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세계 자동차부품산업 구조변화 전망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KAICA
댓글 0건 조회 863회 작성일 07-10-01 13:09

본문

세계 자동차부품산업 구조변화 전망

pic01.gif

정희식 연구위원 /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세계 자동차부품산업이 큰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세계 완성차산업이 격동의 소용돌이 속으로 진입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76년간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던 GM을 누르고 도요타가 세계 1위로 등극하는 것을 비롯해 사모펀드들이 자동차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늘리는 등 종래에 볼 수 없었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영향으로 세계 자동차부품산업에서도 일본 부품회사들의 약진과 사모펀드의 북미 부품회사 경영권 인수 확산이 주요 특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올해 6월에 오토모티브뉴스가 발표한 세계 100대 부품사 가운데 일본 부품회사가 무려 26개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출액 증가 규모 상위 10개사 중 5개사가 일본 부품사이고, 도요타방직, 스미토모전장, 아이싱정기 등이 각각 1, 2, 3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북미 지역에서는 미국 빅3의 실적이 좋지 않음으로써 미국 부품사들의 경영실적이 악화된 것을 기회로 사모펀드들이 많은 부품회사의 경영권 또는 지분을 인수하고 있다. 현재 파산보호신청 중인 델파이의 지분을 플랜 인베스터, 아팔루사 매니지먼트 등이 인수하였고, 리어, 콜린스&아이크먼, 데이나 등 세계적 미국 부품회사들에 어메리컨 리얼 에스테이트, 블랙스턴, 서버러스 등 사모펀드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타워오토모티브, 콜린스&아이크먼 등 부품사 뿐만 아니라 GMAC 등 자동차금융 회사를 인수한 서버러스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것은 향후 세계 자동차 및 부품 산업에 커다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세계 4위 부품회사인 매그나가 크라이슬러 인수를 시도한 것도 세계 자동차부품산업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다. 만약에 성공했다면 기존 완성차-1차 부품사-2, 3차 부품사로 연결되는 수직적 피라미드 구조를 거꾸로 뒤집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뻔한 것이다. 90년대 중후반 대규모로 진행되었던 완성차업체간 M&A가 대부분 실패로 판명됨에 따라 사모펀드의 크라이슬러 및 부품회사 인수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지 큰 관심이 집중이 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세계 자동차부품산업 구조 재편을 유도할 수 있는 주요 환경 변화들과 세계 주요 부품회사들의 경영실적과 전략들을 분석한 후 자동차부품 산업의 구조 변화를 전망하려고 한다. 아울러 구조변화 전망에 따라 국내 부품업계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세계 자동차부품산업 환경 변화

미국 빅3 실적 부진에 따른 북미 부품사 구조조정 확산으로 촉발된 세계 부품산업의 구조 재편이 다른 환경 변화 요인과 맞물리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 부품산업 구조 재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로 핵심 기술(Core Technology) 중요성 증대, 사모펀드의 부품사 인수 및 지분 참여 투자 확대, 신흥시장의 부품 생산거점 부상, 환경/안전 규제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 세계 자동차부품산업 환경 변화 >
img1.gif

첫째 빅3의 판매 부진으로 북미 부품사들의 파산보호 신청이 급증하고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북미 부품사들의 경영실적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는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북미 부품사들의 제품 판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GM, 포드 및 크라이슬러의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2006년 동안 업체별 생산 대수는 GM이 112만대, 포드는 170만대, 크라이슬러는 43만대가 각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빅3 의존도가 높은 북미 부품사의 경영실적 악화에 직격탄으로 작용하였다. 북미 부품사 실적 악화의 또 다른 원인은 철강재, 플라스틱 원료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은 크게 높아졌는데도 불구하고 부품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기 때문이다. 미국부품협회(OESA)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6년까지 8년 동안 북미 부품사들의 납품 가격은 2.3%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기간 내 철강재 가격은 36%, 플라스틱 원료 가격은 73%, 그리고 석유,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은 무려 4배나 높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생산비용 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부품 가격을 인상할 수 없었던 것이 실적 악화로 연결된 것이다. 부품사들이 고용 인원 감축(8년간 20만명)과 생산성 향상(8년간 18%) 등을 추진했지만 실적 악화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 북미 부품회사의 경영실적 악화 원인 >
img2.gif
자료 : 미국부품협회(OESA), 2007

