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조직문화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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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식 연구위원/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최근 발표된 2007년 1/4분기 세계 판매 동향에서 도요타가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76년간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1위를 차지해던 GM이 도요타에 그 자리를 내어준 자동차산업 역사 상 획기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도요타의 경쟁력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밖으로 드러난 품질, 생산성 등 기본 경쟁력이 타업체에 비해 월등하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강한 조직능력이 도요타 성장의 핵심 원동력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도요타의 높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강한 조직문화를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은 지난 해 닛케이(日經) 정보전략에 연재된 「도요타의 장점을 배운다-회사 혁신술」을 발췌·요약한 것이다. 해당 논문은 도요타 경쟁력의 원천을 명확히 밝히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도요타의 조직문화를 배울 수 있는가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국내 부품회사들이 이 글을 통해 도요타의 장한 조직문화 구축 방식을 학습함으로써 조직능력이 강한 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한다.
철저한 환경 만들기
도요타는 경영진이나 상사에 대한 신뢰감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경영진에 대한 깊은 신뢰감이란 곧 상사에 대한 깊은 신뢰감을 의미한다. 경영진에 대한 깊은 신뢰감은 도요타가 성공을 거듭해 온 이유 중 하나이다.
또 하나 잊어서는 안되는 것은 동료에 대한 강한 신뢰감이다. 동료를 경쟁자로 여기는것은 어떤 회사에도 있는 현상이지만 도요타에서는 동료를 「자기를 지원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 역시 그런 동료를 지원하게 된다. 다른 회사에서는 「동료를 지원하는 편이 좋다」고는 생각하지만 상대가 자기를 지원해 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지원하지 않기로 마음먹어 버린다. 이러한 악순환이 도요타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찌됐든 「경영진에 대한 신뢰감」과 「동료에 대한 신뢰감」이 강하다는 것이 도요타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도요타의 성공을 가져오는 또 다른 요소는 「철저함」이다. 예컨대, 방대한 자동차 부품은 매일 변화가 있고 그것을 관리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과 끈기가 필요하다. 이런 일을 도요타만큼 매일같이 철저하게 실행하고 있는 회사는 없을 것이다. 절대로 대충대충 하지 않는다. 도요타에서는 경영진과 동료에 대한 신뢰감이 강하고 또 주위의 지원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철저함이 가능하다.
도요타의 가치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현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며 확인한 사실에 근거하여 문제를 정리하고 시나리오를 그리는 것이다. 요컨대 서로 협력하고 격려하면서 “사이 좋은 싸움”을 해야 비로소 목적을 향해 돌진할 수 있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
도요타가 「문제해결 중독회사」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속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를 문제로 인식할 수 있는 안테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기 회사가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판단하는 하나의 지표로서 「빙산 모델」이라는 것이 있다. 자기 회사를 보고, 빙산 모델의 「a」 상태의 사원과 「b」 상태의 사원 비율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가끔 조사를 하고 있다. 일전에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부장급들에게 물어보니 절반 이상이 「5:5 정도의 비율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 회사의 좀더 젊은 층에 물었을 때는 90%의 사람이 「a가 많다」고 답했었다. 부장급과의 인식 차가 매우 크다.
물론 도요타라고 해서 모든 간부가 뚜렷한 문제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문제인식의 차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상사들 중에는 반드시 자신의 문제인식을 받아 주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한 길은 반드시 열려있다고 느끼도록 만드는 점이 도요타의 장점이다.
[조직의 빙산 모델]
도요타에서 뚜렷이 보이는 특징은 무슨 일이든 「철저하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특징을 가진 조직에서 사고방식이나 기준, 규칙 등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많은 사람이 지시받은 사항만을 아무생각 없이 수행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환경에서 정말로 철저해지려고 하면 사람 관리에 막대한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할 것이다. 도요타의 현장에서 작업표준은 「철저히 지키는 대상」이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철저해질 수 있는가 하면 그 작업표준을 늘 개선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자발적 동기를 이끌어 내려면 조직 톱(Top)의 공헌이 필수불가결하다
도요타의 장점을 체득하는 것은 「(마치 당연한 일처럼) 자발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해결하는 기능을 조직 내에 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꿔 말하면 많은 사원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활발히 개선 활동을 하는 상황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명제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사람이 일하는 것은 무언가 강제력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사람이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자발적 동기」에 의해서도 움직인다. 물론 도요타에서도 강제력에 의해서 사람이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핵심적인 부분에서는 반드시 자발적 동기를 소중히 하면서 사람을 움직이려고 한다. 그리고 문제를 발견하고 끊임없이 해결해 간다는 가장 도요타적인 개선활동은 기본적으로 자발적 동기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이러한 자발적 동기를 이끌어 내는 신뢰관계를 만들려고 하면 조직 톱의 공헌이 꼭 필요하다. 톱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면 도요타의 장점을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직의 톱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반드시 사장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독립성이 있으면 부(部), 부문(部門), 공장, 지점 같은 단위라도 상관없다. 회사 단위가 아닌 경우에는, 단위 조직이 전체 조직으로부터 독립성이 있고, 조직전체 톱으로부터 어느 정도 승인을 받았고, 본사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으면 된다. 어찌됐든 비교적 작은 단위의 조직의 톱이라도 도요타와 같은 강한 체질을 만드는 것에 공헌할 수 있는 사람을 분명히 내세우는 것이 첫째 조건이다.
