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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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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ICA
댓글 0건 조회 110회 작성일 08-06-0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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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이 할 수 있다

고문수 전무이사
고문수 전무이사/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올해 초 35만 명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했던 정부는 얼마 전 열린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 합동회의'에서 목표치를 28만 명으로 낮췄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금년도 취업자 증가폭이 22만 2천명에 그칠 것이며 한술 더 떠 취업자 수는 해마다 감소해 2012년에는 15만 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대기업 관련 규제를 풀어 투자를 유도하고 외국인 투자유치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생각이지만, 지난 10년간 대기업의 일자리는 130만개가 줄었고 중소기업은 250만개 늘었다는 통계의 의미를 깊이 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06년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 수는 300만개로 1천만 명이 넘는 사람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는 대기업 고용인원 150만 명보다 7배나 많은 수이다. 결국 일자리 창출도 중소기업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40년간 몸담고 온 자동차부품산업의 예를 들어 보겠다. 현대, 기아 등 국내 완성차업체에 자동차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중소부품업체의 경우, 최근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 평가받아 외국의 유명한 완성차업체로부터 대규모 납품계약을 요구받았지만 선뜻 수락할 수 없다며 고민하고 있다.

해외시장개척을 위해선 새로운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신규 인력을 채용해야하지만, 그렇게 하면 회사가 현행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의 범위를 벗어나 대기업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2001년 1월 1일 중소기업기본법이 개정 시행되었는데 개정 전에는 자동차부품과 전자부품은 특례업종으로 인정되어 종업원 1,000명, 자산총액 800억원 이하를 중소기업 범위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개정 후에는 모든 제조업이 특례업종 없이 일괄적으로 동일한 중소기업 범위로 종업원 300명 이하, 자본금 80억원 미만을 적용받고 있다. 게다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는 업체를 중소기업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금년 말이 되면, 901개 1차 협력 자동차부품업체 중에서 약 200여 부품업체가 대기업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러한 규정은 중소기업은 가급적 연매출은 1,000억원을 넘기지 말고 종업원은 300명 이상을 고용하지 말라는 제한과 다름 아니다. 또한 종업원 1인당 3억 3천만원으로 생산성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대기업으로 전환되면 중소기업에게 부여되는 자금지원, 금리우대, 보증특례, 연구개발비에 대한 조세감면 등 각종 정부지원시책의 혜택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거래하고 있는 완성차업체로부터 납품대금 결제방식이 현금 또는 60일 이내 결제에서 90일 이상 120일 결제로 당장 바뀌게 된다.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의 지위를 잃으면 매출액의 2~3% 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 영업이익률을 높여야 하는데 자동차부품업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3~4%대에 불과한 현실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안고 사업에 임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산업이 규모가 가장 큰 산업이기 때문에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설비투자 규모나 고용하고 있는 종업원 수가 여타 산업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같이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형평성의 원리에 치우쳐 전체 제조업에 대해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범위에 대해서는 제고할 여지가 많다. 종업원이 300명이 넘었다고 해서 수천~수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완성차업체와 동등한 대기업 취급을 받아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 자동차부품 제조업의 경우, 해외 선진국 주요 부품업체와 비교하면 규모의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수준이며, 차세대 친환경자동차 관련 핵심부품의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는 물론 새로운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우리나라 자동차부품업체들이 대형화와 전문화를 이루고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을 때까지 중소기업 범위를 대폭 상향 조정하여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풀고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감시하는 한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후원하여 중소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길이 일자리 창출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부품업종의 중소기업 범위 규정을 현행보다 두 배만 늘려 주어도 수 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산업현장 곳곳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의 걸림돌을 찾아내어 제거해 주어야 한다. 먼저 중소기업 범위를 확대해 주는 것부터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