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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부품산업의 위기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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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ICA
댓글 0건 조회 812회 작성일 05-12-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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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board_0101.gif 강홍기 부장 / 현대모비스 기획실 최근 자동차산업 관련 뉴스를 접하다 보면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이 세계적으로 그 위상이 한층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제이디 파워(J.D. Power)에 따르면 현대차의 ‘투싼’이 신차품질지수(IQS)에서 SUV 사상 역대 최고 점수인 99점을 받는 신기록을 세웠다. 또한 기아차의 ‘오피러스’와 ‘스포티지’는 미국 소비자 만족도 조사(APEAL)에서 중대형차 부문과 SUV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한 때 값싼 자동차라는 이미지의 한국차가 이제는 해외 브랜드의 어떠한 차종과 겨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동차부품산업과 관련해서 걱정스러운 소식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던 미국 델파이社의 파산보호 신청, 중국 자동차산업의 수출산업화 전략에 따른 국내 부품시장의 위축 가능성, 선진국의 차세대 자동차 연구개발에 따른 국내기술과의 격차 확대, 해마다 연례 행사처럼 당연시 되는 국내 노사분규 등 우리에겐 너무도 암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비관적인 국내외 경영환경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부품산업의 경쟁력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됨을 깊이 인식하고, 최근의 자동차업계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우리 부품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한층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높은 기술력과 글로벌 경영 확대에도 불구하고 ’05년 10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델파이 사례를 보면서 자동차산업 종사자들은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델파이는 엔진, 전장, 안전 등 핵심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꾸준히 개발, 보유하고 있으며, GM 이외의 매출 다변화를 시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혁신작업을 진행해왔다. < 델파이의 非 GM 매출비율 변화 추이 > freeboard_0102.gif - KIET (산업연구원, ’05/10月)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GM으로부터 이어져온 고비용 구조가 델파이의 경영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간당 30달러 수준의 고임금, 각종 복리후생제도, 과도한 개발비용,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된 데다가 GM의 매출 감소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 델파이의 경영실적 추이 > freeboard_0105.gif (단위 : 백만 달러, %) - Fourin (’05/7月) 결국 델파이는 시간당 임금을 10~12 달러 수준으로 대폭 인하하는 내용을 UAW(미국 자동차 노동조합)에 제시하고, 미국 내 근로자의 수도 30% 감원하는 자구책을 발표하는 등 자존심을 버린 마지막 생존의 노력을 진행 중에 있다. 우리는 델파이의 몰락을 보면서 경쟁력 있는 비용구조 확보가 부품업체의 생존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부품업체는 기술수준 및 품질향상, 비용절감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완성차업체는 부품업체가 관련 활동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한 노조는 자발적인 혁신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각종 조치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 또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여러 경제정책들은 직간접적으로 우리나라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향후 예상되는 자국 내 자동차 산업의 생산과잉과 내수위축에 대비하여 ’04년 6월에 ‘신 자동차산업 발전정책’을 발표하며 자동차산업의 점진적 수출산업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에 비해 경쟁력 격차가 크지 않은 자동차부품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수출경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 중, 일간 자동차부품 품질 비교 > freeboard_0103.gif 이러한 중국 자동차산업의 파장이 단기적으로는 크지 않을 것이나, 중장기적으로는 수출경쟁 위협에 직면할 것이므로 우리 부품업체들은 지금부터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수출경쟁에 합류하기 이전인 향후 4~5년 동안 우리의 부품업체들은 수출역량을 다지는 기간으로 활용하여 중국의 위협을 도전이 아닌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우선, 현지 생산부품이나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업체들은 새로운 유망품목을 발굴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핵심부품 위주로 수출구조를 다변화 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중국 현지 매출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중국을 수출거점으로 활용하여 제 3국 수출을 늘려가야만 한다. 셋째, 중국에 진출한 자국 완성차업체에만 공급하는 수직적 판매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완성차업체로의 부품공급을 확대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 우리 부품업체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또 한가지 이슈가 바로 선진국의 차세대 자동차 기술 개발이다. 최근 범세계적으로 자동차 관련 환경규제가 급격히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선진 자동차업계는 차세대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조기 상용화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왜냐하면, 미래 기술경쟁에서 낙오될 경우 자동차산업의 경쟁우위 확보는 커녕, 존립 자체에 커다란 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선진 각국 정부 역시 이 분야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관련 연구개발 예산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 차세대 자동차의 2030년 시장점유율 전망 > freeboard_0104.gif 각국의 관련 지원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은 ’02년 1월부터 에너지부가 GM, Ford, DCX와 공동으로 ‘Freedom CAR & Fuel’ 파트너십을 구성하여 이후 5년간 총 17억 달러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고이즈미 총리 주도 하에 차세대 자동차 개발과 산업화 정책을 추진 중인데, 경제산업성은 연구개발비로 ’03년 196억엔, ’04년 188억엔을 지원하였다(연관산업 지원예산 포함시 ’03년 603억엔, ’04년 653억엔). EU는 ’03년부터 ’06년까지 21억 유로를 지원 중에 있으며, 심지어 자동차산업 개도국 수준인 중국 정부조차 ’01년부터 ’05년까지 15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의 지원규모는 ’04년 기준 82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차세대 자동차 기술을 개발하여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가까운 미래에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중국의 추격을 벗어나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고로, 관련 기술의 개발을 위해 정부와 완성차업계, 부품업계의 역량을 효율적으로 결합시켜 단기간 내에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또한 정부의 관련 예산 확대를 통해 국가적 차원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차세대 자동차 기술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자동차산업의 도약을 위해서는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노사관계의 구축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98년 GM의 파업으로 인해 미국 국내총생산이 0.6% 포인트나 감소했으며, 현대차의 경우올해 8~9월 단 11일간의 노조파업으로 총 4만 1889대의 생산차질, 5795억원의 매출 손실을 기록하는 등 그 피해가 막심하다. 특히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경영난이 노사관계에서 비롯됨을 감안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자신들이 감당해야만 되는 노사의 공동 손해로 고스란히 되돌아옴을 인식해야 한다. 앞으로는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으면 품질, 생산성, 노동시간 유연성 등 모든 면에서 해외경쟁업체에 비해 뒤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노사가 함께 인식하고 상호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 흔히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이 있다. 거대 부품업체들의 파산, 중국과의 경쟁, 차세대 자동차 기술개발 압력, 불안한 노사관계 등 한국 자동차부품업계를 둘러싼 여러 위기의 징후들이 단지 위기로만 인식되고 만다면, 우리 부품업체의 앞날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위기 속에 숨겨져 있는 교훈을 제대로 살피고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 한국 부품산업의 수출산업화, 글로벌 기술경쟁력 강화, 노사관계 안정 등 부품산업의 탄탄한 구조를 구축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이야 말로 완성차 및 부품업계, 정부, 노조의 공동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