이로 인해 북미 지역 부품사들은 경영실적 악화로 파산보호 신청을 하거나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2005년 이후부터 델파이, 데이나, 콜린스&아이크먼 등 매출 10억달러 이상인 부품사들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2001년 이후부터 누계로 13개사가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였다. 그밖에 비스티온은 북미 23개 공장을 포드에 이관했고, 리어는 시트를 제외한 내장 부품사업을 매각하는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둘째 자동차산업에 IT, 통신 등 첨단 전기·전자기술 접목이 확산되면서 부품사가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지 여부가 실적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전장부품 제조 분야가 아닌 프레스, 주조, 단조 등 기계 가공 분야라 할지라도 IT기술 적용을 통한 설계 디지털화 등 기술혁신을 추진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모듈이나 시스템을 공급하는 거대 부품사들 중에서도 연료 효율성 제고, 안전 시스템 강화 등과 관련된 전략기술 개발에 성공한 기업들이 그렇지 못한 기업들보다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어떤 부품을 제조하던지 간에 타회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매우 어려운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기·전자업체들이 자동차부품산업에 새롭게 진입함으로써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OESA에 따르면 북미 지역의 부품사 숫자는 1990년 약 3만사였는데 2004년에 8,000사로 크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고, 2010년에는 5,000사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차 부품사 숫자도 2000년의 800사에서 2010년까지 100사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각 부품사들은 핵심 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만약 핵심 기술 또는 경쟁력과 관련이 없다면 모듈 및 시스템 인터그레이터(System Integrator)로서의 위치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내장 부품을 예를 들면 2000년대 초반까지 존슨컨트롤스, 리어, 매그나 등이 토탈 인테리어 시스템 인터그레이터로 성장할 것을 목표로 수립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핵심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각자 경쟁력 우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시트, 인스트러먼트 판넬 등으로 특화하기 시작하고 있다. 델파이도 현재 수익성이 좋지만 핵심 기술 보유와 거리가 있는 스티어링 사업을 매각할 방침을 수립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산업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제품 및 기술을 핵심 분야로 한정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셋째 사모펀드가 북미 부품사들을 인수하거나 지분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종래 자동차 및 부품 산업 구조조정은 동종 산업 내 기업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최근 들어 금융 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큰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다. 사모펀드들은 경영 위기에 빠진 자동차 및 부품 회사를 인수해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 다음, 이를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만약 사모펀드들의 투자가 하나의 성공 사례로 자리 잡는다면 자동차산업의 경영 활동 및 지배 구조에 핵 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서버러스는 2006년 이전에 프레스 가공 부품을 생산하는 타워오토모티브 등 4개사를 인수했고, 블랙스턴은 TRW오토모티브, 아메리컨액슬 등에 지분 투자를 했다. IAC는 칵픽 모듈을 생산하는 콜린스&아이크먼과 시트 모듈을 생산하는 리어사에 투자했으며, 칼 아이칸이 주도하는 어메리컨 리얼 에스테이트 파트너는 리어사의 내장 부품 사업을 인수하였다. 최근 아팔루사 메니지먼트, 파더스 캐피탈 매니지먼트 등의 사모펀드들로 구성된 투자자 그룹이 델파이에 25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통해 지원함으로써 델파이의 회생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 사모펀드의 부품사 투자 현황 >
img3.gif
자료 : FOURIN, 「세계 자동차 조사 월보」,"북미발 부품업계재편진전", 2007. 3.

