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EU FTA 체결이 자동차부품산업에 미칠 파급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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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선 연구위원/한국자동차산업연구원
한·미 FTA 협상이 마무리된 지 1달 만에 EU와의 FTA 협상이 시작되었다. 한국과 EU 양측은 올 7월과 9월에 2, 3차 협상을 브뤼셀에서, 그리고 11월경에 4차 협상을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며, 양측은 협상 개시 후 1년만인 2008년 상반기 중에 협상을 타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EU는 미국과 달리 농업을 비롯한 민감한 품목에 대해서는 보호산업으로서 개방 예외를 인정하는 유연한 협상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협상 과정에서 큰 갈등은 없으리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EU가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연합 경제공동체이어서 국가간 내부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 협상 마무리 단계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최종 타결까지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EU FTA가 가지는 의미를 한·미 FTA와 비교하여 살펴보자. 먼저 거시경제적인 측면에서 EU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미국과 더불어 전세계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양대 축으로 불린다. 규모 면에서는 오히려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EU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FTA 정책에 있어서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 이러한 사실은 이제까지 FTA 체결 대상 국가의 선정 기준이 경제적인 효과보다는 국제정치적인 효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EU에게 있어서 한국은 경제적인 수준에서는 최초의 FTA 대상국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지역 | EU | 미국 |
---|---|---|
유럽 | EFTA, 크로아티아, 안도라 | - |
미주 | 멕시코, 칠레 | NAFTA(캐나다, 멕시코), 칠레, 중남미 4국, 도미니크 |
아프리카·중동 | 알제리, 요르단, 모로코, 터키, 튀니지, 남아공, 레바논, 시리아, 이스라엘, 이집트 | 바레인, 모로코, 오만 |
아시아· 태평양 | - | 싱가포르, 호주 |
주: 굵은 글씨체는 EU 및 미국과 동시에 FTA를 맺은 나라임.
자동차산업에 있어서 한·EU FTA가 가지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한국이 EU와 미국이라는 세계 양대 자동차 생산국과 동시에 FTA를 맺는 첫 번째의 자동차 생산 국가라는 점이다. 현재까지 EU와 미국 양국과 동시에 FTA를 맺고 있는 나라는 멕시코, 칠레, 그리고 모로코 등 3개국이다. 이중 의미 있는 수준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국가는 멕시코인데, 멕시코는 빅3와 폭스바겐 등 유럽업체, 그리고 닛산 등 일본업체의 생산 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독자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산업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하겠다.
또 하나의 의미는 한·미 FTA의 경우와 달리 한·EU FTA가 자동차산업에 미칠 파급효과의 정도가 훨씬 더 크리라는 점이다. 즉 현지 시장과 내수시장 모두에서 FTA로 인한 영향이 미국의 경우보다 클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EU는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보다도 높은 수준의 수입 관세를 유지해 왔다. 우리나라의 對EU 자동차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승용차에는 10%, 상용차의 경우에는 16~22% 수준의 고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부품 관세 역시 3~4.5% 수준으로 미국의 경우보다 높다. 따라서 EU시장에서 자동차부문 관세가 철폐될 경우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 경쟁력 및 현지공장의 원가 경쟁력은 한·미 FTA로 인한 효과를 상회할 것으로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구분 | HS 코드 | 품목 | 관세율(%) | |
---|---|---|---|---|
완 성 차 | 8702 | 승합차 | ||
8702101 | 디젤 혹은 세미디젤 엔진 | 2500cc 이상 | 16 | |
8702109 | 2500cc 이하 | 10 | ||
8702901 | 가솔린 엔진 | 2800cc 이상 | 16 | |
8702903 | 2800cc 이하 | 10 | ||
8703 | 승용차 | |||
870321-24 | 가솔린 엔진 | 10 | ||
870331-33 | 디젤 혹은 세미디젤 엔진* | 10 | ||
8704 | 화물차 | |||
8704213 | 디젤 혹은 세미디젤 엔진 | 5톤 미만(2500cc 이상) | 22 | |
8704219 | 5톤 미만(2500cc 미만) | 10 | ||
870422-23 | 5톤 이상 | 22 | ||
8704313 | 가솔린 엔진 | 5톤 미만(2800cc 이상) | 22 | |
8704319 | 5톤 미만(2800cc 미만) | 10 | ||
870432 | 5톤 이상 | 22 | ||
부품 | 87060011 | 엔진이 장착된 샤시 | 승합차와 상용차용 | 19 |
87060091 | 승용차용 | 4.5 | ||
8707 | 차체(캡 포함) | 4.5 | ||
8708 | 범퍼, 및 기타 부품 | 3 |
주 : 세미디젤은 실린더 압축실의 일부를 가열하여 피스톤으로 압축한 혼합 가스를 점화하는 방식임
