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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4사 노조의 산별 전환 이후 자동차부품산업 노사관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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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ICA
댓글 0건 조회 460회 작성일 06-07-2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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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4사 노조의 산별 전환 이후 자동차부품산업 노사관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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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재 연구위원 / 한국노동연구원

현대, 기아, GM대우, 쌍용 등 완성차 4사 노조가 최근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 노조로 조직형태를 전환하기로 결의하였다. 노조의 규약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2/3의 찬성을 필요로 하는데, 모두 70% 이상의 높은 찬성률로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완성차 노조들이 속해 있는 민주노총 금속연맹은 금년 10월 경 조직형태를 산별노조로 전환하는 대수술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럴 경우 이미 5년전 금속노조로 전환한 자동차부품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4만 1000여명의 조합원 이외에 새로이 9만 3000명 정도의 조합원이 산별조직으로 뭉치게 되는 셈이다. 조합원 13만명에 국가주력산업을 포괄하는 거대 노조가 탄생한 것이다.

완성차기업들의 노사관계는 자동차부품산업은 물론 우리나라 전체 노사관계 판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그러한 점에서 금번 산별로의 조직전환 결의에 따라 우리나라에 새로운 노사관계 지형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987년 노동운동이 활성화된 이후 20여년간 지속된 기업별 노사관계 시스템이 붕괴되고 산별 노사관계 시스템이 지배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자동차부품산업과 그 노사관계는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인가? 산별 깃발 아래 뭉친 노동조합들의 엄청난 파괴력 앞에서 사용자들은 양보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중국 등으로 탈출하는 것조차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면 활로는 무엇일까? 정부는 어떠한 자세를 취할 것이며,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선진화 입법(이른 바 노사관계 로드맵)은 산별 노조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완성차기업들의 단가인하 요구로 곤란을 겪고 있는 부품기업들은 산별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로 샌드위치 신세가 더 심화되는 것은 아닌가? 현재 어떤 전문가나 정책 당국자도 이러한 의문과 궁금증에 시원스런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산업별 노사관계 시스템이라고 하는 것이 아직은 그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직은 산별 시스템이 정립될 것인지조차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현 단계에서 향후의 사태 전개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데 참조가 될 수 있는 몇 가지 정보와 논리를 확인해보는 데 머물고자 한다.

