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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자동차 시장의 이슈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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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ICA
댓글 0건 조회 116회 작성일 23-10-1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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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자동차 시장의 이슈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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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연구원 이호 산업분석실장 

□ 중국 전기차 시장의 의미와 최근 이슈
   COVID-19 이후 친환경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자동차의 전동화가 산업의 대세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특히 내연기관 없이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로만 구동할 수 있는 전기차(BEV)가 소위 미래자동차의 표준이 되어 가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전기차 분야에서 시장 관점에서는 국가 단위에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산업 관점에서는 아직 기술적인 역량은 부족한 부분들이 있으나 가장 큰 생산 기반을 갖추면서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정책 관점에서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활용해왔으며, 이는 세계화 기조 약화와 함께 미국, 유럽 등에까지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중국 전기차 시장과 정책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중국 전기차 시장에 대해 최근 두 가지 이슈가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는 구매보조금 폐지의 영향이다. 중국은 2022년말 전기차 시장 활성화의 주요한 정책적 수단 중 하나인 구매보조금 제도를 폐지하였다. 구매보조금 일몰 직후인 2023년 1월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큰 폭으로 감소하였기 때문에, 국내외 주요 언론에서는 구매보조금 폐지로 성장세가 위축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이후 판매량이 회복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성장으로 돌아섰으나 구매보조금 폐지 이후 기존의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두 번째는 중국 전기차 산업의 구조조정 가능성이다. 블룸버그(Bloomberg) 등은 중국 지방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연명하던 부실한 전기차 기업들이 정리되면서 산업이 재편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조명해왔다. 올 6월에는 시장이 특정 업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판단하는 허쉬만-허핀달 지수(HHI)를 근거로 전기차(B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시장이 소수 업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으며, 올 8월에는 정부의 지원금을 노리던 업체들이 허위 판매를 일으키거나 생산된 차량을 방치한 사례 등을 보도하기도 하였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두 가지 이슈에 대해서 현황을 점검하여 향후 중국 전기차 시장의 전개 방향을 가늠하고자 하였다.

□ 이슈점검 1 - 구매보조금 폐지의 영향
   신제품 또는 혁신의 확산 이론에 따르면 판매량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U자형으로 증가하였다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누적 판매량은 S자형으로 초기에 급속도로 증가하다 변곡점 이후로는 성장이 둔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기차 또한 혁신제품의 일종으로 여러 연구들에서 혁신의 확산 이론 모형을 통해 시장 성장을 전망한 바 있다. 본고에서는 내구재(Durable goods)의 확산을 추정하는데 주로 활용하는 바스 모델(Bass Model)을 이용해서 중국 전기차의 2023년 1~7월 판매량을 모델의 예측치와 비교하여 성장 추이의 이탈여부를 가늠하고자 하였다. 모델의 파라미터 추정은 2018~2022년, 2019~2022년, 2020~2022년 등 3개 기간의 월별 데이터를 이용하였고, 월별 계절성(Seasonality)과 2020년 COVID-19로 인한 효과는 가변수(Dummy variables)를 이용해서 반영하였다. 또한 혁신제품의 초기 판매량 또한 지수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을 고려하여 2018~2022년 판매량을 이용하여 지수함수 모델로 회귀분석한 결과와도 비교하였다.
  먼저 3가지 구간으로 나눠서 각각 파라미터를 추정한 바스 모델의 예측치는 실제 판매량은 대체로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지수함수 모델과 비교한 결과도 2023년 1월을 제외하면 모델 추정치와 최대 10% 정도의 오차만 보이고 있어 통상적인 변동성 범위 내에 포함되는 수준이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상반기에는 월평균 판매량을 하회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하반기 특히 12월에 판매량이 많은 계절적 특징이 있는데, 전기차 판매량도 2023년 구매보조금 일몰에도 통상적인 변동성 범위 내에서 다소 부진한 상황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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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점검 2 - 전기차 산업의 구조조정
   산업구조를 판단하는데 특정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중국의 경우 아직까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내수시장에서 각 기업의 점유율을 살펴봄으로써 산업구조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시장이 특정 업체 중심으로 형성된 정도를 시장집중도라 하는데, 상위 x개 업체의 시장점유율 합계를 의미하는 CRx(예를 들어 상위 3개 업체 시장점유율 합계는 CR3) 또는 개별기업의 시장점유율 제곱을 합산한 허쉬만-허핀달 지수(HHI) 등이 주로 활용된다. HHI의 경우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나, 美 법무부의 기업결합 가이드라인(Horizontal Merger Guidelines)에서는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1,500 이하는 비집중 시장(Unconcentrated Markets), 1,500~2,500은 중간 정도로 집중된 시장(Moderately Concentrated Markets), 2,500 초과는 고도로 집중된 시장(Highly Concentrated Markets)으로 구분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HHI를 이용하여 산업 구조 변화를 점검하였다. 