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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급속충전 표준동향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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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ICA
댓글 0건 조회 114회 작성일 23-06-0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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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급속충전 표준동향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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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분석실 이서현 선임연구원

전기차 보급에는 급속충전 인프라 확충이 선결과제이며 이를 위해서는 규격 표준화가 필요  

탄소중립을 위한 수단으로 전기차로의 전환이 글로벌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자동차 산업 전체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자국 전기차 산업 발전을 위해 주요국은 보조금 등을 통한 전기차 가격 경쟁력 확보와 충전 인프라 확충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전기차를 구매, 이용하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 구축이 선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 중에서도 급속충전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급속충전 전기차 충전방식으로는 완속과 급속이 있는데, 전기차 ‘주행거리 불안(range anxiety)’을 해소하고 충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고속도로·공용 주차장 등 충전수요가 많은 곳에 급속충전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트럭·택시 등 전기 상용차의 경우 충전 시간 단축을 위해 급속충전 편의성 향상이 필수적이다. 
급속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는 표준규격 통일, 충전기 설치 및 유지비용, 충전소 건설 장소 확보, 규제, 전력 그리드 등 여러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본고는 이 중에서 급속충전 표준화 동향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급속충전 표준규격은 미국·유럽·우리나라의 Combo, 일본의 CHAdeMO, 중국의 GB/T 및 Tesla 독자 규격 NACS가 병존하나 편의성 향상·비용 절감을 위해 통일이 중요  

전기차 급속충전 표준규격은 미국·유럽·우리나라가 사용하는 CCS(Combined Charging System, 이하 Combo), 일본의 CHAdeMO, 중국의 GB/T 외에 Tesla의 독자규격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가 병존하고 있다. 
충전기와 전기차에 적용된 규격이 다른 경우 호환성 문제로 충전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다양한 표준규격이 병존함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동일 차량의 충전 설계를 지역별로 변경해야 하며 소비자는 호환 장비를 구매해야 한다. 
따라서 각국은 자국 자동차 제조사·충전소 사업자 동향 및 전기차 보급현황·전망 등을 고려하여 자국 표준규격을 선정하고, 해당 규격에 부합하는 충전기 보급을 중점 지원하고 있다. EU의 경우, EU 대체 연료 인프라 지침(Directive on the Development of Alternative Fuels Infrastructure)을 통해 역내 모든 충전소에 Combo(완속은 Mennekes, 급속은 CCS2) 충전기를 구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판매되는 전기차는 모두 GB/T 규격만 적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동일한 표준규격을 적용하고 있다.
단 자국 표준규격과 부합하지 않는 전기차를 이미 구매하여 운행하는 소비자에 대한 배려 또한 필요하기에, 전기차 표준규격을 단일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EU의 경우 EU 대체연료 인프라 지침 입안 당시에는 Combo 충전기만 설치하도록 강제하여 CHAdeMO를 시장에서 배제하려 했다. 그러나 그 외 규격이 적용된 전기차를 이미 구매한 소비자의 사용권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 최종안은 모든 충전소에 Combo 충전기를 구비할 의무만을 부과하였다. 

급속충전 표준규격은 각자 장단점이 있으나 최근 Combo가 글로벌 표준이 되어가고 있음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표준으로 등극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기술이 글로벌 표준으로 등극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우위도 중요하나, 시장 점유율도 중요하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할 때, 전기차 급속충전 글로벌 표준규격에 가장 가까운 것은 Combo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를 겪으며 원자재의 높은 대외 의존성 해소가 EU의 주요 정책 현안으로 대두되었다. 중국이 빈번하게 자원을 무기화하는 데에 따른 공급망 교란 우려도 이번 초안에 반영되었고, 인도네시아, 칠레를 비롯한 다른 자원보유국의 자원 국유화 및 수출통제 등 자원민족주의 기조의 확산도 위기감을 더했다. 결정적으로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이하 IRA)을 통해 전기차·배터리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자, EU도 생산시설의 역외이전을 방지하기 위해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y Plan)’ 등 역내 제조산업 육성정책을 본격화하고 있고, CRMA도 그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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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전 속도는 규격 외에도 차량 성능, 충전소 상황 등에 따라 좌우되는데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는 가정하에 작성

