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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FTA 협상 타결과 자동차부품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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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ICA
댓글 0건 조회 424회 작성일 07-05-0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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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선 연구위원/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협상 개시 이전부터 갑론을박하던 한·미 FTA 협상이 드디어 일단락되었다. 아직 세부 부문에서는 협상이 완전히 종료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발효 이전까지 양국 국회의 비준 통과라는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나, 한·미 양국 경제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사건임에는 분명하다. FTA 협상이 타결되자 국내 모든 언론들이 한·미 양국간의 FTA가 갖는 경제적, 정치적 의미에 대한 전망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국내 자동차산업이 한·미 FTA의 최대 수혜산업이라는 표현이다. 더불어 이번 FTA를 반대하는 일각에서 자동차산업이 얻게 될 이득이 그리 크지 않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것으로써 한·미 FTA 협상의 전체 성과를 폄훼하는 것을 볼 때, 자동차산업의 이득 혹은 손실이 한·미 FTA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한·미 FTA가 한국 자동차산업에게 득이 될 것인가, 아니면 실이 될 것인가. 논란의 여지는 있겠으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상 개방으로 인해 얻는 이익이 잃는 것보다는 더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이와 더불어 완성차 업체보다는 부품업체에 실질적인 이득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하는 견해도 많다.

우선 자동차부문의 주요 협상 결과를 간략히 정리해 보자. 먼저 FTA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인 시장 접근도 제고의 측면에서 양국은 상당한 수준의 시장개방을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하이브리드차와 연료전지차 등 친환경 자동차시장을 제외한 모든 시장에서 발효 즉시 관세를 철폐하기로 하였다. 미국시장의 경우는 3000cc 미만 승용차에 대해서는 발효 즉시, 3000cc 이상 승용차는 3년 내에 현행 2.5%인 관세를 철폐하기로 하였으며, 고관세 품목인 트럭의 25% 관세는 10년 내에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하였다. 또한 부품 관세는 양국 공히 발효 즉시 철폐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한·미 FTA를 통해 완성차뿐만 아니라 부품까지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시장 및 산업 통합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자동차부품산업의 경우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World Trade Atlas'의 2006년 자료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 규모는 약 37억 달러로 전세계 국가중 순위로는 6위, 미국 자동차부품 수입시장 점유율로는 3.9%를 차지하였다. 하지만 2004년부터의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 자동차부품은 미국시장에서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04~06년 기간 동안 한국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 규모는 2배로 성장하였는데, 이는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은 성장 속도이다.

미국의 자동차부품 수입 대상국중 1, 2위 국가가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연결되어 자동차산업 분업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멕시코와 캐나다인 점을 감안할 때, 역시 한국의 경쟁 상대는 일본, 독일, 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중 일본과 독일은 자타가 공인하는 자동차산업 강국이고, 중국은 미국 자동차부품 수출시장에서 한국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한·미 FTA의 타결은 우리 자동차부품 업계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 경쟁국 업체에 비하여 가격경쟁력이 향상되어 교역 흐름이 국내 업체로 전환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나아가 시장 및 산업 통합 효과를 통해 NAFTA 시장에 효율적으로 진입하여 멕시코 및 캐나다 업체와도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국가별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 규모(2006)]

(단위: 100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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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World Trade Atlas.

이처럼 자동차부품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대세인 가운데, 한·미 FTA 발효는 빠르면 2008년 상반기, 정치 상황 등으로 국회 비준이 지연된다 해도 늦어도 2009년 상반기는 이루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발효 시점까지 불과 1~2년을 남겨두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부품업계로서는 준비 기간이 길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FTA 발효 이전까지, 그리고 발효 이후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제를 제언해 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수출 확대를 위한 전략을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부품업계와의 거래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에 더해 관세가 철폐됨으로써, 국내 자동차부품업계는 세계 최대 시장에서 큰 기회를 만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경영 위기에 직면하여 미국 업체들은 장기 거래를 선호하기보다 구매 원가를 절감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의 중국산 부품 수입 증가 추세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업체의 입장에서는 품질을 비롯한 기본적인 경쟁우위 요소를 더욱 강화해 나가는 한편, FTA를 통한 선진 기술력 확보로 일본 및 독일 업체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 제고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FTA를 활용한 현지화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를 필두로 하여 국내 완성차 업체는 미국 현지에 향후 6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지금도 현지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전량 수입으로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여러 가지 이유에서 부품조달의 현지화가 불가피함에 따라 부품 협력업체들은 완성차 업체와 함께 해외시장에 동반 진출하고 있다. 그런데 FTA 하에서 이러한 전략은 완성차 업체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부품 조달체계를 유지하면서 현지화 비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부품업체의 입장에서는 미국에 생산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미국시장의 수요를 효과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통해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유리한 점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진출 초기에는 미국시장에 국한되겠으나 차차 북미시장으로 시장 기회를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부품업계가 주목할 것은 친환경차량용 부품시장이다. 이번 협상에서 친환경차에 대한 시장개방은 10년간 유예되었으나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 및 공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개방이 이루어질 경우 친환경차의 점유율은 상당한 규모에 이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친환경 차량용 부품의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이다. 물론 초기 개발은 완성차 업체 주도로 이루어지겠으나, 시장이 성숙하고 친환경차 시장 개방으로 경쟁압력이 강화될 경우 양산이 불가피할 것이므로 결국은 부품업계에서 수요를 커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배기가스자가진단장치(OBD)의 경우 2009년부터는 의무적으로 장착하게 되어 있어 향후 이와 관련된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컨대 부품업체들은 친환경차 시장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그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기술 개발 및 역량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부품산업은 중간재 산업이라는 특성상 개별 업체에게는 다소간의 불확실성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이 확대되어 산업 기반이 넓어진다면 부품업체들은 시장 기회는 최대로 하면서 불확실성은 최소화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물론 국내시장에 무관세로 진출할 미국산 부품과의 경쟁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역자유화는 거스를 수 없는 조류이며 따라서 개방과 이에 따른 경쟁도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한·미 FTA는 다시없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추가로 체결될 EU, 중국, 그리고 일본 등과의 FTA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한·미 FTA는 국내 자동차산업에 바람직한 발전 방향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