두 번째 조건은 참모를 만드는 것이다. 앞에 서술한 바와 같이 톱 혼자서 조직을 바꾸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톱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것을 주위에 솜씨 있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생각을 전달하는 역할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런 역할을 해주는 존재가 가까이 있는 톱은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인물을 우연히 만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다면 그런 존재를 의도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부하를 주역으로 만든다
도요타식 장점은 항상 톱이 이끄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원이 끊임없이 개선함으로써 만들어져 가는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도요타식 장점을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단지 톱이 위에 서서 잡아당기는 것만으로는 변혁에 공헌할 수 없다. 도요타식 장점을 가진 조직을 만드는 톱의 역할을 「스폰서십」이라고 표현한다. 리더십이 아니라 굳이 스폰서십이라는 말을 쓰는 데는 나름대로의 의도가 있다. 리더십이라는 말에는 「부하를 이끈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도요타식 장점을 만드는 톱의 역할로서 기대되는 것은 부하를 이끌기보다 「주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스폰서십의 내용은 크게 4개로 나눌 수 있다. (1) 당사자로서의 자세, (2) 안전망(Safety Nets)의 구축, (3) 비전 구축, (4) 대화능력 등이 있다.
우선 필요한 것은 위에 있는 사람의 「당사자로서의 자세」이다. 스폰서십을 발휘한다는 것은 부하를 주역으로 연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앞에 나가 지휘를 하기보다 주위에 맡기는 부분이 많아진다. 다만, 스폰서가 스스로 실천하지 않으면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것이 당사자로서의 자세이다. 사원의 자발적 동기를 이끌어내는 것은 첫째 경영진과 상사에 대한 신뢰감이다. 상사에 대한 신뢰감이 없는 상태에서 사원에게 높은 자발적 동기를 가지고 일을 하라고 질타하는 것은 매우 기만적인 것이다. 신뢰의 기초는 윗사람이 「말하고 있는 것」 즉, 질타하는 내용과 실제로 위에서 「하고 있는」것이 기본적으로 일치하는 데 있다.
둘째, 스폰서십의 주요 역할은 안전망을 만드는 것이다. 잠재적인 자발적 동기를 가진 사원이라해서 반드시 주체적으로 그것을 발휘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변혁에 나서면 손해보는 상황이라면 결국 그 사람만 바보가 될 뿐이다. 이러한 상황을 제거하고 변혁을 추진하는 사람을 주위가 반드시 지원해 주는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오직 스폰서뿐이다. 사원이 안심하고 자기 의지로 변혁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을 「안전망이 처져있는 상황」이라 부른다.
셋째, 목표를 분명히 하기 위해 비전을 구축해야 한다. 사람은 목표가 명확할 때 의욕이 생기고 갖고 있는 잠재능력도 표출된다. 그런 의미에서 목표를 명확히 하는 프로세스를 부하와 함께 만드는 것도 스폰서십이 갖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넷째, 스폰서십의 다른 역할은 부하와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매니지먼트 자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해결책을 함께 찾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대화를 진전시켜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사원들의 생각하는 힘을 회복시켜 나가면서 해결책을 함께 만들어 가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폰서의 대화능력은 빠져서 안되는 능력이다.
사이좋은 싸움이 필요하다
도요타의 장점은 「수준 높은 팀워크」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리더가 있고 수준 높은 팀워크가 발휘되고 있는 점이야말로 도요타 장점의 원천이다. 그리고 높은 수준의 프로페셔널한 팀워크를 발휘시키려면, (1) 당사자 입장이 된다, (2) 서로 엄격하게 대한다(협력한다), (3) 목표(가치관을 포함)를 공유한다라는 세 가지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첫째, 당사자 입장이 된다. 당사자라는 개념은 스폰서십의 전제가 되는 내용이라고 설명하였다. 무엇보다 우선 ‘솔선수범하는’ 리더의 자세가 수준 높은 팀워크에 꼭 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나는 언제나 옳다」는 전제로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솔선수범을 하는 자는 여기서 말하는 당사자가 아니다. 자기 자신도 재검토의 대상으로 삼아 변화의 과제를 자기 자신에게 먼저 부과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당사자인 것이다.