초기에는 가장 먼저 개발된 CHAdeMO의 시장 점유율이 높았으나, 일본이 전기차 및 충전 기술 개발에 소극적으로 임하던 사이에 미국·유럽·우리나라의 Combo가 시장 점유율을 역전하였다. 글로벌 충전기 규격별 시장 점유율은 금액 기준으로 2021년, 2025년, 2027년 Combo가 38.7%, 44.9%, 48.0%로 성장하는 데 비해 CHAdeMO는 27.5%, 21.5%, 18.5%로 감소할 전망이다.1) 중국의 GB/T는 대부분 중국 내수시장에 집중되어 있으며 중국 외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아 국제표준으로 등극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CHAdeMO의 약세는 분명하다. CHAdeMO 개발·보급 주축이었던 Nissan이 최근 ‘ARIYA’ 급속충전 표준을 Combo로 전환했는데, 이는 CHAdeMO 측의 추진동력이 저하되었으며 열세를 뒤집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CHAdeMO를 시장에서 배제하려 했다. 


최근 Tesla도 Combo와 호환성을 높이고 있어  

Combo가 글로벌 표준이 되어가면서, Tesla 또한 Combo와 자사 독자 규격 간 호환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유럽과 미국의 국가 정책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앞서 설명하였듯, 유럽은 Combo를 표준규격으로 설정했으며 이에 따라 Tesla는 Combo와의 호환성을 이미 확보하였다. 유럽향 Tesla 전기차에는 CCS2 규격을 지원하고 자사의 충전소를 타사 전기차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반면 Tesla는 자사가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미국에서는 배타적 전략을 고수해왔다. 자사 독자 규격을 NACS(North America Charging Standard)라고 명명하고, 높은 시장 점유율에 근거하여 CCS1이 아닌 독자 규격 NACS를 북미 표준으로 자리매김하려 시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연방정부가 도입한 ‘국가 전기차 인프라(NEVI, National Electric Vehicle Infrastructure Formula Program)’ 제도로 인해 2023년부터 Combo와의 호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변경하였다. 국가 전기차 인프라(NEVI)사업을 통해 미국 정부는 2022년부터 5년간 75억 달러를 전기차 충전기 설치 보조금으로 지출할 예정인데,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Combo 충전기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3년부터 Tesla는 타사 전기차에 충전소를 개방하고 Combo와 호환성을 높일 것이라 밝혔다. 어댑터 매직독(Magic dock)을 통해 Combo 규격을 적용한 전기차가 Tesla 충전소를 이용하는 사례가 이미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 타워, 전북 임실치즈테마파크 등의 Tesla 충전소를 타사 전기차에 개방하기로 했다.

Tesla가 미국·EU 정책으로 인해 자사 독자 규격과 Combo와의 호환성을 높이고 있으므로 Combo가 글로벌 표준으로 등극하는데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일·중은 공동개발 중인 급속충전 규격 ChaoJi 및 자국 규격을 인도 등 신흥국에 보급, 인구수에 근거하여 우위를 점하려 시도  

Combo에 맞서기 위해, 일본과 중국은 함께 CHAdeMO, GB/T의 단점을 보완한 ChaoJi라는 새로운 급속충전 규격을 개발하여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자 한다.2) ChaoJi는 500kW 이상의 고출력 달성 및 CHAdeMO·GB/T·Combo와의 호환성 확보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2021년에 설계요건을 공개했으며 2022년을 전후하여 실증을 시작했다. 일본 Hitachi Industrial Products는 200~350kW의 ChaoJi 충전기를 개발하여 2023년 4월부터 2년간 실증사업을 운영한다고 한다. 2022년 하반기부터 중국은 베이징-상하이 고속도로 구간에 ChaoJi 급속충전기를 설치하고 실증을 시작했다.

향후에는 ChaoJi 및 자국 규격을 신흥국 시장에 보급, 인구수에 근거하여 시장 점유율의 우위를 되찾으려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CHAdeMO협의회는 인도의 독자 충전규격 개발을 지원하면서 CHAdeMO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 더해 인도 시장의 표준규격이 CHAdeMO 또는 ChaoJi 규격에 기반하게 된다면 CHAdeMO의 영향력을 다시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 2022년 11월 자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인도 자동차 제조사는 CCS2 규격을 적용하며, 현재 인도 내 충전기 80~85%는 CCS2 규격을 적용하고 있으므로 CHAdeMO보다 Combo 규격이 보편화될 전망이다. 과거 인도는 충전소에 CHAdeMO와 CCS2 충전기를 모두 설치하도록 했으나 설치비용 증가 문제가 대두되자 ‘19년부터 충전소 사업자가 선호하는 규격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설치하도록 했다. 그 결과 글로벌 표준규격이 되어가는 Combo를 인도 기업들이 선택하게 된 것이다.

