카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밖에 르노는 저가 모델 로건의 인도 생산 개시와 파생 모델 개발을 통해,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중국 체리자동차에 소형차를 위탁 생산하여 이를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남미에도 판매할 계획이다. 넛크래커 현상이 본격화되면 국내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이 축소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이중고(二重苦)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업체명 | 내용 |
---|---|
도요타 | - 대당 80만엔 수준의 저가격차 신흥시장 투입 |
GM | - GM대우, 유럽GM, 홀덴 등이 공동 플랫폼을 활용해월드카 개발 → 신흥 및 틈새 시장 공략 |
르노 | - 저가 모델 로건의 인도 생산 개시 |
다임러크라이슬러 | - 중국 체리자동차에 소형차 위탁 생산 → 남미 판매 |
타타 | - 10만루피카(약 250만원) 차량 개발 |
4. 선진 중소형 SUV 시장에서의 경쟁력 상실
북미 및 유럽 중소형 SUV 시장에서의 경쟁 격화와 실질 판매가격 하락으로 국내업체들은 시장점유율 축소와 수익성 악화라는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주요 업체들의 중소형 SUV 출시 및 공급이 확대되면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중소형 SUV의 판매가 축소되어 국내업체에게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경쟁 심화로 업체들의 신차 인센티브 증가, 신차의 중고차 유입 증가 등으로 실질 판매가격이 하락할 경우 수익성 악화마저 우려된다.
고유가, 소비자 선호 변화 등으로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중소형 SUV 수요는 확대될 것이지만, 주요 메이커들이 신모델 출시를 확대하면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모델 수 급증으로 모델당 판매대수는 정체되거나 감소할 것이다(북미시장 : 2006년 5만 1,000대 → 2007년 5만 2,000대, 유럽시장 SUV-D : 1만 4,000대 → 1만 1,000대). 북미시장에서 GM, 포드 등이 신모델을 대거 출시함으로써 모델 수가 2006년 38개에서 2007년 43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시장에서는 혼다, 닛산 등 일본 업체들뿐만 아니라, 시트로엥, 푸조, 르노 등 유럽업체들도 신규 모델을 대거 출시할 계획이다.
5. 내수 급감 가능성
가계부채發 경제위기 발발로 내수가 100만대 미만으로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 1998년 외환위기는 기업의 과잉중복투자에 따른 금융회사 부실에 의해서 발생하였으며 경제성장률이 -6.9%까지 급락했다. 2007년 부동산버블이 급격히 붕괴될 경우 가계파산 증가와 담보가치 하락으로 금융기관 부실화가 진행, 1998년 기업發 경제위기와 유사한 가계發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발생시 내수는 94만대까지 감소할 수 있다. 1998년 외환위기시 내수가 1997년의 151만대에서 76만대로 급감한 사례를 볼 때, 가계發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2007년 내수는 기존 전망치보다 30만대 감소한 94만대로 급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2006년 자동차 보유대수가 1,583만대로 1997년보다 500만대 이상 증가함으로써 차량교체 수요가 커지고 그동안의 수요 부진으로 이미 바닥권에 진입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감소폭은 외환위기 때보다는 작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와 가계發 경제위기시 내수 감소]
6. 수입차의 중형차시장 잠식 가능성
환율의 지속적 하락에 힘입어 수입차업체들이 가격인하까지 실시한다면 수입차가 가격 민감도가 높은 국내 중형차시장까지 급속히 잠식할 전망이다. 국내 대형차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수입차업체들이 중ㆍ소형차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2007년에도 원화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수입차업체들은 AV시스템을 끼워주거나 무상점검 기간을 늘리는 마케팅 전략뿐만 아니라 가격 인하라는 보다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국내 중형차 소비자들이 수입차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어 수입차 시장은 기존 전망치보다 4,000대 정도 증가한 5만 2,000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2005년 중형차구입자 가운데 2.8%는 4,000만원대의 수입차 구매를 희망한다고 응답하였다. 희망자의 절반인 1.4%가 수입차로 선택을 변경한다고 가정하고 2007년 중형차시장에 적용할 경우, 2007년에 4,000대 정도가 수입차 판매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2005년 소비자의식조사)
신차 출시 확대도 수입차 판매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2007년 신규 출시되는 국산 중ㆍ대형차는 기아 HM뿐인데 수입차는 총 60개의 신모델 출시가 계획되어 있다. 특히 2,500~3,500만원 가격대의 엔트리급 모델들이 대거 출시될 계획인데, 대표적인 모델들이 푸조 뉴307 HDi, 혼다 시빅 1.8, 벤츠 B클래스, 볼보 C30 등이 있다.