넷째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이 완성차 메이커뿐만 아니라 부품사의 현지 생산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완성차 판매에 있어 선진시장이 정체 또는 마이너스 성장세로 전환되고 신흥시장이 빠른 성장을 지속하면서 주요 부품사들의 신흥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과거 3년간 해외 부품사들의 중국 생산거점은 3배나 증가해 2007년 2월 기준 2,640개소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중 80% 이상이 상해 근처, 강소성 근처, 광동성 근처, 그리고 화북의 청진 근처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계 부품사들이 전체의 56%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미국 및 유럽계 26%, 대만계 11%, 한국계 6% 등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한 세계 주요 부품사들은 중국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본부를 설치하고 있다. 세계 주요 부품사 중 13개사가 중국에 총괄본부를 설치했는데, 보쉬, 덴소 등은 북경에, 델파이, 포레시아, 말레 등은 상해에 총괄본부를 각각 설치하였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사실은 주요 부품사들이 핵심 첨단기술들을 중국 부품 생산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보쉬는 커먼레일 연료분사장치, 전자자세제어장치(ESP), 가솔린 직분 시스템 기술 등을 현지 생산거점에 투입하고 있고, 독일의 변속기 전문 부품사인 ZF는 5단 자동변속기의 중국 현지생산을 2006년부터 개시하였다. 그리고 덴소는 카 에어컨과 점화 장치의 현지 생산을 시작하였고, 네비게이션도 현지 생산을 검토 중에 있다. 이러한 추세는 체리, 길리 등 중국 자국 메이커의 생산 및 판매 확대와 맞물려 이들 메이커들과의 거래 규모가 늘어나면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로 체리기차가 2007년에 투입하는 신모델에는 델파이, 존슨컨트롤스, TRW 등 대형 부품사의 중국 현지 공장 부품이 많이 적용되고 있다.
인도에서도 주요 부품사들의 현지 생산거점 건설을 통한 진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도 정부는 2016년까지 인도를 소형 자동차 및 부품의 세계 생산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자동차산업 발전 10년 계획’을 발표하였다. 만약 이 계획이 계획대로 실행될 경우 인도 자동차산업은 현재보다 5배 이상 증가한 1,500억달러 이상의 자동차 및 관련 부품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IT 기술 발전과 지적 능력이 우수한 값싼 인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자동차부품의 생산기지로서 매우 우수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자국 메이커인 타타의 2,000달러대 저가차 개발과 르노-닛산의 저가차 개발 프로젝트 등이 인도에서 이루어질 계획이어서 품질과 코스트 경쟁력을 갖춘 현지 부품사의 육성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 부품사 중 국제 품질인증인 ISO9000 인증을 획득한 회사 수는 2006년 말 기준 500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선진 부품사들이 신흥시장의 생산거점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면 이들 지역이 자동차부품 글로벌소싱의 핵심 원천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러나 품질 불량이나 기술 유출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다섯째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경 및 안전 규제가 강화되는 것도 세계 부품산업 구조 재편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배기가스, 연비, 리싸이클 등과 관련된 환경 규제가 미국, 유럽 등에서 크게 강화되고 있는 것이 부품사들의 관련 기술 개발 요구를 증대시키고 있다. 또한 충돌 안전, 예방 안전 등과 관련된 안전 규제들도 강화되고 있어, 관련 부품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타이어의 마모 상태 등 위험 정도를 체크해 운전자에게 미리 알려주는 타이어압력모니터링시스템(TPMS)의 장착을 의무화한 트레드법이 올해부터 미국에서 발효됨으로써 TPMS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또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교차로 진입 시 충돌을 방지하는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충돌 방지 시스템의 의무 장착을 법제화할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부품사들은 선진국의 환경 및 안전 규제 움직임에 대해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규제를 사업 확대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요 부품사 위상 변화와 전략 분석

2000년대 이후 세계 부품산업은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구조 재편 움직임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부품사였던 델파이와 비스티온이 쇠락하기 시작하였고, 그밖에 핵심 기술 및 경쟁력 기반 없이 규모 확대에 치중했던 미국 부품사들이 파산보호신청에 들어가거나 비수익 사업을 매각해야 하는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반면 일본 및 유럽 부품사들은 일본 완성차 메이커의 성장 또는 핵심 기술력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GM 매출 비중이 44%에 달하는 델파이는 지난해 매출 규모는 비록 증가했지만 영업이익 적자 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비스티온은 23개 공장을 포드에 매각함으로써 매출 기준 세계 부품사 순위가 2003년 4위에서 2006년 13위로 크게 하락하였다. 세계 최대 시트 모듈 생산업체인 리어사도 내장 시스템의 일부 사업을 매각할 수 밖에 없는 부진을 경험하고 있다. 그밖에 데이나, 듀라오토모티브 등 미국 부품회사들이 빅3 감산에 따른 경영실적 악화로 지난 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였다. 북미 지역 부품사들 중 유일하게 실적이 좋은 매그나의 경우 완성차 조립과 개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포르쉐의 엔지니어링 부문을 매수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덴소, 아이싱정기 등 일본 부품사들은 신흥국 시장의 매출 증가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아이싱정기는 한국을 비롯해 신흥국들에 대한 변속기 판매가 대폭 늘어나 세계 100대 부품사 중 매출액 증가 규모에서 3위를 차지하였다. 유럽 부품사들은 유로화 강세와 북미 부품사의 일부 사업 인수를 통해 확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타이어와 브레이크 시스템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 독일의 콘티넨탈사의 움직임이 매우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콘티넨탈사는 지난해 7월에 모토로라의 차량용 전장 사업을 인수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독일의 말레와 함께 데이나의 엔진 부품 사업 일부를 매수하였다. 또한 지멘스그룹의 부품사업 매각 입찰에도 참여하고 있어, 만약 현재 11위인 지멘스VDO 오토모티브 인수에 성공할 경우 매출 규모 230억 달러 이상의 세계 5대 부품사가 새롭게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 주요 부품사 매출액 순위 추이 >
img4.gif
자료 : 오토모티브뉴스, 각년도