월별 데이터의 경우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기 위해 분기별 판매 데이터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23년 2분기 기준으로 전기차 시장의 HHI는 제조사·브랜드별 분석에서는 1,038, 그룹사별 분석에서는 1,120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합산 시장에서는 제조사·브랜드별 분석에서는 1,304, 그룹사별 분석에서는 1,486으로 확인되었다. 美 법무부 가이드라인 기준으로는 아직까지 집중도가 높은 시장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2022년 2분기부터 1년여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중국 전기차 시장의 HHI가 장기적으로는 증감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HHI가 추세적으로 증가하여 구조적으로 높은 수준이 되는 국면, 다시 말해 산업구조가 본격적으로 변화하는 국면에 돌입했는지는 불명확한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경우 주요국에 비해 모델 다양성이 높은 편이긴 하나, 내연기관차 시장과 비교할 때는 여전히 모델 다양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일부 업체에서 인기 모델이 등장하면 HHI가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국 전기차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여 경쟁사에서 유사 모델이 출시되고 경쟁 지형이 다시 변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추세 전환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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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인 변화 국면은 아니나 향후 가능성은 존재
   본고에서는 구매보조금 이후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이 훼손되었는지, 중국 전기차 업체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는데, 아직은 통계상으로까지 변화가 감지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 번째로 2023년 구매보조금 제도 일몰 이후에도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이 훼손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구매보조금 일몰에도 차량 번호판 교부에서 전기차를 우대하고 구매보조금 이후 성장세 둔화 우려에 취득세 10% 감면을 연장하는 등 전기차 친화적인 환경이 여전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주요 대도시의 경우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를 구매하지 않으면 차량 구매가 매우 어려운 환경인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대도시의 경우 해당 도시의 번호판을 교부받지 못하면 도로 이용에 제약을 두고 있고 번호판은 추첨 또는 경매를 통해서 교부하고 있다. 그런데 추첨의 경우 당첨 확률이 매우 낮아 오랜 기간을 대기해야 하고 경매의 경우 낙찰가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반면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는 번호판 교부에서 상당한 우대조치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차량구매 시 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2021년경부터 구매보조금 제도의 대상이 아닌 주행거리가 짧지만 가격이 저렴한 저가 전기차 모델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였고 최근 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가격이 낮아진 것도 성장세 유지의 원인으로 보인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중국 전기차 시장의 경우 혁신제품의 초기 시장을 여는 소비자들(Innovator, Early Adopter)에서 실용성 중심의 주류 소비자(Majority)로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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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중국 지방정부 등의 지원에 힘입어 난립하였던 전기차 업체들이 정리되는 과정에 있으나 이들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매우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산업 전체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2022년 2분기부터 허쉬만-허핀달 지수(HHI)로 계산한 시장집중도가 빠르게 증가했지만 이는 BYD 등 선도 업체의 일부 모델들이 인기를 끈 것이 주요 요인이며 난립하였던 업체들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것은 아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높은 경쟁 강도를 고려하면 경쟁업체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향후 상위 업체의 영향력이 짧은 시간 내에 계속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 전기차 산업에는 여러 불안 요인이 존재하여 향후 자국 내수시장의 변화 및 전반적인 구조조정 가능성은 여전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간 중국 정부는 토지 사용권을 통해 확보한 예산을 전략산업에 투입하고 경쟁국 대비 저렴하게 판매하는 등의 전략으로 산업의 빠른 성장을 이끌어왔다. 전기차 산업은 이러한 전략산업의 하나로서 많은 보조금이 투입되어 왔다. Nikkei Asia(`23.9.21.)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를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공식적으로 수십억 위안의 보조금이 교부되었는데 가장 많은 금액을 지원받은 CATL은 28억 5천만 위안(약 5,290억 원)을 교부받았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하는 국면에 돌입하는 등 중국 정부의 예산 확보가 과거에 비해 어려워지고 있으며, 경기둔화도 심화되어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우려까지 부상하고 있어 향후 이러한 보조금 기반의 성장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중국 전기차 산업의 성장이 추세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성장 둔화 환경에서 업체 간 경쟁이 지속 또는 심화된다면 구조조정이 가속화 될 수 있다. 이미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업체 간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경쟁 심화로 허위·비방성 마케팅이 심각해지면서 중국자동차공업회(中汽车工业协会)에서 2023년 3월 공동 대응 이니셔티브를 출범한 바 있으며 가격경쟁 자제에 대한 업체 간 합의를 추진하려다 실패한 사례도 있다. 따라서 내수시장의 성장 둔화와 경쟁적 환경이 계속되면, 중국 업체들의 가격경쟁이 지속 또는 심화되거나, 내수시장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 또한 산업 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주요 업체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의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 등으로 경쟁국 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쟁 지형의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