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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리스크와 대응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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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ICA
댓글 0건 조회 152회 작성일 10-04-0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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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리스크와 대응방안
- 도요타 리콜사태를 계기로 -

강민형 수석연구원/삼성경제연구소 삼성경제연구소 / 강민형 수석연구원

Ⅰ.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빛과 그늘

 품질관리의 신화적 기업인 도요타가 2009년 말부터 부품결함을 이유로 천만대 가량의 대량 리콜을 실시하며 충격을 주고 있다. 결함의 주원인이 과도한 원가절감과 해외 생산거점 확대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으로 지목되면서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생산시스템은 가격경쟁력 제고, 무역장벽 우회, 현지 대응력 확대, 환차손 회피 등 다양한 이점을 보유하여 1980년대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하지만 글로벌 생산시스템은 이점 뿐 아니라 다양한 위험요인도 가지고 있다. 생산거점이 해외로 확대되고 공급선이 다변화되면서 암묵지의 해외이식, 재고 및 품질관리의 효율성 확보가 곤란하고 기술유출의 위험성도 증가한다. 도요타의 경우 '글로벌 생산추진센터(GPC)' 운영을 통해 해외 생산거점의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했음에도 허점이 노출되었다. 2000년대 이후 한국기업도 비용절감과 시장개척을 위해 글로벌 생산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도요타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기업도 글로벌 생산시스템 확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품질저하, 핵심기술 유출 등 관련된 리스크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 및 선제적인 대응책의 마련이 필요하다.

Ⅱ.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리스크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구축 시에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의 유형을 발생 원천과 영역에 따라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리스크 유형 >
품질 및 품질 이외 문제 비교
구분품질문제품질이외 문제
내부
(自社 해외공장)
유형1. 自社 해외공장의 품질불량유형 3. 自社 해외공장에서 경쟁기업으로 기술유출
외부
(해외 부품기업)
유형 2. 해외 부품기업에서 조달한 부품의 품질불량유형 4. 해외 부품기업에 대한 의존으로 협상력 약화
발생원천은 리스크가 발생하는 원천이 내부, 즉 자사의 해외공장인지, 아니면 외부, 즉 해외의 부품기업인지에 따라 구분된다. 발생영역은 리스크의 발생분야가 제품 자체의 문제(품질 문제)인지, 관련 기업과의 문제(기술유출이나 협상력 약화)인지로 구분된다.

유형 1. 자사 해외공장의 품질불량

 본사와 물리적, 문화적, 언어적 거리가 존재하는 해외공장은 숙련인력의 발굴/육성 및 본사의 품질관리 시스템의 이식이 곤란하며, 급격하게 해외생산을 확대할 경우 어려움은 가중된다. 도요타는 지속된 엔고 및 무역마찰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2000년대부터 해외생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2000~2009년 동안 도요타의 해외생산 대수 증가속도는 연평균 10%를 넘으며, 닛산과 혼다의 경우를 상회한다. 이렇게 해외생산을 급격하게 확장하게 되면서, 본사의 생산시스템이 완벽하게 전수되지 않아 도요타의 품질관리에 문제가 발생하고, 리콜사례도 급증하게 되었다. 해외생산이 급격하게 확대되는 가운데 일명 "마른수건 다시짜기"라는 극한의 원가절감을 추구하면서 품질문제가 더욱 확산되었다. 도요타는 2000년 이후 그룹 전체에 걸쳐 총원가의 30%를 삭감하는 CCC21(Construction of Cost Competitiveness 21)이라는 극한의 원가절감 활동을 시작하였는데, 이를 통해 해외 생산을 급격하게 확대하는 동안에도 해외 고용자 수는 오히려 줄이는 등 무리한 원가절감 노력을 지속해 왔다. 이러한 급격한 해외생산 확대와 무리한 원가절감노력이 결국 해외공장에서 품질관리의 핵심인 '도요타생산방식(TPS)'의 정착을 저해해 이번 대규모 리콜 사태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도요타는 품질문제가 발생한 이후에도 즉각적인 개선조치를 취하지 않아 역대 최대 규모의 리콜사태를 맞으며 전세계 소비자들의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유형 2. 해외 부품업체로 인한 품질불량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경우 국내의 경우처럼 밀접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인 품질개선이 어렵고, 문제 발생 시 원인 파악이 곤란해지는 등 품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여기에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압력까지 행사하게 되면 부품업체의 품질악화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속페달은 북미부품업체 CTS에 설계를 전적으로 의존했으며, 도요타는 승인만 하는 방식을 통해 계약함으로써 조달된 부품의 품질관리에 취약점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도요타와 CTS는 가속페달 문제에 관해 서로 다른 원인을 제시하면서 상대방을 비난해 문제 해결의 장기화를 초래했다. 해외 부품업체와의 느슨한 협력관계 및 과도한 비용절감 노력이 독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이 밖에도 해외 우수 부품업체 발굴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긴 리드타임으로 인한 재고비용 등도 해외 조달의 장점을 상쇄시킨다.