둘째 서로 엄격하게 대한다(협력한다). 도요타 사람들은 곧잘 「사이좋은 싸움」을 한다. 하지만 사이가 좋아 보인다고 하는 것은 서로 맞춰주고 있을 뿐인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혜라는 것은 종종 심도있는 대화 중에 생겨나는 것으로, 단지 사이가 좋은 대화에서는 지혜가 생겨나지 않는다. 대화 내용을 심도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직하게 서로 부딪치는 일, 즉 사이좋은 싸움이 필요하다. 사이좋은 싸움은 서로 신뢰하는 관계에서 가능한 것이다. 서로 엄격하게 대하는 것, 즉 사이좋은 싸움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신뢰관계 및 서로 협력하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
셋째, 목표(가치관을 포함)를 공유한다. 팀을 팀답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서로 무엇을 목표로 하여 나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높은 수준의 프로페셔널한 팀워크를 목표로 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목표하는 바를 내손으로 직접 만드는 「프로세스 만들기」에 많은 인내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목표를 공유한다는 것은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가치관을 공유하는데 그 나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강요하는 것]과 [끌어내는 것]의 차이를 알자
도요타와 앵글로색슨, 이 양자의 변혁 방식은 분명히 다르다. 설계도(해결책)를 다 그린 후 변혁에 착수하는 앵글로색슨적 방식에 비해, 도요타 방식은 목표하는 바를 명확히 세워가는 프로세스와 그런 연후에 그 목표를 실현해 가는 프로세스를,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모두의 지혜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말하자면 끝나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럭저럭 완성돼 있었다고 생각이 드는 그런 성격의 방식이다.
양자가 「어떻게 다른지」를 한마디로 말하면, 앵글로색슨적인 방식은 MBA(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은, 뛰어난 분석능력을 지니고 우수한 두뇌를 가진 사람이 해결책을 제시하고, 거기에서 나온 과제를 현장에 강요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도요타 방식은 관계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지혜를 가능한 한 이끌어내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관리직에 있는 머리 좋은 사람이 가진 지혜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능력을 믿고 그것을 개화시키려는 자세를 함께 갖고 있다.
도요타 생산방식의 창시자라고 일컬어지는 오노 다이이치(大野耐一)씨는 서양적인 것과 일본적인 것의 차이를, 「밀어내는 문화」와 「끌어당기는 문화」로 나누어 표현한다. 톱 하나만 봐도 서양의 것은 밀어내며 써는 반면, 일본 것은 끌어당기며 썬다. 문화적 특성을 그 정도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해법을 강요하는 방식」과 「사람이 가진 잠재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방식」의 차이는 분명하다. 도요타로 대표되는 일본적 방식이라는 것은 후자의 방식이다. 도요타 생산 방식 자체가 그런 사고방식으로부터 나온 것이고 사람을 대하는 자세도 강요하는 방식보다 이끌어내는 방식 쪽을 중시한다.
비공식 네트워크를 이용한다
도요타를 배워야 하는 진짜 이유는 문제를 현재화하는 기능이 뛰어나고 그렇게 드러난 문제를 해결해가는 능력이 조직의 DNA로서 확실히 갖춰지고 있다는 데 있다. 도요타에는 조직이 진화, 발전해 가기 위해 필요한 기능이 이 DNA 안에 들어 있다. 바꿔 말하면, 도요타라는 조직은 그야말로 「학습하는 조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도요타는 인간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구심력을 강화하려는 경우에도 「자발적 동기」를 소중히 하면서 구심력을 이끌어 내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안정시키는 것, 즉 조직을 존속시키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린 낡은 체질의 조직에서는 규칙이나 룰을 통해, 즉 관리를 보다 강화함으로써 약해지는 구심력을 회복하려 한다. 그런데 결과는 의도와는 다르게 오히려 구심력을 잃어버리는 악순환에 빠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같은 구심력이라고 하더라도 자발적 동기를 끌어내며 하는 것과 엄격한 관리를 통해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임을 주의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구심력과 적절한 원심력이 조화롭게 잘 작동하고 있을 때, 즉 변화라고 할까, 어떤 종류의 혼란을 허용할 수 있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을 때 비로소 조직은 건전하게 진화해 간다. 도요타는 바로 그런 회사이다. 이미 말했듯이, 도요타에는 공식 조직 외에 사내의 중요 인물들이 긴밀하게 연결된 비공식적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이 네트워크는 현장에서의 개선활동이나 조직의 진화, 발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공식 조직에서는 각자의 지위나 입장이 문제가 되기 쉽다. 한편, 비공식적인 장(場)이나 인적 네트워크는 자신의 입장 때문에 할 수 없었던 행동도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도요타는 경영층이나 상사에 대한 신뢰감이 다른 회사에 비해 대단히 높다. 동료에 대한 신뢰도 두텁다. 게다가 핵심적인 부분에서는 자발적 동기를 소중히 하면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도요타는 비공식 네트워크의 원심력을 원활히 구심력으로 전환해 갈 수 있는 것이다.
