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셀러로 살펴본 주요 완성차 시장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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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셀러로 살펴본 주요 완성차 시장 트렌드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분석실 양재완 책임연구원
최근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소비자들의 생활 환경과 소비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로 구매 선호하는 차종에 변화가 생기고, 다양한 보급형 전기차 모델이 출시되면서 전기차 가격 접근성이 향상됨에 따라 수요가 지속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차량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은 자동차의 공간 활용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되었고, 레저와 캠핑 등과 같은 야외 활동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SUV와 같은 공간 효율성이 높은 차량 모델의 선호도가 더욱 강화되고 중소형 세단 등은 수요가 감소하는 등 자동차에 대한 표준형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세단 판매량이 가장 높은 판매 비율을 보였지만 ‘21년부터 SUV 판매 비율이 38.5%로 올라서며 35.0%의 세단을 역전하기 시작하였고, ‘22년에는 SUV가 40% 이상을 차지하며 지속적으로 판매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모델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전통적으로 높은 세단 판매량을 견인해오던 도요타 ‘Corolla’, 혼다 ‘Civic’와 같은 C 세그먼트 모델들이 판매량 감소세로 전환되었을 뿐 아니라 꾸준한 수요를 보이고 있던 포드 F-Series 등의 픽업트럭 차량들도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와는 반대로 테슬라 ‘Model Y’나 ‘Model 3’ 등의 가격 접근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높인 전기차 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내연기관차의 수요를 대체하는 한편, 중국 우링이 출시한 초저가 소형 전기차 모델인 ‘홍광 Mini EV’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면서 ‘22년 글로벌 베스트 셀러 Top 10에 진입하기도 하였다. 그로 인해 내연기관차 중 인기가 높았던 모델인 VW ‘Golf’와 ‘Tiguan’은 판매량 Top 10에서 밀려나기도 하였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우선 미국 시장은 픽업트럭·SUV가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어 상위권 베스트 셀러에는 큰 변화가 없으나 픽업트럭에 대한 판매량 집중도가 감소하는 대신 테슬라의 인기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美 3대 픽업트럭 모델인 포드 F-Series, 쉐보레 Silverado, RAM 픽업트럭은 꾸준히 상위권을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총 판매량은 ‘18년 203만대에서 `20년 194만대, `22년 164만대로 점차 감소하며 판매량 점유율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테슬라 ‘Model Y’는 `22년에만 약 25만대가 판매되며 새롭게 인기 모델 6위에 진입하였으며 향후 IRA 관련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과 사이버트럭 출시 등을 고려하면 미국 내 테슬라의 영향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발표한 IRA 세부지침의 경우에도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세액 공제로 보조금 최대 7,500불 지급되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유럽 시장은 미국과는 다르게 유럽 브랜드의 소형차가 강세를 보이며 다른 소비자의 선호 성향을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유럽 판매 1위를 고수하던 VW ‘Golf’는 디젤 게이트부터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감소하였고, 최근 출시한 소형 SUV 모델인 VW ‘Tiguan’, ‘T-Roc’과 전기차 모델 ‘ID.3’ 등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분산되면서 5위권 밖으로 하락하였다. 또한 저가 브랜드인 다치아의 ‘Sandero’와 ‘Duster’ 모델이 각각 2위, 5위로 순위권에 진입하며 급부상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전기차 모델의 경우는 유럽 지역의 전기차 보급 정책과 함께 테슬라와 VW,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 기업들이 판매를 확대하며 `22년 판매 비율의 10% 이상을 달성하였다. 다만 높은 판매 비율에 비해 다양한 차량 브랜드와 모델들이 존재하는 유럽 지역의 특징으로 인해 대부분의 전기차 모델들은 10만대 미만의 판매량을 보이며 상위권 순위에는 진입하지 못하였다. 테슬라 ‘Model Y’ 13.6만대, ‘Model 3’ 9.1만대, 피아트 500 6.5만대, VW ID.4 6.4만대, ID.3 5.3만대를 판매한 것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중국은 중소형 세단이 선호되는 시장이었으나 최근에는 초저가 전기차 및 SUV 전기차 모델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간 정부의 적극적인 전기차 보급 정책으로 인해 `18년 2.7%에 불과하던 전기차(BEV) 비율은 `22년 18.7%까지 증가하였고, 완성차 업체들도 초저가, SUV 등 다양한 차종을 출시하며 판매 확대를 견인하였다. 작지만 실용적이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 초저가 전기차 모델인 우링 ‘홍광 Mini EV’가 젊은 소비자층에게 크게 인기를 끌며 `22년 판매량 57만대로 판매량 1위를 달성하였고, 테슬라 ‘Model Y’와 PHEV 모델인 BYD ‘Song DM’과 같은 SUV 전기차 모델의 인기도 크게 상승하면서 `22년에 각각 46만대로 2위, 41만대로 3위로 상위권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SUV 전기차 모델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큰 차량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에 따라 다양한 모델이 등장하였을 뿐 아니라 차량 사이즈에 제약을 받지 않는 중소도시의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차량 수요가 점차 증가한 것들이 그 배경으로 분석된다.