반면 국내시장의 영향 역시 만만치 않은데, 이는 유럽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입차시장에서 유럽 업체의 비중은 전체의 56.8%에 달해 일본 및 미국업체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FTA가 체결될 경우 2000cc 이상 중대형 차급은 물론 준중형 이하 차급에서도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업체들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논의의 초점을 자동차부품으로 좁혀서 살펴보면 한·EU FTA의 긍정적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2000년대 들어 한국과 EU간의 자동차부품 교역 규모는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즉 MTI 기준으로 2001년에 6억 7천만 달러였던 양국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에는 22억 5천만 달러에 달해 불과 5년만에 약 3.4배의 성장을 기록하였다. 한-EU간 자동차부품 교역에 있어서 큰 특징은 우리나라가 EU에 대해 무역 적자를 보이고 있다는 점인데, 최근 수출의 성장 속도가 수입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어 2004년을 최고점으로 하여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그 원인에는 기아자동차의 슬로바키아 공장 가동이 일정 정도 기여하였는데, 2009년 본격 가동되는 현대자동차의 체코 공장까지 감안하면 한국산 자동차부품의 對EU 수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한·EU FTA가 체결될 경우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은 부품 관세 인하에 따른 직접적인 수출 증가 효과에, 완성차 수출 증가에 따른 간접적인 효과까지 더해지리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對EU 자동차부품 교역 추이
(단위: 100만 달러)
주: MTI 기준(742)
자료: 한국무역협회
이처럼 자동차산업은 한·미 FTA에 이어 이번 EU와의 FTA 협상에서도 최대의 수혜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부품산업은 완성차 이상의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의 이면에는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 사항들이 있다. 가장 먼저 FTA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앞서의 낙관적 기대는 관세 인하 폭을 단순 계산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자동차산업은 대규모 장비가 필요한 설비산업으로서 시장 수요에 대하여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어렵다. 특히 유럽시장은 수요의 규모 측면에서는 매력적인 시장임에 분명하나, 공급 측면에서는 전세계 유수의 업체들이 진입하여 있는 경쟁시장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FTA를 통한 관세 인하 효과가 전적으로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동전의 양면과 같이 기회와 위협요인이 공존하고 있는 한·EU FTA가 한국 자동차부품산업에게 있어 기회요인으로 작용하려면 몇 가지 선결 과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부품 10대 수출입 대상국(2006)
(단위: 100만 달러)
순위 | 수출 | 수입 | ||
---|---|---|---|---|
국가 | 금액 | 국가 | 금액 | |
1 | 중국 | 2,665 | 일본 |
1,122 |
2 | 미국 | 2,591 | 독일 | 633 |
3 | 인도 | 626 | 미국 | 435 |
4 | 일본 | 423 | 중국 | 353 |
5 | 우즈베키스탄 | 406 | 체코 | 102 |
6 | 러시아 | 376 | 프랑스 | 101 |
7 | 이란 | 297 | 영국 | 99 |
8 | 터키 | 220 | 이탈리아 | 93 |
9 | 벨기에 | 192 | 스페인 | 64 |
10 | UAE | 156 | 호주 | 55 |
주 : MTI 기준(742), 굵은 글씨체는 EU 회원국
자료: 한국무역협회
무엇보다도 기술개발 능력을 시급하게 향상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유럽의 부품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한-EU간 자동차부품 교역 현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즉 비록 최근 들어 그 폭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나 자동차부품은 무역수지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품목이다. 이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이른바 자동차산업 선진국으로 불리는 EU 회원국들의 부품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동차부품 10대 교역 대상국 중 수출에서는 EU 회원국이 벨기에 한 곳에 그친 반면, 수입에서는 독일을 비롯하여 무려 6개국이 포함되어 있다. 만일 한·EU FTA가 체결될 경우 우수한 품질의 유럽산 자동차부품이 더욱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은 명약관화이며, 자칫 국내 부품 업계에는 심각한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이다.
한·EU FTA가 예정대로 순조롭게 협상이 진행되어 2008년 상반기 중에 타결될 경우 2009년 초에는 발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FTA가 체결될 경우 국내 부품 업계는 유럽 완성차 업체로의 OEM 수출 확대, 현지화하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체와의 동반 진출을 위한 투자 여건 개선 등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유럽 부품업체들과의 경쟁에 직접적으로 노출됨에 따라 생존 능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FTA는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FTA의 가속화로 인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부품업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및 전장 기술을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기술력을 배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에게 남겨진 준비 기간이 2년이 채 되지 않음을 고려할 때, 자동차부품업체들의 첨단기술 연구개발 활동 지원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역시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과의 FTA 협상 타결에 이은 EU와의 FTA 협상 개시로 한국은 FTA 허브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 부품업계 역시 자동차부품산업 글로벌 허브의 주체로 부상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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