주요 부품사들의 경영 전략을 살펴보면 대부분 “기술 혁신을 통한 기술 리더십 확보와 신흥시장 진출 확대를 통한 원가경쟁력 우위 획득”을 경영 전략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특정 부품 분야에 특화하여 혁신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세계 자동차산업은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끊임없는 원가절감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에도 기초하고 있다. 이에 주요 부품사들이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 생산거점을 확대해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에 있으며, 완성차 메이커의 신흥시장 생산 확대와 더불어 신흥시장에서의 현지 판매도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OESA에 따르면 현재 극심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미국 지역 부품사들도 중국 현지 부품생산을 통한 미국 수입 규모를 2005년의 6%에서 2010년에는 15%까지 늘릴 계획을 발표하였다.
구체적인 전략에서는 선진 및 신흥 시장별로 차별화가 확실히 진행되고 있다. 선진 시장에서는 완성차 메이커와 기초기술을 공동 개발해 특허를 공동으로 출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 라이센스를 판매해 개발 비용을 회수할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기술 리더십을 추구하는 대표적 부품사로 덴소를 들 수 있는데, 덴소는 연구개발 비용으로 매년 매출의 8%를 투자하고 있다. 기초기술 연구는 도요타와 공동으로 일본의 연구개발 센터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현지 시장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미국, 독일에서도 현지 연구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기초기술 연구로는 신냉매를 활용한 공조시스템, 통합 안전 시스템, 차세대 네비게이션 등을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연구가 바탕이 되어 덴소는 다른 부품사들보다 우위의 위치에서 완성차 메이커에 기술적 제안을 할 수 있는 부품사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자동차 조명 및 전자장치 전문 독일의 헬라사도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부품사 중 하나이다. 교통상황, 날씨, 도로 조건에 따라 헤드라이트가 스스로 판단해 조절하는 인공지능형 헤드라이트 시스템을 개발해 다임러벤츠, 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메이커에 기술을 제안하고 있다. 즉 핵심 기술인 조명 장치 분야의 기술 리더십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 후 전기·전자 장치 전문 부품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신흥 시장에서는 현지 완성차 메이커와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현지 부품 개발 및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 아울러 원가경쟁력을 향상시키려고 현지 원자재 사용, 현지 생산 중간 부품 활용 등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지 부품사에 대한 기술 지도 및 관리를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서 연평균 20%의 성장을 달성하고 있는 독일의 변속기 생산 전문 ZF사는 중국 등 신흥시장 진출을 핵심 전략으로 수립·실천하고 있다. ZF사는 현재 중국에 12개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국제 생산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중심 축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범용 변속기 부품은 중국에서 생산하고, 고기술이 요구되는 전문 부품은 독일 또는 미국에서 생산해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길을 모색 중에 있다.

< 주요 부품사들의 글로벌 경영 전략 >
전략목표"기술 리더십 확보와 신흥시장 진출을 통한 글로벌 원가경쟁력 우위 획득"
주요전략- 독자 기술 획득 → 기술 리더십 확보
- 히트 제품 개발 → 제품 경쟁력 강화
- 제조기술 향상 → 지속적 원가절감
- 판로 확대 → 신시장 및 틈새시장 개척
세부전략 
 선진시장 - 완성차 메이커와 기초기술 공동개발
- 기술 라이센스 판매를 통한 개발 비용 회수
- 제조기술 노하우 육성과 코스트경쟁력 우위 획득
- 모듈 파트너와 개발 분업
신흥시장- 현지 기초기술 개발 거점 육성
- 현지 부품사에 대한 기술 제공 및 관리
- 현지 생산거점 육성
- 현지 기술 개발거점과 분업 체제 구축