우선 자동차산업은 물론 철강, 조선 등 기계금속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산별노조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줄 것인가를 가늠해보자. 기존의 기업별 노조체제와는 달리 노조 재정과 인력의 운영이 중앙집중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뿐 아니라 교섭권과 쟁의권, 협약체결권이 모두 산별 중앙으로 이전된다. 따라서 기업마다의 경영 사정이나 특수성을 감안한 교섭이 이루어지기보다는 산업전체의 요구와 평균적인 수준에 입각한 근로조건 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업들로 하여금 저임금 노동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기보다는 업계의 노동조건이 평균적으로 주어진 상태에서 기술력과 관리능력으로 승부하는 체질을 강화하도록 할 것이다. 또한 비슷한 사정을 가진 기업들마다 유사한 교섭을 반복하기보다는 통일교섭을 실시함으로써 교섭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적인 논의들이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하다. 노동운동 내부의 조직분화와 이념경쟁 속에서 일사불란한 산별 노조 조직이 건설될 것인가도 불투명하고, 더욱이 산별노조에 대응하는 산별 사용자단체가 구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섣부른 기대일 가능성이 높다. 강한 사용자와 강한 노조가 책임 있는 타협을 하는 것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노사관계 시스템에 긍정적이라고 본다면, 향후 수년간은 노조 내부의 혼선과 사용자의 산별노조 기피 전략, 혹은 산별교섭 회피 전략에 의하여 상당한 혼란이 지속될 것이다. 특히 힘을 가진 완성차노조들과 경영계를 대표하는 완성차 회사들간의 대립과 갈등은 자체적인 혼란과 피해를 불가피하게 할 뿐 아니라 자동차부품산업과 같은 중소사업장들에도 예기치 않은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다. 특히 기존에 나름대로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던 한국노총 금속노련 계열의 사업장들에 새로운 불안 요인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동법 개정과 관련하여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은 부품 중소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지만,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로 인하여 재정이 취약한 중소 노조들은 산별로 결집하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특히 완성차 대기업 노조의 곁에 붙어있는 것이 누가 보아도 유리하다면, 사용자가 친기업적인 단위 노조에 대한 우호적 지원을 통하여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자동차부품산업 입장에서 일부 긍정적인 변화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것은 기존에 산별로 조직된 금속노조의 행태 및 그들과의 교섭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점들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들이다. 기존 금속노조는 이미 5년 전에 산별로 전환하였고, 그동안 산별교섭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와 금년 초에 사용자단체가 구성되기도 하였다. 5년 동안 금속노조를 상대해 왔던 자동차부품업종 사용자들은 완성차 생산라인을 끊을 수 없기 때문에 수동적이고 방어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로 인해 여타 금속업종 사용자들의 비난에 직면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 금속노조 소속 50여개 기업이 전선의 맨 앞에 서서 커다란 책임을 질 필요는 줄어들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제 완성차 모기업이 공동 교섭틀에 들어옴으로써 명시적인 유형 설정자(pattern setter)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교섭의 의제와 내용 면에서도 부품산업의 입장이 고려될 여지가 오히려 커지게 된다. 이제까지는 완성차기업에서 노사분쟁과 임단협 타결 이후 그 손실액의 일부를 단가인하 등의 형태로 부품기업에 떠넘기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공동교섭의 틀 내에서 이러한 완성차기업의 행태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부품산업의 임금인상액이 모든 부품업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산별교섭 틀 내에서 업체간 임금격차가 줄어들게 되면 단가 결정에서 투명성과 현실성이 제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제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의 임금인상액이 동시에 결정된다면 완성차업체 구매본부 입장에서도 그를 반영하여 단가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울러 중국 등지로의 해외 (동반)진출이나 중국에서 저가 부품을 수입하는 이른 바 바이백 문제에서도 완성차업체의 전략 그 자체가 현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부품산업 경영자들은 정말로 이러한 산별교섭의 장점이 발현될 것인가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노조도 완성차기업도 그대로 믿어버리기에는 그동안의 불신이 너무 깊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부품기업들 나름대로의 자구노력이 일정하게 경주될 필요가 있다. 우선 산별최저임금, 원하청간 임금격차 축소, 납품단가와 임금인상 요인의 연동체계 확립, 산업공동화에 대한 공동대처 등의 측면에서 부품기업들 나름대로의 목소리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산별노조에 대응하는 사용자단체가 구성될 것인가의 여부와 무관한 것이다. 부품산업 내부에서 사용자들간의 의견을 조율할 필요성이 매우 높아졌으며, 이러한 조율과 단합된 힘을 바탕으로 거대해진 산별노조에 입장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간접적으로 완성차기업에 대하여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주지하다시피 완성차기업의 구매전략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산별교섭과 협의를 매개로 하여 완성차기업뿐 아니라 완성차노조, 부품사 노와 사 등 4주체가 복잡한 게임을 벌이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이 틈에서 누가 이득을 얻을 것인가는 힘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치밀한 전략과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한 주체가 변화 과정의 이점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특히 산별교섭의 주변에서 정부나 공익 등이 참가한 산별, 업종별, 지역별 노사정협의회 등이 활성화될 가능성도 높다. 이 때 제3자를 활용하여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4주체간 치열한 논리 공방전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외부적으로 이러한 교섭과 협의를 이용하는 한편에서 내부적으로는 작업장 혁신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 산별교섭의 장점 중 하나는 노사 갈등 요인을 가급적 외부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앞서 강조했듯이 부품업체들은 이제 외부에서 완성차기업과 거대 산별노조가 어떠한 게임을 벌이는가를 지켜보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부품업체와 공조 행동을 유지하면서 업계 평균의 임금인상률을 준수하기만 하면 된다. 이럴 경우 업체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것은 역시 기술력과 현장의 조직능력이 될 것인 바, 작업장 혁신을 외부적으로 벌어지는 산별 갈등과 무관하게 꾸준하게 추진하는 것이 이롭고 현명한 전략 방향이 될 것이다. 여기서 작업장 혁신이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일본식 생산방식에서 널리 채택하고 있는 제안제도와 품질써클 활동, 다기능화, 팀작업과 개선활동 등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게 됨을 의미한다. 또한 기술개발에 보다 많은 투자를 집중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의 원천을 찾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게 부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 내부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와 영향은 아쉽게도 현 금속노조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3층 교섭, 즉 중앙 - 지역지부 - 기업별 지회 차원의 중복 교섭과 갈등이 반복될 경우 실현되기 어렵다. 그러한 점에서도 사용자들의 일치된 조율 행동과 적극적 의사표명을 통하여 새로운 노사관계의 질서를 형성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그 주도권은 언제나 산별노조와 완성차기업에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최소한 방어적 차원에서라도 현재보다는 기업 내외의 집단적 노사관계와 인적자원관리, 작업장 혁신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