한편 러-우 사태로 대중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러시아는 전기차 충전소에 GB/T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했다고 한다. 참고로 현재 러시아 내 충전기는 대부분 CHAdeMO와 CCS2 규격이다. 그런데도 GB/T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한 이유를 두고 2022년 6월 자 현지 언론은 ‘CHAdeMO는 국제적으로 뒤처지고 있으며 Combo는 EU가 내린 수출 제재로 활용도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중남미·아프리카 등지의 신흥국에서도 중국산 전기차가 도입되면서 GB/T 충전기도 소수이나마 설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haoJi가 표준 판도를 뒤집기는 어려울 전망 

이미 미국·EU 등 선진국에서 표준규격이 확립되었으며 일본과 중국 또한 ChaoJi로 표준규격을 변경할지가 불분명한 만큼, ChaoJi가 표준 판도를 뒤집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중국이 ChaoJi를 새 표준규격으로 정하지 않는다면 자국 표준규격을 CHAdeMO에서 ChaoJi로 변경할 이유가 없어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경우, GB/T 개정판과 ChaoJi 중 무엇이 새 표준규격이 될지는 미정이나 GB/T 개정판이 새 표준규격이 될 확률이 더 높다고 평가되므로 중국 내에서도 ChaoJi 추진동력이 절대적으로 강하지는 않다. GB/T 개정판은 GB/T를 일부 수정한 것으로 기존에 설치한 충전기와 호환성이 더 높다는 점이 장점이다. ChaoJi는 기능·안전성 등이 GB/T 개정판보다 더 뛰어나고 유럽 등에서 표준규격으로 인가받을 경우, 내수용과 수출용 자동차를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되며 국제표준 주도권 확보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 내에 이미 520만 개의 GB/T 충전기를 설치했는데, 이 충전기를 모두 ChaoJi로 전환·호환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비용이 필요하다. 표준규격 개발주체 등 또한 변수로 작용한다. GB/T는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개발을 주도하여 추진동력이 강한 편이다. 또한 공업신식화부 기술 공고 대상에 포함되어 채택 가능성이 높으나, ChaoJi는 전력기업연합회가 개발을 주도했으며 공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2023년 5월 현재 2개 규격 모두 중국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의 비준을 받은 상태로, 조만간 GB/T 개정판 및 ChaoJi 표준규격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GB/T 개정판3)과 ChaoJi 중 어느 쪽이 중국의 새로운 급속충전 표준규격4)으로 선정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흥국 시장 내 급속충전 인프라 구축이 우리 기업에 오히려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국제협력을 강화할 필요

단, 신흥국은 장기 전략 없이 가격에만 근거하여 전기차·충전기를 보급할 가능성이 있으며, 만일 GB/T 또는 ChaoJi 규격이 신흥국 시장의 주류가 된다면 우리 기업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일례로 중국의 상하이GM우링社는 인니향 ‘Wuling Air EV’에 GB/T 규격을 적용했는데 해당 모델은 가격 경쟁력에 힘입어 `22년 전기차 판매량 1위를 기록했으며, 현대차 ‘IONIQ5’는 2위를 기록하였다. 반면 태국의 경우,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도 차량에 Combo 규격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전기차 현지생산·수출육성책을 펼치기 시작한 신흥국에, 국제공급망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표준인 Combo 규격 보급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국제협력 사업 등을 통해 전달할 필요가 있다. 


1)Precedence Research, “Electric Vehicle Charging Infrastructure Market Size 2023-2030”,https://www.precedenceresearch.com/electric-vehicle-charging-infrastructure-market

2)일본과 중국이 공동개발을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는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GB/T가 CHAdeMO 기술에 기반하여 개발되어 비교적 호환성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3)중국시장감독관리총국, GB/T 개정판 표준화 진행상황(电动汽车传导充电用连接装置 第3部分:直流充电接口),https://std.samr.gov.cn/gb/search/gbDetailed?id=E116673ED268A3B7E05397BE0A0AC6BF

4)중국시장감독관리총국, ChaoJi 표준화 진행상황(电动汽车传导充电用连接装置 第4部分:大功率直流充电接口),https://std.samr.gov.cn/gb/search/gbDetailed?id=E116673ED65BA3B7E05397BE0A0AC6B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