세계 자동차부품산업 구조변화 전망

북미 부품사 구조조정, 핵심 기술 중요성 증대, 신흥시장의 생산거점 부상 등의 자동차부품산업 환경 변화가 세계 자동차부품산업 구조 재편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파산보호를 신청한 북미 부품사들 중 경영 회복에 실패한 일부 회사들이 퇴출될 것이다. 둘째 기술적 약점 보완과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해 주요 부품사간 M&A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셋째 신모델 개발과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한 완성차와 부품사간 협력은 더욱 긴밀해질 것이다. 넷째 완성차 메이커와 마찬가지로 부품사들에게도 신흥시장이 제품 시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생산거점으로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 진출한 부품사들은 생산능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며, 그렇지 못한 부품사들은 새롭게 신흥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할 것이다. 이는 세계 부품산업에서도 글로벌 경쟁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부품산업 환경 변화가 경쟁 구조 변화에 미치는 영향 >
img5.gif

세계 부품산업 구조변화의 보다 근본적인 배경을 살펴보면 자동차산업 경쟁구도가 과거 수직계열화된 완성차 메이커간 경쟁에서 완성차와 부품사들이 결합된 네트워크간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자동차산업에서는 완성차 메이커가 중심이 되어 부품사들은 단순히 부품 공급자의 위치에 머물렀지만, 이젠 부품사들이 완성차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되는 구도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즉 완성차와 부품사가 기술개발, 설계, 양산 등에서 팀워크를 형성해 한 조직처럼 움직이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도요타와 혼다는 협력 부품사들과 상호 역량을 제고하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판매를 늘리고 경영 실적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GM, 포드 등도 도요타식 부품 구매 정책을 받아들여 우수한 부품사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거래 관계 구축을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즉 새로운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있어 완성차 메이커의 컨셉이 부품사들에게 정확히 전달되고, 협력을 통해 적합한 기능과 가격 효율성을 보유한 부품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포드는 2005년 10월부터 주요 부품사와 비즈니스동맹 프레임워크(Allied Business Framework)라 불리는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목표 부품 가격을 설정해 부품사와 공동으로 노력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 같은 활동이 본격화되면 거래 부품사 수가 기존 2,500개에서 800개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 세계 자동차산업의 경쟁 구도 변화 : 완성차간 경쟁에서 네트워크 경쟁으로 >
img6.gif

그러므로 부품사들은 협력 네트워크에서 핵심 부품사(Key Supplier)를 차지하기 위해 기술 또는 원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획득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핵심 경쟁력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통합 인터그레이터나 대형 모듈사로 성장하려는 부품사들이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기술 리더십을 가지지 못하는 사업 분야는 과감히 줄여 핵심 경쟁력이 있는 제품 분야로 한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내장인테리어시스템 전문 부품사인 리어사는 다양한 완성차 메이커에 내장시스템을 공급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시트 모듈로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부품사들이 신흥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도 해당 지역에 진출한 완성차 메이커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요구된다. 특히 현지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을 개발·생산하기 위해서는 신차 개발 컨셉 단계에서부터 부품사가 조기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완성차의 현지 기술개발 거점과 분업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한편 도요타, 르노, 폭스바겐 등이 2010년까지 4,000~6,000달러대의 초저가차 개발을 목표로 수립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흥시장 지역의 부품사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즉 품질과 가격에 대한 요구 조건을 균형있게 결합시킬 수 있는 현지 부품사들의 육성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거래 네트워크 상의 주요 부품사가 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세계 자동차산업 경쟁이 보다 격화됨에 따라 글로벌 단위에서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사간 긴밀한 협력 관계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완성차 메이커를 중심으로 구축된 네트워크 내에서 얼마나 조화(하모니)가 잘 이뤄질지 여부가 완성차 메이커나 부품사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이러한 완성차와 부품사가 결합된 네트워크 경쟁이 기본 경쟁 구도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 유럽 및 일본 부품사로 구성된 삼각 구도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점이 발생한다. 현재까지 정황과 자료를 가지고 분석할 때 북미 부품사들이 회생에 성공하지 못하고 일본과 유럽 부품사들로 구성된 양자 경쟁 구도가 형성될 확률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로 현재 사모펀드들의 북미 부품사 인수 및 지분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런 부품사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하기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들 부품사들이 크게 의존하고 있는 미국 빅3의 실적이 북미 자동차시장 침체와 맞물려 회복이 더딜 것으로 보인다. 또 사모펀드들은 중장기적인 미래 투자를 통해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2~3년 내에 가시적인 실적 회복이 없다면 투자자들이 투자 자금의 손절매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설령 구조조정을 통해 실적을 회복한 다음 상장을 통해 차익을 실현했을 지라도 해당 부품사가 이후 실적이 나빠진다면 사모펀드들의 부품사 투자가 중단될 수도 있다. 실제로 한 사모펀드가 인수한 부품사가 재상장을 통해 큰 이익을 사모펀드에 가져다주었지만, 최근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사모펀드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약 북미 부품사들의 퇴출이 지속되면 일본과 유럽 부품사들의 세 확산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이들 부품사들은 완성차 메이커들과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글로벌 대형 부품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첫째 일본과 유럽 부품회사들이 좋은 경영 실적을 바탕으로 핵심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기술 리더십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 생산거점을 확대함으로써 원가경쟁력의 개선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즉 일본과 유럽의 부품사들은 기술력 강화를 통해 내실을 다지고 신흥시장 진출 확대, M&A 등을 통해서는 외연을 증대시켜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 세계 자동차부품산업 구조변화 전망 시나리오 >
img7.gif