해결책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중요한 가치관은 「일(업무)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 그 해결책이 하나인 경우는 지극히 예외적이다」는 것이다. 「이것밖에 없다」는 식의 유일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에 입각하여 사물을 생각하는, 도요타식 사고를 가진 사람의 발상법이다.
그러나 과거처럼 물건이 부족해서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로부터 계속해서 선택받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 과거에 축적한 경험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소비자로부터 계속 선택받기 위한 여러 가지 연구가 필요하고, 어떤 국면에 처하더라도 타개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급격한 환경 변화로 회사 곳곳에서 과거에 미처 경험하지 못한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과거 경험이 그대로 정답으로 통용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경험이 많은 관리직이 제시하는 해결책이 반드시 유일한 정답은 아니다. 그것은 여러가지 해결책 중 하나일 뿐이다. 일(업무)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아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특성이 유례없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업계나 자사 내에서 성공 사례를 발견하면 어떻게든 그것을 회사 전부문으로 확산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왜 그런 성공사례가 생겼는지, 성공을 초래할 만큼의 대응책이 나온 것인지를 되묻지 않고 결과만을 흉내 내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왜 이렇게 안이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는가 하면, (1) 문제에 대처하는 대응력이란 주인의식을 이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지 않으며, (2) 주인의식을 끌어내려면 서로 협력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기고 또 협력한 사람이 손해보지 않는 조직풍토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대응으로는 이러한 능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한 사례로서 어떤 회사든지 본사의 스태프 부문(관리/기획 부문)은 라인 부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이런저런 정책을 제시하고 실행시키려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라인 부문이 스태프 부문에서 제시한 정책의 양과 내용이 적절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사례를 아직까지 들은 바가 없다.
본사의 스태프 부문이 추진하는 업무방식은 정책을 받아 실행하는 라인 부문의 입장에서 보면, 본사부문이 현장의 사인도 받지 않고 직구나 변화구를 마음껏 던지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이런 본사 스태프 부문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라인부문에는 많다. 그 불만의 대부분은 충분히 실태를 파악하지 않은 채 탁상공론식으로 만든 정책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정책 그 자체는 의미가 있더라도 그 배경에 관한 충분한 설명 없이, 그리고 오퍼레이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동의(납득)도 구하지 않은 채 방침을 내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인간적인 정감이 통하는 정책이 아닌 강요된 정책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해결책은 1개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고방식은 자유로운 발상을 가져온다. 업무능력이 뛰어나고 완력이 강한 사람이 관리자가 되면 자신의 힘에 의존하여 자기의 영역 내에서만 성과를 창출하려고 하기 때문에 전체가 보이지 않게 된다. 물론 능력이 있으니까 나름의 성과는 낸다. 그러나 그 힘을 더 크게 쓸 수 있으면 자기 영역뿐만 아니라 전체에서 성과가 나올 것이다.
「철저하게 생각하게 하는 환경」은 돈을 들여서라도 준비한다
무엇이 이토록 도요타를 강하게 만들었는가 하면 정신력을 강조하는 「분투 정신」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사실에 입각하여 현실적으로 인간을 파악하는 인간관, 다시 말해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기 때문에 자발적 동기를 중시」함으로써 사원들의 힘을 이끌어낸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신력을 강조하는 노력을 통해 일시적인 성공을 거둔 일본 기업은 많이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오래 가지 못한다. 다른 일본 기업보다 뛰어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사원의 지혜와 동기를 계속해서 이끌어낼 수 있는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도요타의 조 후지오(張富士夫) 회장이 어떤 책에선가 썼던 일화인데, 그가 젊었을 때 현장의 개선활동을 지원하고 있었는데 현장 사람들로부터 좀처럼 개선 제안이 나오지 않자 초조한 나머지 「이렇게 하면 어떠냐」고 현장에 「해결책 」을 준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스승인 당시 부사장 오노 다이이치로부터 「그렇게 하면 노동강화가 되어버린다」고 호되게 꾸중을 들었다는 것이다.