유형 3. 자사 해외공장에서 경쟁기업으로의 기술유출

 해외공장 운영을 위해 핵심기술을 이전할 경우 현지 경쟁업체로의 기술유출 리스크가 증가하게 된다. 특히 본사에 비해 인력관리가 어려운 해외공장의 경우 현지직원의 전직에 의한 기술유출의 위험이 높다. 해외공장의 장비보수, 금형제작 등을 의뢰받은 현지기업이 관련 노하우를 경쟁기업에 제공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혼다오토바이는 1980년대부터 중국에서 생산을 시작해 1990년대 중반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했으나 199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현지기업의 모방제품 남발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급락했다. 중국 현지공장에서 설계도면 및 기술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적재산권 보호가 미흡한 현지 특성 때문에 모방이 쉽다는 사실에 사전에 대응하지 못해 피해가 컸다. 이후 혼다는 현지 모방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모방품 제조를 차단하고 제품 현지화로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수년간에 걸친 지적재산권 소송에도 승리함으로써 시장지위를 회복할 수 있었다.

유형 4. 해외 부품기업에 대한 의존으로 협상력 약화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확산으로 세계 각지에 공급거점을 둔 글로벌 부품기업이 등장했다. 이들은 해외진출을 시도하는 기업의 해외거점을 일괄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으며, 부품의 생산 뿐 아니라 설계와 기초연구까지 대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져 완제품 생산기업의 협상력이 약화된다. 일례로 신에츠, 썸코 등 세계 웨이퍼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기업들은 2000년대 중반 웨이퍼 재료인 폴리실리콘의 공급이 부족해지자 수요자인 반도체 기업에 10% 이상의 가격인상을 요구했다. 이외에도 계약기간의 연장, 공급수량기준의 변경 등 자신들에 유리한 계약조건변경을 요구하며 고객인 반도체 기업들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속수무책이던 반도체기업 중 일부는 독일 등 일본 이외 지역의 웨이퍼 기업과 공동으로 싱가포르에 웨이퍼 공장을 건설하고 공급선을 다변화해 위기에 대응했다.

III. 한국기업에 대한 시사점

 도요타의 리콜사태는 해외생산에 따른 품질불량이 어느 기업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임을 시사한다. 제품기술의 발달로 복잡도가 높아지면서 품질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생산의 지역적 경계가 넓어지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므로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이점 활용 뿐 아니라 품질저하, 기술유출 등 관련된 리스크에 대한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문제 발생 시에도 신속한 대응으로 사태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특히 고객의 신뢰가 높은 기업일수록 문제발생 시 타격이 크므로 철저한 사후 대응을 통해 고객의 이탈을 방지해야 한다. 생산시스템의 지역적 확장은 결국 다양한 사회/문화권으로의 확장이기도 하다. 본사의 핵심경쟁력을 각지로 전파하는 세계화 전략과 현지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현지화 전략의 조화를 통해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주로 언급되는 품질불량 리스크 이외에도 기술유출, 협상력 약화 등 발생 가능한 모든 리스크에 대해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