국내 부품업계에 주는 시사점

세계 자동차부품산업의 환경 변화에 따른 부품 업계의 구조 재편은 국내 부품사들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수출이 1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부품산업은 세계 부품 업계의 구조 재편으로 한층 더 도약할 수 있을지 아니면 도태될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자동차산업과 마찬가지로 규모가 크다고 해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규모가 크지 않은 국내 부품사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특별히 경쟁 부품사를 압도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위기인 것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920원대까지 하락했기 때문에, 수출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다는 것도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부품사들이 격변기의 산업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 글로벌 부품 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다. 우선 국내 부품회사들은 핵심 기술 역량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계 자동차부품산업이 완성차 메이커와 결합되어 네트워크 경쟁으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완성차 업계가 주도하는 네트워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부품사들이 핵심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필수 조건인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부품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핵심 기술을 파악하고, 기술 및 품질 수준을 높여 차별화가 가능하다면 기술 전문 부품회사로 성장하고, 기술보다는 제조 프로세스 개선이나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 경쟁력 확보에 자신이 있다면 프로세스 중심 부품회사로 성장하는 길을 모색하는 다양한 성장 루트가 존재했다. 그러나 지역과 차급이 구분이 없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부품사들은 점점 더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즉 덩치가 크더라도 기술 리더십을 갖고 있지 않으면 경영 실적이 악화되거나 심지어 퇴출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레스, 주조, 단조 등 기계 가공 업종이든지 전장부품 제조 업종이든지 간에 업종을 불문하고 완성차 메이커에 대하여 기술 혁신에 대한 제안을 할 수 있는 갖추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이는 연구개발(R&D) 투자가 완성차 메이커나 대형 부품사에 국한된 경영 활동이 아니라, 모든 부품사들이 1순위로 채택해야 할 경영 전략인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국내 부품사들도 신흥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 국내 완성차 메이커들이 글로벌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 생산 거점에 부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신흥시장은 새로운 부품 판매시장으로서의 중요성도 가지지만, 생산거점으로서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세계의 모든 완성차 메이커들이 신흥시장에서의 생산 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현지 수요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지만 對선진시장 소형차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목표도 담겨져 있는 것이다. 해외 주요 부품사들이 신흥시장에 진출하여 현지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완성차 메이커들의 전략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부품의 현지 생산을 통하여 원가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부품 개발을 완성차 메이커의 신흥시장용 제품 개발 전략과 일치시키는 노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부품사의 신흥시장 진출 확대는 핵심 부품과 관리 인력의 수출을 증대시킴으로써 부가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자동차부품산업은 과거 수직 계열화에서 벗어나 완성차 메이커와의 협력 파트너십에 기초한 네트워크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또 한·미 FTA 체결, 한·EU FTA 추진 등으로 국내 부품사들은 미국과 유럽의 거대 부품사들과 앞으로 직접적인 경쟁을 해야 하는 시기로 진입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부품사들은 네트워크의 한 축을 담당하기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출발점은 완성차 메이커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술 및 코스트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