일본 시장은 글로벌 트렌드와는 별개로 여전히 A, B 세그먼트의 차량 중심으로 베스트 셀러를 구성하고 있다. 도로와 주차장이 협소한 지역적 특색과 차고제 증명 등의 제약으로 인해 소형, 경차 중심의 판매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고, 그간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했던 일본 완성차 기업들의 전략으로 인해 전기차의 비율도 아직까지는 전체 글로벌 시장 수준보다는 낮은 실정이다. 이러한 내수 시장의 특성으로 인해 단기간에 변화할 가능성은 적지만 최근 일본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전략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에는 인프라 확대와 함께 전기차 모델이 출시되고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국 시장은 SUV 모델와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는 부분은 글로벌 트렌드와 동일하나, 베스트 셀러 Top 7에 아직까지는 개별 전기차 모델이 진입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용 트럭 모델인 현대 ‘Porter’와 기아 ‘Bongo’의 꾸준한 수요와 더불어, 큰 차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성향과 레저·캠핑 문화의 확대에 따라 중대형 세단과 SUV 모델이 꾸준히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전기차 모델의 경우에는 현대·기아에서 출시한 전기차 모델들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베스트 셀러 수준의 판매량에는 못 미치고 있다. 최근 출시한 현대 ‘IONIQ 5’와 기아 ‘EV6’의 `22년 판매량은 각각 2.7만대, 2.5만대 수준이며, 앞으로 현재 모델별 판매량의 2배 이상을 달성해야만 상위권 진입이 가능해 보인다.
지역별로 주요 완성차 시장을 살펴본 것처럼 향후 모델별 판매량은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인기 차종·모델의 디커플링(Decoupling) 양상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IRA 세부 지침에 따라 북미산 전기차 모델의 판매량이 지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유럽은 소형 전기차 및 중소형 SUV 모델이 점유율을 확대하며 인기 모델 측면에서 여타 시장과 차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전기차 판매 비중을 보이는 중국은 테슬라를 제외하면 볼륨 모델을 선점한 자국 브랜드(우링, BYD 등)의 판매량이 더욱 증가하고, 외국 합작사들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점차 로컬 브랜드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다. 일본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일본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전략으로 돌아서고 있으므로 중장기적으로 소형 전기차 모델이 순위 내에도 볼 수 있을 것이고, 한국 또한 다양한 전기차 신차가 출시되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감에 따라 영향력을 점차 높여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지역 특색에 맞게 완성차 기업의 시장별 현지화 전략도 지속되겠으나, 테슬라와 같이 볼륨 모델이 여러 시장에서 동시에 인기를 구가하는 사례도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볼륨 전기차 모델 확보 전략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로 인해 올해는 공격적으로 판매량 증가세를 보이는 테슬라의 ‘Model Y’가 가격 인하와 美 보조금 혜택에 힘입어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오던 도요타의 ‘Corolla’를 제치고 글로벌 No.1 베스트 셀러로 올라설지도 관심있게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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