수입차업체의 중형차시장 잠식은 국내업체의 성장 기반 상실과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것이다. 대형차급 뿐만 아니라 중형차급에서의 수입차 비중의 확대는 국내업체들이 내수 시장이라는 성장기반을 잃는 큰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다.
[수입차 점유율 및 배기랑별 판매 추이]
협업을 통해 위기 극복과 지속 성장을 달성해야
자동차산업의 불안 요인들이 현실화되면 자동차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완성차업계도 불안요인별로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 후 대응책을 수립해야 될 것이지만, 부품업계도 위기감을 가지고 사전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일본도 1990년대 초반 경제 불황기와 엔고라는 절대절명의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완성차와 부품 업계가 ‘일심동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위기 돌파를 위해 노력한 결과 2000년대 들어 고성장ㆍ고수익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본의 위기 상황과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 상황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위기를 타개한 방식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우선 일본의 완성차 및 부품업계는 위기감을 공유하고, 기업 체질을 근본에서부터 바꾸고자 노력하였다. 위기감 공유는 회사가 경영이념을 구축하고, 이를 전 임직원에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이때 무조건 회사가 어렵다고만 말하지 않고, 비전과 목표를 제시해 전 임직원이 일심 단결하여 노력한다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음을 부각시켰다. 또한 생산, 관리 등 각 부문의 낭비 제거와 효율성 제고를 통해 기업 체질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생산 공장 내부의 작업 순서, 설비 배치 등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여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책을 강구하였다. 부품 업계의 경우 문제점을 스스로 찾아 낼 여유나 인력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완성차업체의 도움을 요청하거나 부품회사간 협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
무엇보다도 일본 부품업계의 위기 극복 사례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부분은 동종 업계간 연구회를 구성하여 생산, 연구개발, 인력 부족 등의 당면 문제들을 공동으로 해결했다는 것이다. 비록 국내 부품시장에서는 경쟁자이지만, 세계 전체 시장을 놓고 보면 얼마든지 협력할 유인이 존재한다는 점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예를 들면 도요타와 거래하는 동종 부품업계들은 생산방식 연구회를 구성하여 공정의 동기화, 생산시간 단축, 공정 수 삭감 등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였다. 이때 도요타는 현장 전문가를 파견하여 부품업계의 연구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또 다른 연구회로는 품질 연구회가 있는데, 생산 불량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공정 내 불량 감소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때 품질관리 개선 사례를 모아서 품질사례집이라는 책자를 만들어 동종 업계에 배포하였다. 즉 “동일한 실수는 다시 반복할 수 없다”라는 기본 정신에 입각해 이를 실천한 것이다.
위기 극복 이후 지속 성장을 달성한 또 하나의 사례로 캐나다의 매그너사를 들 수 있다. 1950년대 프레스 공장에서 시작한 매그너사는 1980년대 미국 완성차 업계의 경영 어려움으로 위기에 봉착했는데, 협업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강화해 1994년 이후 현재까지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을 실현하고 있다. 다른 부품회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협업함으로써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파트너 부품회사와 공동으로 완성차업체에 혁신적인 부품 공급을 제안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때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특정 지역에서는 매그너가 1차 부품회사(tier 1)가 되고, 다른 지역에서는 2차 부품회사(tier 2)가 되어(이때 파트너 부품회사는 1차 부품회사) 일감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전략을 취했던 것이다. 공동 연구개발에 의해 경쟁력을 극대화함으로써 대응할 수 있는 시장 영역을 확대하고, 동등한 파트너십으로 동반 성장의 길을 모색했다.
국내 부품업계도 연구개발 능력 및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현실에만 안주하려고 하지 말고, 동종 부품회사간 협력 체제 구축을 통해 경쟁력 제고와 시장 창출을 도모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비록 2007년 경영 환경이 매우 힘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킨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발표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부품시장 규모가 2006년 190억달러에서 2010년에는 두 배 이상 증가한 400억달러로 전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토종기업 보호 정책으로 외국 부품 기업이 시장을 뚫기가 매우 어려울 수 있지만, 품질력과 기술력을 갖춘 부품회사라면 중국시장으로 부품 공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 극복과 지속성장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 협업에 있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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