사람은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냈을 때 끝까지 책임을 지고 업무를 완수하려고 한다. 그 해결책이 남으로부터 받았거나 강요된 것이었다면 그렇지 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실행」이란 측면에서 보면 완전히 똑같아 보이는 일이라도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냈는지 여부가 개인의 동기 부여에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낸다. 무엇인가를 완수해야 할 때, 사람에게 있어서 자발적 동기의 유무는 그 사람의 동기부여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 것인가· 동기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이 여기에 있다.
요즘 시대에는 도요타와 같이 「문제에 맞서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고 또 그렇게 해도 자신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일반화된 회사」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그 회사가 우량기업일수록 불만은 있지만 곤란하지는 않은 사원, 즉 주인의식이 결여된 사원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에 맞서봐야 결국 자기만 손해 본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본질적인 문제에는 진지하게 맞서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진 젊은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주위 환경이 어려웠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의도적으로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국내 부품회사의 도요타 조직문화 배우기
최근 미국의 10대 사모펀드 중의 하나인 서버러스가 크라이슬러 인수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세계 자동차 역사에서 처음으로 금융회사가 완성차업체를 인수한 사례여서 큰 의미를 가진다. 또한 서버러스는 이미 미국 부품회사인 타워오토모티브, GDX 오토모티브 등 여러 부품업체들을 인수하였다. 이런 부품회사들을 인수한 후 자금을 투입해 재무 구조를 건전하게 만든 다음 경쟁력을 향상시켜 상장 또는 매각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서버러스의 계획이 성공하면 더 많은 사모펀드들이 완성차업체 및 부품회사 인수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세계 자동차산업은 구조 재편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 재편 움직임 속에서 국내 부품회사가 생존하고, 더 나아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쟁력으로 재무장할 필요가 있다. 경쟁력 재무장을 위해 기술개발, 원가경쟁력 강화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근원적 경쟁력인 조직능력의 강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따라서 제조업체들 중 가장 뛰어난 조직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도요타의 조직문화 구축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
도요타의 조직문화를 핵심 키워드로 정리하면 신뢰, 자발적 동기(당사자로서의 자세 또는 주인의식), 사이좋은 싸움, 학습 조직, 해결책이 여러 가지라는 발상 등이 있다. 그 키워드들을 회사 내에서 자연스럽게 실현할 경우 강한 조직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우선 첫 단계로 조직의 톱이 경영진이나 상사에 대한 신뢰감, 동료간 신뢰감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즉 자발적으로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직원을 소중히 한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한 자발적인 동기를 가진 직원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아이디어의 발굴과 실천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 즉 조직의 톱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요하지 말고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오거나이저(위 글에서는 스폰서로 표현) 역할을 적절히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전 직원에게 비전과 목표를 제시해 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전 직원이 협력해서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해서 목표가 제시되어야 회사를 자기실현의 장으로 생각하도록 만들 수 있다.
세 번째 단계는 비공식적 학습 조직을 만들어 회사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자발적 동기를 이끌어내는 것은 몇몇 직원들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비공식적 학습 네트워크를 통해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여러 가지 생각들을 표현하면서 다양한 해결책들이 제시될 수 있다. 이때 토론을 통해 도요타가 말하는 ‘사이좋은 싸움’에 대한 기술도 배우게 되고,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로 가족주의적 인간관계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단계로 인사 제도와 성과 보상 시스템을 자발적 동기를 가진 직원을 육성하고 우대하는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도요타도 인적 자원 개발 제도, 임금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직원들의 자발적인 동기를 최대한 유도해 왔다. 이를 위해 1990년대 중반 이후 맞춤형 인재개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행하고 있다. 관리직은 전문능력 습득, 조직 운영능력, 글로벌 매니지먼트 능력 등을 교육해 글로벌 리더로 육성하고, 기능직들은 다공정 수행 능력, 보전 및 품질 관리 능력 등을 교육해 생산기술 전문가로 육성하고 있다. 또한 1990년 이후 연공적 요소를 점차 배제하고 직능별, 개선 제안 활동별 등으로 임금을 차별화하기 시작하여 2004년부터는 연공적 요소를 모두 폐지하였다. 즉 자발적, 지속적 개선 활동이 많은 직원일수록 더 많은 보상을 해주는 임금 체계를 수립한 것이다.
도요타 조직문화 구축 방식을 제대로 배우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하나씩 단계별로 차근차근히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도요타와 비슷한 조직능력을 가지게 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도요타가 강조하듯이 해결책을 미리 내어 놓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모두가 함께 찾아가는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해결책이 끌어내지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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